★천상의 책/천상의책6-10권

천상의책 (7권-41-50)모든 일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의 고통으로 예수님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Skyblue fiat 2014. 10. 15. 18:12

 

 

7권-41,  인간의 모든 일과 말과 생각과 찍혀 있어야 하는 도장

1906년 9월 11일

 

1. 여느 때와 같이 있다가 보니 내가 아기 예수님을 팔에 안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었고,

그분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인간의 모든 일과 말과 생각에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라는 도장이 찍혀 있어야 한다. 이 날인이 없는 모든 것은 우중충해서, 더러워진 채 어둠 속에 묻혀 있는 듯하거나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 고작이다. 이와 같이 인간은 제 자신으로부터 어둡고 혐오스러운 것만을 끄집어 낼 뿐이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활동하지 않음으로써 자기가 창조된 목적을 벗어나기 때문에 흡사 하느님과 헤어진 것처럼 혼자 남게 되는 것이다.

 

3. 홀로 하느님만이 빛이시기에 하느님을 통해서만 인간의 행위가 가치를 얻게 된다. 그러니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일하지 않음으로 인해 인간 자신의 어둠에 묻혀 있게 되고 자신의 노고에서 아무 이득도 얻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득은커녕) 빚이나 잔뜩 지게 되지 않겠느냐?”

 

4. (그런데 우리 주위의 그 많은) 사람들을 보니, 몹시 비통하게도, 모두가 어둠에 묻혀 있었다. 나는 복되신 예수님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꽉 껴안고 입을 맞추며 함께 놀이라도 하려는 듯 자꾸 되뇌었다.

“저하고 같이 이렇게 말씀해 보세요. ‘나는 이 영혼의 기도에 힘을 주어 그가 내게 청하는 것을 들어준다.’

 

5. 그러나 그분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으셨다. 나는 억지를 써서라도 그렇게 말씀하시게 하려고 다시 입맞추고 껴안으며 “말씀해 보세요. 저하고 같이.....‘나는 이 영혼에 힘을 주어 그가 내게 청하는 것을 들어준다.’ ” 하였다.

 

6. 내가 어찌나 계속 졸랐는지 마침내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자신의 몸속에 돌아와 있음을 알았는데, 나의 그 미친듯한 당돌함에 질겁할 지경이었고 그런 나 자신이 여간 부끄럽지 않았다.

 

 

7권-42,  “하느님이 부재하는 곳에는 굳셈도 참된 선도 있을 수 없다.”

1906년9월 12일

 

1.  현재의 나는 온전히 평화롭고 사랑에 차 있는 듯하다. 아무것도 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고 모든 것이 좋으며 죄라고 여겨지는 것도 도무지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문득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만약 죽음이 순간에 이 상태가 바뀌어 정반대가 되었음을 목격한다면, 즉 모든 것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그때까지 행한 모든 일이 죄악의 연쇄에 불과해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너는 일부러 마음을 어지럽혀 네 안에서 계속 쉬고 있는 나에게서 안식을 앗아가려고 하는 것 같구나. 너의 인내와 현재의 이 항구함평화가 너의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네 안에 거처하는 이의 열매이며 은총이라고 생각하느냐? 홀로 나만이 이 선물들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항구함과 인내과 평화에 의거하여, 네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

 

3. 영혼 자신의 본성이나 악마가 활동하면 계속되는 변덕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런 기분인가 하면 저런 기분이고, 잘 참는가 하면 조바심을 치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다. 요컨대, 이 가련한 영혼은 센바람에 마구 휘둘리는 갈대와 같다.

 

4. 아, 딸아, 하느님이 부재하는 곳에는 굳셈도 참된 선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즉 더는 나와 너의 안식을 어지럽히려고 들지 말아라. 차라리 더욱더 감사해 마지않을 일이다.”

 

7권-43,  예수님의 인성 안에 있는 영혼들의 자리

1906년 9월 14일

 

1.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가 있었던 오늘 아침에는 거울 속에 계신 아기 예수님을 뵈었는데 거울이 얼마나 환하고 큰지 어느 지점에 있어도 그분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그분께 손짓으로 나에게 오시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그분은 내게 당신께로 오라는 시늉을 하셨다. 그때 다수의 독실한 신자들과 사제들이 보였고, 그들은 그분과 나 사이에 자리하면서 나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인자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에 내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분께서 서둘러 그 거울에서 나오시더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들을 후려치려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아무도 이 사람에게 손대면 안 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해코지하는 것은 나를 직접 해치는 것보다 더 내 기분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자기를 완전히 바친 사람을, 그리고 그의 무죄함을 두둔하는 법을 내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3. 그러면서 그분은 한 팔로 나를 안고 다른 팔로 그들을 위협하셨다. 나는 그들이 내 욕을 하려고 들었다는 사실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다만 그분께서 그들을 후려치려고 하시는 것이 마음에 걸려 이렇게 말씀드렸다.

 

4. “저의 감미로운 생명이시여, 저는 아무도 저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당신께서 노여움을 푸시고 그들을 치지 않으시면 저를 사랑하시는 줄로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마음이 불편하겠습니다.”

 

5. 그러자 그분은 진정하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서 나를 빼내시어 내 몸 안에 들어가게 하셨다.

 

6. 나는, 이제는 아기가 아니고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을 계속 바라보다가 이렇게 여쭈었다.

“저의 흠숭하올 선이시여, 당신께서 십자가 고통을 당하실 때에 모든 영혼들이 당신 인성 안에 있었으니, 그때 제 자리는 어디였습니까?”

 

7.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 딸아, 사랑에 찬 영혼들의 자리는 내 심장 안에 있었다. 너로 말하자면, 산 제물의 신분으로 내 구원 사업에 협력할 사람이기에 너를 내 심장 안에 있게 했을 뿐더러 내 모든 지체들 안에도 있게 하였다. 나의 도움과 위로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7권-44,  인간의 마음을 끄는 가장 강력한 자석은 꾸밈이 없고 단순하며 순진한 진리이다

 1906년 9월 16일

 

1. 고해 신부님이, 사람들의 방문으로 내 주의가 흩어질 수 있으니 몬시뇰께서 그들이 방문하지 않기를 바라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신부님에게 “이 명령을 여러 차례 주셨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습니다. 좀 지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가고 말았으니까요. 차라리 저한테 더 이상 말을 하지 말라고 명하시면 저의 침묵이 사람들을 몰아낼 것입니다.” 하였다.

 

2. 나중에 영성체를 한 뒤 주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께서 이 일을 어떻게 보시는지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주님과 단둘이 있을 때만 안락함을 느끼기 때문에, 아시다시피 사람들과 더불어 있으면 폭행을 당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들이 어째서 오고 싶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모양새가 촌스럽고,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무슨 수를 쓸 줄도 모르고, 오히려 불친절한 태도로 그들을 대할 뿐입니다. 그런데 왜들 오고 싶어하는지 정말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오, 하늘의 도움으로 부디 저 혼자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3.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꾸밈없고 단순하며 순진한 진리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더없이 강력한 자석이기에, 그들은 이 진리와 이를 밝혀 주는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무슨 희생이든지 다 무릅쓸 각오를 한다. 누가 순교자들로 하여금 피를 흘릴 마음이 들게 했겠느냐? 진리다. 누가 수많은 다른 성인들에게 숱한 싸움들 한가운데서도 순수하고 흠 없는 생활을 영위할 힘을 주었겠느냐? 진리다 - 꾸밈없고 단순하며 사욕이 없는 진리다.

 

4. 아, 내 딸아, 이 통탄할 시대에는 성직자와 수도자와 독실하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 꾸밈없는 진리를 드러내는 사람을 찾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그들이 하는 말과 활동은 언제나 이해 관계나 다른 것들이 개재된 인간적인 무엇을 조장하기에 진리는 장막에 싸여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런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꾸밈없는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포장하고 있는 이해 타산이나 다른 인간적인 목적과 접하게 되므로 은총을 받지 못하고 진리가 내포하는 좋은 영향을 받지도 못하게 된다.

 

5. 많은 성사들 및 고해 성사들이, 내가 (진리의) 빛을 그만 주는 것이 아닌데도 그토록 허비되고 속화되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 사람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하면 자기네 위신과 사람들의 호의를 잃게 되고 본성적인 만족을 얻지 못해서 결국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속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6. 하지만, 오, 그것은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다! 진리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은 모든 것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풍성하게 소유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너는 할 수 있는 한 부지런하게 이 꾸밈없고 단순한 진리를 드러내어라. 물론 너를 지도하는 사람의 명령에 따라서 하되,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고 드러내어야 한다."

 

7. (한편) 내가 사랑에 관해서 모호하게 표현했던 모든 말이, 무엇이든지 상세하게 쓰라고 하셨던 (신부님의) 명령에 어긋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그런 결함이 있는 사람은 알아들을 것이니 그대로 괜찮다고 하셨다.

 

7권-45,  평화는 영혼 자신에게 빛이요, 그의 이웃과 하느님께도 빛이다

1906년 9월 18일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왜 오시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몹시 괴로워하다 보니 온통 짓눌려 마음도 좀 산란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분께서 잠시 들르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평화는 영혼에게 빛이고 그의 이웃에게 빛이며 하느님께도 빛이다.  그러니 평화 속에 있는 영혼은 언제나 빛이고, 빛이기에 언제나 영원한 빛과 하나가 된다. 이 영원한 빛으로부터 그는 늘 새로운 빛을 끌어내어 이를 다른 이들에게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즉 네가 늘 새로운 빛을 원한다면 평화 속에 있어라.

 

7권-46,  인간적인 일을 태워 없애고 신적인 일로 되살리는 불

​1906년 9월 23일

 

1. 평상시와 같이 머물러 있노라니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나를 통째로 껴안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2. “사랑하는 딸아, 그리스도를 위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일하는 인간적인 일을 완전히 사라지게 한다. 그리스도는 불인지라 그리스도 안에서 일하면 그리스도가 인간의 일을 태워 없애고, 태워 없앤 그것을 그리스도의 불이 하느님의 일로 다시 살아나게 하기 때문이다.

 

3. 그러니 언제나 나와 함께 일하여라. 우리 둘이 같은 일을 함께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통을 받을 때에도 나와 함께 받는 것처럼 받고, 기도를 하든지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내 안에서, 나와 함께 하여라. 이와 같이 하면 인간적인 일을 완전히 잃는 대신 그것이 신적인 일로 변화되어 있는 것을 다시 보게 되리니, 오, 사람이 얼마나 무한한 부를 얻게 되겠느냐! 그러나 인간은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

 

4.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분은 사라지시고 나는 다시 뵙고 싶은 간절한 열망에 싸여 남아 있었다. 그 뒤 나 자신의 바깥에 나가있게 되었고, 사방으로 그분을 찾아다녀도 뵐 수 없게 되자 이렇게 부르짖었다.

 

5. “아아 주님, 온전히 당신을 위하여 있는 영혼에게, 오직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끊임없는 죽음을 겪고 있는 영혼에게 어쩌면 이다지도 잔인하십니까! 보십시오. 저의 의지가 당신을 찾다가 찾아내지 못하니 계속 죽어 가고 있습니다. 제 의지의 생명이신 당신을 못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갈망이 계속 죽어 가고 있습니다. 제 갈망의 생명이신 당신을 못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숨이, 저의 심장 고동이, 저의 기억이, 저의 지성이 -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잔인한 죽음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께서는 저를 측은히 여기시지 않습니다!”

 

6. 그 순간 나는 내 몸속에 돌아와 있었고, 내 안에 계신 그분을 뵙게 되었다. 그분께서는 마치 내 말을 맞받아 치시려는 듯이 보아라. 나는 온전히 네 안에 있고, 온전히 너를 위하여 있다.하셨다.

 

7. 그런데 그분은 가시관을 지니고 오셨던 모양이어서 그것을 머리에 눌러쓰셨고, 피가 흘러나오자 “이 피는 너에 대한 사랑으로 내가 흘리는 피다.하셨다. 그리고 당신 상처들을 보여 주시면서 다시 이렇게 덧붙이셨다. “이 상처들은 오직 너를 위한 것이다.”

 

8. 오, 그분의 사랑에 비하면 내 사랑이라는 것은 한갓 희미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음을 보면서 나는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7권-47,  우리의 고통으로 예수님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1906년 10월 2일

 

1. 영성체를 하고 나니 나 자신의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 십자가들로 인해 몹시 짓눌려 있는 한 사람을 보았는데,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네가 저 사람에게 말하여라. 박해와 상처와 고통이 끊임없이 자기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내가 함께 있다고 생각하라고, 그리고 무슨 고통을 당하든지 그것을 내 상처를 다스리며 치유하는 데에 사용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고통이 어떤 때는 내 옆구리를 치유하는 데에, 어떤 때는 내 머리를, 또 어떤 때는 내 손과 발을 치유하는 데에 쓰일 수 있다.

 

3. 이 모든 부위가 사람들이 나에게 끼치는 중죄들로 말미암아 너무나 아픈 것이다.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주는 매우 큰 영예가 되는 까닭은, 의사인 나 자신을 내어 주어 내 상처를 치유하게 하고, 나를 치유한 사랑의 공로도 얹어 주기 때문이다.

 

4.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동안 나는 수많은 연옥 영혼들을 보았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5. “이처럼 숭고한 가르침을 많이도 받고 있으니 여러분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하느님을 치유하는 공로를 얻게 된다는 것 - 이는 다른 모든 공로를 능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영광은 하늘이 땅에서 아득히 높은 것처럼 다른 이들의 영광과 구분된 것입니다. 오, 우리가 이 가르침을 – 우리의 고통이 하느님을 치유하는 데에 소용될 수 있다는 이 가르침을 받았다면, 지금 누리지 못하는 넉넉한 부를 얻었을 것입니다.

 

7권-48,  단순한 영혼의 미점

1906년 10월 3일

 

1.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있노라니 복되신 예수님께서 잠깐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단순함은, 밖으로 넘쳐흘러 널리 퍼질 정도로 영혼을 은총으로 가득 채운다. 그러니까 영혼이 은총을 자기 안에 억지로 가두어 두려고 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3. 사실, 성령께서 지극히 단순하시기에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도처로 퍼져 나가시는 것과 같이, 단순함이라는 덕을 지닌 영혼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 안에 은총을 퍼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7권-49,  하느님 사랑의 불을 붙여 지속시키는 입김

1906년 10월 4일

 

1. 누구라도 찾아오면 한 두 마디 외에는 가급적 말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뒤여서 이를 어기면 어쩌나 싶어 신경이 쓰이는데다가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시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분께서 오시지 않는 것은 내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떻게 표현할 길 없는 극심한 영적 고통을 느꼈다. 그분께서 오시지 않음은 언제나 혹독한 고통을 느꼈다. 그분께서 오시지 않음은 언제나 혹독한 고통이지만, 자신의 어떤 잘못이 그 부재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생각은 인간을 미치게 하고 단방에 죽일 정도로 심한 괴로움이 되는 것이었다.

 

2. 그렇게 한참 부대끼고 났을 무렵 그분께서 오셔서 내게 세 번 손을 대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아버지의 권능나의 지혜성령의 사랑으로 내가 너를 새롭게 하노라.

 

3. 이 말씀을 하실 때의 내 느낌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뒤 그분께서는 나의 내부에서 가시관을 쓰신 머리로 내 심장을 베고 드러누우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여 말씀하셨다.

 

4. 올바르게 행하는 일은 하느님의 사랑이 영혼 안에 늘 불붙어 있게 한다. 반면에 올바르지 않게 행하는 일은 그 불을 계속 꺼 버린다. 비록 이것이 불을 붙여 두려고 애쓴다고 하더라도 자애심의 입김이 훅 불어 꺼 버리는가 하면, 어떤 때는 인간적인 체면의 입김이, 어떤때는 자존심의 입김이, 또 어떤 때는 남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욕구의 입김이..... 요컨대 여러 가지 입김이 늘 불을 꺼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올바르게 행하는 일과 더불어 영혼 안에 이 하느님의 불을 붙여 두는 것 여러 가지 입김이 아니다. 하나의 지속적인 입김 - 오직 하느님의 전능하신 입김뿐이다.”

 

7권-50,  영혼의 주인

1906년 10월 5일

 

1. 평소와 다름없이 있다가 보니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가 있었는데 아기 예수님과 함께 있었다. 그분께서 이번에는 놀이를 하고 싶으신 듯 내 가슴에 몸을 바싹 붙이고 내 팔에 안겨 계시면서 사랑에 찬 눈길로 나를 보시다가 어떤 때는 꽉 껴안고 어떤 때는 마구 밀어내며 그분의 작은 머리로 나를 치는 시늉을 하였다.

 

2. 또는 너무나 세게 입을 맞추시는 품이 나를 당신 안에 가두어 당신과 똑같이 만드시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분께서 그런 동작을 반복하시는 동안 나는 몹시 아팠다. 어찌나 아픈지 기절할 지경이었다.

 

3. 그러나 내가 그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시면서도 그분은 개의치 않으셨다. 오히려 고통스러워하는 나의 얼굴을 보시면 - 왜냐하면 나로서는 감히 어떤 말도 입 밖에 낼 수 없었으니까 - 동작을 더 세게 하여 더 아프게 하시는 것이었다. 한데, 그런 식으로 당신의 감정을 발산하시고 나서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는 너의 주인이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너를 대할 수 있다. 네가 나의 것인 이상 이제는 네가 너 자신의 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 두어라. 그러니까 뜻대로 뭔가를 하면, 그것이 설령 하나의 생각, 하나의 욕망, 한 번의 심장 박동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한테서 도둑질을 하는 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5. 그 순간 나는 고해사제를 보았다. 건강이 별로 좋지 않은 그는 자기의 고통이라는 짐을 내게 부리고 싶어하는 기색이었다. 그러자 그분께서 손으로 급히 사제를 밀어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6. “나부터 먼저 내 고통을 내려놓아야 하겠다. 많은 고통을 짊어지고 있으니까. 너는 그 다음에 그렇게 하여라.”

 

7. 그분은 그러시면서 내 입을 가까이로 끌어당기시더니 매우 쓴 액체를 쏟아 넣으셨다. 그 뒤 나는, 그분의 작은 손으로 고해사제를 어루만져 건강을 회복하게 해 주시기를 빌면서 그분께 그를 맡겼다. 그분은 (그렇게 해 주시겠다는 뜻으로) 사제에게 손을 대시며 “응, 그래.” 하셨다. 그리고 모습을 감추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