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2 p543~p554
222. 모딘을 향하여
1945. 7. 18.
야브느엘을 지난 다음 북극성을 바라볼 때 서쪽에서 동쪽을 향하여 산들이 점점 높아지고, 그것들 뒤에는 점점 더 높은 산들이 겹쳐져서 보인다. 유다의 산들의 푸르고 자줏빛인 꼭대기들이 황혼 빛을 받으며 멀리 서 있다. 남쪽 나라들에서처럼 날이 빨리 저물었다. 선홍빛 저녁놀에서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별들의 최초의 반짝임으로 넘어가는데, 불타는 태양이 그토록 갑작스럽게 퇴장하고, 피처럼 붉은 하늘을 붉은 자수정 빛깔의 점점 더 두꺼워지는 베일로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붉은 자수정 빛의 장막은 엷은 보라색이 되었다가 점점 더 투명해지며 환상적인 하늘을 보여준다. 그것은 더 이상 파란빛이 아니고 엷은 초록빛인데, 곧 어두워지며 귀리 새싹의 회청색이 되어, 왕의 외투와도 같이 금강석이 총총 박혀 밤 동안에 주조를 이룰 청람색을 예고한다.
동쪽 하늘에서는 이미 이른 별들이 낫 모양의 상현달과 함께 미소 짓고 있다. 땅은 별빛을 받아 사람들의 침묵 속에서 점점 더 낙원이 되어간다. 지금은 죄지을 줄 모르는 것들이 노래하는 시간이다. 나이팅게일들, 졸졸 흐르는 물, 살랑거리는 나뭇잎들, 귀뚤귀뚤 우는 귀뚜라미들, 이슬을 보고 오보에 소리를 내며 노래하는 두꺼비들이 그것들이다. 아마 저 하늘 높이에서 별들도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천사들과 더 가까이 있으니까. 열기는 풀과 사람들과 짐승들을 기쁘게 해주는 이슬로 축축해진 밤공기 속에서 식어가고 있다!
예수께서는 요한이 가서 데려오는, 야브느엘에서 오는 사도들을 언덕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분께서는 가리옷 사람에게 돈주머니를 주시고, 그것을 어떻게 나누어줄지 지시하시며 그에게 말씀하신다. 그분의 뒤에서는 요한이 숫염소를 데리고 말없이 걷고 있다. 그는 열성당원과 바르톨로메오 사이에 있는데, 그 두 사람은 안드레아와 필립보가 아주 잘 행동했던 야브느엘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좀 더 뒤에서는 다른 모든 사도들이 무리지어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서 걸어가는데, 그들은 필리스티아 지방에서의 모험을 회고하며, 머지않아 오순절에 맞추어 유다로 돌아가는 것에 대하여 드러내놓고 기쁨을 나타낸다.
“우리는 진짜로 곧 유다로 가는 거야?”
뜨거운 모래밭을 걸어 다니느라 몹시 지친 필립보가 묻는다.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어. 자네도 들었지?”
알패오의 야고보가 대답한다.
“내 동생은 분명히 그것을 알 거야. 하지만 그 애는 꿈속에 잠겨있는 것 같아. 요사이 닷새 동안에 선생님과 그 애가 뭘 했는지는 수수께끼야.”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맞아. 나는 그걸 알고 싶어 죽겠어. 야브느엘에서의 그… 호된 시련에 대한 보상으로라도 그걸 알고 싶어. 이 닷새 동안 말썽을 피하기 위해서 우린 말 한 마디, 발걸음 하나, 시선 하나도 조심했었어.”
베드로가 말한다.
“그래도 우리는 잘해냈어. 우린 이제 어떻게 하는 건지 알기 시작했어.”
마태오가 만족스러워하며 말한다.
“정말이지… 난 두세 번 두려움에 떨었어. 그 잘난 시몬의 유다 말이야!… 그 친구는 자제하는 것을 영영 배우지 못하고 말까?”
필립보가 말한다.
“그 사람도 나이 먹으면 배우게 될 거야. 하지만 말하자면 그는 착한 의향으로 그러는 거야. 자네도 그의 말을 들었지?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는 열성으로 그러는 거야…”
안드레아가 가리옷의 유다를 변호하며 말한다.
“그건 빼고 말해! 선생님께서는 선(Goodness)이시고 조심성(Prudence)이시기에 그렇게 말씀하셨어. 하지만 나는 그분께서 그 사람을 칭찬하셨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베드로가 말한다.
“그분께서는 거짓말하지 않으셔.”
타대오가 대꾸한다.
“그건 거짓말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야. 그러나 그분께서는 가장 슬기롭게 대답하시는 법을 알고 계시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는 법을 몰라. 그분께서는 진실을 말씀하시면서도 누구의 마음도 상하게 하지 않으시고, 화나게 하지도 않으시고, 꾸짖지도 않으시지. 역시! 그분께서는 그분이셔!”
베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점점 더 밝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걸어가는 동안에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베드로가 제베대오의 야고보에게 말한다.
“요한을 불러보게. 그가 왜 우리를 피하는지 나는 모르겠어.”
“내가 즉시 자네에게 대답해주지. 그것은 우리가 알아내려고 자기를 귀찮게 할 거라는 것을 그가 알기 때문이야.”
토마스가 말한다.
“맞아! 그리고 그는 가장 조심성 있고, 가장 현명한 두 사람과 함께 있어.”
필립보가 확인한다.
“그래도 해봐. 야고보, 친절을 베풀어주게나.”
베드로가 조른다.
그러자 야고보가 친절을 베풀어 세 번 요한을 부른다. 그는 듣지 못한다. 아니면 듣지 못하는 체 한다. 그 대신 바르톨로메오가 뒤돌아본다. 야고보가 그에게 말한다.
“내 아우에게 이리로 오라고 말하게.”
야고보는 곧 이어 베드로에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애가 우리에게 말해줄 것 같지는 않아.”
요한이 즉시 와서 묻는다.
“무슨 일이야?”
“우리가 여기서 유다로 직행할 건지 우리는 알고 싶어.”
그의 형이 대답한다.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분께서는 에크론에서부터 뒤돌아가려고 하시지 않으셨어. 그래서 내가 가서 자네들을 데려온 거야.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이 마지막 언덕까지 오시는 길을 택하셨어… 여기서도 유다로 갈 수는 있지.”
“모딘을 거쳐서?”
“모딘을 거쳐서.”
“그건 안전하지 않은 길이야. 거기서는 악당들이 대상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에게 기습한단 말이야.”
토마스가 반대한다.
“오!… 그분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그분께 맞설 수 없어!”
요한은 아무도 모르는 추억에 사로잡혀 미소 지으며 하늘을 쳐다본다.
모두가 그를 쳐다본다. 베드로가 말한다.
“나에게 말해봐, 자네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자네는 지금 별이 총총 박힌 하늘에서 어떤 복된 이야기를 읽고 있나보구먼?”
“내가? 아니야…”
“그만해둬! 자네가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건 돌들도 알고 있다네. 나에게 말해봐. 에크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아무 일도 없었어, 시몬. 난 자네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어.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행복하지 않을 거야.”
“불쾌한 일 말고, 오히려 그 반대로!… 자자! 다 털어놔!”
“하지만 그분께서 이미 자네들에게 말씀해주신 것에 내가 덧붙일 것은 전혀 없어. 그들은 기적에 놀란 사람들처럼 친절했어. 그뿐이야. 그분께서 말씀하신 것과 정확히 똑같아.”
“아니야.”
베드로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아니야, 자네는 거짓말할 줄을 몰라. 자넨 샘물처럼 맑아. 아니야, 자네의 얼굴빛이 변했어. 난 자네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알고 있어. 자네는 절대로 거짓말할 줄을 모를 거야. 마음으로도, 생각으로도, 혀로도 할 수 없고, 얼굴빛이 변하기 때문에 피부로도 할 수 없을 거야. 그래서 내가 자네를 이토록 좋아하는 거야.
나는 항상 자네를 사랑해왔어. 자, 나이 먹은 자네의 오랜 친구 요나의 시몬에게 가까이 오게. 자네는 어리고 나는 이미 어른이 되었을 때를 기억하나? 내가 자넬 얼마나 귀여워했어? 자네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고, 자네가 말한 대로 자네를 멀리 데려다줄 ‘결코 파선하지 않을’ 작은 코르크 배들을 만들어달라고 했어…
자네는 지금도 멀리 가려고 하면서 불쌍한 시몬은 바닷가에 그대로 내버려두는구먼. 자네의 작은 배는 결코 파선하지 않을 거야. 그 작은 배는 자네가 어릴 적에 벳사이다에서 강에 띄워 강에서 호수로 흘러 내려가 가고 또 갔던 그 작은 배들처럼 꽃들을 가득 싣고 가고 있어… 자네는 기억하나? 요한, 나는 자네를 사랑하네. 우리 모두가 자네를 사랑해.
자네는 우리의 돛이야 자네는 또한 파선하지 않는 우리 배야. 우리는 자네의 항적을 따라 항해해가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왜 에크론에서의 기적에 대해서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나?”
베드로는 한 팔로 요한의 허리를 껴안은 채 말한다. 그러나 요한은 질문을 피하려고 애쓰며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우두머리인 자네는 왜 지금 나에게 말하는 것과 똑같은 설득력을 가지고 군중에게 말하지 않나? 내가 아니라 군중이 설득될 필요가 있어.”
“왜냐하면 나는 자네와 애기하면 내 마음이 더 편하니까 그래. 나는 자네를 사랑하지만, 그들을 알지 못해.”
베드로가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럼 자네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 거야. 그게 자네의 잘못이야. 설사 자네가 그들을 알지 못한다 해도 그들을 사랑하게. 이렇게 생각해. ‘이 사람들은 우리 아버지의 자녀들이다.’ 그렇게 하면 자네는 그들을 아는 것처럼 느껴질 거고, 따라서 그들을 사랑하게 될 거야. 자네는 그들 안에서 수많은 요한들을 보게 될 거야…”
“말하기는 쉽지! 마치 독사들과 고슴도치들을 내 영원한 어린이인 자네와 바꿀 수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야.”
“오 아니야! 나도 모든 사람들과 비슷해.”
“아니다, 요한아. 너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지 않다. 우리는 아마 바르톨로메오와 안드레아와 열성당원을 빼놓고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행복하게 되었는지를 모든 사람에게 말했을 것이다. 너는 말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네 형인 나에게는 말해주어야 한다. 나는 너에게 아버지와 같으니까.”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하느님께서 내 아버지시고, 예수께서 내 형님이시고, 마리아께서 내 어머니셔…”
“그럼 피는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냐?”
야고보가 화내며 외친다.
“화내지 마. 나는 나를 만든 피와 모태인 내 부모를 축복하고 같은 피를 나눈 내 형도 축복해. 그 까닭은 그분들이 나를 낳고 길러주셔서 선생님을 따를 수 있게 해주셨기 때문이고, 형은 그분을 따르기 때문이야. 내 어머니가 제자가 되신 이래 나는 두 가지 방식으로 그분을 사랑해. 아들로서는 살과 피로, 그분의 동료 제자로서는 영혼으로 사랑한다는 말이야. 오! 선생님의 사랑 안에 결합해 있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예수께서는 야고보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으신 다음 돌아오셨는데, 요한의 마지막 말로 상황을 분명히 파악하신다.
“요한을 귀찮게 하지 마라. 그를 괴롭혀봤자 아무 소용없다. 그는 내 어머니를 아주 많이 닮았다. 그래서 그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당신께서 저희에게 말씀해주십시오.”
그들 모두가 간청한다.
“자, 그것은 이렇다. 내가 요한을 데려간 것은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그가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나는 요한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는 완전하게 되었다. 그것이 전부다.”
베드로, 요한의 형 야고보, 토마스, 가리옷 사람은 실망하여 쓴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본다. 가리옷의 유다는 실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당신께서는 왜 그를 완전하게 하십니까? 이 사람은 그렇지 않아도 가장 훌륭한데요.”
예수께서 그에게 대답하신다.
“‘너는 말했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방식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사용한다’고. 나는 내 방식을 가지고 있다. 요한도 자기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내 방식과 아주 비슷하다. 내 방식은 완성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방식은 완성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내가 그를 데려간 것이다. 그 방식과 그런 영혼을 가진 사람이 나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으로 인하여 기분 나빠해서도 안 되고, 호기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
모딘으로 가자. 밤이 청명하고, 시원하고, 맑다. 달이 있는 동안에 걸은 다음 새벽까지 자자. 마카베오 형제들의 무덤에 경의를 표하도록 그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가진 두 유다를 데리고 가겠다.”(1마카 3장 이하)
“저희 두 사람만 당신과 함께 갑니까?”
가리옷 사람이 기뻐하며 말한다.
“아니다. 모두가 함께 간다. 그러나 마카베오 형제의 무덤에 참배하는 것은 너희뿐일 것이다. 너희가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그들을 모방하여 완전히 영적인 전장에서 싸우고 승리하게 하려는 것이다.”
223. 산적들에게 말씀하시다
1945. 7. 19.
그들이 계곡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는 동안에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우리가 가고 있는 목적지에서 말하겠다.”
계곡은 좁고 가파른 돌투성이 길과 함께 산속으로 들어가는데, 길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지평선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보이곤 한다. 마침내 베드로의 말마따나 숫염소나 편하게 느낄 것 같은 아주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어 그들은 깊은 골짜기에 이르러 수량이 풍부한 샘 곁에서 쉬며 식사한다.
거기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도 예수와 사도들처럼 풀밭과 작은 숲 사이에 흩어져서 식사한다. 이곳은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잘 알려진 휴식처임이 틀림없다.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부드러운 풀밭과 풍부한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순례자들, 아마 요르단 강으로 가는 여행자들, 성전에서 쓰일 어린양들을 파는 장사치들, 양떼를 거느리고 있는 목자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을 타고 여행하지만, 대다수는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들이다.
잔치 분위기인 혼인행렬이 있는데, 그것은 방금 도착했다. 소녀티를 갓 면한 신부를 감싸고 있는 베일을 통하여 금과 보석이 반짝인다. 팔찌와 목걸이가 번쩍이는 들러리처럼 보이는 두 명의 부인들과 두 하인 말고도 중매쟁이인 것 같은 남자 한 사람이 동행한다.
그들은 리본과 마구 방울을 단 나귀들을 타고 왔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린 신부를 범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라도 하듯 구석진 곳으로 물러가 음식을 먹는다. 중매쟁이인지, 친척인지 모를 남자는 여자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에 위협적인 자세로 보초를 선다.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이 극도로 커져 간다. 그들은 소금이나 칼이나 한 방울의 식초를 얻는다는 핑계로 이 사람 또는 저 사람을 찾아가서 신부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그밖에 그와 비슷한 많은 일들을 알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
실제로 신부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질 좋은 포도주를 부어주며 부추기는 바람에 자기가 아는 것을 모두 이야기하는 것을 대단히 만족스러워한다. 심지어 두 집안의 비밀스러운 세부사항들이 신부가 거기 있는 궤들에 넣어가지고 가는 혼수와 신랑 집에서 신부를 기다리는 재산 등등의 정보와 함께 폭로된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신부가 야포의 부유한 상인의 딸이고, 예루살렘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에게 시집가며, 신랑은 신부의 도착이 임박하였으므로 신혼살림을 할 집을 꾸미려고 신부보다 먼저 갔고, 신부를 호송하는 남자는 신랑의 친구로서 금강석과 보석들을 취급하는 상인인 아브라함의 아들이고, 신랑은 금은세공사이며, 신부의 아버지는 모직물, 면직물, 양탄자, 커튼 등등을 취급하는 상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수다쟁이가 사도들의 무리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토마스가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말한다.
“신랑은 레위의 나타나엘이 아니오?”
“예, 그 사람이오. 당신은 그를 아시오?”
“저는 그의 아버지를 잘 알아요. 제가 그의 아버지와 거래했기 때문이지요. 저는 나타나엘과는 그만큼 친숙하지 않고요. 아주 부유한 집안끼리의 혼사로군요!”
“그리고 신부는 행복해요. 그녀는 황금을 뒤집어쓰고 있어요. 신부의 어머니의 친척이고 신랑의 친구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은 그것으로 자신을 과시했고, 신랑과 신랑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어요. 저 궤들 속에 들어 있는 내용물은 금 여러 탈렌트의 값어치가 있다고 해요.”
“대단하군!”
베드로가 감탄하며 휘파람으로 한 곡을 뽑는다. 그 다음에 그가 말한다.
“어디 중심 보물이 나머지와 어울리는지 내가 가서 자세히 봐야지.”
베드로는 토마스와 함께 일어나 잠시 가서 혼인행렬의 주위를 한 바퀴 돈다. 그들은 옷과 베일의 세 무더기라 할 수 있는 세 여인을 자세히 살펴보는데, 보석으로 뒤덮인 손들과 손목들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고, 베일을 통하여 보석들로 번쩍거리는 귀와 목이 보인다. 그들은 또한 거만한 중매쟁이도 살펴보는데, 그가 어찌나 허세를 부리는지 그는 마치 처녀를 공격하는 해적들이라도 물리치는 것 같다. 그는 두 사도도 노려본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에게 디디모라고 하는 토마스의 이름으로 레위의 나타나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하여 평화가 회복되었는데, 이번에는 지나치게 잘 회복되어 이들이 대화하고 있는 동안 신부가 찬사를 받기 위하여 일어나는데, 겉옷과 베일이 떨어져내려 우상을 꾸며놓은 것 같은 자신의 부유함을 보여주는 자기의 육체와 의상의 모든 우아함을 과시한다.
그녀는 기껏해야 열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데, 그녀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다. 그녀는 두 부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양을 낸다. 댕기머리에서 핀을 뺐다가 값비싼 머리핀을 사용하여 다시 고정시키고, 보석들이 박혀 있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발 모양의 샌들을 벗었다가 다시 신은 다음 금 버클로 조이고, 그러는 동안 아름다운 검은 머리카락, 아름다운 손과 나긋나긋한 팔, 가는 허리, 잘 발달한 가슴과 둔부, 나무랄 데 없는 발, 황혼의 햇빛이나 막 피워 놓은 불빛에 반짝이는, 짤랑거리는 모든 보석들을 보여준다.
베드로와 토마스는 돌아온다. 토마스가 말한다.
“저 여자는 아름다운 소녀야.”
“그녀는 완벽한 요부야. 아마도… 하지만 자네의 친구 나타나엘은 자기가 금을 다루려고 달구고 있는 동안에 자기의 침대를 덥혀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걸세. 그런데 그의 친구는 더할 수 없는 얼간이야. 신랑은 자기의 신부를 적임자의 손에 맡겼어!”
베드로는 동료들 곁에 앉으며 결론짓는다.
“나는 저기 있는 다른 얼간이에게 말하라고 부추기던 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르톨로메오가 투덜거린다.
“그 사람은 자기가 알고 싶어 했던 것을 다 듣자 산으로 올라갔어… 여긴 위험한 곳이야. 날씨는 산적들이 습격하기에 딱 좋고. 달빛이 있는 밤에다 사람들은 더위로 지쳐빠지고. 나무들은 잎이 무성하고 말이야. 흠!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길을 가는 편이 나았을 거야.”
“게다가 그 천치는 그 많은 재물에 대하여 말했어. 용사인 체하고 그림자들이나 감시하지 진짜 인간들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천치는 어떻고… 자, 나는 불을 지키겠어. 누가 나와 함께 가겠나?”
베드로가 묻는다.
“나 시몬.”
열성당원이 대답한다.
“나는 졸지 않고 갈 수 있어.”
많은 사람들, 특히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나서 떠난다. 양떼를 데리고 있는 목자들, 혼인행렬, 사도들의 집단과 어린양 장사치 세 사람이 남아 있는데, 이 사람들은 이미 자고 있다. 신부도 하인들이 쳐놓은 아래에서 부인들과 함께 자고 있다.
사도들이 잘 자리를 찾고 있는 동안에 예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외딴 곳으로 가신다. 목자들은 양떼가 있는 공터 한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운다. 베드로와 시몬은 바르톨로메오에게 의심을 불러일으킨 사람이 사라진 절벽 오솔길에 모닥불을 하나 더 피워놓는다.
시간이 흘러간다. 코를 골고 있지 않는 사람도 꾸벅꾸벅 존다. 예수께서는 기도하신다. 적막함이 감돈다. 달빛마저 고요하다. 달은 이미 중천에 더 있고, 공터에는 모닥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지만 가장자리는 무성한 나뭇잎으로 그늘져 있다.
덩치 큰 목양견(牧羊犬)이 으르렁거린다. 목자 한 사람이 머리를 든다. 개는 등의 털이 곤두선 채 일어나 경계지점을 주시한다. 개는 긴장감으로 인하여 몸을 떨기까지 하고 점점 더 큰 소리로 으르렁거린다. 시몬도 고개를 들고, 졸고 있는 베드로를 흔든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숲 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온다.
“선생님께 가서 그분을 이리로 모셔오세”
두 사도가 말한다. 그와 동시에 목자도 그의 동료들을 깨운다. 그들 모두가 소리를 내지 않고 귀를 기울인다. 예수께서도 사도들이 부르러 가기 전에 이미 일어나 두 사도에게 가고 계신다. 그들은 자기들의 동료들 즉 목자들 가까이에 모인다. 목양견은 점점 더 흥분한다.
“자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소리 내지 말고 이리로 오라고 일러라. 특히 여자들과 궤들을 지키고 있는 하인들에게 말해라. 아마 주위에 산적들이 있는 모양이라고 그들에게 말해라. 그러나 여자들에게는 말하지 말고, 남자들에게만 말해라.”
사도들은 선생님께 순종하여 사방으로 흩어진다. 예수께서 목자들에게 말씀하신다.
“불에 나무를 많이 집어넣어 환해지게 하시오.”
목자들도 순종한다. 그들이 불안해하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당신들은 양털 한 뭉치도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
상인들이 와서 중얼거린다.
“오! 우리가 장사해서 남긴 돈을!”
그들은 세상에서 도둑을 소탕해버리지 못하는 로마와 유다인 통치자들에 대한 긴 욕설을 늘어놓는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당신들은 동전 한 푼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그들을 위로하시며 말씀하신다.
여자들이 울면서 도착하는데, 그들은 겁에 질려 있다. 그 용감한 중매쟁이가 겁을 집어먹고 벌벌 떨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겁먹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을 거예요! 산적들이 우리를 죽일 거예요.”
“안심하시오. 아무도 당신들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오. 그들은 심지어 당신들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여인들을 위로하시고, 그들을 사람들과 겁먹은 짐승들의 작은 떼 한가운데로 데려가신다.
나귀들이 울고, 개가 으르렁거리고, 양들이 울고, 여자들은 흐느끼고, 남자들은 저주를 퍼붓거나 여자들보다 더 넋이 나가 있다. 공포로 인한 진짜 불협화음이다.
예수께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시다. 이 소란으로 인하여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나뭇가지들이 꺾이는 소리와 돌들이 굴러 내려가는 소리로 다가오는 산적들이 숲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용히 하시오!”
예수께서 명하신다. 그분께서 어찌나 엄하게 명하시는지 모든 것이 조용해진다.
예수께서는 원래 계시던 자리를 벗어나 공터 끝에 있는 나무로 가신다. 예수께서 나무를 등진 채 말씀을 시작하신다.
“황금에 대한 악한 욕망은 사람들을 비열한 감정으로 이끌어갑니다. 사람은 다른 어떤 것보다 황금에 대한 욕망으로 자기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이 금속이 사람을 홀리는 그 무익한 광채로 얼마나 많은 악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하여 숙고하시오.
나는 그것이 지옥의 공기가 같은 색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죄인이 된 이래 황금의 본질은 참으로 지옥 같아졌습니다. 창조주께서는 그분의 뜻으로 만드신 땅이라는 이 거대한 청금석(靑金石) 속에 그것을 남겨두셔서 소금과 함께 사람에게 유익하게 되고, 성전을 꾸미는 데 쓰이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사탄은 하와의 눈에 입 맞추고 사람의 자아를 물어뜯어 죄 없는 그 금속에 마술의 맛을 부여했습니다. 그때부터 사람은 황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죄짓습니다. 여자는 황금으로 인하여 요부가 되고, 육체의 죄로 끌려갑니다. 남자는 황금으로 인하여 도둑, 횡령자, 살인자가 되고, 이웃과 자기 자신의 영혼에 대하여 무자비한 사람이 되고, 덧없는 물건을 따라가느라 자기 자신의 영혼에게서 참다운 유산을 박탈하고, 자기가 죽을 때는 버려야 할 번쩍거리는 비늘 같은 것 몇 조각을 위하여 자기의 영혼에게서 영원한 보물을 빼앗아갑니다.
황금으로 인하여 다소간 가볍거나 중한 죄를 짓는 당신들, 당신들이 죄를 지으면 지을수록 당신들의 어머니와 선생님들이 당신들에게 가르쳐준 것, 즉 사는 동안에 행한 것에 대하여 상과 벌이 있다는 것을 더 비웃게 되는 당신들, 당신들은 도대체 그 죄 때문에 하느님의 보호와 영원한 생명과 기쁨을 잃고, 마음속에 가책과 저주를 가지게 되고, 당신들이 마땅히 가져야 하지만 가지고 있지 않은 하느님의 처벌에 비하여 아무것도 아닌 인간의 처벌에 대한 공포가 당신들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당신들의 비행이 중죄와 합쳐진다면, 그 때문에 당신들이 무서운 최후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합니까?
당신들이 황금으로 인하여 저지른 잘못이 피를 흘리게 하지는 않았다 해도, 당신들의 인색함으로 인하여 굶주리는 사람들을 도와주기를 거부하고, 지위와 돈을 훔치고, 당신들의 인색함으로 인하여 저울눈을 속임으로써 당신들의 이웃에 대하여 가져야 할 사랑과 존경의 계율을 업신여겼기에 무서운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영원한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무서운 최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당신들은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당신들은 그 모든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말합니다. ‘그건 모두 한가한 이야기야! 나는 그 한가한 이야기들을 무거운 내 황금으로 짓이겨버렸어. 그래서 그것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러나 그것은 한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진리입니다.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말하지 마시오. 아닙니다. 그것은 시작입니다. 내세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도 없고, 당신들이 세상에서 살았던 과거에 대한 기억도 없고, 하느님께 대한 갈망도 없는 심연이 아닙니다. 그것은 구세주에 의한 해방을 기다리는 기간일 것입니다.
내세는 의인들에게는 복된 기다림이고, 속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내하는 기다림이고, 단죄 받은 사람들에게는 소름끼치는 기다림입니다. 첫 번째 사람들은 고성소(Limbo)에서, 두 번째 사람들은 연옥(Purgatory)에서, 세 번째 사람들은 지옥(Hell)에서 기다릴 것입니다. 첫 번째 사람들에게는 구세주를 따라 하늘에 들어감과 동시에 기다림이 끝날 것이고, 두 번째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139)구세주의 십자가 제헌) 후에는 그 기다림이 더 큰 소망으로 위로받을 터이지만, 세 번째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저주의 무서운 확실성이 확정될 것입니다. 죄인인 당신들이여, 그것을 생각하시오. 뉘우치는 것은 결코 너무 늦는 법이 없습니다(It is never too late to repent). 당신들에게 불리하게 하늘에서 쓰이고 있는 판결을 참된 뉘우침으로 바꾸시오. 저승(Sheol)이 당신들에게는 지옥이 되지 않고 속죄하는 기다림이 되게, 당신 자신들의 의지로 인하여 적어도 그것이라도 되게 하시오. 그것이 어둠(darkness)이 아니라 어스름(twilight)이 되게, 고통(torture)이 아니라 향수(nostalgia)가 되게, 절망(despair)이 아니라 희망(hope)이 되게 하시오.
가시오. 하느님과 싸우려고 애쓰지 마시오. 하느님께서는 강하시고 인자하십니다. 당신들의 부모의 이름을 모욕하지 마시오. 이 샘의 탄식을 들으시오. 그것은 당신들이 살인자라는 것을 알고, 당신들의 어머니들의 가슴을 찢어놓은 탄식과 같은 것이오. 저 계곡에서 부는 바람의 울부짖음을 들으시오. 그것은 위협하고 저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들의 아버지가 당신들이 살아가는 삶을 저주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당신들의 마음속에서 부르짖고 있는 가책에 귀 기울이시오. 땅에서는 얼마 안 되는 것들로, 하늘에서는 모든 것으로 평화롭게 만족할 수 있는데, 당신들은 왜 고통당하기를 원합니까? 당신들의 영혼에게 평화를 주시오! 마치 당신들이 같은 수의 맹수들인 것처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시오! 불쌍한 사람들인 당신 자신들에게 평화를 주시오!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고, 당신들의 입에서 독이 든 음식을 뱉어버리고, 형제들의 피가 철철 흐르는 당신들의 손을 깨끗이 씻고, 당신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시오.
나는 당신들에게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당신들을 미워하고 무서워한다 해도, 나는 당신들을 미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나는 당신들에게 손을 내밀고 말합니다. ‘일어나시오. 오시오. 사람들 가운데서 온순해지고, 사람들 가운데서 사람들이 되시오.’
나는 당신들을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나는 여기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말하겠습니다. ‘돌아가 쉬시오. 가엾은 형제들에게 악의를 품지 말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시오. 나는 여기 남아 그들을 사랑의 눈으로 보겠습니다.
내가 단언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난폭한 사람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참된 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능력 있는 힘, 하느님이신 힘인 사랑(Love)께서는 찬미 받으시기를.’”
예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지금 여러분은 돌아가셔도 됩니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저곳에는 더 이상 악인들이 없고, 울고 있는 당황한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우는 사람은 해치지 않습니다. 나는 저 사람들이 지금 그대로 남아 있기를 하느님께 바랍니다. 그것은 그들의 구속일 것입니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 > 3권 공생활 둘째해(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사시 3권 p562~p573 [225. 벳자타 못의 마비환자] (0) | 2025.05.09 |
---|---|
하사시 3권 p554~p561 [224. 베텔 도착] (0) | 2025.05.08 |
하사시3권 528~p543 [220. 막달가드에서 이교도의 우상을 잿더미로 만드시다. 221. 야브느엘로 가시며 사도들을 가르치시다] (0) | 2025.05.06 |
하사시 3권 p519~p528 [219. 아스클론에서의 가르침] (0) | 2025.05.03 |
하사시 3권 p507~p519[218. 아스클론 도착] (1) | 2025.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