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1권 복음준비 155p ~165p
※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나눕니다.
27. 호구조사령
1944. 6. 4.
나는 다시 나자렛의 집, 보통 마리아가 식사하는 작은 방을 본다. 지금 그녀는 흰 아마포 천위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등불을 켜려고 일감을 내려놓는다. 왜냐하면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 그녀는 더 이상 과수원 쪽으로 반쯤 열린 문을 통하여 들어오는 푸르스름한 빛 안에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문을 닫는다.
지금 마리아의 배는 많이 불러 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매우 아름답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항상 경쾌하고, 그녀의 몸놀림들은 우아하다. 곧 해산할 여자에게서 대체로 볼 수 있는 둔중하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들이 전혀 없고, 그녀의 얼굴만이 변해 있다. 지금 그녀는 ‘여인’이다. 전에 성모영보 때 그녀는 한 어린이의 평온하고 순진무구한 얼굴을 가진 어린 처녀였다. 나중에 엘리사벳의 집에서 세례자가 태어났을 때 그녀의 얼굴은 더 세련되어졌고, 더 우아하게 성숙했다. 지금 그것은 평온하지만, 모성 안에서 완전에 이른 한 여인의 다정하고 위엄 있는 얼굴이다.
신부님, 그분께서는 더 이상 당신이 좋아하시는 피렌체의 ‘성모영보’의 성모를 닮아 있지 않습니다. 그분이 소녀였을 때 저는 닮은 점을 보았습니다. 그분의 얼굴은 지금 더 길고, 더 갸름하며, 그분의 두 눈은 생각에 잠기고, 커졌습니다. 요컨대 그것은 지금 천국에 계시는 마리아의 얼굴과 비슷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얼굴과 나이는 구세주께서 태어나실 때와 같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젊음은 죽음의 부패를 모를 뿐만 아니라 나이 들어가며 시드는 것도 경험하지 않은 영원한 젊음입니다.
시간은 우리의 여왕이시자 시간을 창조하신 주님의 어머니를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수난의 시간, 그분의 고통의 때에―그것은 오래 전에 시작된 그분의 고통인데, 저는 예수께서 전도하시기 시작하셨을 때부터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그분께서는 늙어 보이셨는데, 그런 노화는 그분의 부패할 수 없는 인성을 덮는 베일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분께서 예수께서 부활하신 것을 보셨던 순간부터 그분께서는 그러한 고통 이전에 그분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신선하고 완전한 피조물이 되십니다. 마치 그분께서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상처들에 입맞춤으로써 시간의 작용을 취소하고, 훨씬 더 나아가 고통의 작용마저도 취소하는 젊음의 향유를 마셨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8일 전에 제가 성령강림주일에 성령께서 강림하시는 것을 보았을 때 마리아께서는 아름다우셨고 지극히 아름다우셨으며, 과거에 제가 기록했을 때보다 갑자기 더 젊어 보이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마치 푸른 천사처럼 보이셨습니다. 천사들은 늙지 않습니다. 그들은 영원히 아름답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의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선물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푸른 천사 마리아의 천사와 같은 젊음은 지금 완전해졌는데, 그것은 온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방에서나, 증인으로서 오로지 한 대천사의 참관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성령께서 모든 이들 앞에서 혼인반지로 그분을 꾸미시고 그분께 관 씌우실 때 그분께서 하늘로 가져가시고 영광스럽게 되신 그분의 몸 안에 영원히 간직하실 그분의 젊음은 완전한 나이에 이릅니다.
저는 이 여담을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말하기를 원했습니다. 지금 저는 원래의 묘사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렇게 마리아는 지금 참으로 위엄과 은총이 가득한 ‘여인’이다. 그녀의 미소도 상냥함 안에서 위엄을 획득했다. 그녀는 참으로 아름답다!
요셉이 들어온다. 그가 작업장으로부터 들어오지 않고 바깥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 그는 마을에서 오고 있는 것 같다. 마리아는 고개를 들고 그에게 미소 짓는다. 요셉도 미소 짓는다. 그러나 그에게 걱정거리가 있는 것처럼 그의 미소는 억지로 꾸며진 것처럼 보인다. 마리아는 의아해하며 그를 쳐다보고 나서 일어나 요셉이 벗고 있는 겉옷을 받아 그것을 개켜 궤 위에 놓는다.
그가 식탁에 앉는다. 그는 식탁에 팔꿈치 하나를 올려놓고 머리를 그 위에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는 자기의 수염을 가다듬다가 헝클어뜨리기를 반복하며 생각에 골몰해 있다.
“당신에게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마리아가 묻는다.
“마리아, 당신은 항상 나를 위로해주오. 그러나 이번에 나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소… 그것은 당신과 관련된 것이오.”
“요셉, 저와 관련이 있다고요? 그것이 무엇인데요?”
“그들이 회당 문에 포고령을 붙여놓았소. 그것은 팔레스티나 전주민의 호구조사를 명하는 것이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자기의 조상들의 땅에 가서 등록해야 하오. 우리는 베들레헴으로 가야 하오…”
“오!”
마리아는 자기의 가슴에 한 손을 얹고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감탄한다.
“이것은 충격이오, 그렇지 않소? 그리고 슬픈 소식이오. 나도 아오!”
“아니에요, 요셉. 그것이 아니에요. 저는… 성경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어요… 벤야민의 어머니이고, 야곱의 아내이며, 그녀로부터 구세주라는 별이 태어나게 될 라헬에 대해서요. 베들레헴에 묻힌 라헬에 대해서 말이에요. 베들레헴에 대하여 이렇게 쓰여 있어요. ‘그러나너, 베들레헴 에프라타여, 너는 유다의 씨족들 중 가장 작다마는, 너에게서 영도자가 나올 것이다.’(미카5,1) 다윗의 집에 약속된 영도자 말이에요. 그는 그곳에서 태어날 거예요…”
“당신은… 당신은 지금이 이미 그때라고 생각하는 거요?… 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요셉은 완전히 실의에 잠겨 있다. 그는 동정의 시선으로 마리아를 쳐다본다.
그녀는 이것을 알아차리고 미소 짓는다. 그러나 그녀는 요셉에게보다는 자신에게 미소 짓는 것이다. 그것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은 미소이다.
‘그는 사람, 의인이지만 사람이다. 그는 사물들을 인간으로서 보고, 인간으로서 생각한다. 오, 내 영혼아, 그를 불쌍히 여기고, 그가 한 영혼으로서 보도록 그를 이끌어주어라.’
그러나 그녀의 친절함은 그녀로 하여금 그를 안심시키도록 이끈다. 그녀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단지 그녀는 그의 걱정을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요셉, 저는 모르겠어요. 제 때는 아주 임박했어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에게 이 걱정을 완화시켜주시려고 그 때를 늦추실 수 있지 않겠어요?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어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하지만 여행이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봐요. 우리는 마땅한 숙소들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제때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만일… 만일 당신이 거기서 아기를 낳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게 될까? 우리에게는 거기 집도 없고… 우리는 더 이상 아무도 알지 못하는데…”
“두려워하지 마세요, 모든 것이 순조로울 거예요. 하느님께서는 새끼를 낳으려 하는 짐승에게도 은신처를 찾아주세요. 당신은 그분께서 그분의 메시아를 위하여 은신처를 발견하지 못하실 거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항상 그분을 믿어요. 그렇죠? 시련이 클수록 우리는 그분을 더 신뢰해요. 우리는 두 어린이들처럼 우리의 손을 그분의 아버지다운 손 안에 둡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인도자십니다. 우리는 전적으로 그분께 의지합니다. 그분께서 지금까지 얼마나 우리를 사랑으로 인도하셨는지 생각해보세요. 아버지들 중 가장 착한 아버지라도 더 큰 사랑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그분의 자녀들이고, 그분의 종들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뜻을 완수합니다.
우리에게 어떤 불행도 닥쳐올 수 없어요. 이 포고령도 그분의 뜻이에요. 도대체 카이사르가 무엇입니까? 그는 하느님의 두 손에 들려 있는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아버지께서 사람을 용서해주시기로 결정하셨을 때부터 그분께서는 그분의 그리스도께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도록 미리부터 사건들을 미리 안배해놓으셨어요. 유다에서 가장 작은 고을인 베들레헴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는데도, 그 영광은 이미 정해졌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여기서 아주 먼 곳에서 한 권력자가 일어났어요. 그는 우리를 정복했고, 세상이 평화를 누리고 있는 지금 자기의 모든 신민들을 알기를 원해요… 그리하여 베들레헴의 영광이 성취되고, 하느님의 말씀이 거짓되지 않게 될 수 있게 되었어요. 만일 메시아께서 다른 곳에서 태어나신다면, 그것은 거짓이 될 거예요.
오! 요셉, 만일 우리가 이 평화의 순간의 아름다움을 숙고한다면, 우리의 작은 문제 따위가 무엇이겠어요? 요셉, 이것을 생각하세요. 세상에 증오가 없는 한 때! 그 빛은 신성하고(divine), 그 영향은 구속(redemption)인 ‘별(the Star)’이뜨기에 이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있을 수 있어요?
오! 요셉, 두려워하지 마세요. 만일 길들이 안전하지 않다면, 만일 군중들이 여행을 어렵게 만든다면, 천사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줄 거예요. 우리가 아니라 그들의 왕을요. 만일 우리가 숙소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천사들의 날개들이 우리의 천막들이 되어줄 거예요. 어떤 불행도 우리에게 닥치지 않을 거예요. 그럴 수 없을 거예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니까요.”
요셉은 기쁘게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는다. 그의 이마의 주름들이 펴진다. 그는 더 이상 피로해하거나 염려하지 않으며 일어선다.
“내 영혼의 태양이여, 당신은 복되오! 당신은 모든 것을 당신 안에 가득한 은총을 통하여 보니 복되오! 그럼 시간을 낭비하지 맙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떠나야 하고, 가능한 한 빨리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오. 왜냐하면 여기 그…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오.”
“우리 아들을 위해서지요, 요셉. 그는 세상의 눈에 그렇게 보여야 해요. 그것을 기억하세요. 아버지께서는 그의 강생을 신비의 베일로 둘러싸셨어요. 그러니 우리는 그 베일을 들추면 안돼요. 예수는 자기의 때가 되면 그것을 할 것입니다…”
마리아가 ‘예수’라고 말할 때 그녀의 얼굴, 시선, 표정, 목소리의 아름다움은 묘사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황홀이다.
환상은 이 황홀로 끝난다.
마리아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많은 말을 덧붙이지 않겠다. 왜냐하면 내 말들은 이미 하나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에 대하여 아내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를 원한다. 그 사랑을 가지지 못한 여인들의 잘못으로 너무 많은 결혼들이 파경에 이른다. 자신들의 남편에 대한 친절, 동정, 위로 따위의 모든 것인 그 사랑 말이다. 여자들에게 무겁게 지워진 육체적인 고통의 짐이 남자들에게는 지워져 있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모든 정신적인(moral) 걱정들이 지워져 있다. 일할 필요들, 해야 할 결정들, 당국과 자기 자신의 가족 앞에서의 책임들 따위가…
오!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남자를 짓누르느냐! 그리고 그 역시 얼마나 많은 위로를 필요로 하느냐! 그러나 여자들의 이기심이 너무 커서 그녀는 피로하고, 실망하고, 걱정하는 자기의 남편에게 무익하고, 때로는 불공정한 불평의 짐을 보태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은 자기의 감각들과 물질적 필요에 대한 충족이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감각들과 유용성을 넘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족시켜주는 것이며, 그가 항상 희망과 평화의 하늘들 안에서 자기의 양 날개를 활짝 펴고 있을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그에게 필요한 도움을 그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너희의 주의를 끌기를 바라는 다른 한 점이 더 있다. 이미 그것에 대하여 말했지만, 나는 다시 그것을 강조하기를 원한다. 그것은 하느님에 대한 신뢰이다.
신뢰는 그 안에 향주덕들(向主德, theological virtues)을 함축한다. 신뢰하는 사람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신뢰하는 사람은 바란다. 신뢰하는 사람은 사랑한다. 우리가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에게 바라고, 그를 믿을 때 우리는 신뢰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신뢰를 받으실 자격을 가지고 계신다. 만일 우리가 우리의 신뢰를 저버릴 수도 있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신뢰한다면, 왜 결코 저버리실 수 없는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겠느냐?
신뢰는 겸손이기도 하다. 교만한 사람은 말한다.
‘나는 나 혼자서 그것을 할 것이다. 그는 무능한 사람이고, 거짓말쟁이이며, 거만한 친구이기 때문에 나는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겸손한 사람은 말한다.
‘나는 그를 믿는다. 내가 왜 그를 신뢰하지 않겠는가? 왜 내가 그보다 낫다고 생각해야겠는가?’
그리고 그는 하느님에 대하여 더 옳게 말한다.
‘내가 왜 그토록 선하신 그분을 불신해야 하는가? 왜 내가 나는 그것을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사람들에게 그분 자신을 주시고, 교만한 사람들에게서는 물러가신다.
신뢰는 순종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순종하는 사람을 사랑하신다. 순종은 우리 자신들을 하느님의 자녀들로 인정하고, 그분을 우리 아버지로 인정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진짜 아버지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진정한 아버지시고, 완전한 아버지시다.
너희가 묵상하기를 내가 원하는 셋째 점이 있다. 그것은 항상 신뢰에 기초하고 있다. 어떤 사건도 하느님께서 그것을 허락하시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다. 네가 권력자냐? 하느님께서 그것을 허락하셨기 때문에 네가 그렇게 된 것이다. 네가 신민이냐? 하느님께서 그것을 허락하셨기 때문에 네가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자야, 네 권력으로 너 자신의 해악을 만들지 않도록 힘써라. 설사 처음에는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로운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언제나 ‘네 재난’일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 해도 그분께서는 지나치게 허락하시지는 않고, 그래서 만일 네가 한계를 벗어난다면, 그분께서는 너를 치시고 너를 짓이기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 신민이여, 너는 네 처지를 하늘의 보호를 너에게 끌어오는 자석으로 만들려고 애써라. 그리고 결코 아무도 저주하지 마라. 그것을 하느님의 돌보심에 맡겨드려라. 그분의 피조물들을 축복하시거나 저주하시는 일은 모든 사람의 주님이신 그분께 달려 있다. 평안히 가거라.”
28. 베들레헴으로의 여행
1944. 6. 5.
나는 아주 혼잡한 간선도로를 본다. 상품들과 소지품들이나 사람들을 싣고 가는 작은 나귀들이 길의 한쪽 편으로 가고 있고, 다른 작은 나귀들은 반대편으로 가고 있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탈 짐승들을 탄 사람들은 박차를 가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빨리 걸어가고 있다.
공기는 맑고 건조하며, 하늘은 청명하다. 그러나 겨울날들에 공통되는 혹독한 분위기가 도처에 있다. 헐벗은 들은 더 넓어 보인다. 목초지들의 짧은 풀은 겨울바람들에 메말라 있다. 양떼는 방목지들에서 풀들을 찾으며 햇볕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해가 늦게 뜨기 때문이다. 그놈들은 춥기 때문에 서로 몸을 바싹 붙이고 머리를 쳐들어 해를 바라보며 ‘빨리 나와라, 추워죽겠다!’고 말하려는 듯 운다.
지면에는 기복이 있는데, 그 기복들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이곳은 진짜 구릉지이다. 풀과 산등성이들로 뒤덮인 계곡들과 비탈들이 있다. 길은 그 가운데로 지나가는데 동남쪽으로 이어져 있다.
마리아는 작은 회색 나귀를 타고 있다. 그녀는 두꺼운 겉옷으로 온통 여미고 있다. 안장 앞에는 그녀가 헤브론 쪽으로 여행할 때 내가 이미 본 적이 있는 장치가 있고, 그 위에는 필수품들이 들어 있는 작은 트렁크가 놓여 있다.
요셉은 고삐를 잡고 옆에서 걷고 있다.
“당신은 피곤하오?”
그는 그녀에게 이따금씩 묻는다.
마리아는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아니오.”
세 번째에 그녀는 덧붙인다.
“당신이야말로 걷느라고 피곤하실 거예요.”
“오! 나는! 이것은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오. 나는 만일 내가 나귀 한 마리를 더 구했다면 당신이 더 편히 갔을 것이고, 우리가 더 빨리 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소. 그러나 나는 다른 나귀를 구하지 못했소. 요사이는 모든 사람에게 나귀가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힘내시오. 우리는 곧 베들레헴에 도착할 거요. 에프라타는 저 산 너머에 있소.”
그들은 둘 다 침묵한다. 동정녀는 자기가 말하지 않을 때 내적인 기도에 집중하는 것 같다. 그녀는 자기의 생각들 중 하나를 향하여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마치 군중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그것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노인인지, 목동인지, 부자인지, 가난한 사람인지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녀는 자기가 보는 것만을 볼 뿐이다.
“당신은 춥소?”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요셉이 묻는다.
“아니오, 고마워요.”
그러나 요셉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는 안심이 되지 않아 나귀 옆구리로 늘어진, 그녀의 긴 옷 밖으로 나와 있는 샌들을 신은 발들을 만져본다. 그는 그 발들이 차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의 머리를 흔들며 자기가 어깨에서 겨드랑이로 메고 있던 담요를 벗어 그녀의 두 다리를 감싼 다음에 그녀의 무릎 위에 펴서 그녀의 두 손이 담요 밑에서 따뜻하게 해준다.
그들은 양떼를 몰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길을 가로지르는 한 목자를 만난다. 요셉은 몸을 숙여 그에게 무언가를 말한다. 목자는 고개를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다. 요셉은 나귀를 붙잡고 양떼의 뒤를 따라 풀밭으로 들어간다. 목자가 자기의 배낭에서 투박한 그릇을 꺼내 뚱뚱한 양의 퉁퉁 분 젖들을 짜서 그것을 담은 그릇을 요셉에게 건네주자, 그는 그것을 마리아에게 준다.
“하느님께서 두 분 모두를 축복하시기를.”
마리아가 말한다.
“당신은 당신의 사랑으로 인하여,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친절로 인하여. 저는 당신들을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댁들은 먼 곳으로부터 오고 계십니까?”
“나자렛에서부터요.”
요셉이 대답한다.
“그런데 댁들은 어디로 가시오?”
“베들레헴으로요.”
“이런 상태의 여자에게는 먼 여행이군요. 이분은 당신의 아내요?”
“그렇소, 내 아내요.”
“당신들은 갈 곳을 가지고 있소?”
“아니오.”
“오, 어쩌나. 베들레헴에는 그곳에서 등록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서 등록하기 위하여 여행하는 사방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어요. 당신들이 숙소를 찾아낼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소. 당신들은 그곳을 아시오?”
“나는 잘 모르오.”
“그래요… 나는 당신에게 그것을 설명해드리겠소… 이 여자 분을 위해서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그녀를 가리킨다) 여관을 찾으시오. 그러나 그것은 만원일 거요.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길을 가르쳐주려고 그 여관을 일러주는 거요. 여관은 광장에, 가장 큰 광장에 있어요. 이 간선도로로 가면 당신들은 거기 도착할 거요. 당신은 길을 잘못들 수 없소. 여관 앞에는 샘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큰 대문을 가진 길고 낮은 건물이에요. 그것은 만원일 거요. 만일 당신들이 여관이나 집들 중에서 방을 구하지 못한다면, 여관 뒤로 돌아가 들을 향하여 가시오.
산에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상인들이 여관에서 방을 구하지 못할 때 가끔씩 그들의 짐승을 두는 데 사용하는 몇 개의 마구간들이 있소. 그것들은 산에 있는 마구간들이오, 알겠소? 그것들은 습하고, 춥고, 문들도 없소. 그렇지만 그것들은 여전히 피난처가 될 거요. 당신의 아내 때문에… 그녀가 길에 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오. 아마 당신들은 거기서 방을 구할 수 있을 거고… 당신들이 깔고 자고, 나귀에게 줄 건초도 구할 수 있을 거요. 그럼 하느님께서 당신들을 안내해주시기를.”
“하느님께서 당신께 기쁨을 주시기를.”
마리아가 대답한다.
“평화가 당신과 함께 있기를”
요셉도 대답한다.
그들은 다시 길로 접어든다. 그들이 가파른 봉우리를 넘자 보다 넓은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 안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높고 낮은 완만한 비탈들에 많은 집들이 있다. 이곳은 베들레헴이다.
“마리아, 우리는 이곳 다윗의 땅에 왔소. 지금 당신은 쉴 수 있을 거요. 당신은 몹시 피곤해 보이는구려…”
“아니에요,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생각해요… 저는 정말로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마리아는 요셉의 두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오 자비의 주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요셉, 두려워하지 마세요. 침착하세요. 제가 얼마나 침착한지 보이세요?”
“하지만 당신은 몹시 고통당할 터인데?”
“오! 아니요. 저는 기쁨으로 가득해요. 어찌나 크고, 어찌나 아름답고, 어찌나 억제할 수 없는 큰 기쁨인지 제 심장이 아주 세게 뛰며 그것이 저에게 ‘그가 올 거예요! 그가 올 거예요!’ 하고 속삭이고 있어요. 그것은 맥박이 뛸 때마다 그렇게 말해요. 그것은 제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엄마, 하느님의 입맞춤을 엄마에게 주려고 내가 여기 왔어요. 내가 오려고 해요’ 하고 말하는 내 아들이에요. 오! 얼마나 기뻐요, 소중한 내 요셉!”
그러나 요셉은 기뻐하지 않는다. 그는 급히 숙소를 찾아야 한다는 긴박한 필요를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방을 청한다. 그러나 없다. 그것들은 만원이다. 그들은 여관에 도착한다. 큰 안마당 주위의 촌스런 회랑들마저도 야숙하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요셉은 나귀를 탄 마리아를 안마당에 남겨두고 다른 집들을 찾아보려고 나간다. 그는 완전히 실의에 잠긴 채로 돌아온다. 그는 아무 곳도 찾지 못했다. 겨울의 이른 황혼이 그 그림자들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요셉은 여관 주인에게 애원하고, 여행자들에게도 애원한다. 그는 그들 모두가 건강한 남자들인데, 아이를 곧 해산하려는 여자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들에게 동정해달라고 애원하지만, 허사다.
분명한 멸시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한 부유한 바리사이가 있는데, 마리아가 자기에게 다가가자, 그는 마치 자기가 나병환자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옆으로 비켜선다. 요셉이 그를 바라보자 그의 얼굴은 경멸로 새빨개진다. 마리아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하여 그의 손목에 자기의 한 손을 얹으며 말한다.
“고집부리지 마세요. 갑시다,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실 거예요”
그들은 밖으로 나가 여관의 담 옆으로 걸어간다. 그들은 여관과 몇몇 초라한 집들 사이에 나 있는 골목길로 돌아간다. 그 다음에 그들은 여관 뒤로 돌아간다. 그들은 마구간들을 찾는다. 마침내 여기 매우 낮고 축축하여 마구간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지하저장고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몇 개의 동굴들이 있다. 그중 가장 좋은 것들에는 이미 사람들이 들어 있다. 요셉은 완전히 의기소침해 있다.
“여보시오, 갈릴래아 사람!”
뒤에서 한 늙은이가 소리친다.
“저 아래, 끝에, 저 잔해 아래 굴 하나가 있소. 아마 그 안에는 아직 사람이 없을 거요.”
그들은 서둘러 그 ‘동굴’로 간다. 그것은 정말로 동굴이다. 낡은 건물의 잔해들 가운데 구멍 하나가 있고, 그 너머에 굴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동굴이라기보다는 산의 굴착지이다. 그것은 옛 건물의 기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친 나무줄기들에 의하여 지탱되는 돌들로 만들어진 지붕으로 덮여 있다.
여기에는 빛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 잘 보기 위하여 요셉은 부싯깃과 부싯돌을 꺼내 어깨에서 겨드랑이로 맨 배낭에서 꺼낸 작은 등에 불을 붙인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황소의 울음소리가 그를 맞이한다.
“마리아, 들어와요. 여기는 비어 있소. 황소 한 마리밖에 없소.”
요셉은 미소 짓는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소!…”
마리아는 자기의 나귀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간다.
요셉은 버팀목들 중 하나의 못에 작은 등을 걸어놓는다. 그들은 거미줄들로 뒤덮인 천장, 구멍들, 쓰레기, 짐승들의 배설물, 지푸라기들이 흩어져 있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흙바닥을 본다. 안쪽에서 입에 건초를 물고 있는 커다란 눈의 황소 한 마리가 머리를 돌려 쳐다본다. 투박한 스툴 하나가 있고, 한쪽 구석 구멍 옆에 두 개의 큰 돌들이 있다. 그 구석의 검은색으로 보아 사람들이 주로 이곳에서 불을 피운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마리아는 황소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춥다. 그녀는 그놈의 온기를 느끼기 위하여 자기의 양손을 그놈의 목에 얹는다. 황소는 우렁차게 울지만, 요동치지는 않는다. 그놈은 알아듣는 것 같다. 요셉이 구유로부터 다량의 건초를 가져와 마리아의 침대를 만들어주려고 그놈을 한쪽으로 밀 때에도 그놈은 조용하게 순응한다. 구유는 이중구조로 되어 있는데, 아래는 황소가 꼴을 먹는 곳이고, 그 위는 여분의 건초를 저장해두는 일종의 선반이다. 요셉은 이 선반에서 건초를 꺼낸다. 황소는 작은 나귀를 위해서도 공간을 만들어주는데, 그 나귀는 피로에 지치고 허기져서 즉시 먹기 시작한다.
요셉은 엎어져 있는 낡은 양동이도 발견한다. 그는 밖으로 나간다. 왜냐하면 그는 바깥에서 작은 시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작은 나귀에게 먹일 약간의 물을 떠가지고 돌아온다. 그 다음에 그는 한쪽 구석에서 나뭇가지들의 다발을 집어 그것으로 바닥을 쓴다. 그 다음에 그는 그것으로 가장 가려져 있고 건조한 구석 황소 곁에 침대를 만든다. 그러나 그는 그 보잘것없는 건초가 축축한 것을 깨닫고는 한숨을 쉰다. 그러고 나서 그는 욥의 인내심을 가지고 불을 피워 한 번에 한 줌씩 건초를 집어 들고 불에 쪼여 그것을 말린다.
마리아는 피로하여 스툴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지금 건초가 준비되었다. 마리아는 부드러운 건초 위에 좀 더 편안하게 앉아 등을 나무줄기들 중 하나에 기댄다. 요셉은 자기의 겉옷을 출입구로 쓰이는 구멍에 커튼으로 걸어둠으로써 실내장식을 마친다… 이것은 임시변통의 은신처이다. 그 다음에 그는 약간의 빵과 치즈를 동정녀에게 주고, 수통에서 약간의 물을 따라 그녀에게 준다.
그가 말한다.
“이제는 자시오. 나는 앉아서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보겠소. 다행히 약간의 나무가 있소. 불이 오래 잘 타기를 바랍시다. 이렇게 하면 나는 등잔의 기름을 절약할 수 있겠소.”
마리아는 순종하여 눕는다. 요셉은 그녀의 겉옷과 전에 그녀의 두 발을 둘렀던 담요를 덮어준다.
“그렇지만 당신은… 당신은 추우실 텐데요.”
“아니오, 마리아. 나는 불 곁에 있겠소. 지금은 쉬려고 애써요. 내일은 상황이 좀 더 나을 거요.”
마리아는 고집부리지 않고 눈을 감는다. 요셉은 자기의 좁은 구석으로 기어들어가 약간의 마른 잔가지들을 곁에 놓고 스툴에 앉아 있지만, 잔가지들이 별로 없다. 나는 이것들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자리 잡고 있다. 마리아는 나무줄기와 짚에 앉아 있는 소가 반쯤 가리고 있는 문… 쪽으로 등을 돌린 채 오른쪽에 있다. 요셉은 왼쪽, 문을 향하여 불을 마주하고 있고, 마리아 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그러나 그는 이따금씩 그녀를 보기 위하여 고개를 돌려 마치 그녀가 자고 있는 것처럼 조용하게 누워 있는 것을 본다. 그는 가능한 한 소리 내지 않고 작은 나뭇가지들을 부러뜨려 그것들을 한 번에 하나씩 불에 던져 불이 꺼지지 않게 하고, 약간의 불빛이 있게 하고, 나무가 더 오래 지속되게 한다.
지금은 희미한 빛만이 남아 있다. 그 빛은 때로는 밝고, 때로는 몹시 희미하다. 등불은 사실상 꺼졌고, 희미한 빛 속에서 황소와 요셉의 두 손과 얼굴의 흰빛만이 보인다. 나머지 모든 것은 희미한 빛 속에서 뒤섞인 덩어리에 불과하다.
마리아께서 말씀하신다.
“불러줄 말이 없다. 환상 자체가 스스로 말하고 있다. 거기서 배어나오는 사랑, 겸손, 순결의 교훈을 얻어내는 것은 너희의 몫이다. 쉬어라. 내가 예수를 기다리며 깨어 있었던 것처럼 지켜보며 쉬어라. 그가 너에게 자기의 평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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