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1권 복음준비 69p~80p
예수의 자서전 / I 숨겨진 생활
※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나눕니다.(선정한 이유 등의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합니다)
11.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주실 정배에게 자기의 서원을 위임할 것이다
1944. 9. 3.
얼마나 지옥 같은 밤이었는가! 마귀들이 이 세상을 습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포소리들, 천둥과 번개, 위험들, 공포들, 나는 내 것이 아닌 침대에 누워 있기 때문에 느끼는 고통. 이 모든 것들 가운데, 마치 불과 고통들 가운데의 한 송이 기분 좋은 흰 꽃처럼 마리아가 있었다.
그녀는 어제의 환상에서보다 약간 더 나이 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땋아 내린 그녀의 금발의 머리카락을 양어깨 위에 내려뜨린 여전히 나이 어린 소녀다. 그녀의 옷은 하얗고, 그녀의 미소는 온화하고 수줍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영광스러운 신비를 향한 친근한 미소이다. 나는 그녀의 온화한 모습을 세상의 잔학성과 비교하고, 사람들의 맹렬한 증오와 대조되는 살아 있는 사랑의 노래인 어제 아침의 그분의 말씀들을 묵상하며 밤을 지새웠다…
오늘 아침 내 방의 고요 속에서 나는 다음의 장면을 보았다.
마리아는 여전히 성전에 있다. 그녀는 지금 다른 동정녀들과 함께 성전의 보다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붉은 황혼의 공기에 향내가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의식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지금은 분명히 10월 말이다. 왜냐하면 청명한 10월의 날들이 으레 그렇듯 평온하게 가라앉아 있는 하늘이 예루살렘의 정원들 위로 내려오고, 그 정원들에는 막 떨어지려는 누런 황토색 잎들이 올리브나무들의 은초록색에 노랗고 빨간 반점을 찍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군중, 아니 흰옷 입은 동정녀들의 무리는 뒷마당을 가로지르고 계단들을 올라간 다음에 한 현관을 지나 그리 화려하지 않은 정방형의 다른 마당으로 들어가는데, 거기에는 동정녀들이 방금 들어간 출입구 외에 다른 출입구는 없다. 그것은 성전에 배정된 동정녀들의 작은 거처들에 딸린 마당임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각 처녀들이 마치 비둘기가 제 둥지를 찾아가듯 자기의 독방을 향하여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함께 모였다가 흩어지는 비둘기 떼와도 같다. 그들 모두는 헤어지기 전에 작지만 기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리아는 침묵한다. 그녀는 다른 소녀들과 헤어지기 전에 그들에게 다정하게 인사한 다음 오른쪽 구석에 있는 자기의 작은 방으로 향한다.
선생들 중 한 사람인, 프누엘의 한나처럼 늙지는 않았지만 나이든 부인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마리아야, 대사제께서 너를 보기를 원하신다.”
마리아는 약간 놀란 듯 그녀를 쳐다보지만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할 뿐이다.
“즉시 가겠습니다.”
나는 그녀가 들어가는 큰 홀이 대사제의 집인지, 성전에 배정된 여자들의 숙소들의 일부인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그것이 넓고, 밝고, 멋지게 치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대사제 외에도 즈카르야와 프누엘의 한나가 거기 있다. 마리아는 문지방에서 절하며 대사제가 그녀에게 말하기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마리아야, 들어오너라.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는 다시 고개를 들고 천천히 앞으로 움직인다.
그녀가 마음내켜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약간의 무의식적인 엄숙함 때문인데, 그것이 그녀를 더 여인답게 보이게 한다.
한나는 그녀를 격려하려고 그녀에게 미소 짓고, 즈카르야는 그녀에게 인사한다.
“사촌, 너에게 평화.”
대사제는 그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나서 즈카르야에게 말한다.
“이 처녀는 분명히 다윗과 아론의 줄기에 속해 있군요…”
대사제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한다.
“내 딸아, 나는 네 기품과 착함을 안다. 나는 네가 날마다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지식과 은총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도 안다. 나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그분의 가장 다정한 말씀들을 네 마음에 속삭이신다는 것과, 네가 하느님의 성전의 꽃이고, 네가 여기 온 다음부터 증거 궤 앞에 셋째 케루빔 천사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나는 네 향기가 날마다 향과 함께 계속 올라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율법은 다르게 말한다. 너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라 한 여인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여인은 주님께 한 아들을 바치기 위하여 아내가 되어야 한다. 너는 율법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얼굴을 붉히지 마라. 나는 네가 왕가의 후예임을 알고 있다. 각 남자에게는 그 자신의 줄기의 여인이 주어져야 한다고 규정하는 율법이 너를 보호해줄 것이다. 그러나 설혹 이 규정이 없다 해도 나는 네 고귀한 피가 부패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렇게 할 것이다. 마리아야, 너는 네 줄기에서 네 남편이 될 만한 누군가를 알지 못하느냐?”
마리아는 온통 홍조를 띤 자기의 얼굴을 든다. 그녀의 두 눈은 글썽이기 시작하는 눈물로 반짝이고 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애는 어린 시절에 여기 들어왔기 때문에 이 애가 누군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다윗 가문은 너무 가혹하게 얻어맞아 너무 뿔뿔이 흩어져서 다양한 가지들이 왕 종려나무의 주위의 잎들처럼 함께 모이게 할 수 없습니다.”
즈카르야가 말한다.
“그럼 하느님께 선택권을 드립시다.”
마리아가 지금까지 참았던 눈물이 솟구쳐 나와 그녀의 떨리는 입으로 덜어진다. 그녀는 자기의 선생을 애원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마리아는 주님의 영광과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하여 자기 자신을 주님께 봉헌했습니다. 이 애는 고작 읽고 쓰기를 막 배우는 어린이였을 때 이미 서원했습니다…”
한나가 마리아를 돕기 위하여 말한다.
“너는 그런 이유로 울고 있느냐? 네가 율법을 거역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 이유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주님의 사제님, 저는 당신께 순종합니다.”
“이것으로 내가 너에 대하여 항상 들어온 모든 말이 확인되었다. 너는 언제 주님께 봉헌되었느냐?”
“저는 제가 항상 봉헌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성전에 들어오기 전에 저는 이미 저 자신을 주님께 바쳤습니다.”
“하지만 너는 12년 전에 와서 나에게 들어오기를 허락해줄 것을 청했던 소녀가 아니냐?”
“맞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때 이미 네가 하느님께 속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면, 저는 제가 봉헌되었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는 제가 태어났을 때를 기억하지 못하고, 제가 어떻게 어머니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제 아버지께 ‘아버지 저는 당신의 딸이에요’ 하고 말씀드리기 시작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는 비록 그것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제 마음을 하느님께 바쳤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것은 제가 최초로 입 맞출 수 있을 때 시작되었을 수도 있고, 제가 말하기를 배운 최초의 한 마디 말, 제가 내디뎠던 첫걸음과 함께 시작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예, 저는 제 첫 번째 사랑의 기억을 제 자신 있는 첫걸음에서 찾아낸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 가까이에 꽃들로 가득한 정원이 있었고 과수원과 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 뒤 작은 산 밑에 샘 하나가 있었는데, 그 샘의 물은 동굴처럼 파인 바위틈에서 솟아 나왔고… 그곳에는 위에서 아래로 돋아나 도처에 작은 초록 폭포들을 이루는 길고 가는 풀들로 가득하여 그것들은 자수 작품처럼 보이는 가늘고 작은 잎들에 작은 물방울들이 매달려 있어 그것들이 떨어질 때 그것들은 작은 종들처럼 소리 냈습니다. 그리고 샘물도 노래 부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샘 위 올리브나무와 사과나무들에는 새들이 있었고, 흰 비둘기들이 맑은 샘물에 몸을 씻곤 했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그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 마음을 온통 하느님께 두었고, 살아계실 때에나 돌아가신 후에도 제가 사랑했던 제 부모님 이외에는 다른 모든 세속적인 것들이 제 마음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대사제님께서는 저에게 그것을 생각나게 하십니다… 저는 제가 언제 저 자신을 하느님께 바쳤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제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되살아납니다…
저는 그 동굴을 사랑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물소리와 새들의 노래보다 더 달콤한 목소리가 저에게 ‘내 사랑하는 딸아, 오너라’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리 내며 반짝이는 금강석 같은 그 물방울들로 덮인 그 풀들을 사랑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것들 안에서 내 주님의 표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저는 저 자신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오, 내 영혼아, 네 하느님께서 얼마나 위대하신지 보아라. 독수리들을 위하여 레바논의 향백나무들을 만드신 그분께서 작은 모기의 무게에도 휘는 저 작은 잎들을 만드셨는데, 그분께서는 네 눈들의 기쁨을 위하여, 그리고 네 작은 발들을 보호해주기 위하여 그것들을 만드셨다.’
저는 깨끗한 것들의 그 고요함을 사랑했습니다. 가벼운 산들바람, 은빛 물, 비둘기들의 순결함 따위를요… 저는 그 작은 동굴 위에 감돌고, 지금은 꽃들이 만발하여 사과나무와 올리브나무들에서 떨어지고, 나중에는 아름다운 과일들이 열리게 하는 그 평화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르지만… 그 목소리는 저에게 ‘너 탐스러운 올리브야, 오너라. 너 단 사과야, 오너라. 너 봉인한 샘물아, 오너라. 너 내 비둘기야, 오너라’ 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다정합니다… 저를 부르고 있는 그분들의 목소리는 다정합니다…그러나 이, 이 목소리는! 오! 저는 지상낙원에서 죄짓게 된 그 여자도 그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떻게 그 여자가 이 사랑의 목소리보다 뱀의 쉭쉭거리는 소리를 더 좋아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그 여자가 하느님이 아닌 다른 지식을 갈망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아직 어머니의 젖밖에 맛보지 못했던 제 입술로, 그러나 그때 저는 천상의 꿀로 가득한 제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지금 가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나의 주님, 당신이 아닌 그 누구도 제 육체를 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영혼은 다른 어떤 사랑도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할 때 저는 제가 이미 말씀드렸던 것을 다시 말씀드리는 것 같았고, 제가 이미 행했던 의식을 다시 행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선택된 정배는 저에게 낯선 분이 아니셨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미 그분의 열렬함을 알았고, 제 시야는 그분의 빛을 보도록 형성되어 있었고, 제 사랑의 능력은 그분의 포옹 안에서 발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였을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삶 너머에서(beyond life)라고 저는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가 항상 그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분께서는 저를 항상 소유하고 계셨다고 느끼고 있고, 그분께서는 그분의 영의 기쁨과 제 기쁨을 위하여 저를 원하셨기 때문에 제가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 사제님, 지금 저는 당신께 순종하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부디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저에게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부디 제 인도자가 되어주십시오.”
“하느님께서 너에게 네 남편을 주실 터인데, 그는 거룩한 사람일 것이다. 네가 너 자신을 하느님께 의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네 서원을 말해라.”
“그러면 그가 동의할까요?”
“나는 그러기를 바란다. 내 딸아, 그가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도해라. 지금은 가거라. 하느님께서 항상 너와 동행해주시기를.”
마리아는 한나와 함께 물러가고, 즈카르야는 대사제와 함께 남아 있다.
환상은 이렇게 끝난다.
12. 요셉이 동정녀의 남편으로 지명되다
1944. 9. 4.
나는 아름다운 바닥, 커튼들, 양탄자들 그리고 상감가구들로 잘 장식된 호화로운 방을 본다. 그 안에 즈카르야를 포함한 사제들이 있고, 대략 20세에서 50세 가량의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남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가 여전히 성전의 일부임이 틀림없다.
그들 모두는 조용하지만 열성적인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염려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 모두는 새 옷이나 새로 세탁한 옷을 입고 있는데, 그것은 분명히 어떤 특별한 행사를 위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머리에 쓰는 천을 벗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 특히 더 나이 든 사람들은 여전히 그것을 쓰고 있고, 젊은이들은 맨 머리들을 드러내고 있다.
금발머리도 있고, 갈색머리도 있으며, 어떤 머리는 검은데, 단 한 사람의 머리는 적갈색이다. 그들 중 대다수의 머리카락은 짧지만, 어떤 사람들은 양어깨까지 머리카락을 내려뜨리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를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같은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왠지 닮아 보인다.
나는 한쪽 구석에서 요셉을 볼 수 있다. 그는 건장한 한 중년남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요셉은 30세쯤 되어 보인다. 그는 짧고 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가진 암갈색 피부의 미남자이다. 그의 갈색 턱수염과 콧수염은 잘생긴 턱을 덮고 두 뺨을 향하여 올라가는데, 뺨은 갈색 머리를 가진 다른 사람들처럼 올리브색이 아니라 암갈색이다. 그의 두 눈은 짙은 빛깔인데, 친절하고, 그윽하고, 대단히 진지하고, 아마도 약간 쓸쓸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가 지금처럼 미소 지을 때 그것들은 기쁜 기색을 띠고 젊어 보이게 한다. 그는 연한 밤색 옷을 입고 있는데, 수수하지만 매우 단정한 차림이다.
일군의 젊은 레위인들이 방으로 들어와 문과 그 문과 같은 벽의 가까이에 있는 길고 좁은 탁자 사이에 늘어선다. 벽 한가운데에 문이 있는데, 그 문은 열려 있다. 하나의 커튼이 바닥에서 20센티미터 높이까지 드리워져 빈 공간을 가리고 있다.
무리의 호기심이 커진다. 한 손으로 커튼을 잡아당기고, 꽃이 핀 나뭇가지 하나가 놓여 있는 마른 나뭇가지들 한 묶음을 품에 안고 있는 한 레위 인이 들어오자 호기심은 더 커진다. 그 꽃은 중심으로부터 가벼운 꽃잎들의 끝으로 가면서 점점 더 옅어지는 연분홍빛을 가진 흰 꽃잎들의 가벼운 거품들과도 같아 보인다.
그 레위인은 아주 많은 마른 가지들 중에서 꽃들이 만발해 있는 그 가지의 기적을 손상시키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매우 조심하면서 나뭇가지들의 단을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
속삭임이 홀 안에 퍼진다. 그들 모두는 보기 위하여 목을 늘이고 눈빛을 날카롭게 한다. 즈카르야는 다른 사제들과 함께 탁자 가까이에 있는데, 그도 보려고 애쓰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요셉은 자기가 있는 구석에서 나뭇가지들의 단을 힐끗 본다. 그의 대화 상대가 무언가를 말하자, 그는 마치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부인의 뜻으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웃는다.
휘장 너머에서 나팔소리가 들려온다. 그들 모두는 침묵하며 질서정연하게 출입문을 향하여 돌아선다. 커튼이 한쪽으로 잡아당겨지자 커튼 안의 공간이 환히 드러난다. 대사제가 원로들에게 둘러싸여 들어온다. 그들 모두가 깊숙이 절한다. 대사제는 탁자로 가 서서 말하기 시작한다.
“내 요청에 응하여 여기 모인 다윗 가문의 남자 여러분, 들으시오. 주님께서 말씀하셨으니 그분을 찬미합시다! 그분의 영광으로부터 한 빛살이 봄날의 햇살처럼 내려와 한 마른 가지에 생명을 주었습니다. 봉헌 축제(the Feast of Dedication)의 마지막 날인 오늘 땅 위의 다른 어떤 가지에도 꽃이 피어 있지 않았고, 유다의 산들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았으며, 시온과 베타니아 사이의 모든 것이 흰색인데, 이 가지에는 기적적으로 꽃이 피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것을 통하여 말씀하셨으며, 그분 자신을 자기의 보호자로 그분만을 가지고 있는 다윗의 동정녀의 아버지이시자 보호자로 만드셨습니다. 거룩한 소녀, 성전의 영광인 그녀는 영원하신 분께 합당한 한 남편의 이름을 알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을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주님께 매우 소중한 동정녀의 보호자로 그분께 선택받았으니, 참으로 의인일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를 잃는 우리의 슬픔이 가라앉고, 한 아내로서의 그녀의 운명에 대한 모든 염려들이 사라집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느님께서 지명하신 그 남자에게 하느님과 우리에게 축복받은 그 동정녀를 완전한 신뢰를 가지고 맡깁니다. 그 남편의 이름은 갈릴래아의 나자렛의 목수인 다윗 지파의 베들레헴의 야곱의 아들 요셉입니다. 요셉, 앞으로 나오시오. 이것은 대사제의 명이오…”
소곤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머리들이 주위를 둘러보고, 눈들이 호기심어린 시선들을 던지고, 손들이 신호를 보낸다. 실망과 안도의 표현들이 있다. 어떤 이들, 특히 보다 나이 많은 이들 중에는 틀림없이 자신들이 제비 뽑히지 않은 것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요셉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한 채 앞으로 나온다. 지금 그는 탁자 가까이 대사제 앞으로 나와 그에게 공손하게 인사드리고, 거기 선다.
“모든 사람은 이리로 나와 가지에 새겨져 있는 이름을 보시오.
그리고 모든 이는 자기 자신의 나뭇가지를 집어 여기 속임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시오.”
사람들은 순종한다. 그들은 대사제가 들고 있는 가지를 조심스럽게 쳐다보고 나서 각자가 자기의 가지를 집는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꺾고, 어떤 사람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들 모두가 요셉을 바라본다. 어떤 사람은 쳐다보며 침묵하고, 어떤 사람은 쳐다보며 그에게 축하인사를 한다. 방금 전에 요셉과 이야기하고 있던 나이 든 남자가 그에게 말한다.
“요셉, 내가 자네에게 말했지. 덜 자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시합에서 이기는 사람이라고.”
그들 모두가 대사제의 앞을 지나서 나간다.
대사제는 요셉에게 꽃이 핀 그의 가지를 주고 나서 그의 어깨에 한 손을 얹은 채 그에게 말한다.
“그대도 알다시피 주님께서 그대에게 주시는 아내는 부자가 아니오. 그러나 모든 성덕들이 그녀 안에 있소. 점점 더 그녀에게 합당한 사람이 되시오. 이스라엘에 그녀처럼 아름답고 순결한 꽃은 없소. 지금 모두들 나가시고, 요셉, 당신만 여기 남으시오. 그리고 즈카르야, 당신은 그녀의 친척이니 신부를 데려오시오.”
대사제와 요셉을 제외하고는 그들 모두가 밖으로 나간다. 문에 다시 휘장이 드리워진다.
요셉은 위엄 있는 사제 곁에 아주 겸손한 자세로 서 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에 대사제가 요셉에게 말한다.
“마리아가 자기가 한 서원에 대하여 그대에게 말하기를 원하고 있소. 부디 수줍은 마리아를 도와주시오. 몹시 착한 그녀에게 착하시오.”
“저는 제 모든 힘과 남자로서의 모든 권위를 기울여 그녀에게 봉사하겠습니다. 그녀를 위한 어떤 희생도 저에게 무겁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점 안심하십시오.”
마리아가 즈카르야와 프누엘의 딸 한나와 함께 들어온다.
대사제가 말한다.
“마리아야. 이리 오너라. 여기 하느님께서 너에게 정해주신 네 남편이 있다. 그는 나자렛의 요셉이다. 그러므로 너는 너 자신의 고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 나는 너를 떠나보낸다. 하느님께서 너에게 그분의 축복을 주시고, 주님께서 너를 보호해주시고, 너를 축복하시고, 너에게 그분의 얼굴을 보이시며, 항상 너에게 자비를 베푸시기를. 그분께서 그분의 얼굴을 너를 향하여 돌리시고, 너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즈카르야가 대사제를 모시고 나간다. 한나도 신랑에게 축하한 다음 나간다.
지금 두 약혼자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마리아는 홍당무가 되어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요셉도 얼굴을 붉히며 그녀를 쳐다보며 무슨 말을 처음에 해야 할지 찾아내려고 애쓴다. 마침내 그는 그 말을 찾아내고는 밝은 미소가 그의 두 눈을 밝힌다. 그가 말한다.
“마리아, 나는 당신을 환영하오. 나는 당신이 태어난 지 며칠 밖에 안 되는 갓난아기였을 적에 당신을 보았소… 나는 당신 아버지의 친구였소. 나는 한 조카를 가지고 있는데, 그는 내 형 알패오의 아들로서 당신 어머니의 친한 친구였소. 그는 지금 겨우 열여덟 살인데, 당신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에는 어린이여서 자기를 아주 많이 사랑해주셨던 당신의 슬픈 어머니를 위로해드렸소.
당신은 아주 어린 소녀 시절에 이리로 왔기 때문에 우리를 모를 것이오. 그러나 나자렛의 모든 사람들은 당신을 사랑하고, 불임의 노부인을 놀랍도록 꽃피게 해주신 주님의 기적이었던 요아킴의 어린 마리아의 출생에 대하여 생각하고, 말하고 있소… 그리고 나는 당신이 태어났던 날 저녁을 기억하고 있소…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들을 구했던 폭우와 벼락들이 헤더 줄기 한 그루도 부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이 결코 다시 보지 못한 크고 아름다운 무지개로 끝난 격렬한 폭풍우의 기적 때문이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누가 요아킴의 기쁨을 기억하지 못하겠소? 그분은 당신을 이웃들에게 보이면서 당신을 흔들었소… 그분은 마치 당신이 하늘에서 온 한 송이 꽃인 것처럼 감탄하며 당신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감탄해마지 않았소. 그토록 아름답고, 착하고, 지극히 지혜롭고, 은혜로운 말로 가득했던 자기의 딸 마리아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별세하셨던 행복한 늙은 아버지… 그분이 당신을 감탄하며 바라보고, 당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여자는 없다고 하셨던 말씀은 참으로 옳았소!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는? 그분은 당신의 집과 그 주위를 그분의 노래들로 가득 채우셨소. 그분이 당신을 가지셨을 때와 당신을 품에 안고 계셨을 때 그분은 봄날의 종달새처럼 노래 부르셨소.
나는 당신을 위하여 요람을 만들었소. 온통 장미꽃들을 새겨 넣은 작은 요람이었소. 왜냐하면 당신의 어머니가 그것이 그렇게 만들어지기를 원하셨기 때문이오. 아마 그 요람은 당신의 집에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을 거요…
마리아, 나는 나이가 많소. 당신이 태어났을 때 나는 이미 일하기 시작하고 있었소. 나는 이미 일하고 있었어요… 내가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리라는 것을 나도 결코 믿지 않았을 것이오.
만일 당신의 부모님들이 아셨다면, 그분들은 더 행복하게 임종하셨을 것이오. 왜냐하면 그분들은 내 친구 분들이었기 때문이오. 나는 당신 아버지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며 그분을 장사지내드렸소. 왜냐하면 그분은 나에게 훌륭한 스승이었기 때문이오.”
마리아는 자기에게 이렇게 말하는 요셉의 말을 들으며 점점 더 자신감을 얻어 조금씩 얼굴을 든다. 그리고 그가 요람을 언급할 때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짓고, 자기의 아버지에 대하여 말할 때에는 한 손을 그에게 내밀며 말한다.
“요셉, 고맙습니다.”
아주 수줍고 상냥한 감사의 인사이다.
요셉은 짧고 튼튼한 자기의 목수의 양손으로 재스민 향내가 나는 작은 손을 잡고 점점 더 신뢰를 표현하는 애정을 가지고 그것을 쓰다듬는다. 아마도 그는 다른 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마리아가 침묵하자, 다시 자기가 말을 잇는다.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의 집은 그대로 남아 있소. 로마인들의 짐마차들을 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한 집정관의 명령으로 헐린 부분을 빼고는 말이오. 그렇지만 밭들 중 남아있는 부분은 ―왜냐하면…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 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하여 당신의 재산의 많은 부분이 처분되어야만 했기 때문이오― 꽤나 방치되어 있소. 3년 이상 동안 나무들과 포도나무들이 정원사의 전지되지 못했고, 땅은 경작되지 않고 단단해졌소. 그러나 당신이 어린 소녀였을 때에 당신을 보았던 나무들은 여전히 거기 남아 있소. 만일 당신이 동의한다면, 나는 즉시 그것들을 돌보겠소.”
“요셉, 고마워요. 그렇지만 당신은 당신의 일을 가지고 계시는데…”
“나는 하루 일과의 시작 시간과 끝 시간에 당신의 과수원에서 일하겠소. 낮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소. 나는 당신을 기쁘게 해주기 위하여 봄까지는 모든 것이 정돈되기를 원하오. 보시오, 이것은 당신 집 가까이에 있는 편도나무 가지요. 나는 이것을 꺾기를 원했소.
산울타리가 심하게 황폐해져서 사방에서 들어갈 수 있소. 그러나 나는 그것을 다시 견고하고 강하게 만들어놓겠소. 나는 혹여 내가 선택될 경우를 생각하여 이것을 꺾기를 원했소.
그렇지만 나는 나지르 인(Nazarite; 절제한 특별서원들을 행한 히브리인. 민수6장)이기 때문에 선택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소. 나는 결혼을 바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대사제의 명이기 때문에 순종했소. 마리아, 여기 그 가지가 있소. 나는 이것과 함께 내 마음을 당신에게 주오. 내 마음은 이 가지처럼 지금까지는 주님만을 위하여 피어왔는데, 지금은 내 아내인 당신을 위하여 피고 있소.”
마리아는 그 가지를 받는다. 그녀는 감격하며, 점점 더 자신감을 회복하고 밝아진 얼굴로 요셉을 바라본다. 그녀는 그를 믿을 수 있음을 느낀다. 그가 자기에게 “나는 나지르인이오” 하고 말할 때 그녀는 얼굴이 환해지며 용기를 낸다.
“요셉, 저도 온전히 하느님께 속해 있어요. 대사제께서 당신에게 말씀하셨는지 저는 모르겠군요.”
“그분께서는 나에게 당신이 착하고 순결하며, 당신이 한 어떤 서원에 대하여 나에게 알리기를 원한다면서, 내가 당신에게 착해야 한다고만 말씀하셨소. 마리아, 말하시오. 당신의 요셉은 당신의 모든 소원들에 있어 당신이 행복하기를 원하오. 나는 내 육체로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소. 나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거룩한 처녀인 당신을 내 영혼으로 사랑하오! 부디 나를 남편만이 아니라 아버지, 오빠로도 보시오. 그리고 아버지에게처럼 당신의 마음을 나에게 열고, 오라비처럼 나를 의지하시오…”
“저는 제 어린 시절부터 저 자신을 주님께 바쳤어요. 저는 이것이 이스라엘의 관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그렇지만 저는 메시아의 내림을 위한 사랑의 희생으로 제 동정을 요구하는 한 목소리를 들었어요. 이스라엘은 아주 오랫동안 그분을 기다려오고 있어요!… 그것을 위하여 어머니가 되는 기쁨을 포기하는 것은 과한 일이 아닙니다.”
요셉은 마치 그가 그녀의 마음을 읽기를 원하는 듯 그녀를 응시한 다음, 여전히 꽃핀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그녀의 작은 두 손을 잡고 말한다.
“나도 내 희생을 당신의 희생에 합치겠소.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순결과 함께 영원하신 아버지를 아주 많이 사랑하여 그분께서 그분의 구세주를 세상에 더 일찍 보내주시고, 구세주의 빛이 세상 안에서 빛나는 것을 우리가 보기를 허락해주시게 합시다. 마리아, 오시오. 그분의 집 앞으로 가서 천사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겠다고 맹세합시다. 그 다음에 나는 나자렛으로 내려가 만일 당신이 당신의 집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당신을 위하여 그 안에 모든 것을 준비하겠소. 아니면 다른 곳에 준비하겠소."
“제 집 안에… 바닥에서 내려가는 동굴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도 있어요?”
“그것은 지금도 있지만,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니오… 그러나 나는 당신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 동안에 피해 들어갈 수 있는 서늘하고 조용한 다른 동굴을 당신을 위하여 새로 만들어주겠소. 가능한 한 예전의 동굴과 똑같이 만들겠소. 그리고 당신이 당신과 누구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지 나에게 말하시오.”
“없어요. 저는 무섭지 않아요. 항상 저를 보러 오시는 알패오의 어머니가 낮에는 저와 함께 있어줄 것입니다. 밤에는 저는 혼자 있기를 더 좋아해요. 어떤 불행도 저에게 올 수 없어요.”
“더구나 지금은 나도 거기 있어요. 내가 언제 당신을 데리러 와야 하오?”
“요셉, 언제든 당신이 원하는 때에요.”
“그럼 나는 집이 정리되는 대로 오겠소. 나는 아무것에도 손대지 않겠소. 나는 당신 어머니가 남겨놓으신 그대로 당신이 그 집을 보기를 원하오. 그렇지만 나는 그 집이 밝고 깨끗하게 해서 어떤 음산함이 없이 당신을 맞아들이게 하고 싶소. 마리아, 오시오. 지극히 높으신 분께 가서 우리가 그분을 찬미한다고 말씀드립시다.”
나는 다른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마리아가 느끼는 안정감을 내 마음속에서 느낀다.
(오늘은 여기까지 읽겠습니다. 마음에 남는 구절을 아래에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 > 1권 복음준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사시 1권 87~98p [14. 요셉과 마리아가 나자렛에 도착하다~16. 성모영보] (4) | 2024.10.26 |
---|---|
하사시 1권 80~87p [13. 동정녀 마리아와 요셉의 결혼식] (5) | 2024.10.25 |
하사시 1권 61~69p [10. 그리스도의 내림을 암시하는 마리아의 찬미가] (1) | 2024.10.23 |
하사시 1권 51~61p [8. 마리아, 성전에 바쳐지다~9. 요아킴과 안나의 죽음] (1) | 2024.10.22 |
하사시 1권 40~51p [6. 안나의 정결례와 마리아의 봉헌~] (7) | 2024.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