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수난

599. 겟세마니에서의 번민과 잡히심

Skyblue fiat 2024. 3. 23. 13:02

599. 겟세마니에서의 번민과 잡히심

1944. 2. 10.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이제 때가 왔다. 비록 이 저녁에 너는 임종하려는 자와 같지만, 오너라. 나는 나의 고통들을 향하여 너를 인도하겠다. 우리가 함께 가야 할 여정은 길다. 나는 어떤 고통도 면제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육체의 고통, 마음의 고통, 영혼의 고통 말이다. 나는 그 모든 고통들을 맛보았고, 그 모든 것들을 먹었으며, 그 모든 것들로 내 갈증을 가라앉혔고, 마침내 그것들로 인하여 죽었다.

만일 네가 네 입술을 내 입술에 대본다면, 너는 여전히 그토록 많은 고통을 간직하고 있는 쓴맛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네가 지금은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 안에서 내 인성을 볼 수 있다면, 너희는 그 빛이 너희를 위하여 찢기고, 피 흘리고, 얻어맞고, 꿰뚫린 내 지체들을 덮고 있는 살아 있는 진홍빛 옷처럼 무수한 상처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 내 인성은 찬란하게 빛난다. 그러나 어느 날 그것은 한 나병환자의 육신과도 같았는데, 그토록 맹렬하게 얻어맞고 모욕당했기 때문이었다. 사람-하느님(the Man-God), 하느님의 아들이자 티 없는 여인의 아들로서 자신 안에 완전한 육체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다정하거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거나, 조소적이거나, 악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는 자들에게 ‘벌레’처럼 보였는데, 그는 다윗이 말하는 대로 인류의 비웃음, 사람들의 조소거리였다.

내 아버지와 내 아버지의 자녀들에 대한 내 사랑은 나로 하여금 나를 때리는 사람들에게 내 몸을 내맡기고, 내 뺨을 때리고 나에게 침 뱉는 사람들, 내 머리털과 수염을 뽑고, 머리를 가시들로 찌르고, 땅과 그 열매들을 그들의 구세주께 가한 고통들의 공범들로 만들고, 내 지체들을 탈구시키고, 내 뼈를 드러내도록 발가벗기고, 내 옷들을 찢음으로써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내 순결을 모욕하고, 나를 나무토막에 못 박아 푸줏간의 갈고리들에 걸어놓은 도살된 어린양처럼, 피 냄새를 맡으면 훨씬 더 사나와지는 게걸스러운 늑대들처럼 임종의 고통을 겪고 있는 나의 주위에서 짖음으로써 자기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얼굴을 내맡기게 만들었다.

나는 고발당했고,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살해당했고, 배반당했고, 부인되었으며, 팔렸다. 심지어 나는 하느님으로부터도 버림받았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스스로 짊어졌던 죄악들의 짐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나를 노상강도들에게 약탈당한 거지보다 더 가난하게 만들었는데, 그들이 순교자인 나의 시퍼런 알몸을 가릴 내 속옷마저 나에게 남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죽음 후에도 한 상처의 모욕과 내 원수들의 중상을 면제받지 못했다. 나는 너희 죄들의 모든 더러움에 압도되었고, 죽어가는 내 두 눈에 대답하는 하늘의 빛도 박탈당하고, 마지막 내 탄원에 응답하는 하느님의 목소리도 없이, 고통의 암흑 밑바닥까지 패대기쳐졌다.

이사야는 그토록 많은 고통의 이유를 설명한다. ‘실로 그는 우리의 죄악들을 짊어지셨고, 우리의 고통들을 가져가셨다.’

우리의 고통들을! 그렇다, 나는 너희를 대신하여 그것들을 가져갔다! 너희 고통들을 덜어주고, 그것들을 완화하고 없애기 위해서. 만일 너희가 나에게 충실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너희는 그러기를 원치 않았다.

그런데 그로 인하여 내가 무엇을 얻었느냐? 너희는 ‘마치 내가 하느님께 얻어맞은 나병환자라도 되는 것처럼 나를 보았다.’ 그렇다, 나는 무한히 많은 너희 죄의 나병을 내 몸에 짊어졌는데, 너희의 무한한 죄들의 나병은 마치 고행의 옷처럼, 말총으로 짜인 옷처럼 내 위에 있었다.

그러나 너희는 어찌하여 하느님께서 그분의 무한하신 사랑 안에서 너희를 위하여 그의 거룩함 위에 입히셨던 그 옷으로부터 빛나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그는 우리의 악함 때문에 상처 입으셨고, 우리의 죄악 때문에 찔리셨다’고 이사야는 말한다.그는 예언자의 눈으로 사람의 아들이 사람들의 상처들을 고쳐주려고 하나의 거대한 상처가 된 것을 보았다. 만일 그들이 내 몸만을 상하게 했다면!

그러나 너희가 가장 상처 입힌 것은 내 감정들과 영이었다. 너희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웃음거리와 조롱의 표적으로 만들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주었던 우정 안에서 유다를 통하여 나를 쳤고, 내가 너희로부터 받기를 바랐던 충실성 안에서 나를 부인한 베드로를 통하여 나를 쳤으며, 내가 그토록 많은 질병들로부터 그들을 구해주었는데도 ‘그를 죽이시오!’ 하고 나를 향하여 외친 사람들을 통하여 내 은혜들에 대한 감사 안에서 나를 쳤다.

너희는 사랑을 통해서도 나를 쳤는데, 그것은 내 어머니에게 가해진 고통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너희는 나를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라고 부름으로써 종교를 통해서도 나를 쳤다. 그러나 정반대로 나는 하느님을 위한 열성으로 강생하여 나 자신을 사람들의 손에 맡겼는데, 내 일생동안 고통당했고, 한 마디의 말이나 불평 없이 사람들의 잔인함을 수용했다.

내 일별(一瞥)만으로도 고발자들, 재판관들, 사형집행인들을 잿더미로 만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린양처럼 희생으로 제헌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왔다. 왜냐하면 나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것이기 때문에 내 육체로 너희의 생명을 만들기 위하여 사람들이 나를 발가벗기고 죽이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다.

내가 땅에서 들어 올려졌을 때 나는 모든 이름들을 가진 이름 지을 수조차 없는 갖가지 고통들로 인하여 이미 소진되어 있었다. 나는 베들레헴에서 하늘에서 산 자(the Living Being)였던 나에게 비참할 정도로 다른 땅의 빛을 보고 죽기 시작했다.

나는 가난, 망명, 도망, 일, 몰이해, 피로, 배반, 찢겨진 애정들, 고문, 거짓말, 신성모독으로 인하여 죽기를 계속했다. 나는 사람들을 하느님과 재결합시키려고 왔는데, 사람들이 나에게 준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마리아야, 네 구세주를 보아라. 그는 자기의 흰옷을 입고 있지도 않고, 그의 머리카락은 금발도 아니다. 그의 눈들은 네가 아는 사파이어 빛이 아니다. 그의 옷은 피로 얼룩져 있고, 찢기고 오물과 침으로 덮여 있다. 그의 얼굴은 부어올랐고 뒤틀렸으며, 그의 두 눈은 피와 눈물로 가려져 있으며, 그는 피와 눈물로 이루어진 껍질과 눈꺼풀들을 무겁게 하는 먼지들 너머로 너를 바라본다.

내 두 손이 보이느냐? 내 두 손은 하나의 큰 상처인데, 그것들은 마지막 상처들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요한아, 네 형 요한이 나를 보았듯이 나를 보아라. 내 발자국들은 피로 물들어 있다. 채찍질에 의하여 만들어진 상처들에서 떨어지는 피와 올리브 산에서의 임종의 고통 후에 여전히 남아 있었던 피가 땀에 씻긴다. 온갖 종류의 고문으로 이미 죽어가고 있는 내 심장의 고통스러운 헐떡임 가운데에서 바싹 마르고 멍든 입술들로부터 말들이 나온다.

지금부터 너는 이런 모습의 나를 자주 볼 것이다. 나는 고통의 왕이니 왕의 옷을 입고 와서 내 고통에 대하여 너에게 말하겠다. 비록 네가 임종의 고통 가운데 있다 해도, 나를 따라오너라.

나는 자비로운 자이니, 내 고통의 독을 마신 네 입술 앞에 보다 차분한 묵상들의 향내 나는 꿀을 가져다놓을 줄도 알 것이다.

그러나 너는 여전히 피로 범벅된 이 묵상들을 더 좋아해야 한다. 왜냐하면 네가 그것들을 통하여 생명을 얻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 흘리는 내 손에 입 맞추고, 구세주인 나를 깨어 묵상해라.”

나는 예수께서 그분 자신을 묘사하시는 대로 그분을 본다. 지금은 2월 11일 오전 1시 15분인데, 나는 오늘 저녁 현재 1,900시간 동안 임종의 고통과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오는 아침(2월 11일 아침 7:30)에 예수께서 나에게 말씀하신다.

“어제 저녁에 나는 고통의 제물인 나 자신에 대해서만 너에게 말하기를 원했다. 왜냐하면 나는 내 고통들을 묘사하고 보여주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의 것은 서론이었다. 그리고 내 친구여, 너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러나 임종의 고통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나는 너를 좀 나무라야 하겠다.

어제 아침 너는 이기적이었다. 너는 네 영적 아버지에게 말했다. ‘제 피로가 더 크지만, 제가 견뎌낼 수 있게 해주세요.’

아니다. 예수의 피로가 더 컸다. 왜냐하면 그것은 힘겹고, 네가 그의 거룩한 인성 안에서도 그를 가지는 것과 같이 환상들을 보고 현존하는 예수를 가지는 지복으로 보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너는 결코 이기적이어서는 안 된다. 가장 하찮은 것들에 있어서도 말이다.

작은 요한아, 여자제자는 자기의 예수와 같이 매우 겸손하고 자비로워야 한다.

지금은 나와 함께 있어라. ‘꽃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작은 멧비둘기 소리가 들판에서 들려왔다…’ 그런데 그것들은 네 그리스도의 피의 웅덩이들에서 피어난 꽃들이다. 그리고 전지될 나뭇가지처럼 잘려나갈 그는 구세주이다. 그리고 고통스럽고 거룩한 혼인잔치에 신부를 부르는 멧비둘기의 목소리는 내 목소리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미사의 말씀이 말하는 것처럼 일어나 오너라. 와서 묵상하고 고통당해라. 그것이 내가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1945. 3. 16.

거리에는 죽음과 같은 정적이 감돈다. 그 고요 가운데 돌대야 안으로 떨어지는 작은 분수의 물소리만이 들린다. 동쪽에는 집들의 벽들을 따라 아직 어둠이 깔려 있는데, 그 반대쪽에는 달빛이 집 꼭대기들을 흰빛으로 비추기 시작한다. 은백색 달빛이 길이 넓어져서 작은 광장을 만드는 곳을 비추어 거리의 조약돌들과 흙마저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그러나 도개교(跳開橋)들과 비슷하거나 거리 쪽으로는 뚫린 구멍들이 별로 없고, 지금은 버려진 집들처럼 모두 닫혀서 어두운 낡은 집들의 부벽과도 같은, 이 집과 저 집을 이어주는 수많은 장식 홍예 창도리들 밑은 아주 어두워서 시몬이 들고 있는 불그스름한 횃불이 유난히도 밝아 보이고, 그래서 그것은 훨씬 더 유용하다.

그 움직이는 붉은 빛 안에서 얼굴들이 깔끔한 부조처럼 두드러져 보이는데, 각각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엄숙하고 가장 평온한 얼굴은 예수의 얼굴이다. 비록 그것이 피로로 인하여 더 늙어 보이고, 평소에는 거기 없던 주름살들이 생겨 죽음에서 재조직될 그분의 미래의 얼굴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지만 말이다.

그분의 곁에 있는 요한은 놀라고 슬퍼하는 표정으로 자기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둘러본다. 그는 자기가 들은 이야기나 어떤 무서운 약속으로 인하여 겁에 질려, 자기보다 경험 많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어린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가 그를 도와줄 것인가? 예수의 다른 쪽에 있는 시몬은 마음속에서 끔찍한 생각들을 되새기고 있는 사람처럼 과묵하고 음울하게 보인다. 그래도 그는 예수 다음으로 품위 있게 보이는 유일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끊임없이 대열이 바뀌는 두 무리를 이루고 있는데, 모두들 동요하고 있다. 이따금씩 베드로의 쉰 목소리와 토마스의 바리톤 목소리가 이상하게 울리며 높아진다. 그러다가 마치 자기들이 말하고 있는 것을 두려워하기라도 하듯 그들의 목소리들이 낮아진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하여 토론하고 있는데, 한 사람은 이것을, 다른 사람은 저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모든 제안들이 채택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암흑의 시간’이 정말로 시작되려고 하고, 사람들의 의견들은 막연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그것을 나에게 더 일찍 말해주어야 했어.”

베드로가 걱정하며 말한다.

“하지만 아무도 결코 말하지 않았어. 심지어 선생님마저도…”

“결코! 그분께서는 결코 자네에게 말씀해주지 않으셨을 거야. 형제! 자네는 그분을 모르는 것 같구먼!…”

“나는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 그래서 나는 말했어. ‘그분과 함께 가고 함께 죽자.’ 자네들 기억하나? 그렇지만 우리의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께 맹세코 만일 내가 그것이 시몬의 유다라는 걸 알았다면…”

토마스가 우레 같은 위협적인 소리로 말한다.

“그렇다면 자네는 무엇을 하기를 원했겠나?”

바르톨로메오가 묻는다.

“나 말이야? 지금이라도 자네들이 도와준다면, 나는 그것을 하고 싶네!”

“무엇을? 자네는 가서 그를 죽일 텐가? 어디로?”

“아니야, 나는 그분을 멀리 가시게 할 거야. 그것이 더 쉬워.”

“그분께서는 가시지 않을 걸!”

“나는 그분께서 가시기를 원하시는지 그분께 묻지 않을 거야. 나는 여자를 납치하듯이 그분을 납치할 거야.”

“그거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베드로가 말한다. 그는 충동적으로 뒤돌아가 마태오와 야고보와 함께 음모자들처럼 서로 소곤거리고 있는 알패오의 두 아들의 그룹에 합류한다.

“들어보게, 토마스는 우리가 예수님을 멀리 떠나시게 하자고 말하네. 모두 함께. 우리는… 겟세마니에서 벳파게를 거쳐 베타니아로 가고, 거기서… 어디론가 떠날 수 있을 거야. 우리 그렇게 할까? 일단 우리가 그분을 안전한 곳에 모신 다음에 돌아와 유다를 없애버리는 거야.”

“그것은 소용없는 짓이야. 이스라엘 전체가 하나의 덫인 걸.”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폭발하기 직전이야. 그것은 알 수 있는 일이었어. 증오가 너무 심해!”

“마태오! 자네는 나를 화나게 하네. 자네는 죄인이었을 때가 더 용기 있었어! 필립보, 자네의 생각을 우리에게 말하게.”

외따로 떨어져 혼자 오면서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필립보가 위를 쳐다보며 걸음을 멈춘다. 베드로가 그에게로 가서 두 사람이 서로 속삭인다. 그 다음에 그들은 방금 전의 무리에게로 돌아온다.

필립보가 말한다.

“나는 가장 좋은 장소가 성전이라고 말하겠네.”

“자네는 미쳤나?”

예수의 두 사촌들, 마태오, 야고보가 소리 지른다.

“아니, 그들이 거기서 그분을 죽이려 하는데 말이야!”

“쉿! 이 무슨 소동인가!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그자들은 그분을 사방으로 찾아 나서겠지만, 성전에서 찾지는 않을 거야. 자네와 요한은 한나스의 하인들 중에 친한 친구들이 있지. 돈을 듬뿍 집어주면… 만사는 해결되는 거야. 내 말을 믿어. 지명 수배된 사람을 숨겨두는 데 가장 좋은 곳은 간수들의 집이야.”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어.”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도 들어보게. 가장 먼저 요한의 말부터 들어보세. 만일 그랬을 때 그자들이 그분을 붙잡는다면? 나는 누군가가 나를 배반자라고 말하는 것을 원치 않아…”

“나는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네. 그럼 어떻게 한다?”

베드로는 갈팡질팡한다.

“그렇다면 나는 인정상 한 가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그분의 어머니를 멀리 떠나시게 하는 거야…”

알패오의 유다가 말한다.

“좋아!… 하지만… 누가 가나? 우리는 그분께 뭐라고 말씀드리나? 자네는 그분의 친척이니 자네가 가게.”

“나는 예수님과 함께 있을 거야. 그건 내 권리야. 자네가 가게나.”

“내가? 나는 사우라의 엘르아잘처럼 죽으려고 검으로 무장했어. 나는 내 예수님을 지키기 위하여 군단들 사이로 지나가면서 실컷 두들겨 패줄 거야. 수적으로 더 많은 자들의 힘으로 인해서 내가 죽는다면, 그것은 상관없어. 나는 그분을 지켰을 테니까.”

베드로가 선언한다.

“그렇지만 자네는 정말로 그것이 가리옷 사람이라고 확신하나?”

필립보가 타대오에게 묻는다.

“나는 확신해. 우리 중에 아무도 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어. 그자밖에는… 마태오, 자네가 마리아께 가서 말씀드리게.”

“내가? 그분을 속이라고? 아무것도 모르시는 그분을 우리 곁에 두고 보라고? 그 다음에는?… 아! 안 돼.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지만, 그 비둘기 같이 순진한 분을 배신하는 일은…”

그들의 목소리들은 뒤섞여 하나의 웅성거림이 된다.

“들으셨습니까, 선생님? 저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몬이 말한다.

“나도 안다. 내가 아는 그 말들은 필요 없다. 그리고 만일 그 말들이 그리스도의 마음에는 평화를 준다 해도, 그의 영혼을 상하게 한다.”

“나의 주님, 왜요? 그것들은 사랑의 말들인데요.”

“그것들은 전적으로 인간적인 사랑의 말들이다. 진실로 나는 지난 3년 동안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구나. 왜냐하면 너희는 첫 시간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 모든 가장 더러운 누룩이 너희 안에서 끓어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너희의 탓이 아니다…”

“예수님, 당신 자신을 구하세요!”

요한이 신음하며 말한다.

“나는 나 자신을 구하고 있다.”

“당신께서요? 오! 나의 하느님, 감사합니다!”

요한은 폭염으로 말랐다가 그 줄기 위에서 다시 똑바로 서며 싱싱해지는 꽃과 같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나는 죽음으로 가고 있고, 너희는 믿음으로 가고 있다.”

“그렇지만 당신께서는 방금 당신 자신을 구하려 하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사랑받는 사도는 다시 낙심한다.

“아니다, 나는 사실 나 자신을 구하고 있다. 만일 내가 아버지께 순종하지 않는다면, 나는 나 자신을 잃을 것이다. 나는 그분께 순종한다. 그러므로 나는 나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울지 마라! 너희는 어느 날 내가 말해준 적이 있는 저 그리스 철학자의 제자들만큼 용감하지 않다. 그들은 독미나리로 만들어진 독약을 마시고 죽어가는 그들의 스승 곁에 남아 있으면서 자신들의 씩씩한 고통으로 그를 위로해주었다.

너는… 너는 아버지를 잃은 어린 소년 같구나.”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잃고 있는 것은 아버지를 잃는 것보다 더한 것입니다! 저는 당신을 잃고 있으니 말입니다.”

“너는 나를 계속 사랑할 터이니, 나를 잃지 않을 것이다. 땅에서는 망각으로 인하여, 그리고 내세에서는 하느님의 심판으로 인하여 우리와 헤어진 사람이 잃어버린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그러나 요한은 설득되지 않는다.

시몬이 예수께 더 가까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그분께 비밀을 털어놓는다.

“선생님… 시몬 베드로와… 저는 무언가 좋은 일을 하기를 바랐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니,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당신께서는 몇 시간 후에 당신께서 잡히실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달이 중천에 이르자마자.”

시몬은 분노는 아니라 해도, 고통과 조바심을 나타내는 몸짓을 한다.

“그럼 모든 것이 무익했군요… 선생님, 저는 지금 당신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최근 며칠 동안에 시몬 베드로와 제가 당신을 혼자 내버려두었다고 책망하다시피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당신을 대신하여… 당신을 위하여 당신을 떠나 있었습니다…

월요일 밤에 제가 자고 있을 때 베드로는 당신의 말씀에 깜짝 놀라 저를 찾아와 저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자네를 믿으니 말하네만, 자네와 나는 예수님을 위하여 무언가를 해야 하네. 유다도 자기도 거기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네.’

오! 왜 저희는 그때 깨닫지 못했을까요? 당신께서는 왜 저희에게 아무것도 말씀해주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만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당신께서는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정말로요? 혹시 당신께서는 그것을 몇 시간 전에야 깨달으셨습니까?”

“나는 그것에 대하여 항상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제자가 되기 전부터. 그래서 나는 하느님의 관점으로나 사람의 관점으로 보아 그의 죄악이 완성되지 못하게 하려고 모든 방법으로 그를 나에게서 떠나보내려고 애썼다.

내가 죽기를 원하는 자들은 하느님을 사형시키는 자들이다. 내 제자이자 친구인 그는 배반자, 사람(man)의 사형 집행자이기도 하다. 그는 내 첫 번째 사형 집행자이다. 왜냐하면 식탁에서 그를 내 곁에 두고 나 혼자 너희로부터 그를 보호해야 하는 노력으로 인하여 그는 이미 나를 죽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 일을 알지 못합니까?”

“요한은 안다. 만찬의 끝에 나는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런데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

“그러면 라자로는요? 그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릅니까? 오늘 저희는 그의 집에 갔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오늘 아침 일찍 와서 자기의 제물을 바치고는 자기의 저택에 들르지도 않고, 총독관저에도 들르지 않고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의 습관에 따라 늘 총독관저에 갔었거든요. 그리고 당신께서도 아시다시피 빌라도는 요즘 시내에 있습니다…”

“그렇다. 그들 모두가 여기 있다. 로마가 여기 있다. 빌라도와 함께 새 시온이 여기 있다. 카야파와 헤로데와 함께 이스라엘이 있다. 파스카가 이 백성의 모든 자녀들을 하느님의 제단 앞으로 불렀기 때문에 이스라엘 전체가 여기 있다… 너는 가말리엘을 보았느냐?”

“예, 저는 보았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왜 저에게 물으십니까? 저는 내일 다시 그분을 만나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 가말리엘은 벳파게에 있다. 나는 안다. 우리가 겟세마니에 도착하면, 너는 그분에게 가서 말해라. ‘잠시 후에 당신은 당신이 21년 동안 기다리고 계시는 표징을 가지시게 될 것입니다.’

다른 것은 말하지 마라. 그 다음에 너는 네 동료들에게로 돌아오너라.”

“그런데 당신께서는 어떻게 아십니까? 오! 나의 선생님, 다른 사람의 일들을 모르는 위안도 가지고 계시지 못하는 가엾은 내 선생님!”

“네 말이 맞다! 무지의 위안(the comfort of not knowing)! 가엾은 선생! 악한 행위들이 착한 행위들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착한 행위들도 보고, 그것들을 기뻐한다.”

“그러면 당신께서는 알고 계시는군요.”

“시몬아, 지금은 내 수난의 시간이다. 아버지께서는 그것을 더 완전하게 만드시려고 그것이 가까워짐에 따라 나에게서 그분의 빛을 거두어가고 계신다. 머지않아 나는 암흑만을 가지게 될 것이고, 암흑 즉 사람들의 모든 죄들이 무엇인지를 보게 될 것이다.

너는 이해할 수 없다. 너희 중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 이 특별한 사명을 위하여 하느님께 부름 받을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큰 수난 속의 이 수난(this passion in the great Passion)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구속자로서 채찍질당하고, 고문당하는 것으로 인하여 울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랑하고 묵상하는 데 있어서도 물질적이기 때문에, 내 말을 듣고 있는 너희는 내 말을 믿어라. 가장 혹독한 고통인 이 영적 고통은 헤아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시몬아, 말해라. 나를 위하여 네 우정으로 갔었던 오솔길들을 따라 나를 인도해다오. 왜냐하면 나는 소경이 되어가고, 실제의 사물들이 아닌 유령들을 보는 가엾은 사람이니 말이다…”

요한이 그분을 껴안으며 묻는다.

“뭐라고요? 당신께서는 더 이상 당신의 요한도 보실 수 없습니까?”

“나는 너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령들이 사탄의 안개들로부터 솟아나고, 악몽들과 고통들의 환상들이 나타난다. 오늘 저녁에 우리 모두는 이 지옥의 독기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내 안에 비겁함, 불순종, 슬픔을 만들어놓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것은 너희 안에 실망과 공포를 만들어놓을 것이다.

그것은 두려워하지도 않고, 죄지은 사람들도 아닌 다른 사람들 안에는 죄악과 공포를 가져다줄 것이고, 이미 사탄에게 속해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초자연적인 도착(倒錯)을 야기할 것이다. 나는 악에 있어서의 그들의 완전성은 인간의 가능성들을 능가하여 항상 초자연적인 것 안에 있는 완전성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시몬아, 더 크게 말해라.”

“예, 화요일부터 저희는 알아내고, 예방하고, 도움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일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너희는 무엇을 할 수 있었느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면 극히 보잘것없는 것만을 했을 뿐입니다.”

“공포로 인하여 너희의 마음들이 마비될 때 그 보잘것없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이다.”

“저는 라자로에게도 짜증났었습니다… 제가 이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가 나태해 보였기 때문에 저는 짜증났었습니다… 그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총독의 친구입니다. 그는 항상 테오필로스의 아들이고요! 그러나 그는 저의 모든 제안들을 물리쳤습니다. 저는 ‘나는 자네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친구라고 생각하네. 자네는 나를 혐오감으로 가득 채우네!’ 하고 외치며 그를 떠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는 그의 집에 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그가 저를 불러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아직도 내가 배반자라고 생각할 수 있나?’ 저는 이미 가말리엘, 요셉, 쿠자, 니코데모, 마나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형제 요셉도 만나 보았었고… 그래서 저는 더 이상 그렇게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라자로, 나를 용서해주게.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유죄선고를 받았을 때보다 더 내 정신이 교란되어 있다고 느끼네.’

선생님,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저 자신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왜 웃고 계십니까?”

“왜냐하면 이것이 내가 방금 전에 말한 것을 확인해주기 때문이다. 사탄의 안개가 너를 둘러싸고, 너를 어지럽힌다. 라자로는 무엇이라고 대답하더냐?”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자네를 이해하네. 오늘 니코데모와 같이 오게. 나는 자네를 보아야겠네.’ 그래서 저는 갔습니다. 그 동안에시몬 베드로는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갔습니다. 왜냐하면 그토록 멀리서 온 당신의 형제가 저희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기가 알패오와 요셉의 친구로서 시장 근처에서 사는 어떤 갈릴래아 노인과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소식을 들었다고 말합니다.”

“오!… 그래… 그는 그 집안의 아주 친한 친구지…”

“그 노인이 시몬과 여자들과 함께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카나에서 온 그 가족도 있습니다.”

“나는 시몬을 보았다.”

“그런데 요셉은 여자들 쪽으로 그의 인척이 된 성전에 있는 어떤 사람의 친구이기도 한 그의 이 친구에게서 그들이 당신을 체포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하며 베드로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항상 예수에게 반대해왔소. 하지만 나는 사랑으로 그렇게 했고, 그가 여전히 강할 때에만 그렇게 했었소. 그러나 그가 한 아이와 같고, 그의 원수들에게 사냥감이 된 지금 항상 그를 사랑해온 친척인 나는 그의 편이오. 그것은 핏줄과 사랑의 의무요.’”

예수께서는 잠시 기쁜 시간들의 차분한 얼굴을 보이시며 미소 지으신다.

“그리고 요셉은 베드로에게 말했습니다. ‘갈릴래아의 바리사이들도 다른 모든 바리사이들처럼 악하오. 하지만 갈릴래아 전체가 바리사이들은 아니지요. 그리고 그분을 사랑하는 많은 갈릴래아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가서 그들에게 그분을 지키기 위하여 모이라고 말합시다.

우리에게는 칼들밖에 없소. 하지만 몽둥이들도 잘 다루면 무기들이 돼요. 그리고 만일 로마군대가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비겁한 성전의 경비병들의 무리를 금방 제압할 것이오.’

그래서 베드로는 요셉과 함께 갔습니다. 그 동안에 저는 니코데모와 함께 라자로의 집으로 갔었습니다. 저희는 저희와 함께 가서 그의 집을 열어 당신과 함께 있도록 그를 설득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런데 라자로가 저희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예수께 순종해야 하고, 그래서 여기 남아 있어야 해요. 두 배의 고통을 당하기 위해서요…’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렇다. 내가 그에게 그렇게 명령했다.”

“그래도 그는 저에게 검들을 주었습니다. 그 검들은 그의 것입니다. 하나는 저에게 주었고, 다른 하나는 베드로에게 주라고요. 쿠자도 저에게 몇 자루의 검들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온 세상과 맞서는 데 있어 두 조각의 강철 따위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쿠자는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는 맹세코 아무것도 모르며, 그들은 궁정에서 명절을 즐기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여느 때처럼 주연을 벌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요안나에게 유다에 있는 그들의 집 중 하나로 물러가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자기가 없는 것처럼 여기 자기의 저택에 틀어박혀 있기를 원합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플라우티나, 안나, 니까, 그리고 클라우디아 가문의 로마 여인 두 사람이 그녀와 함께 있습니다. 그 여자들은 울면서 기도드리고, 죄 없는 어린이들에게 기도드리게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도드릴 때가 아니라 피 흘릴 때입니다. 저는 제 안에서 ‘열성당원’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복수하기 위하여 죽일 생각이 간절합니다!…”

“시몬아, 만일 네가 저주받은 자로 죽기를 내가 원했다면, 나는 네 참상에서 너를 해방시켜주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매우 엄하시다.

“오! 선생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를 용서해주세요. 저는 술에 취하여 헛소리하는 사람과도 같습니다.”

“마나엔은 무엇이라고 말하느냐?”

“마나엔은 그것이 사실일 수는 없으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기는 처형대까지 당신을 따라가겠다고 말합니다.”

“너희 모두는 얼마나 자신들을 의지하는지! 사람 안에는 얼마나 많은 교만이 있느냐! 그리고 니코데모와 요셉은 어떠냐? 그들은 무엇을 알고 있느냐?”

“그들은 제가 아는 것보다 더 알지는 못합니다. 얼마 전의 한 모임에서 요셉은 산헤드린을 비난했습니다. 그는 그들이 무죄한 사람을 죽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들을 살인자들이라고 부르며 말했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것이 불법이오. 그분께서 주님의 집에 가증스런 것이 있다고 말씀하시니 그분의 말씀이 맞소. 이 제단은 더럽혀졌기 때문에 파괴될 것이오.’

그들은 그를 돌로 쳐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요셉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그들은 모든 것에 대하여 그를 어둠 속에 있게 했습니다.

가말리엘과 니코데모만이 그의 친구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자는 말하지 않고, 후자는… 니코데모도, 요셉도 가장 중요한 결정들을 하기 위한 산헤드린 회의에 더 이상 소환되지 않았습니다. 산헤드린은 그들과 로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서로 다른 시간들에 불법적으로 모입니다.

아! 제가 잊고 있었군요!… 목자들 말입니다. 그들은 갈릴래아 사람들과 함께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수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만일 라자로가 저희의 말을 들어 총독관저로 갔었더라면! 그렇지만 그는 저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한 일입니다… 많이 했지만…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저는 너무 짓눌려서 라자로가 말했고 요셉, 쿠자, 마나엔, 가말리엘이 말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쓸데없다’는 이 생각을 없애버릴 수만 있다면, 들로 돌아다니며 재칼처럼 울부짖고, 주지육림에서 야수처럼 되고, 노상강도처럼 죽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열성당원은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닌 것 같다…

“그 라삐는 무엇이라고 말하느냐?”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카야파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오. 하지만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것은 오로지 그리스도를 위하여 예언되었다고 당신들에게 말하겠소. 그리고 나는 이 예언자에게서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흥분할 이유를 알지 못하오. 한 착한 사람, 한 하느님의 벗이 살해당할 것이오. 하지만 시온은 얼마나 많은 그와 비슷한 사람들의 피를 마셔왔소?!’

저희가 당신의 신성을 주장했더니, 그는 고집스럽게 반복했습니다. ‘내가 그 표징을 본다면, 나는 믿겠소.’ 그런데 그는 당신의 사형선고에 대한 투표에 기권하고, 가능하다면 당신께 유죄판결을 내리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는 믿지 않습니다! 그는 믿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내일까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렇지만 당신께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시니,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는 라자로의 집으로 가거라. 그리고 너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그리로 데려가려고 노력해라. 만일 네가 사도들만이 아니라 시골길들에서 방황하는 제자들을 만난다면, 그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명령해라. 만일 네가 목자들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명령해라. 베타니아의 집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베타니아의 집, 즉 다정하게 숙식을 제공하는 집이다. 온 백성의 증오를 무릅쓸 용기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그리로 피신하여 기다려야 한다…”

“저희는 당신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서로 헤어지지 마라… 분열되면 너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단결해 있으면, 너희는 여전히 하나의 힘일 것이다. 시몬아, 그것을 나에게 약속해라. 너는 침착하고, 충실하며, 말할 줄 알고, 베드로에게도 영향을 미칠 줄 안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큰 의무 하나를 가지고 있다. 나는 네가 순종하게 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너에게 그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보아라, 우리는 키드론에 있다. 나병환자인 너는 저기서 나를 향하여 올라왔고, 깨끗해져서 떠나갔다. 내가 너에게 준 것 대신 그것을 나에게 다오. 내가 사람(man)에게 준 것을 그 사람(the Man)에게 다오. 지금은 내가 나병환자다…”

“안됩니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두 제자들이 신음하며 말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베드로와 내 형제들이 가장 낙심한 사람들일 것이다. 내 정직한 베드로는 자기가 죄인인 것처럼 느낄 것이고, 그래서 평화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 형제들은… 그들은 그들의 어머니와 내 어머니를 쳐다볼 용기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들을 너에게 부탁한다…”

“주님, 저는 누구에게 맡겨집니까? 당신께서는 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요한이 간청한다.

“오, 내 아이야! 너는 네 사랑에 맡겨져 있다. 그것은 아주 강하기 때문에 그것이 어머니로서 너를 인도할 것이다. 나는 너에게 명령도, 인도도 주지 않는다. 나는 너를 사랑의 물 위에 남겨둔다. 그 물은 네 안에서 고요하고 깊은 강물이기 때문에 그것은 네 장래에 대하여 내 안에서 아무런 의심도 일으키지 않는다.

시몬아, 너는 알아들었느냐? 나에게 약속해다오. 제발 나에게 약속해다오!”

예수께서 그토록 번민하시는 것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분께서 다시 말씀하신다.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오! 고맙다! 너는 축복받기를 바란다!”

그들 모두가 다시 모여 무리를 이룬다.

“지금 헤어지자. 나는 기도드리러 저 위로 올라갈 것이다. 나는 베드로, 요한, 야고보를 데려가고 싶다. 너희는 여기 남아 있어라. 그리고 만일 너희가 압도당한다면, 우리를 불러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의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하여 기도해라. 증오와 공포를 버려라. 이것은 한 순간일 뿐이고… 그 다음에 그것은 넘치는 기쁨일 것이다. 미소 지어라. 그리하여 너희의 미소들을 내 마음속에 간직하게 해다오. 그리고 다시 한 번 모든 것에 대하여 감사한다, 나의 벗들아. 안녕. 주님께서 너희를 버리지 마시기를…”

예수께서는 사도들과 헤어져 앞으로 나아가신다. 그 동안에 시몬은 수지가 많은 몇 개의 마른 나뭇가지들에 횃불로 불을 붙였고, 그래서 그 나뭇가지들이 올리브 나무 재배지 가장자리에서 탁탁 소리를 내며 타면서 향나무의 냄새를 퍼뜨린다. 그 다음에 베드로는 시몬에게서 횃불을 건네받는다.

타대오가 예수를 어찌나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그분께서는 돌아서서 누가 그분을 바라보고 있는지 찾으시는데, 그런 타대오를 보는 것은 나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타대오는 바르톨로메오 뒤에 숨어 자제하려고 입술을 깨문다.

예수께서는 한 손을 드시어 강복과 동시에 작별인사이기도 한 손짓을 하시고 나서 계속 길을 가신다. 이제는 매우 높게 올라온 달이 그 빛으로 그분의 키 큰 모습을 둘러싼다. 그 빛은 그 모습을 숭고해 보이게 하고, 그분의 붉은 옷을 더 밝게 하고, 그분의 금발을 더 창백하게 함으로써 그분의 큰 키를 더 크게 만드는 것 같다. 그분의 뒤에는 횃불을 든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들은 올리브 동산의 촌스러운 원형극장 같은 것의 첫 번째 급경사의 가장자리에 이를 때까지 계속 걸어간다. 그 입구는 불규칙적인 작은 평지이고, 올리브 나무들의 군락들 안에서 산을 올라가는 몇 개의 급경사들의 단들이다. 그때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멈춰라. 내가 기도드리는 동안에 여기서 나를 기다려라. 그러나 잠들지 마라. 나에게 너희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사랑으로 너희에게 이것을 부탁하는데, 기도해라! 너희 선생은 몹시 우울하다.”

그분께서는 사실 이미 깊이 우울한 상태이시다. 그분께서는 이미 무게에 짓눌리시는 것 같다. 통치자의 눈으로 침착하게 미소 지으시며 아름답고 낭랑한 목소리로 군중들에게 말씀하셨던 미남자이시고, 강하시고, 남성적이신 예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는가?

그분께서는 벌써 숨이 막히시는 것 같다. 그분께서는 뛰어왔거나 운 사람과도 같으시다. 그분의 목소리는 지쳐 있고, 기진맥진해 있다. 슬프고, 슬프고, 또 슬픈 모습이시다…

베드로가 그들을 대표하여 대답한다.

“선생님,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깨어 기도하겠습니다. 저희를 부르시기만 하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가겠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을 떠나가신다. 그 동안에 세 사람은 깨어 있기 위하여, 그리고 많이 내리기 시작하는 이슬을 막기 위하여 상체를 숙이고 나뭇잎들과 나뭇가지들을 모아 작은 불을 피운다.

그분께서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시고 동쪽을 향하여 걸어가시는데, 달빛이 그분의 얼굴을 비춘다. 나는 큰 고통으로 인하여 그분의 눈이 한층 더 확대되어 있는 것을 본다. 아마도 그것은 피로로 인한 다크 서클들이 눈들을 더 크게 만들거나 눈썹의 그림자들로 인하여 눈들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그분의 두 눈이 더 크게 떠져 있고, 더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안다.

그분께서는 머리를 숙이고 올라가신다. 그분께서는 단지 이따금씩 마치 올라가시는 것이 힘드시고 숨차시는 것처럼 한숨을 쉬시며 머리를 드신다. 그때 그분께서는 몹시 서글픈 눈으로 평화로운 올리브 동산을 둘러보신다. 그분께서는 몇 미터 올라가시고 나서 어떤 급경사의 주위를 도신다. 이렇게 해서 이 급경사는 그분께서 아래에 남겨두신 세 사도들과 그분 사이에 있게 된다.

처음에는 불과 몇 센티미터만이 높던 급경사가 계속 올라가서 곧 2미터 이상의 높이에 이른다. 그리하여 그것은 다소간 신중하거나 호의적인 눈들이 볼 수 없도록 예수를 완전히 가린다.

예수께서는 특정 지점에서 좁은 오솔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에 이르기까지 계속 가신다. 그 바위는 아마 그 너머 예루살렘이 위치한 성벽에 이르기 전에 있는 황량한 한 무더기의 폐허에 이르기까지 더 급경사를 이루며 헐벗은 한쪽의 비탈을 떠받치기 위하여 거기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쪽은 위쪽 방향으로 더 심한 급경사들과 다른 올리브 나무들이 있다.

거대한 바위 바로 위에 옹이들로 가득하고 심하게 뒤틀린 올리브 나무 한 그루가 매달려 있다. 그것은 어떤 질문들을 하려고 자연에 의하여 놓인 기이한 의문부호처럼 보인다. 그것의 꼭대기에서 잎이 무성한 가지들이 줄기의 질문들에 답변하는데, 때로 땅 쪽을 향하여 숙이고 있을 때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때로 가지들 사이로 부는 가벼운 미풍에 좌우로 흔들릴 때에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 미풍은 때로는 흙냄새를 실어오고, 때로는 올리브 나무들의 쌉쌀한 냄새를, 때로는 장미꽃들과 은방울꽃들의 향기를 실어 오는데, 이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나는 궁금하다.

작은 오솔길 너머 그리고 그 아래 더 많은 올리브 나무들이 있는데, 바위 바로 아래쪽에 있는 한 그루의 올리브 나무는 벼락을 맞아 줄기가 쪼개지고도 살아남았는지,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다른 요인에 의하여 어떻게 갈라졌는지 원줄기로부터 두 줄기들이 마치 주조된 거대한 블록체 V자의 두 획처럼 서 있고, 그 중 한 줄기의 잎이 우거진 가지들이 바위의 한쪽 위에 있고, 다른 줄기는 다른 쪽에 있어 마치 그것들이 동시에 바위를 보거나 가리기를 원하거나 아니면 바위에 아주 평화로운 은회색 바탕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그곳에서 멈추신다. 그분께서는 달빛을 받아 온통 희게 보이는 아래쪽의 시가지를 바라보지 않으신다. 반대로 그분께서는 시내 쪽으로 등을 돌리시고, 두 팔을 펴 십자 모양으로 교차시키시고, 얼굴을 하늘을 향하여 드신 채로 기도하신다.

나는 그분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달이 그분의 머리 위에 거의 수직으로 있지만, 그분과 달 사이에는 올리브 나무의 무성한 잎들도 있어 달빛이 나뭇잎들 사이로 겨우 새어 들어와 끊임없이 움직이는 작은 반점들과 바늘들과 같은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길고 열렬한 기도이다. 그분께서는 때때로 한숨을 쉬시고, 어떤 말을 더 분명히 들리도록 말씀하신다. 그것은 시편도 아니고, 주님의 기도도 아니다. 그것은 그분의 사랑과 그분의 필요로부터 솟아나오는 기도이다. 그것은 그분의 아버지와의 참된 대화이다.

나는 내가 알아듣는 몇 마디 말들로 그것을 이해한다.

“당신께서는 아십니다… 저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모든 것을, 그러나 저를 도와주십시오… 그 시간이 왔습니다… 저는 더 이상 땅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위한 도움의 모든 필요는 중단됩니다… 구속자가, 말씀이 당신께 순종했던 것처럼 사람(the Man)이 당신을 만족시켜드리게 해주십시오… 당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저는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당신께 청합니다…

제가 그들을 구원하겠습니까? 이것이 제가 당신께 여쭙는 것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그들이 세속으로부터, 육신으로부터, 마귀로부터 구원되기를…

제가 더 간청해도 되겠습니까? 아버지, 이것은 정당한 간청입니다. 이것은 저를 위한 간청이 아니고,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당신에 의하여 창조되었는데, 자기의 영혼을 더럽히기를 원한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저는 그 오물을 제 고통 속으로, 그리고 제 핏속으로 던져 넣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당신을 기쁘시게 하는 영혼의 불후의 본질로 회복되게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악마는 도처에 있습니다. 오늘 밤 그는 왕입니다. 왕궁에서, 그리고 집들에서. 군인들 가운데서, 그리고 성전 안에서… 도성은 악마로 가득 차 있고, 내일 도성은 지옥이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돌아서서 바위에 등을 기대시고 팔짱을 끼신다. 그분께서는 예루살렘을 바라보신다. 예수의 얼굴은 점점 더 침울해진다. 그분께서는 중얼거리신다.

“예루살렘은 눈처럼 하얗게 보이지만… 온통 죄일 뿐이다. 나는 저 안에서 얼마나 많이 고쳐주었는가! 나는 얼마나 많이 말했는가!… 나에게 충실했던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예수께서는 고개를 숙이시고 이슬로 반짝이는 짧은 풀로 덮여 있는 땅바닥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신다. 그러나 비록 그분께서 고개를 숙이고 계시지만, 그분의 얼굴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눈물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나는 그분께서 울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머리를 드시고 팔짱을 풀어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합장하시고 합장하신 채로 두 손을 흔드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거기서 출발하여 작은 모닥불 주위에 앉아 있는 세 사도들에게로 돌아오신다. 그분께서는 반쯤 잠들어 있는 그들을 보신다. 베드로는 등을 나무줄기에 기대고 팔짱을 낀 채 깊이 든 첫 잠에 취하여 머리를 끄덕이고 있다. 야고보는 자기의 동생과 함께 땅 밖으로 드러난 커다란 뿌리에 그 울퉁불퉁함을 덜 느끼려고 그들의 겉옷을 깔아놓고 앉아 있다.

비록 그들은 베드로보다 덜 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들도 졸고 있다. 야고보는 머리를 요한의 어깨에 기대고 있고, 요한은 머리를 자기 형의 머리 위로 기울이고 있는데, 마치 졸음이 그들을 그런 자세로 고정시켜놓은 것 같다.

“너희는 자고 있느냐? 너희는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었느냐? 그런데 나에게는 너희의 격려와 기도들이 몹시 필요하다!”

세 사람은 소스라쳐 놀라 잠에서 깨어나는데, 완전히 비몽사몽이다. 그들은 눈을 비비며, 소화불량을 그들의 잠의 원인으로 돌리며 변명한다.

“이것은 포도주와… 음식 때문입니다… 그러나 곧 나아질 겁니다. 그것은 한 순간이었을 뿐입니다. 저희는 말하고 싶지 않았었고, 그래서 잠들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지금 큰 소리로 기도하겠습니다. 그러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 기도하고, 깨어 있어라. 너희를 위해서도 그럴 필요가 있다.”

“예, 선생님. 저희는 당신께 순종하겠습니다.”

예수께서는 다시 가신다. 달이 그분의 얼굴을 은빛으로 밝게 비추어 그 빛이 그분의 붉은 옷을 점점 더 창백하게 보이게 한다. 마치 달빛이 그분의 옷에 희고 빛나는 먼지의 베일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달빛으로 그분의 낙망하고 괴로워하는 늙은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분의 두 눈은 여전히 크게 떠져 있지만, 흐려 보인다. 그분의 입은 피로로 뒤틀려 있다.

그분께서는 몸을 더 숙이고 더 천천히 방금 전의 바위로 돌아가신다. 그분께서는 두 팔을 바위 위에 얹고 무릎 꿇으신다. 그 바위는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 높이의 중간쯤에 일종의 돌출물이 있는데,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가져다놓은 듯 작은 식물이 그 위에서 자라고 있다.

그것은 내가 이탈리아에서도 본 적이 있는 둥글고 두텁지만 그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고 아주 가는 줄기 위에 아주 작은 꽃들이 피어 있는 백합들과 비슷한 화초이다. 바위의 회색 바탕과 진초록색 잎에 뿌려진 작은 눈송이와도 같다.

예수께서 꽃들 곁에 두 손을 얹으시자 작은 꽃들이 뺨을 스친다. 그분께서 깍지 끼신 두 손에 얼굴을 얹으시고 기도하시기 때문이다. 잠시 후에 그분께서는 작은 꽃잎들의 차가운 기운을 느끼고, 얼굴을 드신다. 그분께서는 그것들을 들여다보시고 쓰다듬으시며 그것들에게 말씀하신다.

“너희도 여기 있었구나!… 너희는 나를 위로해준다! 내 어머니의 작은 동굴에도 이런 작은 꽃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그 꽃들을 좋아하셨다.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으니까.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나에게 ‘너는 이것들처럼 작은 백합꽃이다. 그리고 너는 하늘의 이슬로 가득하다’ 하고 말씀하셨다.’ 어머니! 오! 어머니!”

그분께서는 울음을 터뜨리신다. 나는 그분께서 깍지 낀 양손에 머리를 얹으시고 꿇어앉아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이시고 우시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다. 그 동안에 그분께서는 두 손을 깍지 끼시고 손가락들이 으스러질 정도로 조이신다.

나는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베들레헴에서도… 저는 당신께 그 꽃들을 가져다드렸지요, 어머니. 그러나 이제 누가 그것들을 당신께 가져다드리겠습니까?…”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다시 기도와 묵상을 시작하신다. 그분의 묵상이 참으로 슬픈 것임은 틀림없다. 그것은 슬프다기보다는 고뇌로 가득 찬 것일 터이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그분의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시기 위하여 일어나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들을 중얼거리시며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시고,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이시고, 여러 가지 몸짓을 하시며, 큰 고뇌에 빠져 있는 사람의 전형적인 동작과 같이 기계적이고 불안한 손놀림으로 두 눈과 두 뺨을 비비시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시기 때문이다.

그것을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묘사하기는 불가능하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분의 고뇌에 동참하게 된다.

그분께서는 예루살렘을 향하여 손짓하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마치 도움을 청하시려는 것처럼 다시 하늘을 향하여 두 팔을 쳐들기 시작하신다.

그분께서는 마치 더우신 것처럼 겉옷을 벗으신다. 그분께서는 그 겉옷을 들여다보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무엇을 보시는가? 그분의 눈은 그분 자신의 고통만을 보실 뿐이다. 모든 것이, 심지어 그분의 어머니께서 짜주신 겉옷마저 그 고통을 증가시키는 데 이바지한다.

그분께서는 그것에 입 맞추시며 말씀하신다.

“저를 용서해주세요, 어머니!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분께서는 그분의 어머니께서 모성적 사랑으로 잣고 짠 천에게도 용서를 비시는 것 같다. 그분께서는 그것을 다시 입으신다. 그분께서는 고통의 먹이시다. 그분께서는 자신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기도하기를 원하신다.

그러나 추억들, 걱정, 의심들, 회한들이 그분의 기도와 함께 다시 몰려온다… 그것은 이름들… 고을들… 사람들… 사건들…의 사태이다. 그분께서는 빠르고 두서없으시기 때문에 나는 그분을 따라갈 수 없다. 그분 앞에 지나가는 것은 그분의 복음전파의 삶이다… 그리고 배반자 유다가 다시 그분의 생각 속에 등장한다.

그분의 고뇌는 참으로 커서 그분께서는 그것을 극복하시기 위하여 베드로와 요한의 이름을 외치시게 된다.

“지금 그들이 올 것이다. 그들은 참으로 충실하다!”

그러나 ‘그들’은 오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그들을 다시 부르신다. 그분께서는 마치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신 듯 두려움에 떠시는 것 같다.

그분께서는 베드로와 두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재빨리 도망치신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그들이 지금은 꺼져가고 있고 회색 재 가운데 약간의 붉은 빛만을 내고 있는 몇 개의 잉걸들 주위에서 편안하게 깊이 잠들어 있다.

“베드로야! 나는 세 번이나 너희를 불렀는데, 너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너희는 아직도 자고 있느냐? 너희는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느냐? 기도해라. 육체가 이기지 못하도록, 육체가 너희를 압도하지 못하도록, 너희 중 누구도 압도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영혼은 원한다 해도, 육체는 약하다. 나를 도와다오…”

세 사람은 더 천천히 잠이 깬다. 그러나 마침내 그들은 잠에서 깨어나 몽롱한 눈으로 변명한다. 그들이 일어서는데, 먼저 앉고 그 다음에 일어선다.

“근데 좀 생각해보십시오!”

베드로가 중얼거린다.

“이런 일은 저희에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그 포도주 탓입니다. 그것이 독했습니다. 그리고 이 추운 공기도 그렇고요. 저희는 추위를 느끼지 않으려고 옷을 껴입었습니다(과연 그들은 머리에까지 겉옷을 뒤집어쓰고 있다).

저희는 더 이상 불을 돌보지 않았고, 더 이상 춥지 않았고, 그래서 잠들어버렸습니다. 당신께서는 저희를 부르셨다고 말씀하셨나요? 그렇지만 저는 그리 깊게 잠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보게 요한, 나뭇가지들을 찾고, 몸을 움직이세. 저희는 곧 잠에서 완전히 깨어날 것입니다. 선생님, 염려하지 마십시오. 지금부터는… 저희는 일어서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약간의 낙엽을 잉걸불에 던져 넣고 불이 살아날 때까지 분다. 또한 그는 요한이 가져온 덤불들로 불을 살린다. 그 동안에 야고보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에서 노간주나무나 그와 비슷한 종류의 나무를 꺾어와 그것을 불 위에 얹어놓는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며 예수의 불쌍한 얼굴을 비춘다. 그것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몹시 슬픈 얼굴이다. 그 얼굴의 모든 밝은 빛이 극도의 피로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분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나를 죽이고 있는 고통을 느낀다! 오! 그렇고말고! 내 영혼은 죽도록 슬프다. 내 벗들아!… 내 벗들아!…”

그러나 설령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는다 해도 그분의 모습은 참으로 임종하는 사람의 모습, 그것도 가장 비참하고 가장 쓸쓸하게 버림받아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이라는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분의 모든 말씀은 흐느낌과도 같다…

그러나 그 세 사람은 잠으로 인하여 너무 둔해져 있다. 그들은 거의 술 취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너무 심해 그들은 반쯤 눈을 감고 비틀거린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바라보신다… 그분께서는 그들을 꾸짖음으로써 그들을 무안하게 하시지는 않으신다. 그분께서는 머리를 흔드시고 한숨을 쉬신 다음에 방금 전에 계셨던 자리로 돌아가신다.

그분께서는 다시 한 번 서서 양팔을 뻗어 십자로 교차시키시고 기도하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방금 전과 같이 무릎을 꿇으시고 얼굴을 작은 꽃들 위로 숙이신다. 그분께서는 곰곰 생각하신다. 침묵하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무릎을 꿇으신 채 거의 엎드려 신음하며 큰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하신다. 그분께서는 점점 더 애절하게 그분의 아버지를 부르신다…

그분께서 말씀하신다.

“오! 이 잔은 너무 씁니다! 저는 마실 수 없습니다! 저는 마실 수 없어요! 이것은 제 능력을 넘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닙니다… 아버지, 이것을 당신의 아들에게서 치워주십시오! 저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제가 이 잔을 받아 마땅한 무엇을 했습니까?”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아버지, 만일 제가 청하는 것이 당신의 뜻에 어긋난다면, 제 목소리를 듣지 마십시오. 제가 당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기억하지 마시고, 오로지 당신의 종이라는 것만을 기억하십시오. 제 뜻이 아니라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주십시오.”

그분께서는 잠시 그대로 계신다. 그러다가 그분께서는 숨 막히는 듯한 비명을 지르시고는 극도로 혼란스러워 보이는 얼굴을 드신다. 그분께서는 잠시 동안만 그러시고는 얼굴을 정말로 땅에 대고 엎드리신 채 그대로 계신다.

그분께서는 세상의 모든 죄들의 과중한 무게에 짓눌리시고, 아버지의 모든 정의로 얻어맞으시고, 어둠과 재와 쓰디쓴 비통함과 하느님께 버려진다는 저 엄청나고, 끔찍하고, 가장 두려운 일에 압제당하시시는 기진맥진한 사람이시다. 그 동안에 사탄은 우리를 고문한다…

그것은 영혼의 질식이고, 우리와 하느님 사이의 유대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되어 세상이라는 이 감옥에 산 채로 묻히는 것이며, 날카로운 가시들에 찔리고, 활활 불붙어 우리에게로 다시 떨어지는 우리 자신의 기도들의 쇠사슬에 묶이고, 재갈이 물려지고, 돌에 맞아 죽는 것이며, 우리의 고뇌의 목소리도, 눈길도 뚫을 수 없는 닫힌 하늘을 들이받는 것이고, ‘하느님의 고아들’이 되는 것이며, 광기이고, 임종의 고통이며, 지금까지 속아 왔다는 의심이고, 하느님께 거절되고, 저주받았다는 확신이다. 그것은 지옥이다!…

오! 나는 안다! 그리고 나는 내 그리스도의 처절한 고통을 보는 것을 견딜 수 없다. 정녕 견딜 수 없다. 나는 그것이 작년에 나를 소진시켰던 고통, 내가 그것에 대하여 생각만 해도 여전히 나를 힘겹게 만들어놓는 그 고통보다 백만 배나 더 두려운 것이라는 것을 안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목구멍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소리를 내며 임종하는 사람처럼 흐느끼며 신음하신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꺼져라!… 아버지의 뜻! 그분의 뜻! 오로지 그분의 뜻!… 아버지, 당신의 뜻이, 제 뜻 말고…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저는 바랍니다. 헛되이.

저는 한 주님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그분이십니다. 유일한 율법은 순종이고, 유일한 사랑은 구속입니다…

아니다. 나는 더 이상 어머니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더 이상 생명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더 이상 신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더 이상 사명도 가지고 있지 않다.

마귀(devil)야, 너는 내 어머니, 내 생명, 내 신성, 내 사명을 통하여 나를 시험해도 소용없다. 인류는 내 어머니이고, 그래서 나는 그것을 위하여 죽을 정도로 그것을 사랑한다. 나는 나에게 생명을 주셨고, 지금 나에게 그것을 달라고 요구하고 계시는 분,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의 최고의 주인께 내 생명을 드릴 것이다.

나는 내 신성을 주장한다. 그것이 이 속죄를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죽음을 통하여 내 사명을 완수하고 있다. 나는 주 나의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탄아, 꺼져라! 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렇게 말했는데, 그것을 세 번째 되풀이하겠다.

‘아버지,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 잔이 저를 지나가게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주십시오.’ 사탄아, 물러가라. 나는 하느님의 것이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더 이상 말씀하지 않으시고 헐떡거리시며 이렇게 말씀하실 뿐이다.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그분께서는 맥박이 뛸 때마다 하느님을 부르시고, 그때마다 피가 그분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 같다. 그분의 양어깨 위의 천에 그 피가 배어, 달빛이 그것을 환하게 비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어둡게 보인다.

더 환한 빛이 그분의 머리 위 그분에게서 약 1미터 되는 곳에 나타난다. 그 빛은 아주 밝아 땅에 엎드려 계시는 예수께서도 이미 피에 젖어 무거워져 흘러내려 그분의 두 눈을 가리고 있는 그분의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통하여 그것을 보실 수 있다. 그분께서는 머리를 드신다… 달빛은 그분의 가엾은 얼굴 위에서 빛나고, 금성의 청백색 다이아몬드와 같은 천사의 빛은 더 밝게 빛난다.

그러자 그분의 땀구멍들에서 배어나오는 피 안에서 모든 끔찍한 임종의 고통이 드러난다. 그분의 속눈썹들, 머리카락, 콧수염들, 턱수염은 피에 젖어 있고, 피에 덮여 있다. 피가 그분의 양쪽 관자놀이들에서 흘러나오고, 그분의 목의 정맥들에서 배어나오고, 그분의 양손에서 방울방울 떨어진다. 그분께서 두 손을 천사의 빛을 향하여 뻗으시는데, 그분의 넓은 소매가 양쪽 팔꿈치 쪽으로 미끄러져 내리자 그리스도의 아래팔들에서 피땀이 배어나오는 것이 보인다. 그분의 두 줄기 눈물만이 그분의 붉은 얼굴에 깔끔한 두 줄기 선들을 그어놓는다.

그분께서는 다시 겉옷을 벗고 그분의 두 손과 얼굴과 목과 아래팔들을 닦으신다. 그러나 땀은 계속 나온다. 그분께서는 옷의 천을 두 손으로 쥐고 얼굴에 대고 누르시는데, 그분께서 그 자리를 옮기실 때마다 젖어 있는 선명한 자국들이 암적색 옷감에 분명히 나타나는데, 그것들은 검게 보인다. 땅 위의 풀은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다.

예수께서는 졸도하시기 직전인 것처럼 보이신다. 그분께서는 마치 숨이 차는 것을 느끼시는 것처럼 그분의 속옷의 끈을 푸신다. 그분께서는 한손을 심장에 대셨다가 머리에 대시고, 그 다음에는 마치 부채질하듯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드시며 입을 반쯤 벌린 채로 계신다.

그분께서는 바위를 향하여, 그러나 급경사의 가장자리 가까운 쪽으로 몸을 질질 끌고 가신 다음에 거기 등을 기대신다. 그분께서는 마치 이미 돌아가신 것처럼 머리를 가슴 위로 푹 숙이시고 양팔을 축 늘어뜨리신 채로 계신다. 그분께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신다.

천사의 빛이 천천히 사라진다. 나중에 그것은 밝은 달빛 안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예수께서는 다시 눈을 뜨신다. 그분께서는 힘들게 머리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신다. 그분께서는 여전히 혼자시지만, 덜 고민하시는 것 같다. 그분께서는 한 손을 뻗어 풀 위에 놓아두었던 겉옷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그것으로 얼굴, 양손, 목, 수염, 머리카락을 닦으신다. 그분께서는 비탈 가장자리에 서 자라고 있는 이슬을 흠뻑 머금은 큰 잎을 따 그것으로 얼굴과 양손을 적셔 씻으신 다음 말리신다. 그분께서는 다른 잎들로 몇 번 똑같이 하여 그 무서운 땀의 흔적들을 닦아내신다.

그분의 속옷만이 얼룩져 있는데, 특히 양어깨와 팔꿈치의 접히는 곳, 목, 허리, 양 무릎 부분이 더 그러하다. 그분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머리를 흔드신다. 그분께서는 겉옷도 들여다보신다. 그분께서는 겉옷이 너무 얼룩져 있는 것을 보신다. 그분께서는 겉옷을 개켜서 바위 위, 작은 꽃들 옆 요람처럼 생긴 곳에 놓으신다.

그분께서는 몸이 약해지신 탓에 어렵게 돌아서서 무릎을 꿇으신다. 그분께서는 겉옷에 두 손을 올려놓고 그 위에 머리를 대고 기도하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바위를 짚고 일어나 여전히 약간 비틀거리시며 제자들에게로 가신다. 그분의 얼굴은 매우 창백하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는 얼굴이 아니다. 비록 그것은 지독하게 창백하고, 평소보다 많이 슬프지만,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얼굴이다.

세 사도들은 겉옷을 뒤집어쓰고 꺼진 불 옆에 드러누워서 깊이 자고 있다. 그들이 큰 소리로 코를 골기 시작하려는 듯 깊이 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예수께서 그들을 부르시지만 소용이 없다. 그분께서는 몸을 숙여 베드로를 세게 흔드셔야만 한다.

“뭐야? 누가 나를 잡아가고 있어?”

사도는 자기의 암록색 겉옷을 들치고 어리둥절하고 놀란 모습으로 묻는다.

“아무도 아니다. 내가 너를 불렀다.”

“지금은 아침입니까?”

“아니다. 2시 끝 무렵이다.”

베드로는 몹시 몽롱하다.

예수께서 요한을 흔드시자, 그는 자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유령의 얼굴을 보고 공포의 비명을 지른다. 그만큼 예수의 얼굴은 대리석처럼 하얗다.

“오!… 당신께서는 저에게 죽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분께서는 야고보도 흔들어 깨우신다.

“그들이 선생님을 잡아갔니?”

자기의 동생이 부르고 있는 줄 알고, 야고보가 말한다.

“아직 아니다. 야고보야.”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라. 가자. 나를 배반하려는 자가 오고 있다.”

세 사람은 여전히 잠에서 덜 깬 채로 일어난다. 그들은 주위를 둘러본다… 올리브 나무들, 달, 나이팅게일들, 가벼운 미풍, 평화…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말없이 예수를 따라온다.

다른 여덟 사람들은 꺼진 불 곁에서 깊이 혹은 덜 깊이 잠들어 있다.

“일어나라!”

예수께서 우레 같은 목소리로 명하신다.

“사탄이 오고 있다. 결코 자지 않는 자인 그와 그 졸개들에게 하느님의 아들들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어라.”

“예, 선생님.”

“그는 어디 있습니까, 선생님?”

“나 예수는…”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혼란스러운 질문들과 대답들이 오가는 동안에 그들은 다시 겉옷을 입는다…

유다에 의하여 인도되는 경비병들에게 적시에 나타나기 위하여 사람들이 많은 횃불들을 들고 그 작은 광장을 불길하게 밝히며 쏟아져 들어온다. 그것은 병사들로 가장한 노상강도들의 무리로서 감옥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자들인데, 그들은 악마들처럼 웃고 있다. 성전의 괴짜 싸움꾼도 거기 있다.

모든 사도들은 한쪽 구석으로 물러선다. 베드로가 앞에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뒤에 무리지어 있다. 예수께서는 그분께서 계셨던 곳에 그대로 계신다.

유다는 다시 그분의 가장 좋은 날들의 빛나는 눈이 된 그분의 시선을 견디며 그분께 다가온다. 그는 얼굴도 숙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하이에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께 다가와 그분의 오른쪽 뺨에 입 맞춘다.

“내 벗이여, 너는 무엇을 위하여 왔느냐? 너는 입맞춤으로 나를 배반하고 있느냐?”

유다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든다… 꾸짖음에도, 뉘우침에 대한 모든 권고에도 무감각한 채.

예수께서는 선생님의 위엄을 가지고 최초의 몇 마디를 말씀하신 다음에 불행에 대하여 체념하는 사람의 슬퍼하는 어조로 말씀을 마치신다.

경비병들은 소리 지르며 밧줄들과 몽둥이들을 들고 앞으로 나아오며 그리스도만이 아니라 사도들도 붙잡으려고 한다. 물론 가리옷의 유다는 빼놓고 말이다.

“당신들은 누구를 찾고 있소?”

예수께서는 침착하고 엄숙하게 물으신다.

“나자렛 사람 예수요.”

“내가 그요!”

그분의 목소리는 우레와 같다. 예수께서는 살인하는 세상과 무죄한 사람들의 세상 앞에서, 자연과 별들 앞에서 분명하고, 충실하고, 확실한 이 증언을 그분 자신에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그것을 증언하실 수 있어 행복하시다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분께서 벼락을 내리치셨다 해도, 그분께서는 그보다 더한 일을 하지는 못하셨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베어진 곡식 단들처럼 쓰러진다. 서 있는 사람은 유다와 예수와 사도들뿐이다.

사도들이 병사들이 쓰러지는 광경을 보고 다시 용기를 내어 예수께로 다가오며 어찌나 노골적으로 유다를 위협하였던지, 유다는 때맞게 껑충 뛰어 시몬의 능숙한 칼질을 피한다.

검으로 무장하지 않은 사도들이 던지는 빗나간 돌들과 몽둥이들에 쫓기며 유다는 키드론 개울 너머로 도망쳐 한 어두운 골목길로 사라진다.

“일어나시오. 당신들은 누구를 찾고 있소? 나는 다시 한 번 당신들에게 묻겠소.”

“나자렛 사람 예수요.”

“나는 내가 그라고 당신들에게 말했소.”

예수께서는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그렇다. 부드럽게.

“그럼 이 다른 사람들은 가게 해주시오. 나는 가겠소. 검과 몽둥이들을 치우시오. 나는 도둑이 아니오. 나는 항상 당신들 가운데 있었소. 당신들은 왜 그때 나를 붙잡지 않았소? 그러나 지금은 사탄의 때이고, 당신들의 때요…”

그분께서 말씀하고 계시는 동안에 베드로는 예수를 묶으려고 밧줄들을 내미는 사람에게 다가가 서투른 칼질을 한다. 만일 그가 그에게 칼끝을 썼다면, 그는 숫양처럼 그를 죽였을 것이다.

베드로는 그의 귀의 일부만을 베었는데, 그 귀는 많은 피를 흘리며 매달려 있다. 그는 죽어라고 고함친다. 앞으로 나오려고 하는 자들과 검들과 단도들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겁먹은 자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난다.

“그 무기들을 치워라. 나는 그렇게 하라고 너희에게 명한다. 만일 내가 원했다면, 나는 내 아버지의 천사들로 하여금 나를 지키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나으시오. 만일 당신이 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당신의 영혼이 낫기를.”

그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신 다음 밧줄에 묶이시기 위하여 두 손을 내미시기 전에 그 귀를 만져 그것을 고쳐주신다.

사도들은 매우 꼴사납게 소리 지른다… 그렇다. 나는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어떤 사람은 저렇게 말한다.

누군가가 외친다.

“당신께서는 저희를 배신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은 외친다.

“그분께서는 미치셨어!”

또 다른 사람은 외친다.

“그러니 누가 당신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소리 지르지 않는 사람은 도망친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혼자 남겨지신다… 그분 혼자서 병정들과 함께… 이리하여 그분의 길이 시작된다…

 

1944. 2. 15.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너는 성목요일 저녁의 나의 영적 임종의 고통들을 관상했다. 너는 네 예수가 죽도록 얻어맞아 출혈이 심한 상처들로 자기의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는 치명상 입은 사람이나 자기의 힘에 부치는 심리적 외상에 압도된 사람처럼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너는 이 상처가 커지는 국면들이 나 자신을 억제하고 나를 내리누르는 무게를 견디려는 노력으로 인하여 생긴 혈액순환의 불균형으로 야기된 피 흘림에서 끝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나는 사람의 아들이기도 했다. 나는 이 장면들에서 똑같이 온전하고 완전한(complete and perfect) 나의 이 두 가지 본성이 분명히 드러나기를 원한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가지실 수 있는 억양들을 가진 내 말이 내 신성을 입증한다. 내가 너에게 보여주고, 참 인간인 내 육체 안에서 겪었고, 내가 참 하느님에 관한 내 교리로 너희 영혼들을 가르치듯이 네 인성을 위한 본보기로 너에게 제시하는 내 결핍들과 수난들 그리고 고통들은 내 인성을 입증한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내 지극히 거룩한 신성과, 내 지극히 완전한 인성 모두 ‘너희의’ 불완전한 인간성의 파괴활동을 통하여 그것들의 설명에 있어 폄하되고 왜곡되는 결과에 이르렀다. 너희는 내 인성을 비현실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너희가 불편하거나 악덕과 무신론과 인본주의와 합리주의의 독소로 인하여 손상된 너희 영혼들을 가지고는 더 이상 인정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하느님으로서의 나의 모습의 많은 부분들을 부인함으로써 그것을 왜소하게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보편적 불행들의 전징(前徵)인 이 비극적인 시간에 하느님과 사람인 내 두 가지 모습을 너희 마음에 다시 상기시키고, 그래서 너희에게 있는 그대로의 그것을 너희에게 알게 하고, 너희가 너희 영혼들로부터 그것을 가려온 그토록 심한 몽매함(obscurantism) 후에 너희가 그것을 인식할 수 있게 하여 너희가 그것을 사랑하고, 그것으로 돌아가 그것을 통하여 너희 자신들을 구원하게 하려고 오고 있다. 이것이 너희의 구세주의 모습이니, 이것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은 구원받을 것이다.

최근 며칠간 나는 내 육체적 고통들을 너에게 알게 해주었다. 그것들은 내 인성을 몹시 괴롭혔다.

나는 내 어머니의 고통과 연결되고, 서로 연결되고 교직된 내 정신적 고통들도 너에게 알게 했다. 적도의 밀림의 불가분의 칡넝쿨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것들은 한 줄기만을 잘라서는 분리시킬 수 없기 때문에 길을 내려면 손도끼로 단번에 쳐서 그것들 전부를 잘라내야 한다.

또는 그것들은 몸의 정맥들과 같아서 오로지 하나의 액체가 그것들을 채우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 중 하나에만 혈액이 없을 수는 없는 것과 같다. 달리 말하자면, 만일 태아의 엄마가 죽는다면, 그 엄마의 태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아기가 죽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 태아를 온전한 산 사람이 되게 하려면, 엄마의 생명, 온기, 자양분, 피가 어머니의 심장의 박동에 대응하는 리듬으로 세포막들을 통하여 태아에게 침투하기 때문이다.

그분, 오! 그분, 순결하신 내 어머니께서는 모든 여인이 남자의 씨를 배고 있는 아홉 달 동안만 나를 배고 계셨던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나를 배고 계셨다. 우리의 마음들은 영적인 섬유들로 결합되어 있어 그것들은 언제나 함께 맥박 쳤고, 그분의 어떤 눈물도 내 마음에 그 소금기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이 없었고, 나의 어떤 내적 신음도 그분 안에 반향을 일으켜 그분의 고통을 깨어나게 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너희는 불치병으로 인하여 죽을 운명에 처해 있는 한 아들의 어머니와, 준엄한 인간 정의에 의하여 사형이 선고된 사람의 어머니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분께선 나를 잉태하셨던 순간부터 내가 단죄된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떠셨던 내 어머니, 그분께서 그분의 갓난아기의 섬세한 장밋빛 몸에 첫 키스를 하실 때 그분의 아들의 미래의 상처를 느끼셨던 이 어머니, 내가 어른이 되는 것을 막고 그래서 희생의 순간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열 번, 백 번, 천 번 그분의 목숨을 바치셨을 이 어머니,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인류에 대한 다정하심으로 주님의 뜻을 받아들여 그 무서운 시간을 알고 계셨고, 갈망해야 하셨던 이 어머니를 생각해보아라.

그렇다. 내 어머니의 것보다 더 오래 계속되고, 그보다 더 큰 고통으로 끝난 임종의 고통도 없었다.

그리고 내 고통보다 더 크고, 더 완전한 고통도 없었다. 나는 아버지와 하나였다. 그분께서는 영원으로부터 오로지 하느님만이 사랑하실 수 있는 만큼 나를 사랑하셨다.

그분께서는 내 안에서 기쁨을 얻으셨고, 내 안에서 그분의 신성한 기쁨을 발견하셨다. 그리고 나도 그분을 오로지 하느님만이 사랑하실 수 있는 만큼 사랑했고, 그분과의 결합에서 하느님으로서의 나의 기쁨을 발견했었다.

영원으로부터(ab aeterno) 아버지를 아들과 이어주는 형언할 수 없는 관계는 내 말로도 너희에게 설명될 수 없다. 왜냐하면 내 말이 완전하다 해도 너희의 지성이 완전하지 않아서, 너희가 하늘에서 그분과 함께 있지 않고서는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이해할 수도,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자꾸 불어나 댐을 압박하는 물처럼 나에 대한 아버지의 준엄함이 시시각각으로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분께서는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기를 원치 않았던 짐승 같은 사람들에 대한 증언으로 내 공생활의 기간 동안에 요르단 강, 타보르 산, 수난 전날 예루살렘에서 세 번 하늘을 여셨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것을 하셨지, 나에게 위안을 주시려고 그것을 하신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미 속죄자였다.

마리아야,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그분의 종들 중 한 사람을 알게 하여 그를 통하여 그들이 깨어나게 하시고, 그분께 이끌릴 수 있게 하시는 일이 여러 번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종의 고통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그 종 자신이 하느님의 준엄함의 쓰디쓴 빵을 먹음으로써 그의 형제들의 위안과 구원을 위하여 개인적으로 값을 치르는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

속죄하는 희생자들은 하느님의 준엄함을 안다. 그 다음에 영광이 온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의가 진정된 다음이다. 그것은 자기의 희생자들에게 입 맞추는 내 사랑의 경우와 같지는 않다.

나는 예수이고, 구세주이다. 나는 하느님께 엄한 눈으로 보이고, 그분께 버림받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개인적인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나는 결코 엄하지 않고, 절대로 아무도 버리지 않는다. 나도 똑같이 태우지만, 사랑의 불로 태운다.

속죄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아버지께서 떠나가시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분리될수록 내 인성은 하느님의 신성에 의하여 덜 지탱된다고 느꼈다. 나는 그것으로 인하여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고통당했다.

하느님으로부터의 분리는 두려움, 삶에 대한 집착, 무기력, 피로 그리고 권태를 가져온다. 그것이 깊을수록 그것의 결과들은 더 강하다.

그것이 전면적일 때 그것은 실망으로 이끌어간다. 그리고 그가 단절당해 마땅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느님의 명령에 의하여 그것을 경험할수록, 그는 더 고통당한다. 왜냐하면 마치 살아 있는 육체가 한 지체의 단절을 느끼듯이 살아 있는 영혼은 하느님과의 단절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스럽고 몸을 가눌 수 없는 혼미이다.

나는 그것을 경험했다. 나는 모든 일에 있어 너희를 위하여 아버지께 간구할 수 있기 위하여 모든 것을 알아야 했다. 너희의 절망조차도 말이다. 오!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이 무슨 뜻인지를 경험했다. ‘나는 혼자다. 모든 이가 나를 배반하고 나를 버렸다. 아버지마저도, 하느님마저도 더 이상 나를 도와주시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절망에 압도된 가엾은 마음들에게 신비스러운 은총의 기적을 행하는 것도,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토록 쓰디쓴 고통스러운 경험의 잔을 마심으로써 절망의 바다에서 난파하는 사람들이 내가 닻과 구원으로 제공하는 십자가를 거절하지 말고, 그것을 붙잡아 내가 그들을 평화만이 다스리는 복된 해안으로 데려갈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목요일 저녁에 나에게 내 아버지가 필요했는지 여부는 나만이 안다! 나는 한 사람의 가장 큰 두 가지 고통, 즉 지극히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작별과 불성실한 친구를 가까이에 두어야 하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노력으로 인하여 이미 임종의 고통을 겪고 있는 영혼이었다. 그들은 내 마음을 태우는 두 개의 상처였다. 전자는 그분의 눈물로, 후자는 그의 증오로.

나는 내 카인과 함께 내 빵을 나누어야 했다. 나는 사도들이 폭력적으로 반응하여 죄짓지 않도록 그들에게 그를 폭로하지 않기 위하여 그에게 다정하게 말해야만 했다. 어쨌든 나의 거룩한 죽음도, 유다의 자살도 이미 생명의 큰 책에 기록되어 있었으니, 만일 사도들이 죄지었다면 그것은 무익했을 것이다.

다른 어떤 죽음은 무익하고, 하느님께 인정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 피가 아닌 다른 어떤 피도 흐르지 말아야 했고, 흐르지도 않았다. 밧줄은 그 목숨을 질식시켜 사탄에게 팔린 그의 더러운 피를 배반자의 육체의 더러운 자루 속에 가두었다. 그 피는 땅에 떨어져서 죄 없는 이의 지극히 깨끗한 피와 섞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 두 상처들은 나로 하여금 내 자아 속에서 고통당하게 하는 데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속죄자, 희생, 어린양이었다. 어린양은 제물로 바쳐지기 전에 불로 달궈진 쇠로 낙인찍히고, 매 맞고, 털이 깎이고, 백정에게 팔리는 일을 견뎌내야 한다. 그놈은 끝에 가서야 비로소 자기의 목을 찌르고, 피 흘리게 하고, 죽이는 칼의 냉기를 느끼게 된다.

먼저 그놈은 모든 것, 즉 그놈이 자란 목장, 그놈이 먹고 몸을 덥혔던 어미의 젖가슴, 함께 살아온 동무들을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을! 하느님의 어린양인 나는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런 이유로 아버지께서 하늘로 물러가고 계실 때 사탄이 왔다. 그는 이미 내 임무의 시초에 와서 나를 그 임무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나를 유혹했었다. 그는 지금 다시 오고 있었다. 그때는 그의 시간이었다. 마귀의 안식일의 시간.

무수한 마귀들(devils)의 떼가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일을 완수하고, 그들로 하여금 이튿날 그리스도의 살해를 요구하도록 결심시키려고 그날 밤에 땅 위에 있었다.

산헤드린의 각각의 위원이 그의 마귀를 가지고 있었고, 헤로데는 그의 마귀를, 빌라도도 그의 마귀를 가지고 있었으며, 내 피를 그 자신의 위로 부를 모든 한 명, 한 명의 유다인도 그의 마귀를 가지고 있었다. 사도들의 곁에도 그들의 유혹자들이 있어 내가 번민하고 있는 동안에 그들을 졸리게 했고, 비겁해지도록 그들을 준비시키고 있었다.

순결의 힘에 주목해라. 순결한 제자 요한은 모든 사도들 중 마귀의 발톱들에서 최초로 빠져나와 즉시 자기의 예수 곁으로 돌아왔고, 표현되지 않은 그의 소원을 알아차려 마리아를 나에게로 모셔왔다.

그러나 유다는 루치페르를 가지고 있었고, 나도 루치페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의 마음속에, 나는 내 곁에. 우리는 비극의 두 주역들이었고, 사탄은 직접 우리 두 사람에게 관여하고 있었다. 그는 유다를 다시는 물러설 수 없을 지점까지 이끌어간 다음에 나에게로 향했다.

그는 완전한 계략으로 능가할 수 없을 만큼 실감나게 내 육체가 당할 고통들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광야에서도 그는 육체로부터 시작했다. 나는 기도함으로써 그를 이겼다. 영이 육체의 공포를 지배했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내 죽음의 무익함을, 그리고 배은망덕한 사람들을 상관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하여 사랑으로 충만한 부유하고 행복하게 사는 삶의 유익함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내 어머니께서 고통당하시지 않도록 그분을 위하여 살라고, 내가 오랜 사도직으로 많은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돌이키게 할 수 있다고, 그들은 만일 내가 죽으면 나를 잊어버릴 것이라고, 내가 3년 동안만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그들의 선생이 되면 그들은 내 가르침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되고야 말 것이라고, 자기의 천사들이 나를 도와 사람들을 유혹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느님의 천사들이 나를 돕기 위하여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내가 알 수 없었는가? 하느님께서는 나중에 내가 그분께 인도할 신자들의 무리를 보시고 나를 용서해주실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광야에서도 그는 무모한 행동으로 하느님을 시험하도록 나를 설득하려고 애썼다. 나는 기도함으로써 그를 이겼다. 영혼이 정신적인 유혹을 지배했다.

그는 내가 하느님께 버림받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분, 아버지께서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시지 않았다. 나는 세상의 죄들을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분을 혐오했다.

그분께서는 그곳에 계시지 않고, 나를 홀로 내버려두셨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나를 잔인한 군중의 조롱에 넘겨주고 계셨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심지어 나에게 그분의 신성한 위로도 해주시지 않았다.

나는 혼자, 나 혼자였다. 그 시간에 그리스도 곁에는 사탄밖에 없었다. 하느님과 사람들은 거기 없었다. 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나를 미워했거나 나에게 무관심했다.

나는 내 기도로 사탄의 말들을 덮으려고 기도했다. 그러나 내 기도는 더 이상 하느님께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것은 투석형(投石刑)의 돌들처럼 내 위로 다시 떨어져 그 돌 더미로 나를 짓눌렀다. 나에게는 항상 아버지께 드리는 애무와 같았고, 올라가고 그래서 아버지의 다정한 애무와 말씀으로 응답되었던 내 기도는 지금은 죽었고, 무거워졌고, 닫힌 하늘을 향하여 헛되어 말해졌다.

그때 나는 그 잔의 바닥의 쓴맛을 맛보았다. 절망의 맛이었다. 그것은 마귀가 원했던 것이었다. 나를 절망으로 이끌고, 자기의 노예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나는 절망을 이겼고, 나 혼자만의 힘으로 마귀를 이겼다. 왜냐하면 나는 그를 이기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사람(a Man)으로서의 나의 힘으로. 나는 사람(the Man)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하느님에게서 더 이상 도움 받지 못하는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너희를 도와주실 때에는 세상이라도 어린이의 장난감처럼 들어 올리고 지탱하기가 쉽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더 이상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실 때에는 꽃 한 송이의 무게라도 우리에게는 짐이다.

나는 하느님을 섬기고, 너희에게 생명을 줌으로써 너희를 섬기기 위하여 절망과 그것의 창조자인 사탄을 이겼다.

그러나 나는 죽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십자가에 못 박힌 육체의 죽음만은 아니었다. 육체의 죽음은 그토록 두렵지는 않다. 그것은 견딜 수 있는 모든 한계를 초과하는 노력으로 인한 외상으로 심장이 터지고, 피 흘리며, 승리한 후에 쓰러지는 전사의 전적으로 의식적인(conscious) 죽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피를 땀처럼 흘렸다. 나는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기 위하여 피를 땀처럼 흘렸다.

그런 이유로 내 고통의 천사가 내 희생을 통하여 구원된 모든 사람들의 희망들을 내 죽음에 대한 약으로 나에게 보여주었다.

너희의 이름들! 각각의 이름은 내 정맥들을 활성화시키고, 그것들을 기능하게 하게 하기 위하여 그것들에 주입된 한 방울의 약이었고, 그 이름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돌아오는 생명, 돌아오는 빛, 돌아오는 힘이었다. 나는 잔인한 고문을 당하는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내 고통을 외치는 것을 피하고, 하느님에 대하여 절망하지 않고, 그분께서 그분의 희생에게 너무 엄하시고 불의하시다고 말하지 않기 위하여 너희의 이름들을 나 자신에게 되뇌었고, 너희를 보았다.

그때부터 나는 너희를 축복했다. 그때부터 나는 너희를 내 마음속에 지녀왔다. 그리고 너희가 땅 위에 있어야 할 시간이 왔을 때 나는 세상에 새로운 사랑의 꽃 한 송이가 태어났고, 그 꽃이 나를 위하여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몹시 환호하며 하늘 밖으로 몸을 내밀어 너희가 오는 것을 동반했다.

오! 나의 복된 자들이여! 죽어가는 그리스도의 위안이여! 내 어머니, 사랑하는 제자(the Disciple), 경건한 여인들이 내 죽음의 현장에 있었다.

그런데 너희도 거기 있었다. 죽어가는 내 두 눈은 내 어머니의 고통당하시는 얼굴과 함께 너희의 다정한 얼굴들도 보았고, 그 눈들이 너희를 구원했기 때문에 그것들을 기쁘게 감았다. 한 하느님(a God)의 희생의 값어치가 있는 너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