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수난

597. 파스카 전 목요일 저녁. 최후의 만찬실에의 도착과 어머니께 대한 작별인사

Skyblue fiat 2024. 3. 23. 13:03

597. 파스카 전 목요일 저녁. 최후의 만찬실에의 도착과 어머니께 대한 작별인사

1944. 2. 17.

 

나는 파스카 음식을 먹게 되어 있는 만찬실을 본다. 나는 그 방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나는 벽들의 거친 부분들과 방바닥의 갈라진 틈들을 모두 셀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은 완전한 정사각형이 아니라 약간 직사각형인 큰 방이다. 긴 벽과 짧은 벽의 차이는 기껏해야 1미터 혹은 약간 그 이상이다. 천장은 낮다. 아마도 방의 높이가 그 크기와 비례가 맞지 않아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천장은 약간 아치형이다. 즉 보다 짧은 두 벽들이 천장과 직각이 아니라 둥그스름하게 이어져 있다.

보다 짧은 벽들에는 서로 마주보는 두 개의 넓고 낮은 창들이 있다. 나는 그 창들의 덧창들이 닫혀 있기 때문에 그 창들이 어디로 나 있는지, 안마당 쪽으로 나 있는지 길 쪽으로 나 있는지를 볼 수 없다. 나는 덧창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정확한 단어인지는 모르겠다. 그것들은 판자들로 만들어진 창 덮개들인데, 그것들을 가로지른 쇠 빗장으로 단단히 닫혀 있다.

방바닥은 정사각형의 넓은 구운 벽돌로 되어 있는데, 오래 되어 퇴색되어 있다. 천장 한가운데에는 가지들이 여러 개 나 있는 기름등잔이 매달려 있다.

보다 긴 벽들 중 하나에는 뚫린 곳이 전혀 없다. 반대로 다른 쪽에는 한 귀퉁이에 작은 문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끝에 1평방미터의 층계참이 있는 난간 없는 여섯 단의 계단통을 통하여 그 문에 도달하게 되어 있다. 이 층계참에는 벽에 기대어 있는 다른 디딤판 하나가 더 있고, 문은 그것과 같은 높이로 되어 있다. 내가 잘 설명했는지 나는 모르겠다.

벽들은 흰 빛깔로 칠해져 있을 뿐 장식물들도, 가장자리 장식들도 없다. 그 방의 중앙에는 그 너비에 비하여 길이가 대단히 긴 장방형의 식탁이 긴 벽들과 평행으로 놓여 있는데, 그것은 아주 평범한 나무로 만들어진 식탁이다.

긴 벽들을 따라 몇 개의 의자들이 있다. 짧은 벽들에 기대어 창문 아래 일종의 궤가 있고, 그 한쪽 위에는 몇 개의 물그릇들과 항아리들이 있으며, 다른 창문 아래에는 낮고 긴 찬장이 있는데, 지금은 그 위에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파스카 음식을 먹을 방을 묘사한 것이다. 나는 하루 종일 이 방을 똑똑히 보았다. 사실 그래서 나는 층계의 단들을 셀 수 있었고, 자세한 것들을 모두 살펴볼 수 있었다. 그 다음에 밤이 된 지금 내 예수님은 나를 데리고 가서 관상의 나머지를 주시하게 하신다.

나는 이 넓은 방에서 여섯 개의 단들이 있는 계단통을 통해 침침한 현관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는데, 그 현관문은 내 쪽에서 보아 왼쪽에 있고, 넓고, 낮고, 대단히 견고하며, 못과 철 단추들과 가로대들로 강화된 대문을 통하여 큰길로 이어진다.

만찬실에서 현관으로 나가는 작은 문 맞은편에는 또 하나의 문이 있는데, 그 문을 통하여 덜 넓은 다른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만찬실은 지면과 집의 나머지 부분사이의 고저의 차이로부터 얻어진 것으로서 지하실이나 청소되거나 수리된 포도주 창고와 같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땅 밑으로 1미터 남짓 꺼져 있는데, 아마 그 넓이와 균형 잡히게 하려고 방이 더 높여진 모양이다.

내가 지금 보는 방에는 마리아께서 다른 여자들과 함께 계신다. 나는 막달라의 마리아와 야보고와 유다와 시몬의 어머니 마리아를 알아본다. 그녀들이 겉옷을 벗는 것을 보면, 그들은 요한에게 인도되어 방금 도착한 것 같다. 그들은 겉옷을 개켜 방안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등 없는 걸상에 올려놓으며 떠나가는 사도와 그들이 도착에 맞추어 달려온 어떤 여자와 남자에게 인사한다.

나는 이 남녀는 집주인들이고, 나자렛 선생님의 제자들이거나 동조자들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마리아에게 완전히 주의를 집중하고 경의를 표하면서도 친밀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마리아께서는 짙은 파란 옷을, 매우 짙은 남색 옷을 입고 계신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머리에 흰 베일을 쓰고 계시는데, 그분께서 머리까지 덮는 겉옷을 벗으실 때에야 그것이 보인다. 그분께서는 기진맥진해 계시고, 나이 들어 보이신다. 그분께서는 비록 상냥하게 미소 짓고 계시지만, 매우 슬퍼하신다. 그분의 동작들은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의 그것들처럼 피로에 지쳐 있고, 소극적이다.

약간 열린 문틈으로 나는 집주인이 현관과 만찬실을 왔다 갔다 하며 큰 기름 램프의 나머지 화구들에 완전히 불을 붙여 방을 밝히는 것을 본다. 그 다음에 그가 가서 대문을 열자 예수께서 사도들과 함께 들어오신다. 밤의 그림자들이 높은 집들 사이에 있는 길에 이미 내려 덮이고 있는 것을 보니 날이 저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분께서는 모든 사도들과 함께 계신다. 그분께서는 여느 때의 인사말로 집주인에게 인사하신다.

“이 집에 평화가 있기를.”

그 다음에 사도들이 만찬실로 내려가는 동안에 예수께서는 마리아께서 계시는 방으로 들어가신다.

경건한 여인들이 깊은 존경을 가지고 그분께 인사드린 다음에 어머니와 아드님을 자유롭게 계시게 하려고 문을 닫고 나간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를 껴안고, 그분의 이마에 입 맞추신다. 마리아께서는 먼저 그분의 아드님의 손에 입 맞추시고, 그 다음에는 아드님의 오른뺨에 입 맞추신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의 손을 잡으신 채 다른 손으로 등받이 없는 의자를 끌어다 그분을 앉히시고, 그분 자신도 곁의 의자에 앉으신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어머니께서 앉아 계실 때에도 계속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계신다.

예수께서도 미소 지으시려고 애쓰시지만, 그분께서는 생각에 골몰해 계시고, 침울하시다. 마리아께서는 근심스럽게 그분의 아드님의 얼굴 표정을 살피신다.

은총과 사랑으로 이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는 가엾은 어머니! 고통스러운 표정들이 마리아의 얼굴 전체에 나타나고, 그분의 두 눈은 깊은 고통에 대한 내적 환상으로 커진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요란한 장면을 연출하지 않으신다. 어머니께서도 그분의 아드님처럼 위엄 있으시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께 말씀하신다. 예수께서는 그분께 인사드리고, 자신을 위하여 기도드려달라고 부탁하신다.

“어머니, 저는 당신에게서 힘과 위로를 받으려고 왔습니다. 어머니, 저는 자기의 고통 때문에 어머니의 마음을 필요로 하고, 힘을 얻기 위하여 자기 어머니의 품을 필요로 하는 어린 소년과 같습니다. 이 시간에 저는 다시 오래 전의 당신의 어린 예수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지금 저는 선생이 아닙니다. 저는 제가 어린 소년이었을 때 나자렛에서와 같이, 제 사생활을 끝내기 전의 나자렛에서와 같이 오로지 당신의 아들일 뿐입니다.

저에게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당신의 예수의 다정하고 충실한 친구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심지어 선을 행하는 데 있어서도 용맹하지 못합니다. 오로지 악인들만이 악을 행하는 데 있어 항구하고, 강합니다.

그러나 어머니, 당신께서는 저에게 충실하시고, 그래서 이 시간에 제 힘이십니다. 당신의 사랑과 기도들로 제 힘을 돋우어주십시오. 저를 많거나 적게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당신만이 이 시간에 기도드릴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십니다. 당신께서는 기도할 줄 아시고, 이해할 줄 아십니다.

제가 그토록 많은 일들로 고통당하는 동안에 다른 사람들은 축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즐거운 생각들이나 범죄적인 생각들에 골몰해 있습니다.

이 시간 후에 많은 것들이 죽을 것입니다. 그것들 가운데 그들의 인간성이 죽을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멸망하여 어떤 힘도 최소한 뉘우침으로라도 도로 되돌아오게 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을 빼놓고는 그들 모두가 저에게 합당하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당장은 제 승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고 기뻐하면서 제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며칠 전의 호산나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어머니, 저는 이 시간을 위하여 왔고, 초자연적인 관점으로는 이 시간이 오는 것은 기쁨입니다. 그렇지만 제 자아는 그것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쓴 잔이 배반, 부인, 잔인함, 신성모독, 버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제 힘을 북돋아주세요. 당신께서 당신의 기도들로 하느님의 성령을 당신 자신에게로 이끌어오셨고, 그것을 통하여 민족들이 기다리는 사람을 세상에 주셨듯이 지금 제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을 완수할 수 있도록 저를 도울 수 있는 힘을 당신의 아들에게로 이끌어 오십시오.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 저에게 강복해주십시오. 아버지를 대신해서도요. 그리고 모든 사람을 용서하세요. 함께 용서하십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들을 용서하십시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시며 그분의 어머니의 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무릎을 꿇고, 그분의 허리를 껴안고, 그분을 쳐다보신다.

마리아께서는 하느님께 내적인 기도를 드리기 위하여 얼굴을 약간 들고 소리 없이 우신다. 눈물이 그분의 창백한 두 뺨을 흘러내려와 그분의 무릎과 예수의 머리에 떨어진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의 가슴에 머리를 묻으신다. 마리아께서는 마치 예수를 축복하시려는 것처럼 예수의 머리에 한 손을 얹으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상체를 숙여 예수의 머리카락에 입 맞추시고, 그것을 쓰다듬고, 그분의 어깨와 팔을 쓰다듬으시며, 그분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 자신께로 돌리시고, 가슴에 꼭 껴안으신다.

마리아께서는 눈물을 흘리시며 다시 한 번 예수의 이마와 두 뺨과 고통스러운 두 눈에 입 맞추시고, 마치 마구간에서 새로 태어나신 하느님이신 아기를 흔들어주시는 것을 내가 본 것처럼 그분께서 아기라도 되시는 듯 그 지치신 가엾은 머리를 품에 안으신다. 그러나 지금 마리아께서는 노래 부르시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단지 이렇게만 말씀하신다.

“아들아! 아들아! 예수야! 예수야!”

그분께서 어찌나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시는지 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그 다음에 예수께서는 일어나신다. 그분께서는 겉옷을 가다듬으시고, 아직 울고 계시는 그분의 어머니 앞에 서 계시며, 이번에는 그분께서 그분의 어머니께 강복하신다. 그러고 나서 그분께서는 문 쪽으로 가신다. 그러다가 나가시기 전에 어머니께 말씀하신다.

“어머니, 저는 제 파스카 음식을 먹기 전에 다시 오겠습니다. 저를 기다리시는 동안에 기도드리십시오.”

그 다음에 그분께서 나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