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31, “창조주께서 피조물에게 고맙다고 하시거나
피조물이 창조주께 고맙습니다 하는 것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이 무엇이겠느냐?”
1904년 4월 11일
1. 평소와 같은 상태로, 그러나 한참 동안 괴로워한 끝에 흠숭하올 예수님 잠깐 뵈었다.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물으셨다.
2. “나를 그리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으니,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무엇이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이냐?”
3. “주님, 저는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4. 그러자 그분은 다시 말씀하셨다. “무엇이라고?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고? 성덕이든 내 은총이든 덕행이든 무엇이든 내게 청해 보아라. 나는 무엇이든지 다 줄 수 있다.”
5. 그래도 나는 거듭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는 오직 당신과 당신께서 원하시는 것 밖에는 달리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6. 그러자 그분은 한 번 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너는 달리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 오직 나만으로 넉넉하단 말이지? 홀로 나 밖에는 네 안에 다른 생명을 지니지 않는 것이 소망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너는 틀림없이 오로지 내게만 모든 신뢰를 두고 있다. 따라서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7. 그분은 더 이상 시간을 내주시지 않고 번갯불이 번쩍 하듯 홀연히 사라지셨다.
8. 그리고 그분은 내가 아무리 애타게 간청해도 돌아오시지 않았다. 그 때문에 실망해선지, “나는 그분밖에는 원하는 것이 없고, 오직 그분만 생각하거나 관심을 기울일 뿐이건만, 그분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으신가 봐. 그 착하신 마음으로 어떻게 이러실 수 있는건지 모르겠어.” 하는 중얼거림이 저절로 솟아났다. 이외에도 더 많은 군소리를 늘어놓고 있을 때 그분께서 돌아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9. “고맙다. 고마워! 창조주께서 피조물에게 고맙다고 하시거나 피조물이 창조주께 고맙습니다 하는 것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이 무엇이겠느냐? 네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너에게 오기를 지체하고 있을 때, 그때에는 내가 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두어라. 또 내가 즉시 오면 너는 내게 고맙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진다. 그런즉 이는 창조주로 하여금 너한테 고맙다고 말씀하시게 할 기회를 그분께서 네게 주시는 것이다. 이것이 네 눈에는 대수롭잖은 일로 보이느냐?”
10. 나는 (그 말씀을 듣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6권-32,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더없이 귀한 보배이다
1904년 4월 12일
1. 오늘 아침에는 복되신 예수님의 부재로 말미암아 마음이 어수선했다. 한참 고투를 벌이다가 그분을 잠시 뵈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햇볕이 내리쬐는 강물을 바라보면 하늘에 떠 있는 것과 같은 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강물이 바람에 요동치지 않고 잔잔할 때라야 볼 수 있다. 물이 마구 출렁거리면, 햇볕을 바로 받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온통 뒤섞여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다.
3. 영혼도 그와 같다. 신적인 햇볕이 내리쬘 때 영혼이 고요하면 그 자신 안에 들어와 있는 이 해를 감지하게 된다. 그 열을 느끼고 그 빛을 보면서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혼이 어수선하면, 자신 안에 해를 품고 있으면서도 혼란과 소동 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나와 일치해 있는 것이 너에게 소중한 일이라면, 네 평화를 더없이 귀한 보배로 간직하여라.”
6권-33, 영혼이 참을성 있는 사랑이라는 음식을 하느님께 드리면,
하느님께서는 은총이라는 달콤한 빵을 영혼에게 주신다
1904년 4월 14일
1. 여느 때와 같은 상태로 있었지만, 내 복되신 예수님을 빼앗긴 것 같아 여간 괴롭지 않았다. 그분께서 오신 것은 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무렵, 그러니까 이제는 오시지 않으리라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을 때였다. 그분은 손에 잔을 하나 들고 계신 모습이었고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 딸아, 너의 사랑이라는 음식 외에도 너의 인내라는 음식도 나한테 주려무나. 참을성 있게 고통을 겪는 사랑이 (그렇지 않은 사랑)보다 더 옹골지고 실속있고 기운나게 하는 음식이니 말이다. 사람이 참을성이 없으면, 그의 사랑도 보잘것없고 경박하고 아무런 실속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내라는 빵을 만드는 데에 필수적인 원료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네가 이를 나에게 주면 나는 은총이라는 달콤한 빵을 너에게 주겠다.”
3. 그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손에 들고 오신 잔을 내게 주시면서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을 마시라고 하셨다. 그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종의 음료였는데 맛이 달콤하였다. 그리고 그분은 사라지셨다.
4. 나중에 나는 여러 외국인들이 내 침대 주위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나를 찾아온 듯한 사제들과 남녀 평신도들이었다. 그들 가운데에는 내 고해사제에게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영혼에 대해서, 그리고 주님께서 그녀에게 나타내 보이신 모든 것과 주신 은총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왜냐하면 주님께서 1882년에 산 제물이 될 영혼을 택하실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고, 이 산 제물을 알아볼 표는 그분께서 그녀로 하여금 노화(老化)나 타고난 본성의 변화 없이 택함을 받은 때와 똑같은 젊음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으니 말입니다.”
5. 그들이 이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어떻게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침상에 붙박여 있기 시작한 당시(이때 루이사의 나이는 22세였다.)와 똑같은 상태로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상당히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며 살아 왔건만 조금도 변한 데가 없는 것이었다.
6권-34, 예수님과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에 대한 말씀,
산 제물인 영혼을 보시고 징벌을 줄여 주시다
1904년 4월 16일
1. 평소대로 있다 보니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와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그들 가운데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포격 소리가 들렸으며, 쓰러져 죽거나 부상당하는 이들이 있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는 부근의 큰 건물 위쪽으로 달아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적들이 그들을 뒤쫓아 올라가서 밖에 남아 있는 이들보다 더 가차없이 죽이곤 하는 것이었다.
2. 나는 “주님께서 이 사람들 속에 계시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그분께 ‘자비를 베푸소서. 이 가련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할 텐데!” 하며 혼잣말을 하였다.
3. 그리고 그분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아기 모습을 하신 그분을 뵈었다. 그런데 그분은 점점 자라나서 마침내 어른 모습이 되셨다. 나는 다가가서 이렇게 여쭈었다.
“다정하신 주님,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이 보이시지 않습니까? 이제는 주님의 자비를 쓰시지 않으시렵니까? 사람이 되신 주님의 신성을 언제나 그토록 영예롭게 한 이 속성을 무익하게 버려두시렵니까? 이는 주님의 존귀하신 머리에 특별한 관을 씌워 드린 속성이고, 주님께서 너무나 원하시고 사랑하시는 또 하나의 관으로 주님을 단장하는 속성이 아닙니까? 그리고 이 두 번째의 관은 바로 영혼들이 아닙니까?”
4. 그러자 그분께서 내 말을 막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만! 더 말하지 말아라. 너는 자비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하지만, 정의는? 정의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너에게 한 번 더 말하지만, 정의는 그 나름의 길을 가야 한다.”
5.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수습할 방도가 없겠군요. 그럼에도 저를 이 땅에 남겨 두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여기에서 제가 주님의(의노를) 진정시킬 수 없고 제 이웃을 대신하여 고통을 받을 수도 없다면 말입니다. 일이 그러한 이상 주님께서 저에게 죽음을 허락하시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6. 바로 그 순간, 복되신 예수님의 어깨 뒤로 또 다른 한 분이 보였다. 그분은 눈짓으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아버지께로 가서 그분께서 네게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들어보아라.”
7. 나는 벌벌 떨면서 (하느님 아버지를) 알현(謁見)하였다. 나를 보시자마자 그분은 이렇게 물으셨다. “무엇 때문에 나에게 왔느냐?”
8. “흠숭하올 선함이시며 무한한 자비이신 분이시여, 당신께서는 자비 자체이심을 알기에, 바로 당신 모상이며 당신께서 지어내신 작품이고 홀로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에게 자비를 베푸시기를 간청하려고 제가 왔습니다.” 하고 나는 대답하였다.
9.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원하는 것이 자비란 말이지? 그러나 네가 참된 자비를 원하기에 말하지만, 정의가 다 쏟아져 내린 뒤에야 그것이 자비의 열매를 풍성히 맺게 될 것이다.”
10. 나는 달리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몰라서 “한없이 거룩하신 아버지, 곤궁에 처한 종이나 사람들이 자기네 주인이나 부자들 앞으로 갈 경우, 이들이 착한 사람들이라면 저들에게 필요한 것을 다는 못 주더라도 언제나 약간은 주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완전무결한 주인이시며 무한히 부요하시고 선하신 아버지 대전에 와 있습니다. 그러니 이 가난하고 하찮은 것이 청하는 것을 좀이나마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주인은 무릇 종에게 필요한 것을 거절할 때보다 베풀어 줄 때 더욱 흐뭇해하고 영예롭게 여기지 않습니까?” 하였다.
11.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분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너에 대한 사랑으로, 열 개의 (징벌을) 다섯으로 줄여 주마.”
12. 그분들은 이 말씀을 하신 뒤 모습을 감추셨다. 그러자 지구상에, 특히 유럽의 더 많은 곳에서 내전과 혁명 전쟁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6권-35, 산 제물이라는 명칭을 지닌 사람만이 정의와 싸울 수 있다
1904년 4월 21일
1. 여느 때와 다름없는 상태로 있는데 사람들이 내 침상을 에워싸고 우리 주님께 기도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내 관심은 다만 시간이 늦었는데도 예수님께서 당신 모습을 보여 주시지 않는 것에만 쏠려 있었다. 오, 그분께서 영 오시지 않을까 봐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복되신 주님, 오실 시간이 벌써 다 지났는데 당신께서는 여태 오시지 않는군요? 오! 이 슬픔일랑은 제게 주시지 마십시오. 적어도 모습이라도 보여 주십시오.”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을 때, 그분께서 내 내면에서 나오셔서 나를 에워싸고 있는 이들에게 말씀하셨다.
2. “피조물이 내 정의와 싸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러나 산 제물이라는 명칭을 지닌 사람만은 내 정의와 싸울 뿐더러 더불어 경기를 하기도 한다. 그것은 싸우거나 경기를 하다보면 타격을 입고 패배하거나 죽기 십상이지만, 산 제물이 된 영혼은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을 태세로 있으며, 자신의 죽음이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기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과 다른 이들의 선익을 위해서만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의노)를 진정시키고자 여기에 내 산 제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 사람은 내 정의와 싸우면서 자신 위에 떨어질 모든 격노를 받아낼 각오로 있는 것이다.”
3. 분명한 것은 그들이 주님(의 의노)를 가라앉히려고 기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러잖아도 괴로움에 짓눌려 있었던 터라 주님의 그 말씀을 듣자 더욱더 괴로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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