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6-10권

천상의책 (6권-27~30)진정한 맡김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말없이 하느님 섭리의 안배를 받드는 것이다.

Skyblue fiat 2014. 9. 17. 13:20

 

 

6권-27, 

진정한 맡김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말없이 하느님 섭리의 안배를 받드는 것이다.

십자가는 축제요 환호이며 기쁨이고 열망이다

1904년 3월 16일

 

1. 오늘 아침에는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가 있었는데, 양털처럼 보이는 것을 걸치고 있는 어떤 사람 위에 있었다. 목말을 타듯이 그의 어깨 위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주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 사람 앞에는 일종의 탈것이 훨씬 더 빨리 전진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 사람은 느림보 걸음을 하고 있구나. 더 빨리 가는 저 차를 타면 좋겠어.” 하고 생각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그 차를 타고 있었고 거기에는 다른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2. “당신은 무슨 짓을 했어요? 왜 그 목자를 떠났나요? 얼마나 훌륭한 목자인데! 그 목자의 삶은 들에 있어요. 유해하건 유익하건 모든 약초가 그의 것이니, 그와 함께 남아 있으면 언제나 건강할 수 있답니다. 그가 양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양들과 같아짐으로써 양들이 겁을 먹지 않고 그를 알아보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는 느릿느릿 나아가지만 가장 안전하답니다."

 

3. 그 말을 듣자 “그렇다면 그에게 내 질병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혼잣말을 했을 뿐인데, 어느 새 그가 내 가까이에 와 있었다. 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에게 바싹 다가가서 귀에다 대고 이렇게 말했다. “선한 목자시여, 당신은 좋은 것을 풍성히 가지고 계시니 제 병에 들을 약을 좀 주십시오. 저는 이토록 고통을 겪고 있답니다.” 그리고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그는 내 입을 다물게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4. 상상적인 것이 아닌 진정한 맡김은 아무리 사소한 것도 이리저리 따지지 않고, 그저 말없이 하느님 섭리의 안배를 받드는 것이다.”

 

5. 목자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양털 옷이 벗겨진 것 같았고, 그리하여 우리 주님의 얼굴을 뵙게 되었다. 그분의 머리에는 가시관이 씌워져 있었다. 나는 방금 하신 말씀을 들을 터라 달리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분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서 그냥 잠자코 있었더니, 그분께서 이렇게 이 말씀하셨다.

 

6. “십자가에 대해서 네가 고해사제에게 불러준 것 말인데, 좀 빠뜨린 것이 있더구나.”

 

7. 내가 “흠숭하올 주님,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한 번 더 말씀해 주시면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하자 그분은 다시 말씀하셨다.

 

8. “딸아, 십자가가 지닌 여러 호칭들 가운데 하나는 ‘축제’이다. 선물을 받으면 어떻게들 하느냐? 경축받고 기뻐하며 더욱 행복해하지 않느냐? 십자가는 가장 값지고 그 무엇보다도 고상한 선물인데다 존재하는 사람들 중 유일하고 더할 나위 없이 위대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다른 어느 선물보다도 더 즐거운 축제이고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이다. 십자가에 붙일 수 있는 또 다른 호칭들은 무엇이겠는지 네가 말해 보려무나."

 

9. “주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십자가는 축제입니다. 그리고 환호이며, 기쁨이고, 열망입니다.” 하고 내가 말씀드리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10. “그래, 잘 말했다. 하지만, 내 뜻에 온전히 맡기는 사람, 자기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온 존재를 내게 바치는 사람만이 십자가의 이 효과를 체험하게 된다. 나는 인간의 사랑이 나를 앞지르지 않도록 나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 준다. 그리고 나 자신을 주면서 또한 십자가도 준다. 그러면 영혼이 내 선물을 알아보고 경축하며 즐기게 되는 것이다.”

6권-28,  모든 것은 믿음에서 비롯된다

 1904년 3월 20일

 

1. 오늘 아침에는 흠숭하올 예수님을 찾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낙담과 쓰라린 고통에 푹 잠겨 있었다. 그런 상태로 있노라니 그분께서 당신의 감미로운 음성을 듣게 해 주셨다.

 

2. “딸아, 모든 것은 믿음에서 비롯된다. 믿음이 강한 사람은 고통에도 강하다.  믿음은 사람으로 하여금 도처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게 하고, 모든 행위 속에서 하느님을 보게 하고, 모든 움직임 속에서 그분을 감지하게 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계제(階梯)에 처하게 될 때마다 그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신적 계시가 된다. 그러니 믿음 안에 굳건히 머물러 있어라. 네 믿음이 강하면 모든 상황과 사건들 속에서 믿음이 너에게 힘을 줄 것이고, 네가 언제나 하느님과 일치해 있게 해 줄 것이다.”

 

6권-29,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맡기는 행위 하나만으로도

영혼이 모든 불완전에서 깨끗해지기에 넉넉하다.

1904년 4월 9일

 

1. 오늘 아침에는 영성체를 하기 전에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 영혼 안에 오시면 어떻게 말씀하실까? ‘이 영혼은 너무 더럽고, 악하고, 차갑고, 지긋지긋하다!’ 하시지 않을까? 그래서 그분은 이 추한 인간과 닿아 있지 않으시려고 되도록 빨리 성체가 녹게 하실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 저는 이리도 악한 인간이지만, 그럴수록 주님께서 참을성 있게 오셔 주셔야 합니다. 아무래도 제게는 당신께서 반드시 계셔 주셔야 합니다. 당신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으니까요.”

 

2. 바로 그때 그분께서 나의 내면에서 나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그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지 말아라. 아주 간단한 약이 있다. 내 뜻에 완전히 맡기는 행위는 그러한 행위 하나만으로도 네가 지금 말하는 그 모든 추함에서 깨끗해지기에 넉넉하다. 그러면 나는 네 생각과는 반대로, '정말 아름답구나. 너는! 네 안에 있는 내 사랑의 불이, 내 향내가 느껴진다. 너를 내 영원한 거처로 삼고 싶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4. 고해 신부님이 오셨을 때 그 이야기를 전부 했더니 그건 옳지 않다고 하셨다. 영혼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고통일 뿐, 맡김은 그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성체를 받아 모신 뒤 이렇게 여쭈었다. “주님, 신부님은 주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이 옳지 않다고 하십니다. 더 잘 설명해 주시어 제가 참된 것을 알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다정하신 그분께서 이렇게 부언하셨다.

 

5. “딸아, 고의적인 죄의 경우에는 고통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완전이나 나약이나 냉담한 마음 따위는 영혼이 거기에 고의적인 무엇을 보탠 것이 아니니까 그때에는 완전한 맡김의 행위 하나만 있어도 넉넉하고 필요할 경우 그러한 상태에서 깨끗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행위를 하면서 영혼이 우선적으로 마주치는 것이 바로 나의 거룩한 뜻이고, 내 뜻이 그의 인간적인 의지를 깨끗하게 하면서 이 뜻의 특성으로 그를 아름답게 단장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영혼은 나와 똑같이 되는 것이다.”

 

 

6권-30,  끊임없는 고통, 항구한 보속, 끈기 있는 사랑

예수님을 영혼과 단단히 묶어 두는 세 가닥 밧줄이다

1904년 4월 10일

 

1. 오늘 아침에는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가 아직도 이처럼 악한 것을 지켜보시다가 나를 훌쩍 떠나버리시면 어쩔까 싶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그분께서 나의 내면에서 나오시는 것이 느껴지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 딸아, 어찌하여 쓸데없는 생각과 있지도 않는 것에 마음을 쓰고 있느냐? 내 앞에서 너는 세 가지 칭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세 가닥 밧줄처럼 어디서든지 나를 너와 단단히 묶어 두기에 나는 너를 떠날 수 없다.세 밧줄은 바로 끊임없는 고통, 항구한 보속, 끈기 있는 사랑이다. 피조물인 네가 이를 계속하는데, 창조주가 혹시 덜할 수도 있겠느냐? 혹은, 창조주가 이 점에서 피조물이 당신을 이기도록 허락하겠느냐?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