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7권
8장
‘말씀’의 강생과 하느님 뜻의 도래
1929년 10월 21일
1 ‘거룩하신 피앗’에 대한 걱정에 완전히 빠져든 느낌이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피앗’과 특히 ‘피앗의 다스림’에 대해 내게 하신 말씀들로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2 ‘하지만, 하느님의 뜻이 이제는 땅에 군림해 계신 걸까? 하느님의 뜻은 도처에 계시니 안계신 곳이 한 군데도 없지만, (이제는) 왕홀을 쥐고 피조물 가운데에서 절대적 통치권을 행사하고 계신가 말이다?’
3 그런데 내 마음이 그렇게 여러 생각들 속을 떠돌고 있을 무렵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나오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내 거룩한 뜻은 (이미) 군림해 있다. 그러나 이는 ‘영원한 말씀’인 내가 하늘에서 내려와 내 천상 어머니의 태 안에 있었던 것에 비길 수 있다. 누가 알았느냐?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내가 잉태된 초기에는 성 요셉마저 몰랐다. 내가 이미 그들 가운데에 있었는데도! 나와 나뉠 수 없는 내 엄마만이 모든 것을 알고 계셨다.
5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나의 강생 사건이, 그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고, 실제로 일어났다. 나는 그래서 내 무한성으로 모든 곳에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알지 못했다. 모든 이가 나를 몰라보았던 것이다. — 하늘과 땅은 내 안에 잠겨 있었고, 나는 내 인성으로 티 없이 깨끗하신 여왕님의 모태 안에 있었으니 말이다.
6 그러므로, 딸아, 하늘에서 내려온 ‘영원한 말씀’인 나의 첫 걸음과 땅에서도 다스리기 위해 내려온 내 거룩한 뜻의 첫 걸음 사이의 유사성이 여기에 있다. 내가 ‘동정 어머니’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디뎠듯이, 내 뜻의 첫 걸음은 너의 내면을 향하고 있었다.
7 그리고 내 뜻이 너에게 너의 뜻을 요구하자 너는 순순히 그것을 내주었다. 그 즉시 내 뜻은 네 영혼 안에 첫 개념 작용을 형성하였고, 내 뜻에 대한 지식들을 드러내면서 다량의 신적인 음료 같은 그것을 너에게 한 모금씩 주었다. 내 뜻이 그렇게 내 뜻의 생명을 형성하면서 ‘내 뜻의 나라’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8 하지만 상당히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낌새라도 알아차린 사람이 있었느냐? 아무도 없었다. 오직 너와 나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내 대리자인 너의 지도자가 네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9 한편, 내 대리자의 상징이요, 장차 사람들 앞에 내 아버지로 보이게 되어 있었던 성 요셉은 영예롭게도 큰 선물을 받았는데, 그것은 내가 모태에서 나오기 전에 그들 가운데에 이미 현존하고 있음을 아는 지식이었다.
10 그 첫 걸음 다음에 내가 내디딘 둘째 걸음은 베들레헴에 가서 태어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는 목자들이 나를 알아보고 찾아왔지만 그들은 유력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내가 이미 세상에 와 있다는 아름다운 소식을 자기네끼리 간직할 뿐, 나를 알리거나 널리 전파하는 일에 종사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나는 여전히 숨은 예수로,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예수로 남아 있었다.
11 그러나 비록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그들 가운데에 있었다는 사실 — 이것이 내 거룩한 뜻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 멀리에서 또는 가까이에서 나의 다른 대리자들이 매우 자주 너를 방문하곤 하였다. 그들은 내 ‘거룩한 뜻의 나라’에 대한 아름다운 소식과 그것에 대한 지식 및 내 뜻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말도 귀담아들었던 사람들이다.
12 하지만 어떤 이들은 영향력이 없어서, 어떤 이들은 그런 의지가 없어서, 이를 전파하는 일에 종사하지 못하였다. 그러니 내 뜻은 이미 그들 가운데에 현존하고 있지만 무지와 무시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다스리지도 못하고 있다.
13 오직 네 안에서만 다스리고 있으니, 이는 흡사 내가 내 천상 엄마와 내 양부 성 요셉과만 함께 있었던 것과 같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내디딘 셋째 걸음은 귀양길이었다. 이는 나를 찾아온 경건한 박사들이 내가 있는 곳을 찾으면서 다소 사람들의 관심을 끌자, 헤로데가 (그 소문을 듣고 자기 지위를 잃을까) 두려워진 나머지 박사들과 함께 나를 방문하러 오기는커녕 음모를 꾸며 나를 없애려고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로서는 필요상 부득이한 걸음이었지만 말이다.
14 그 (귀양길)이 내 거룩한 뜻의 상징이다. 다소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출판으로 내 뜻을 알리기를 바라는 이들이 자주 보이는 것 같지만 결국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말이다.
15 어떤 이들은 두려움 때문에, 어떤 이들은 체면 때문에, 어떤 이들은 희생을 원하지 않기때문에 때로는 이 핑계를 대고 때로는 저 핑계를 대고 하면서 모든 것을 결국 말만으로 끝나게 하는 탓에, 내 거룩한 뜻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귀양살이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16 나는 하늘로 떠나지 않고 사람들 가운데에서 귀양살이하면서 나를 아주 잘 알고 계셨던 내 거룩한 어머니와 성 요셉에게만 지상 낙원을 만들어 드린 반면,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숫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냈다.
17 마찬가지로 내 뜻의 생명과 내 뜻에 대한 지식의 기나긴 행렬을 네 안에 만들어 넣었으니, 내 ‘피앗’이 자신을 알리게 한 목적인 좋은 결과물들을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느냐?
18 사실, 우리가 어떤 일, 어떤 선을 행할 결정을 내리고 나면, 아무도 우리를 흔들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했던 것처럼 귀양살이와 숨은 생활을 하더라도 내 거룩한 의지는 언제까지나 숨겨진 상태로 남아 있지 않고 그 자신을 알리는 목적을 달성하리니, 이는 곧 피조물 가운데에서 다스리는 것이다.
17 삼십 년간의 숨은 생활 끝에 공생활을 통해 나 자신을 알린 내가 아니냐? 그러니 너는 주의를 기울여라. 그리고 알아 두어라. 네 영혼 안에 받은 내 거룩한 뜻의 위대한 선물에 대해 얼마나 많은 감사를 드려야 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