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6권
13장
진정한 사랑은 밖으로 유출될 필요가 있다.
하느님 사랑의 유출인 창조와 구원 사업 및
하느님의 뜻 사업. 이 거룩한 유출의 의미.
1929년 5월 31일
1 글을 쓰다 보니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참 많은 희생을 바쳤구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곤 했던가! 이는 오직 예수님만이 목격 증인이시다. 그분께서 나를 측은히 여기시고 지탱해 주시며 도와주시고 낱말들을 대 주시면서 번번이 구술자로서 활동해 오셨으니 말이다.
2 하지만 내가 글을 쓸 수 있게 하시려고 예수님께서 그토록 여러 모로 돌보신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또 그분께서 나로 하여금 마음속으로 느끼게 하신 것을 종이 위에 눌러 쓰기 위해 내가 겪은 그 수많은 내적 투쟁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리도 많이 치른 그 희생들이 대관절 무엇에 유용할까?
3 그리고 누가 수고를 아끼지 않고 이 글을 읽고 알려,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수많은 진리들인 이 선을 피조물 가운데로 가져오겠는가? 내 생각에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으니, 그 모든 희생들이 종잇장들 속에만 남아 있게 되지 않겠는가?
4 하지만 그래도 결국 내가 이것을 쓴 것은 다만, 예수님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쩔까 두려워서였다. 그리고 오로지 언제나 순명하기 위해서였다.’
5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글은 계속 써 내려갔고, 마친 뒤에는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나오시어 양팔로 나를 껴안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6 “딸아, 진정한 사랑은 밖으로 쏟아낼 필요가 있다. 나는 내 뜻과 내 뜻에 대한 지식과 그 무한한 가치를 알리려는 이 강렬한 사랑을 내 안에 더 이상 품고 있을 수 없다. 이 강렬한 사랑은 또한 내 뜻이 땅에도 그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를 원한다는 사실도 알리고자 한다.
7 내 마음이 그 열정의 불꽃 한복판에 있다. 내 ‘거룩한 뜻의 나라’를 이 땅에도 — 이 인류에게도 대대로 선물로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을!
8 나의 억제된 사랑이 그 꺼질 줄 모르는 불꽃에 삼켜진 채 신음하며 울부짖고 있었던 것은, 이 위대한 선을 — 다른 모든 선을 능가하는 이 선을, 곧 내 ‘거룩한 피앗의 나라’를 그들에게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었다.
9 이 위대한 선은 내가 창조 사업을 시작했을 때에 이미 주었거니와, 그것은 우리의 신성이 불완전한 선이나 작품은 결코 내보내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그러나 이 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우리는 창조 사업의 생명과 실질이, 그 선익과 본질적인 요소가 배척당하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10 그와 같이 우리의 모든 사업들을 불완전하게 만든 것이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에게 거절한 것을 다시 받아들이려는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11 그처럼 아무 생각도 없는 그들과는 반대로 우리는 계속 생각하였고, 이것이 우리에게 사랑의 순교 — 순교적 고통이 되었다. 무려 6천여 년 동안 계속된 이 은밀한 고통이 우리의 불꽃을 더 키우는 것이었다.
12 그 불꽃이 어찌나 사납게 우리를 삼켜대는지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어졌고, 그래서 내가 너에게 와서 그 은밀한 것을 드러내 보이려고 하였다. 너에게 그 사랑을 쏟아낼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너에게 ‘사람이 배척한 것을 주고 싶다. 내 뜻이 땅에서도 다스리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하고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13 그러니 내 뜻이 와서 다스리게 하기 위해서 나는 그것을 알려야 했고, 여기에 내 뜻에 대한 그 많은 지식을 너에게 드러내 보일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14 따라서 글쓰기를 통한 너의 희생이 아무런 선도 유용성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 그럴 턱이 없지만 — 그 희생이 내 사랑에는 필요한 것이었다. 그것이 내 사랑을 쏟아내게 하면서 나를 삼키려고 드는 맹렬한 불꽃에서 구해 주는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15 그런즉 내 ‘거룩한 피앗’에 대한 각 지식은 저마다 내가 너를 위해 쏟아낸 억제된 사랑의 유출(流出)이었고, 내가 밖으로 내보낸 새로운 창조였으며, 인간의 뜻에 하느님의 뜻을 묶는 끈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는 우리가 창조한 질서에 따라 인간의 뜻을 재정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16 그 지식은 또한 제각기 나에게서 나온 생명이요 실질이며 본질 성분으로서 이 땅에 세워질 내 ‘거룩한 뜻의 나라’를 구성할 요소들이다.
17 네가 이 거룩한 유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다면……. 창조 사업이 바로 사랑의 유출이었으니, 오! 이 유출을 통하여 좋은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느냐! 곧 하늘과 별과 바다와 꽃핀 땅이, 그다음에 사람이 — 아주 훌륭한 솜씨로 만들어진 사람이 나오지 않았느냐! 하늘과 땅이 크게 놀랄 만큼 훌륭한 솜씨로 만들어진 사람이!
18 그러니 사람이 우리의 ‘거룩한 뜻’을 배척하지 않았다면 그 거룩한 유출은 계속되었을 것이고, 그리하여 훨씬 더 아름다운 것들이 우리에게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뜻을 배척한 사람은 4천년 동안 그 출구를 차단하면서 우리의 사업들을 가로막았으니 그 거룩한 유출이 봉쇄된 상태로 있었던 것이다.
19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쏟아낼 필요를 느꼈고 그 자신의 권리를 — 그 생명의 불꽃을 내뿜을 권리를 원하였다. 그러므로 그 사랑은 스스로의 오랜 유출 안에서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를 창조하였고, 이 동정녀에게 ‘말씀의 강생’ 사건이 일어나게 하였다.
20 그러니 이 두 번째 유출을 통하여 얼마나 많은 기적이 일어났느냐! 참으로 큰 유용성이 있었으니, 피조물이 너무나 많은 선익을 받지 않았느냐?
21 우리의 그 두 번째 유출은 그러나 아직 미완인 채로 남아 있다. 우리의 사랑이 2천년을 더 기다려야 만족을 얻으리니, 그때에는 또 한 번의 유출로 우리 사랑의 모든 비밀과 우리 신성의 가장 내밀하고 기적적인 점들을 털어놓을 것이고, 우리의 ‘거룩한 뜻’이 피조물 가운데에서 다스리는 데에 필요한 최상의 선익들을 쏟아낼 것이다.
22 그러니 이 거룩한 유출이 무엇을 의미하겠느냐? 네가 그것을 안다면!……
23 창조 사업을 통한 우리의 유출이 크고도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었고, 그것이 아직도 유용하며 계속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또 구원 사업을 통한 유출이 인류에게 대대로 그 놀라운 효과와 구원의 삶을 가져다 준 것처럼, 나의 ‘피앗’이 그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리는 현재의 이 유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지식에 대하여 네가 쓴 모든 글도 피조물 가운데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24 그런즉 지금으로서는 나의 이 유출을 그대로 두어라. 그러면 내가 너에게 나타내 보인 것들이 (사람들에게) 유용한 글이 되도록 돌보아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