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6권
7장
예수님께서 루이사 안에 인간적 성덕들을 모아 완성하게 하신 것은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삶이라는 새 성덕을 일으키시려는 것이었다.
자진해서 겪는 고통은 하느님의 눈앞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1929년 5월 4일
1 내가 쓴 책 제1권에서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부분을 읽었다. 그분은 내가 지옥의 원수와 맞설 전투를 받아들이기를, 그 힘든 시련을 달게 받기를 바라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2 ‘아무래도 어떤 모순이 있는 것 같다. 예수님께서는 그분의 거룩하신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은 유혹도 방해도 받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 또 원수는 '거룩하신 피앗' 안으로 들어올 힘이 없다고도 하셨다. 이 피앗이 바로 지옥의 불길보다 더 맹렬하기에, 그는 피앗 안에서 사는 영혼에게서 달아난다고 하셨다. 더 이상 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3 그런데, 내가 그것과 또 다른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노라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걸음을 옮기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그건 옳지 않은 생각이다. 거기에 모순이 없는 까닭이다.
4 너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내 거룩한 뜻 안에서 사는 아주 특별한 길로 너를 불러, 그 안에서 사는 성덕에 대해 알리고 너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 내 뜻이 땅에서도 다스리게 하려고 했으니 만큼, 네 안에 인간적인 성덕 전체를 집중시킬 필요가 있었다.
5 그것은 네 안에 그것을 완성시키면서 내 ‘거룩한 의지 안에서 사는 진정한 성덕’을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인간적 차원의 성덕은 내 거룩한 뜻 성덕의 발판이요 어좌다. 그러기에 나는 처음부터, 곧 너를 산 제물의 상태로 있도록 불러 그 모든 것을 겪게 한 처음부터, 이를 받아들일지 어떨지를 너에게 묻곤 하였다. 네가 받아들인 다음에야 그 고통의 상태에 처해 있게 한 것이다.
6 그러면서 내가 너에게 바란 것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진해서 바치는 고통이었다. 그렇게 너의 뜻을 죽이고자 했으니, 곧 꺼질 작은 불꽃이라고 할 수 있는 너의 그 뜻 위에 ‘태양인 내 피앗’의 큰 불길을 붙이려는 것이었다.
7 자진해서 바치는 고통은 우리의 ‘지극히 높으신 임금님’ 앞에서 큰 가치가 있는 무엇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뜻은 거의 고통에 빠져 죽은 네 뜻을 지배할 권리를 가지고 우리의 뜻에 대한 더 큰 지식이라는 선을 받아들이도록 너를 준비시킬 수 있었다.
8 온전히 자발적이었던 나의 고통이 ― 왜냐하면 아무도 내게 강요할 수 없었으니까 ― 구원 사업이라는 위대한 선을 이루지 않았느냐?
9 그러니 네가 그 당시에 겪었던 모든 것은 다만 인간적인 차원의 성덕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나는 내 ‘거룩한 뜻 안에서 사는 삶’이라는 성덕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 하나를 완료하고 다른 하나를 시작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10 그런 내 눈에 띤 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으려고 하는 너였다. 그렇게 내게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너의 뜻은 길을 잃고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었으므로, 내 뜻이 길을 열어 네 안에 자신의 생명을 회복할 수 있었다.
11 내가 내 뜻의 그 생명을 계속 유지하면서 내 뜻의 정체도 계속 드러내었으니, 비로소 너에게 내 뜻의 긴 역사와 비탄에 대하여 입을 열기 시작하였고, 피조물 가운데에 와서 다스리는 것이 내 뜻의 간절한 바람임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12 한데 내 말은 생명이다. 그러니 내가 너에게 자상한 아버지보다 더 자상하게 내 ‘피앗’에 대해 계속 말함으로써 네 안에 이 피앗의 생명을 계속 길러 왔던 것이다.
13 사실, 네 안에 그 생명이 없었다면, 내 뜻에 관한 것을 너로서는 결코 알아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생명이 되었기 때문에 참된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며 지킬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인간 자신의 생명을 이루고 있지 않은 것은 ― 일차적인 것이 아니라 ― 부차적인 것에 속하기에, 그 자신의 생명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참된 애착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14 내가 내 ‘피앗’에 대한 지식을 전부 맡긴 것은 바로 네 안에 형성된 내 ‘피앗의 생명’ 자체였다. 너 말고 다른 사람들 안에도 그만큼 많은 생명들을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15 게다가 나는 나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너에게도 하였다. 지상에 와서 모든 법을 지켰으며, 그 당시 다른 누구도 지키지 않았던 것까지 지켰고, 옛 율법에 따른 모든 희생도 감수하였다. 그 모든 것을 내 안에 완성한 뒤, 즉, 옛 세상의 모든 법과 성덕을 내 인성 안에 다 이룬 뒤, 그들을 폐기하고 은총의 새로운 법과 새로운 성덕을 일으켜 이 땅에 가져왔던 것이다.
16 너에게도 내가 그렇게 했으니, 네 안에 고통과 희생과 현재의 성덕을 위한 투쟁들을 집중시켜 완성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내 ‘뜻 안에서 사는 삶’이라는 새로운 성덕을, 즉,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는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7 그렇다면 네가 말한 모순은 어디에 있느냐? 영혼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려고 내 뜻 안으로 들어오면, 원수는 접근하지 못한다. 그는 내 ‘피앗’의 빛이 세어 바로 보지 못하고, 그 복된 피조물이 이 ‘거룩한 빛’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보지 못한다.
18 그 빛이 모든 것을 막아 주는 방패 노릇을 하면서 모두를 지배한다. 그것은 만질 수 없는 것으로서 모욕을 당하지도 하지도 않는다. 누군가가 손으로 만지거나 붙잡으려고 하면, 잽싸게 달아나면서 장난삼아 그에게 빛을 내뿜는다.
19 만물을 어루만지고 만인을 싸안으며 모두에게 선행을 베풀지만 그 누구도 만질 수 없는 빛 ― 이러한 것이 내 거룩한 뜻이다. 이 뜻은 영혼을 자신의 빛 안에 집어넣고, 그 절대적인 지배력으로 온갖 악이 사라지게 한다. 영혼이 이 빛으로 살아가면, 일체가 빛으로 바뀌고, 거룩함과 영원한 평화로 바뀐다. 그러므로 모든 악은 허둥지둥 길을 잃고 헤맨다. 방해도 유혹도 정욕도 죄도 다리가 부러져, 더는 걷지 못하는 상태로 남는 것이다.
20 그런즉 너는 주의를 기울여, 내 ‘피앗 안에서 사는 삶’을 계속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