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3권-1~10)교회기둥의 버팀목이 될 소명/예수님과 악마의 차이/가장 중요한 것은 행위의 지향.

Skyblue fiat 2014. 7. 28. 18:29

 

3권-1,

교회의 흔들리는 기둥을 괴는 버팀목이 될 소명을 받다

 

1899년 11월 1일

 

1. 여느 때와 같은 상태로 있다가 나 자신의 몸 바깥으로 빠져나와서 어느성당에 있는 것을 알았는데, 거기에서 한 사제가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서 그 사제는 몹시 울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내 교회의 기둥이 떠받쳐 줄 기초를 잃었구나."

 

2. 그때 내 눈에 기둥 하나가 보였다. 이 기둥의 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있었고, 이를 받치는 토대는 사제와 주교와 추기경과 다른 모든 고위 성직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까이서 보니 매우 약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쇠약해서 쓸모가 없는 이들도 있고, 병들이 있거나 지저분한 것으로 뒤덮인 이들도 있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의 수는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변변찮은 기둥은 그 토대로부터 올라오는 온갖 충격으로 말미암아 확고하게 서 있지 못한 채 계속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3. 이 기둥 꼭대기에는 교황이 있었다. 교황은 황금 체인과 그의 온 몸에서 발산되는 빛살로 기둥을 지탱하며 수하에 있는 이들을 - 비록 그들 중 일부는 아예 달아나서 더 거리낌없이 타락하여 진창투성이가 되었지만 - 안전하게 비추어 줄 뿐만 아니라, 온 세상도 감싸며 비추어 주려고 있는 힘을 다하였다.

 

4. 내가 이 광경을 보고 있었을 때에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던 사제가 - 이 사제가 주님이셨다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이신 것 같았지만 확실히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 자기 쪽으로 오라고 나를 부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5. "딸아, 교회가 처해 있는 비참한 상황을 보아라. 교회가 떠받쳐야 할 사람들이 기대에 어긋나고 있다.

그들의 일로 교회를 무너뜨리고 공격하며 타락시키고 있다. 유일한 치유책은 내가 그만큼 많은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이다. 썩어 가고 있는 진창을 씻어 내고 깊은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함이다. 그리하면 이 사람들이 그 피로 치유되고 굳건해지며 아름답게 되어, 교회를 흔들림 없이 견실하게 유지하는 도구들이 될 수 있다."

 

6. 그리고 나서 그분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내가 너를 부른 것은 이다지도 뿌리깊은 악습에 빠져 있는 시대에

교회의 기둥을 떠받치는 버팀목으로서의 산 제물되기를 원하는지 묻기 위함이었다."

 

7. 처음에는 나도 역시 그럴 힘이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온몸이 떨렸다. 그런 다음 즉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Fiat)" 하면서 나 자신을 봉헌하였다. 그때 수많은 성인과 천사와 연옥 영혼들이 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들은 채찍과 다른 도구들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8. 우선 겁부터 났지만 나중에는 고통을 받을수록 더 고통 받고 싶은 원의가 일어났다. 고통에서 다디단 과즙 맛이 나는 것이었다. 특히,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즉, 이 고통이 내 목숨을 살라 없애는 수단이 되어 나의 가장 크고 유일한 선이신 분을 향한 마지막 비상(飛翔)을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9. 그러나 대단히 애석하게도, 그 심한 고통을 겪었건만 뒤에 보니 그것이 내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연약한 육신이 나로 하여금 내 영원한 선이신 분과 결합하지 못하게 하다니, 얼마나 유감천만인지!

 

10. 나중에 나는 기둥에 토대를 이루는 이들이 대거 학살되는 것을 보았다. 너무도 끔찍한 재난이어서 희생되지 않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뻔뻔스러워진 원수들이 교황마저 죽이려고 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흘려진 피와 그 짓찢긴 피투성이의 희생자들이 뒤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수단이 된 듯 하였고, 그래서 그들은 기둥이 더 이상 흔들이지 않도록 받칠 수 있게 되었다. 오, 얼마나 다행한 날들인지! 여기에서부터 승리와 평화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고, 땅의 모습이 새로워졌다. 그리하여 이 기둥도 본래의 빛과 광채를 회복하였다.

 

11. ", 행복한 시대여, 멀리서 그대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나니,

그대가 교회에 크나큰 영광을, 교회의 머리이신 하느님께 크나큰 영예를 드리게 되리라!"

 

 

 

3권-2,

"내 마음의 즐거움아, 나의 신성이 늘 네 안에 있으니..."

 

 1899년 11월 3일

 

1. 오늘 아침에는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오셔서 나를 몸 밖으로 나오게 하시더니 한 성당으로 데려가셨다. 그런 다음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기에 나는 혼자 남아 있었다. 지극히 거룩한 성사 대전에서 여느 때처럼 조배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마치 인자하신 예수님을 찾아낼 수 있을지 어떨지를 보려고 하는 것처럼 눈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2. 그때 그분께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제대 위에 계신 것이 보였고, 그 예쁘고 작은 손으로 나를 부르고 계셨다.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 싸인 나는 그분께로 날아갔다. 다른 아무 생각도 없이 그분을 꼭 껴안고 입맞추었던 것이다.

 

3. 그러나 내가 그렇게 하는 동안 그분은 내 입맞춤이 달갑지 않다는 것을역력히 드러내시며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나를 밀어내기 시작하셨다. 이 사실에 개의치 않고 나는 동작을 계속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4. "제 사랑이시여, 일전에 당신께서는 포옹과 입맞춤으로 제게 속마음을 털어놓기를 원하셨고 그래서 저는 얼마든지 그렇게 하시도록 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5. 그러나 그분은 계속 나를 밀어내셨고, 그래도 내가 멈추지 않자 모습을 감추셨다. 나 자신의 몸속으로 되돌아왔을 때에, 그러니 나는 불안하고 괴로워 죽을 지경이었다!

 

6. 하지만, 좀 뒤에 그분께서 다시 오셨다. 내가 저지른 무례함을 용서해 주시기를 청했더니, 그분께서는 당신 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용서를 대신하셨다.

 

7. 내게 입맞춤을 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내 마음의 즐거움아, 나의 신성이 늘 네 안에 있고,

이렇게 네 안에 있는 나를 기쁘게 해 줄 새로운 일들을 네가 이것저것 생각해 내곤 하니,

나도 내 안에 있는 너를 기쁘게 해 줄 새로운 방법을 쓰는 거란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비로소 깨달았다.

예수님께서 아까 내게 농담으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3권-3, 예수님과 악마의 현존이 일으키는 내적 효과의 차이

 

 1899년 11월 4일

 

1. 아침에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자 악마가 그분의 모습을 취하여 나타났다. 그러나 평소와 같은 효과가 느껴지지 않기에 의심이 들기 시작한 나는 먼저 나 자신에게 다음에는 그에게 십자성호를 그었다. 그는 내가 자기에게 성호를 긋는 것을 보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서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즉각 내쫓았다.

 

2. 좀 뒤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오셨다. 나는 악령이 다시 온 줄 알고 애써 쫓아내려고 하면서 예수님과 여왕이신 어머니의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악마가 아니라고 안심시켜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악마가 아니고 나라는 것을 확신하려면 내적인 효과에,

너로 하여금 덕행에 나아가게 하는지 악습에 떨어지게 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의 본성은 유덕하므로 내 자녀들을 오직 덕행의 상속자가 되게 한다.

 

4. 너는 또한 인간의 본성을 봄으로써 이를 이해할 수도 있다.

이 본성은 육적인 것이어서 그 살이 썩어 문드러지면 더 이상 살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가 된다.

이는 나의 본성에 대해서도 한가지로 말할 수 있는 점이다. 이 본성에 악덕의 그림자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미 실제 그대로의 하느님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

 


 

3권-4,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행위의 지향이다.

 

1899년 11월 6일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아침에 오셔서 나를 몸 밖으로 나오게 하시고 사람들의 시체가 즐비한 거리들을 보여 주셨다. 얼마나 잔혹한 확살이었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할 따름이다. 그런 다음 그분께서는 공기 중에 발생하고 있는 어떤 것을 보여 주셨는데, 이것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죽었다. 이는 내가 지난 삼월에도 보았던 것이다.

 

2. 나는 늘 하듯이 그분께서 진노를 가라앉히시고 당신의 모상인 사람들이 그토록 잔혹한 고통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면하게 해 주시기를 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분께서 가시관을 쓰고 계시기에 그것을 벗겨내 머리에 썼다. 그분의 고통을 덜어 드리기 위해서였지만, 더없이 유감스럽게도, 가시들 대부분이 부러져서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머리 속에 박혀 있는 바람에, 나는 그 고통을 아주 조금밖에 겪지 못했다.

 

3. 예수님은 엄숙해 보이셨다. 그리고 내게는 거의 눈도 주시지 않은 채 내 침상으로 데려다 주셨다. 그런 다음 그분께서는 내 양팔을 잡아 합치시고 조그만 금줄로 묶으셨다. 내가 십자가 모양으로 양팔을 뻗치고 그분께서 좀 전에 나누어 주신 십자가 고통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4. 나는 이렇게 내 양팔을 묶으시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그분의 굳은 표정이 풀어지게 하려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지극히 인자하신 제 사랑이시여, 저는 당신께서 저로 하여금 하게 하신 몸의 이 동작과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동작들을 오로지 당신의 기쁨과 영광을 위하여 바칩니다.

 

5. 오, 그렇습니다. 저는 제 눈꺼풀과 입술과 온 몸의 움직임까지 오직 당신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어지신 예수님, 저의 모든 뼈와 신경이 한 소리로 울리며 당신께 대신 제 사랑을 분명히 증명하게 해 주십시오."

 

6.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로지 나를 기쁘게 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 모든 것은 내 앞에서 빛나면서 나의 신적 눈길을 끌어당긴다.

나는 이러한 행위들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비록 한 번의 눈 깜박임처럼 극히 사소한 것에도 내가 그렇게 한 것과 같은 가치를 부여한다.

 

7. 반대로 다른 행위들은, 비록 그 자체로 좋고 위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오로지 나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면, 마치 진창이 튀어 더럽혀진 우중충한 금과 같다. 나는 이러한 행위들을 지켜볼 만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8. 그래서 나는 "오, 주님! 저희의 행위들은 참으로 먼지로 더럽혀져지기 십상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9. 그분께서는, "먼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라. 그거야 털어낼 수 있는 것이니까,

네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행위의) 지향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10.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내 양팔을 묶고 계시기에 나는, "오 주님, 무엇을 하시는 것입니까?" 하고 여쭈었다.

 

11.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네가 십자가에 못박힌 자세로 있을 때는 나의 진노를 가라앉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사람들을 벌하고 싶으니까 이렇게 네 팔들을 묶어 두는 것이다."

 

12. 그런 다음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3권-5, '순명'의 큰 능력

1899년 11월 10일

 

1. 사람들에게 징벌을 내리시지 않기를 바라는 나와는 반대로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원하시기에 그분과 나는 며칠 대치(對峙) 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그분은 주무시는 모습으로 나타나시는가 하면 어떤 때는 내게 침묵을 강요하셨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늘 아침 그분이 보였고, 또한 고해 신부님도 보였다. 그런데 신부님은 내게 예수님께서 내 팔을 풀어 주시도록 하라고 엄명하셨다. 그래서 몇 번이나 간청해 보았지만 예수님께서는 들은 체도 하지 않으셨다.

 

2. 하지만, 나는 '순명'에 못 이겨 이렇게 말씀드렸다.

"사랑하올 예수님, 당신께서는 순명을 거스르신 적이 없었지 않습니까? 당신께서 (노여움을) 가라앉히시기를 바라는 것은 제가 아닙니다. 당신께서 저에게 십자가 고통을 내려 주시기를 바라는 것은 바로 고해사제입니다. 그런즉, 이 덕행에 양보해 주십시오. 이는 당신께서 너무나 소중히 여기시는 덕행이요, 당신의 온 생애에 점철된 덕행이며,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최종적인 고리로서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완성하신 덕행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3.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너는 내게 폭력을 쓰려고 드는구나. 나의 신성과 인성을 오직 하나의 고리로 연결하는 이 순명이라는 고리를 건드리면서 말이지."

 

4. 그분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자세를 취하셨는데, 강요하다시피 하는 사제의 권한 때문에 마지못해 나에게 십자가 고통을 나누어 주셨다.

 

5. - 주님께서는 언제나 찬미를 받으소서.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기를 비나이다.

 

6. 이리하여 나는 (속박에서) 풀려난 느낌이다.

 

 


3권-6, 징벌의 긴박한 필요성 앞에서

 

 1899년 11월 11일

 

1. 평소대로 있다가 나 자신의 몸 밖에 나와 있는 것을 알았는데, 이 세상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 세상이 얼마나 갖가지 죄악 속에 잠겨 있었는지! 생각만 해도 여간 끔찍이지 않다!

 

2.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어느 곳에 이르러 거룩하게 살고 있는 한 사제를 보았고, 또 다른 곳에서도 흠 없이 거룩한 생활을 하고 있는 한 동정녀를 보았다. 우리 셋은 함께 모여 주님께서 내리고 계시는 수많은 징벌들과 또 앞으로 닥칠 다른 징벌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그대들은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혹시 하느님의 정의를 따르기로 하셨는지요?"

 

3. 그러자 그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이 통탄할 시대의 긴박한 필요를 보고 있습니다. 러니 설사 한 사도가 간다고 하더라도, 혹은 기적과 놀라운 표징들로 회개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성 빈첸시오 페레리오(1357-1419)와 같은 이를 주님께서 또 한 사람 파견하신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인간은 거의 광적으로 보일 정도로 완고해졌으니, 기적의 힘마저 더욱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4. 그러므로, 인간 자신의 선익을 위하여, 소용돌이치며 땅의 표면을 들이키는 이 썩은 바닷물을 멈춰 세우기 위하여, 그리고 너무나 큰 능욕을 받고 계신 우리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는 긴박한 필요성에 쫓기면서 정의를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지 기도하면서 우리 자신을 산 제물로 봉헌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이 징벌들이 사람들의 회개를 위해 소용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5. 그런데,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와 뜻을 같이하지 않겠습니까?"

 

6.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오, 안됩니다!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순명'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합니다. 설령 예수님께서 제가 당신 정의를 따르기를 원하신다고 하더라도, '순명'이 무엇보다도 우위에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복되신 예수님과 늘 반대 입장에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저를 너무나 슬프게 하지만 말입니다."

 

7. "그것이 '순명' 때문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정의를 따라선 안됩니다." 하고 그들은 말하였다.

 

8. 나중에 내가 다시 몸 안으로 돌아온 후에, 지극히 사랑하올 예수님을 뵙자마자 그 사제와 동정녀가 어디 출신의 사람들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자 그분께서 그들은 페루 사람들이라고 일러주셨다.

 

 

 

3권-7, 예수님께서 십자가 고통을 나누어 주시며 한 징벌을 거두시다.

 

1899년 11월 12일

 

1. 오늘 아침에는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오셔서 나를 몸 밖으로 데리고 나가셨다. 어떤 물체가 하늘에서 이동하여 땅에 닿을 것 같이 보였으므로 나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면서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오, 주님,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이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굉장한 파괴가 초래되겠습니까? 보십시오, 주님께서는 저를 사랑하신다고 하시면서도 겁을 집어먹게 하려고 하십니다. 제발, 그만 두십시오! 제가 원치 않으니, 그러시지 마십시오."

 

2. 그러자 예수님은 나를 측은히 여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게다가, 내가 무슨 조처를 취하도록 네가 원한 적이 있었느냐? 내가 사람들을 벌하려고 할 때면 네게는 아무도 보여 줄 수가 없다. 보여 주기만 하면 너는 나를 가로막으니까. 그런즉 내가 너의 마음을 강하게 해 주겠다. 나무 줄기 같은 것이 네 마음에서 솟아나게 해서 네가 보고 있는 물체를 붙들고 있게 하겠고, 많은 은총을 네 안에 쏟아 부어 나와 내 자녀들의 양식이 되게 하겠다."

 

3. 그러는 사이에 과연 나무 줄기 같은 것이 내 마음 안에서 솟아났다. 그 꼭대기에는 포크처럼 갈라진 두 개의 가지가 있었는데. 한 가지는 공중으로 솟아올라 바야흐로 땅으로 떨어지려고 하는 물체의 중간 부분을 붙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고정된 상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또 한 가지는 땅에 닿아 있는 것 같았다.

 

4. 나중에 몸속으로 돌아온 나는 그분께 마음을 푸시도록 간청하였다. 그분은 이 간청을 들어주시는 것 같았고, 그래선지 내게 십자가 고통을 나누어 주셨다. 그런 다음 모습을 감추셨다.

 


 

3권-8, 하느님의 손에서 스스로 징벌을 낚아채고 있는 인간,

고통 중에 있는 인간을 보시는 예수님의 고통과 눈물

 

1899년 11월 13일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는 오늘 아침 몹시 초조해하시는 것 같았다. 자꾸 오락가락 하시면서 어떤 때는 나와 함께 계시고, 어떤 때는 (사람들에 대한 당신의 뜨거운 사랑에 끌려)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러 가시곤 하셨다. 그분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그들이 아니라 마치 당신 자신인 것처럼 측은해서 어쩔 줄 모르시는 것이었다.

 

2. 그리고 여러 번 신부님을 보았는데, 예수님께 나로 하여금 당신 고통을 받게 하심으로써 의노를 가라앉히시도록, 사제의 권한으로 제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하시고 싶지 않은 듯 했지만, 나중에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타나시더니 당신 분노의 팔을 붙들고 있으려고 부지런히 일하는 그에게 진심으로 사의(謝意)를 표하셨다. 그리하여 하나의 고통을 나와 함께나누시는가 하면, 또 하나의 고통도 나누어 주시곤 하셨다.

 

3. 오, 그런 상태로 계시는 예수님을 뵙는 것은 얼마나 감미롭고 감동적인 일이었는지! 나는 측은해서 가슴이 뻐개지는 것 같았다. 그분께서는 여러 차례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하셨다.

 

4. "더는 계속할 수 없으니 네가 내 정의를 따라 주려무나. 오, 인간은 너무나 배은망덕해서 실제로 나로 하여금 사방으로 징벌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들 스스로 내 손에서 징벌을 낚아채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정의를 행사하지 않을 수 없을 때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네가 안다면! 그런데 그들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오, 내 피의 대가로 인간의 자유를 샀으니 만큼 내게 마땅히 감사해야 하겠거늘, 그들은 나를 더욱 학대하려고 내가 지불한 그 대가를 무익하게 만들 새로운 방법이나 찾고 있다."

 

5. 그분께서는 그 말씀을 하시면서 몹시 우셨다. 나는 위로하려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사랑하올 예수님, 어지신 예수님, 괴로워하시지 마십시오.

당신께서 이토록 더 괴로워하시는 것은 이미 징벌을 내리실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안됩니다. 그렇게 하시지 마십시오! 당신께서는 저의 전부이시니 저도 당신의 전부가 되고 싶습니다.

 

6. 그러니 그 징벌을 제게 보내 주십시오. 여기에, 언제나 당신 처분대로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산 제물이 있습니다. 무슨 고통이든지 원하시는 대로 받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의노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니,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시는 비통 중에 위안을 받으실 것입니다.

결코 정의를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 저의 변함 없는 지향이 되는 것은, 사람들이 괴로워할 때면 당신께서 그들보다 더 심한 고통을 받으시기 때문입니다."

 

7. 내가 그렇게 말씀드리고 있었을 때에 우리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오셨다.(어머니를 뵙자,) 정의를 따르도록 명령해 달라고 고해사제에게 청했을 때,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께서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하시는지 여쭈어 보라고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그래서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더니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8. "아니다, 아니다. 딸아, 그러지 말고 기도하여라. 이 시기 동안 네가 할 수 있는 대로 그분께서 너와 함께 계시게 하면서 의노를 풀어드리도록 하여라. 이미 수많은 징벌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3권-9, 사람들이 받을 벌을 면하게 하려고 여왕이신 어머니와 함께 간구하다.

 

 1899년 11월 17일

 

1.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계속 괴로워하시는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 여왕이신 엄마와 함께 오셨는데, 어머니께서 그분을 내게 모셔오신 것 같았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예수님의 의노를 풀어 드리게 하려는 것이었고, 어머니께서 나와 함께 예수님께 간구하여 사람들이 받을 벌을 면할 수 있도록 내게 고통을 주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2. 어머니께서는 내게 근래에 내가 중재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고해사제가 나를 고통받게 하려는 지향으로 그의 사제적인 권한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재난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나는 신부님을 보았고, 그래서 즉시 예수님과 여왕이신 어머니께 그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3. 그러자 예수님은 애정이 가득 넘치는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가 내게 기도하면서,사람들이 벌을 받지 않도록 너로 하여금 고통을 받게 하려는 지향을 새롭게 하면서 나의 관심사들을 돌보는 정도만큼, 나도 그를 돌보며 벌을 면하게 해 주겠다. 그러면 이를 그에게 약속해 줄 용의가 있다."

 

4. 그 뒤 나는 나의 소중하고 유일한 선이신 그분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그분의 두 손에 벼락이 있는 것을 보았다. 말하자면 한 손에는 강력한 지진과 전쟁이라는 벼락이 있었고, 다른 손에는 숱한 종류의 돌연한 죽음과 전염병들이라는 벼락이 있었다.

 

5. 나는 그 징벌들을 내게 쏟아 부어 주시기를 빌기 시작했고, 그분의 손으로부터 그것을 거의 잡아채고자 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내게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시려고 나는 떼어놓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셨다. 나는 애써 그분을 따라갔는데, 그러나 보니 나 자신의 몸 밖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분께서 사라지셨으므로 나는 혼자 남게 되었다.

 

6. 그렇게 혼자 남아 좀 돌아다니다가 어느 지역으로 갔는데, 막 수확철을 맞은 이 지역에 전쟁으로 인한 파괴가 덮칠 것 같았다. 그래서 이 가련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 가려고 했지만, 재난이 닥칠 거기에 가지 못하도록 마귀들이 나를 가로 막았다. 마귀들은 또한 그들의 계획을 제지하거나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고 나를 마구 때리기도 했는데, 얼마나 심하게 폭력을 휘두르는지 나는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3권-10, 은총을 태워 없애는, 교만이라는 악덕

 

1899년 11월 19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계속 오시는 중이다. 그분께서 오시기 전에 나는 이전에 들려주셨던 어떤 말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분께서 그것을 생각나게 해 주시려는 듯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 딸아, 교만은 은총을 태워 없앤다. 교만한 자들의 마음 속에는 온통 연기가 자욱한 텅 빈 공간만 있어서 이것이 무분별을 자아낸다. 교만한 영혼들은 그 자신 안에 하느님을 소유할 수 없다. 죄를 통해서 자기의 마음 안에 있는 하느님을 죽이려고 들고, 거기에 제단을 쌓아 자기 자신을 올려 놓고 경배하니 말이다."

 

3. 맙소사! 그러니 이 악덕은 얼마나 흉측스러운 괴물인가! 내가 보기에, 교만이 자신 속에 침투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영혼은 다른 모든 악덕에게서도 해방될 것 같다. 하지만, 더할 수 없이 불행하게도 교만의 지배를 받게 되면, 이는 흉측하고 악한 어미이므로 영혼 안에 온갖 탕자들을 곧 다른 모든 죄를 낳게 마련이다.

 

4. - 주님, 모쪼록 저에게서 그것을 멀리 떼어놓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