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라
“1882년, 그는 내가 부임해 있던 본당과 약 20리 떨어진 한 성당의 주임신부가 되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1869년이었는데 가까이 지내게 된 다음부터는 점점 친해져 친형제보다 더한 사이가 되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나를 찾아오던 그는 재빠른 걸음으로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와서는 언제나 가운뎃손가락으로 문을 세 번 두드렸다. 그 두드리는 품은 처음 두 번은 빨리 연달아서 그리고 사이를 두고 또 한 번 두드리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었다. 왜 내가 이렇게 자세하게 쓰는지는, 다음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모범적인 생애를 보낸 후 만사를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고 41세로 세상을 떠났다. 병자성사를 받은 뒤 본당 교우들의 기도 속에 영면한 것이다. 장례는 5월 29일에 치러졌는데 신자는 물론이요, 각 지방에서 많은 신부들이 참석하여 이 망자를 칭찬하고, 그 영혼은 확실히 천국의 영복을 누리고 있으리라고들 하였다.
장례식이 끝난 그날 밤, 나는 다른 한 신부와 함께 어느 성당의 주임신부 집에서 묵게 되었다. 기차 시간 관계로 다음날 아침 미사드리기 전에 돌아가리라고 말한 상태였다.
피로를 풀려고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까 별안간 침실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들어오시오.' 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촛불을 켜고 시계를 보니 꼭 12시 였다. 주위는 죽은 듯이 고요했다. 얼마 동안 생각해 보고는 '아, 꿈이었나? 혹 잘못 들은 소린가?' 하고 또 머리를 베개 위에 뉘고 잠을 청했다. 10분 정도 지났을 때 문밖에서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가운뎃손가락으로 '똑똑, 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정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이 소리를 듣고 들어오시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공포에 짓눌렸던 것이다. 두드리는 품으로 보아 그가 누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아, 슬프다. 내 친구의 영혼은 연옥에 있구나. 그는 괴로움 때문에 내게 기도를 청하는 것이리라.'라고 생각할 즈음 또 문밖 에서 옷자락 소리가 나고 또 같은 방식으로 세 번 가운뎃손가락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망자의 영혼은 살아있는 자를 해치지는 않는다. 벗의 영혼은 조만간 천국에 들어갈 테니까 될 수 있는 대로 그를 도와주자.'라고 생각하자 무서운 생각은 다소 누그러졌다.
의심 없이 벗은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나는 3시 40분에 침실을 나와 이런 사정을 모르는 다른 두 신부와 함께 성당에서 죽은 벗을 위해 미사를 드렸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그를 위해 미사를 드렸으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이상한 일은 다시 겪지 않았다."
이상은 나(어떤 신부)의 5월 30일 일기를 옮겨 적은 것이다. 이 신비한 체험의 사실 여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항간의 많은 도깨비나 유령 이야기가 전부 다 사실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들은 미신이나 경솔함 또는 상상에서 오는 수가 많다. 그렇지만 자연계와 초자연계와의 거리는 실로 종이 한장 차이이다. 또 망령이 이승 사람에게 나타나는 일은 하느님의 전능, 정의, 자비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
성 토마스는 그의 신학에서 말하고 있다.
"하느님의 섭리로 연옥에 있는 영혼이 기도를 청하기 위하여 살아있는 사람에게 나타난다는 것은 믿어도 좋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1장. 연옥의 존재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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