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연옥의 존재
십자가의 예수의 마리아 수녀 전기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 베들레헴에 있는 가르멜회의 마리아 수녀는 1878년 성녀와도 같은 최후를 마쳤다. 다음의 여러 가지 사건들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지만, 그렇다고 공상에 빠진 자의 상상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 마리아 수녀는 망갈로르 시의 교황 사절 마리 에프렘 주교가 언제 세상을 떠날 것인지(1873년)를 알고 있었다. 이 주교는 연옥 불 속에서 여러 번 마리아 수녀에게 나타났다. 그는 수녀에게 베들레헴에 새 수도원 성당을 짓고 미사를 봉헌해야 자신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부탁했다. 1876년 11월 21일, 서둘러 지은 베들레헴의 새 성당에서 예루살렘의 브라코 주교가 첫 미사를 드릴 때에 마리아 수녀는 에프렘 주교의 영혼이 연옥에서 나와 천국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 지원자 시절, 마리아 수녀가 카브렛 시에 있었을 때에 20년 전에 죽은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친척들은 모두 자기를 잊어버린지 이미 5년도 넘었다며 수녀에게 미사 세대를 바쳐 줄 것과 자기를 위해 신부가 한 시간 동안 묵상해 줄 것을 청했다.
◆ 1867년 11월, 원장 수녀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마음의 짐을 마리아 수녀에게 털어놓았다. 35년 전에 갑자기 죽은 자기 아버지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좋은 사람이었으나 하느님을 믿지 않았고 신앙생활도 하지 않았으며 또 성사도 받지 못하고 죽었으므로 그 영혼이 크게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마리아 수녀는 기도를 하고 나더니 그 영혼은 임종 때에 특별한 은총을 받아 통회했으며 지금도 연옥에 있고 아직도 6개월 동안의 보속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원장은 아무래도 믿기지가 않아 마리아 수녀가 부친의 성(姓)을 말한다면 믿겠다고 했다. 수도원에서는 이름은 서로 알지만 성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마리아 수녀는 잠시 기도드리고서 원장에게 말했다.
"부친께서는 레이슈 씨입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원장은 부친의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즉시 선업 모임을 만들어 죽은 이를 위해 기도, 고행, 십자가의 길, 미사 등을 바쳤다. 밤 12시, 일동이 마흔 꾸러미의 묵주기도를 바치자 원장 아버지의 영혼은 천국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리아 수녀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현세의 덧없음을 깨닫는 영혼은 행복하다."
◆ 가르멜회에 들어가기 전 마리아 수녀는 예전에 죽은 수녀의 방문을 받았다. 그녀는 청빈의 서원을 거스르고 마음대로 쓰기 위해 수도원 다락방에 5프랑짜리 은화 한 닢을 숨기고 임종 때 까지도 그것을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연옥에서 몹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도원 다락방에 가 보니 과연 5프랑짜리 은화 한 닢이 있었다. 원장은 이 일에 대단히 감동했으며 은화는 가난한 사람에게 주었다.
◆ 이 무렵 또 다른 수녀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연옥에서 탐욕 죄를 보속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녀가 나타났었다는 증거로 사탕 세 개를 마리아에게 주었다. 그녀는 원장 수녀에게 하나를 주고 불쌍한 수녀를 위하여 모든 이에게 기도를 청했다.
◆ 1873년 10월 26일, 마리아 수녀는 연옥의 불 속에 있는 총장 수녀를 보았다. 그녀는 살아 있을 때 청빈의 서원을 거슬렀기에 50년 전부터 고통받고 있었다.
◆ 마리아 수녀는 1874년 7월, 수도원에서 '성녀'로 명성이 높았던 수녀를 연옥에서 보았다. 그녀는 수녀 시절, 윗사람들과의 친분을 이용해서 자신의 일을 해결해서 다른 수녀들의 불만을 산적이 있었다.
◆ 1874년 12월 21일, 또 한 수녀가 마리아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동료들이 자신을 총장으로 뽑아 주지 않자 교만한 마음에 원한을 품고 자기 재산을 수도원에 남기는 대신 친척에게 넘겨주었다고 했다.
◆ 1878년 3월 1일, 다른 수녀는 마리아에게 나타나, 자신이 수도원에서 높은 직책에 욕심을 냈기 때문에 연옥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 프랑스 서남쪽에 있는 포 시에 신심 깊은 부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수년이 지난 어느 날 마리아 수녀가 부인의 딸에게 말했다.
"수년 전에 돌아가신 당신의 어머니께서 그녀의 기부로 세워진 성당이 축성받던 날 천국으로 승천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딸은 '어머니께서 신심이 깊으셨는데 그렇게 오랫동안이나 보속을 해야 했을까?' 하고 이상히 여겼다. 그런데 죽은 부인은 마리아 수녀에게 다시 나타나 말했다.
"지금은 하느님의 흠 없으심과 자비하심을 깨닫고 있습니다."
◆ 바욘시에 있는 신학교 교장이었던 미노다스 신부는 신앙심이 매우 두터웠다. 그가 죽은 뒤 마리아에게 나타나 말하기를 자신은 죽고 나서 단 다섯 시간 동안 연옥에 머물렀는데 그 시간 이 50년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고 한다.
◆ 1874년 6월 2일, 마르세유 시의 가르멜회 창립자 힐라리온 원장은 연옥을 무사히 통과했다. 마리아 수녀가 이를 보고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곧바로 천국으로 갈 수 있었습니까?"
원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애덕을 거스르지 않고 언제나 엄격하게 규칙을 지켰기 때문 입니다.”
◆ 1875년 6월 2일, 마리아 수녀는 탈혼 상태에서 깨어나 원장 수녀에게 말했다.
"오늘 아침 할머니 한 분이 제 앞을 지나시면서 '나의 귀양살이는 끝났다. 당신이 날마다 묵주기도를 충실히 바쳐 준 덕분에 나의 귀양살이가 끝나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3년 전 몽펠리에 시에서 저를 집에 묵게 해 주시고 친 절을 베풀어 주신 앙조르 부인인 것 같습니다."
마침 그날 밤 가르멜회에서 전보가 왔는데 그것은 앙조르 부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1장. 연옥의 존재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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