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섭리 그리고 무한하신 자비심
방금 세례받은 천진한 어린이, 순교자, 극소수의 특별한 성인 외에는 신자 대부분이 보속을 다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난다. 그들의 영혼은 어떻게 될까? 천국에 갈까? 결코 그렇지 않다. "미소한 더러움도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라는 격언은 참말이다. 그러면 지옥에 가는가? 그것도 결코 그렇지 않다. 지옥을 갈 정도의 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한하신 하느님의 섭리는 이 문제를 대단히 흡족하게 해결하셨다. 그것은 바로 '연옥의 존재이다.
연옥의 존재는 하느님의 섭리라기보다 오히려 그 무한하신 자비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천사가 시험을 받을 때에는 두 가지 결과밖에 없었다. 즉 충실했던 자는 천국에 들어가고 하느님을 거스른 자는 지옥에 떨어졌다. 그런데 인간은 본성이 허약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현세에서 죄인에게 회개할 시간을 주시고 내세에서도 영혼을 완전히 정화할 시간을 주신다.
오랜 세월, 혹은 한평생을 죄 중에 보낸 죄인까지도 임종 때에 용서하시는 것은 연옥에서 그들의 영혼을 깨끗이 닦아 마침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자로 만드시기 위함이다. 즉 연옥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무한하신 자비심을 보이시는 '완전한 방법'이다.
우리를 성화하는 기묘한 방법
현세의 생명은 참생명이 아니다. 영원한 생명의 입구요, 참생 명의 불완전하고 거친 작품이다. 그러기에 성경에서도 "이러한 말로 서로 격려하십시오."(1테살 4,18)라고 했다. 뒤에 남은 자는 아주 쉽고도 대단히 유효한 수단으로 죽은 이를 위로하고, 그 고통을 덜어 주고, 천국에 들어가는 때가 빨리 오도록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연옥에 대한 믿음은 우리에게 훌륭한 교훈이 된다. 즉, 하느님의 거룩하심과 위대한 엄위, 인간의 최종 목적인 영혼의 구원, 현세 영화의 덧없음,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 십자가의 가치, 모든 성인의 통공이 주는 위안, 영원한 생명을 준비하 는 일의 중요성, 회개의 필요성, 무의식 중에 쉽게 저지르는 소죄도 내세에서는 엄하게 처벌된다는 것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느님 사랑의 걸작
우리는 하느님께서 연옥을 두신 것에 대하여 감사해야 한다. 또 우리가 자주 연옥에 대해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곳에서 고생하고 있는 영혼을 위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두터운 신앙으로 이승에 있는 동안 될 수 있는 대로 하느님의 공의를 채워 드리고 내세에 빨리 천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메스트르의 말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조제프 마리 드 메스트르는 말했다. "비상한 감동을 일으키는 연옥에 대한 믿음이 사람의 마음에 있는 고상한 경향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연옥 문제로 가톨릭 교회를 떠난 프로테스탄트 신자들 중에 죽은 이를 위해 기도와 위로가 필요함을 통절히 느끼고 그것 때문에 가톨릭 교회로 개종하는 이가 많이 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미사를 청한 성공회의 한 전도사
성공회의 한 전도사는 아내와 부모를 잃고 몹시 슬퍼했다. 그는 성공회에는 죽은 이를 위한 기도가 없는 것을 섭섭하게 여겨 첫 기일이 다가오자 성당에 와서 미사를 청했다. 두 시간 남짓이나 기차를 타지 않으면 성당에 올 수 없는 불편한 고장인지라 전날 여관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미사 참례를 하고 돌아갔다. 그 후로도 계속 그와 같이 미사에 참례했다.
백작부인과 주교
영국의 스트래퍼드 백작부인은 아미앵 시의 드라모트 주교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성공회에 대한 믿음이 적잖이 흔들렸다. 그녀가 가톨릭 교회로 개종하는 데 따르는 장애로는 미사와 연옥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주교는 부인에게 말했다. "부인, 당신은 런던의 성공회 주교를 아시지요? 만일 그분이 성 아우구스티노가 죽은 이를 위하여, 특히 자기 모친을 위하여 미사를 드리지 않았다고 증명할 수 있다면 나는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지만 성공회로 개종하겠다고 그에게 전해 주세요.” 부인은 즉시 런던의 주교에게 편지를 띄웠지만 그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부인의 의혹은 사라지고 그녀는 가톨릭 교회로 개종했다.
연옥 교리를 듣고 개종하다
와수르 자작의 이야기다.
"한 프로테스탄트 신자가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연옥의 존재에 감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날, 동생이 식사 중에 급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들은 후부터 식사 중에 준비 없이 무덤에 들어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늘 괴로웠다. 천국의 행복을 누리려면 결백한 영혼이어야 함은 잘 알고 있었으나, 프로테스탄트에서는 천국과 지옥뿐 그 중간에 죄를 보속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동생의 영혼은 지옥에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밤낮으로 고민하다 불면증까지 생겼고 몸도 점점 쇠약해져 갔다. 휴양차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은 어떠냐고 주변에서 권하면 그는 대답했다.
"여행을 떠나 보았자 그리 멀리 가지도 못해서 돌아오지 못할 영원한 나그넷길을 떠나게 될 테지. '나그네, 가던 길 멈추고 여기 잠들다'라고 새긴 작은 묘비가 세워지고 그 묘비에 새길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내 짐이 헤쳐지는 것은 싫다네."
그래도 친구들과 친척들이 계속해서 여행을 권하자 이 스코틀랜드인은 마침내 대륙으로 여행을 나섰다. 나(와수르 자작)는 이 사나이와 같은 배를 타고 있었으며 상륙 후에도 같은 여관에 묵게 되었다. 그는 동생은 분명 지옥에 갔을 거라며 절망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가톨릭 교회의 연옥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연옥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그의 얼굴에 기쁨이 넘치는 것 같았고 11월 2일 위령의 날에는 나와 함께 미사에도 참례했다. 그는 성당을 나오면서 내게 말했다.
'동생을 위해 기도할 수 있으니 이제는 괴롭지 않습니다. 제 동생의 영혼은 아마 연옥에 있겠지요. 동생을 위해 열심히 선행을 바치고 앞으로는 가톨릭 신자가 되려고 합니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1장. 연옥의 존재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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