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4권
31장
축복과 십자성호의 의미
1928년 7월 29일
1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로 더욱 쓰라리고 긴긴 나날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일각이 여삼추(如三秋)요, 날이 저물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창조물 사이를 돌아다니는 나의 일상적인 순례를 하는 동안 모든 조물을 불러, 나를 홀로 버려두고 멀리 날아가신 분을 소리쳐 부르게 하고자 하였다. 나의 참 생명이신 분이 더는 나와 함께 계시지 않으니, 생명 없이 살아야 하는 모진 고통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2 그러므로 그렇듯 쓰라린 고통 속에서 태양을 불러, 그 빛의 눈물로 예수님의 자비심을 일으키게 하였고, 그렇게 해서라도 그분께서 귀양살이 중인 이 작은 아이에게 돌아오시게 하려고 하였다. 또 바람을 불러,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고 울부짖는 그 위력적인 소리로 예수님의 귀를 먹먹하게 하여, 그분께서 돌아오시지 않을 수 없게 하려고 하였다.
3 그리고 바다를 불러, 와서 나를 도와달라고 하였다. 그 모든 물을 눈물로 바꾸고 세찬 파도 소리를 내며 그분의 성심 깊은 곳에서 요동치게 하여, 그분께서 나의 전부이신 당신의 생명을 서둘러 돌려주기로 마음을 굳히시게 하기 위해서였다. - 그러나저러나 이런 식의 쓸데없는 말을 누가 다 늘어놓을 수 있을까?
4 아무튼 나는 모든 조물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들로 말미암아 예수님께서 내게 돌아오시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분은 오시려 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분의 흠숭하올 뜻 안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그분께서 이 지상에 계시는 동안 하신 모든 행위들을 따라다녔다.
5 그러다가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축복하시고, 그분의 천상 엄마를, 그리고 군중들과 다른 것들을 축복하실 때 걸음을 멈추고, 그분께 당신의 이 작은 딸도 축복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당신의 축복이 너무너무 필요한 딸이라고 말씀드리면서.
6 그러자 그분은 나의 내면에서 이동하시며 팔을 들어 나를 축복해 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축복으로 너를 축복한다. 나의 축복이 네 안에 우리 (성삼위)의 모습을 확실히 굳히기를 빈다. 나의 축복으로 하느님께서 인간 창조 때에 이루신 것, 곧 우리의 모상이 네 안에 확립되기를 빈다.
7 너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지상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무슨 일을 할 때나 그 모든 것 속에서 언제나 축복을 내려 주었다. 그것이 내가 사람들에게 상기시키는 창조의 첫 행위이었거니와, 이를 확증하기 위하여 축복할 때마다 아버지와 말씀과 성령의 이름을 불렀다. 성사들도 바로 이 축복에 의해, 또 아버지와 말씀과 성령의 이름에 의해 생명을 받는 것이다.
8 그러므로 나는 내 축복으로 영혼들 안에 창조주의 모상을 불러 넣을 때에 내 거룩한 뜻의 생명도 불러 넣어, 내 뜻이 창조 당초처럼 영혼 안에서 다스릴 수 있게 하였다. 홀로 내 뜻만이 창조주의 모상을 그들 안에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고, 이를 점차 발전시켜 가면서 그 선명한 신적 색채를 보존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9 그러니 보아라. 축복의 의미는 우리의 창조 활동을 확증하는 데에 있다. 우리가 일단 수행한 행위는 지혜와 숭고함과 아름다움이 충만하기에 우리는 그것을 늘 반복하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10 우리의 축복은 다름 아니라 우리의 모상이 피조물 안에 복원되는 것을 보고자 하는 우리 마음의 갈망이고, 그토록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확증하기 위한 반복이기도 하다면, 교회가 신자들에게 가르치는 십자성호는 바로 피조물 편에서 우리의 모상을 탄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우리의 축복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하고 말한다.
11 따라서 교회와 모든 신자들은 부지중에 영원하신 창조주와 일치하고, 모두가 동일한 것을 원한다. 즉, 하느님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라는 말을 발하며 축복하심으로써 당신의 모상을 주기를 원하시고, 사람은 같은 말을 발하며 십자성호를 그음으로써 그 모상을 탄원하는 것이다.”
도서 구입처: 가톨릭출판사 (catholicbook.kr)
(천상의 책 24권 / 루이사피카레타 저 / 요한 실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