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4권
27장
모든 것에 통치권을 확장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
하늘과 땅을 하나 되게 하실 ‘피앗’. 인간 뜻의 불행.
1928년 7월 10일
1 글을 쓰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 점점 더 졸려서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혼자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2 ‘어째서 이렇게 졸릴까? 이제까지는 잠시만 눈을 붙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서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드물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반대가 아닌가? 어떤 때에는 이렇게, 다른 때에는 저렇게 …… 참 너무도 많은 변화를 겪어야 하는구나! 이는 예수님과의 관계 속에서도 얼마나 인내심이 필요한지를 보여 준다. 깨어 있으면 작업을 더 많이 하겠지만, 어쩔 수 있으랴, 이 잠에 대해서도 “피앗!”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3 그 순간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마음 안에서 걸음을 옮기시며 이르셨다. “딸아, 놀라워할 것 없다. 내 ‘거룩한 피앗’은 사람의 모든 행위 안에서 지배권을 가지기를 원한다. 모든 것이 피앗 자신의 재산이며 영토가 되기를 원하기에, 구두점 하나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힘쓴다.
4 그러므로 내 피앗은 너와 함께 활동하면서 네 철야 기도에 ‘피앗’이라고 적힌 인장을 찍어 그것의 지배권과 소유권을 확보했던 것과 꼭 마찬가지로, 너의 잠에도 그 인장을 찍어 피앗 자신의 영원한 안식에 속하는 재산으로 삼기를 원한다.
5 그리고 그것과 유사한 것들을 다 찾아내기를 원한다. 즉, 내 피앗이 끊임없이 활동하면서 너에게 철야 기도의 은혜를 주었고, 너로 하여금 모든 것을 싸안게 하면서 피앗 자신의 무한성을 주며, 너를 졸리게 하여 자기의 영원한 안식을 너에게 주는 것이다.
6 요컨대 내 피앗은 이렇게 말하며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내 뜻 안에서 행하는 것은 모두 내 작은 딸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작은 딸이 나에게 모든 것에 대한 지배권을 주었기에, 모든 것이 내 뜻이 되었기 때문이다.’
7 그런고로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내 딸 안에 있는 내 피앗의 재산이다. 이 딸이 자기 것은 아무것도 남겨 두지 않았으니, 모든 것이 내게 속하는 것이다. 그 보답으로 나는 내 거룩한 뜻에 속하는 모든 것을 이 딸에게 준다.’
8 그 후 나는 ‘거룩하신 의지’를 따라다니며 내 순례 행위를 계속했는데, 하늘과 별들과 태양이 어찌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마음 깊은 데서 절로 이런 혼잣말이 나오곤 하였다. “내 창조주의 작품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창조된 만물 안에 '전능하신 피앗'에 속한 질서와 조화가 있다. 오! 이런 질서와 조화가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면, 땅의 모습이 바뀌련마는!”
9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 “딸아, 내 뜻이 땅에서 다스릴 때, 그때에는 하늘과 땅이 완전히 하나일 것이다. 질서도 하나, 조화도 하나, 소리의 울림도 하나, 생명도 하나이리니, 뜻이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10 더욱이, 수많은 거울이 하늘에 달려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모습이 그 거울들에 비칠 것인데, 그들은 천상의 복된 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볼 것이고, 그 복된 이들의 노래를, 그 천상의 멜로디를 들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를, 그들의 멜로디를 그대로 따라 부름으로써 사람들 가운데에 천상의 생기가 돌게 할 것이다.
11 이처럼 내 피앗은 모든 것을 공유하도록 배치한다. 여기에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의 진정한 생명이 있다. 그리하면 내 뜻이 승리를 구가(謳歌)할 것이고, 사람들도 그 승리의 찬미가를 부르게 될 것이다.”
12 그러고 나서 그분은 침묵을 지키셨다. 그리고 잠시 후 이렇게 말씀을 덧붙이셨다. “딸아, 인간의 뜻은 그 가련한 인간을 불행한 상태에 처하게 할 정도로 수많은 악을 만들어 낸다. 그의 운명이나 행운을 불행으로 바꾸어 버린다.
13 나는 본성적으로 행복한 존재이기에, 창조 사업을 통하여우리의 창조적인 손에서 나온 것은 모두 충일한 행복과 함께 나왔고, 따라서 인간의 안팎 어디에나 영구적인 기쁨과 행복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 영구적인 참행복의 바다를 자기에게서 쫓아낸 것이 인간의 뜻이었다. 쫓겨난 바다는 그래서 제 창조주의 태 안에 피신하고 말았다. 창조주께서 이 바다를 내놓으신 것은 당신의 모든 작품들을 행복하게 하시려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14 그러니 우리는 본성적으로 행복할뿐더러 아무도 우리의 행복을 흐리게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조 사업을 통하여 으뜸가는 지위를 주었던 인간이 불행한 처지에 있는 것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자녀들이 불행한 것을 보는 것, 우리 행복의 바다의 소유주였던 자들이 이제는 그것을 누리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이야말로 - 비록 우리에게 손상을 끼치지는 않을지라도 - 우리의 항시적인 비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15 그런데 이제 내 거룩한 뜻 안에서 사는 한 사람이 저 행복의 바다를 그 자신 안에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그는 가련한 인간의 불행한 광경을 우리 눈앞에서 치워 버리고, 우리를 두 배로 행복하게 해 준다. 우리의 행복이 우리 자녀들에게 이르는 길을 따라가고 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16 그러므로 내 거룩한 뜻은 만물을 제자리에 놓고, 인간의 뜻이 양산한 불행들을 치워 없앨 것이다. 인간의 뜻이 그 독한 침으로 모든 것을 쓰디쓰게, 뒤죽박죽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17 모든 이가 행복한 것을 보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이냐! 아버지가 자녀들의 화사한 화관을 본다면, 즉, 온전히 행복하고 부요하며 건강하고 우는 법 없이 언제나 웃는 자녀들의 모습을 본다면, 실로 큰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오! 그 아버지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그 자신의 행복 안에, 또 자기 자녀들의 행복 안에 잠겨 있는 기분일 것이다.
18 나는 그런 여느 아버지보다 더한 아버지이니, 내 자녀들의 행복을 내 속마음으로 느낀다. 행복은 나 자신의 것이어서 내 속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불행은 나의 외부에 있는 그 무엇이고 내게 속하지 않는 것이기에 내 안으로 들어올 길이 없다. 나는 불행을 보는 비통은 느끼지만 불행을 느끼지는 않는다. 아버지로서 모든 이가 행복한 것을 좋아하며 그러기를 바랄 따름이다.”
도서 구입처: 가톨릭출판사 (catholicbook.kr)
(천상의 책 24권 / 루이사피카레타 저 / 요한 실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