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5 장 30세 되던 해의 봄
3. “너희는 어리석기도 하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그렇게도 믿기가 어려우냐?”(루가 24, 25)
요한 마르코의 집으로 점점 더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예수의 부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나, 그 사실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중에 특히 루가와 글레오파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 밖에 대사제의 새로운 명령이 전달되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예수의 제자들을 체류시키거나 그들에게 음식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엠마오로 갈 두 사람을 결정하였다.
그들은 모임을 끝내고 각기 헤어졌다. 엠마오로 갈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한밤중에 요한 마르코 집 밖의 우측을 돌아 예루살렘으로 향해 갔으며, 다른 한 사람은 함께 가는 것이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갔다. 그들은 성문 앞쪽의 언덕 위에서 다시 만났다. 그들은 지팡이를 들고 꾸러미를 허리에 맨 채 갔다. 루가는 가죽 배낭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는 자주 길 밖으로 나아가, 약초들을 그곳에 담았다.
루가는 지난날에 예수를 뵙지 못하였다. 그는 라자로의 집에서 베풀어졌던 주님의 가르침에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확고부동한 제자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언제나 제자들과 교제해 왔으며, 주님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도 왕성하였다. 이제야 비로소 그는 주님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그 두 사람이 혼란에 빠져 있으며 의심을 품은 채, 누군가와 그들이 들었던 모든 것에 대해 털어 놓고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을 내심으로 감지하였다. 특히 예수께서 그토록 치욕적으로 십자가에 매달리셔야만 했던 사실이 그들을 혼란시켰다. 그들은 구세주이신 메시아께서 왜 그 같은 혹독한 학대와 굴욕을 받으셔야만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큰길로부터 멀리 떨어진 샛길로 주님께서 점점 그들에게 가까이 오고 계신 것을 보았다. 그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이 싫어 그를 앞서 보내고자 천천히 걸었다. 그러자 예수께서도 천천히 걸으셨으며 그들이 앞쪽에서 걷고 있을 때 그분은 샛길로부터 큰길로 발을 들여놓으셨다. 나는 그분이 잠시 뒤에서 걸으시다가, 그들 사이로 발을 들여놓으시면서, 그들이 나눈 이야기에 관해 질문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주님께서 그들에게 해주신 말씀들을 많이 들었다. 나는 아주 신비한 기쁨에 싸인 채 그분의 말씀을 들었는데, 지금은 온갖 짜증스런 억압으로 잘 기억되지 않는다. 그분의 말씀 중에는 모세에 관한 것이 많았다. 엠마오 앞쪽에 있는 어떤 아름답고 정결한 장소에 이르렀을 때, 주님께서는 베들레헴으로부터 이어지는 남쪽 길로 가시고자 결정하시는 것 같았다. 그들은 주님께 어떤 집에 함께 들어가시도록 간청을 드렸는데, 그 집은 내가 보기에 연회장으로 개방된 집처럼 여겨졌다. 거실은 정방형이었고 깨끗하게 꾸며져 있었다. 식탁은 탁자보로 덮여 있었고 안락하게 앉을 수 있는 방석들도 놓여 있었다. 한 남자가 꿀통과 사각형의 빵과 얇고 작게 잘라진 투명한 빵을 가지고 와서 손님이신 주님 앞에 놓았다.
기도를 드리고 나서 예수께서는 먼저 식탁에 놓인 것들을 잡수셨으며 그들도 함께 빵과 꿀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그분은 물결 무늬가 있는 작은 덩이로 된 빵을 집으시고, 작고 하얀 주머니 칼로 그 빵을 세 조각으로 갈라 놓으신 다음, 조그만 접시 위에 올려놓으셨다. 그리고는 일어나시어 그것을 축복하시면서 두 손을 위로 올리시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드리셨다.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은 넋을 잃은 듯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주님께서 작은 빵 조각들을 나누어 주시자, 그들은 머리를 그분의 내민 손에 가까이 가져가서 그것을 입으로 받아 먹었다. 그분은 세번째 조각을 손으로 집어 당신의 입으로 가져가시면서 사라지셨다. 나는 두 제자가 놀란 나머지 한동안 꼼짝 않고 서 있다가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이 두 사람, 곧 글레오파와 루가는 서둘러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나는 저녁에 만찬이 준비된 집에서 토마를 제외한 모든 사도들과 많은 제자들 그리고 니고데모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을 보았다. 그 집의 대문과 방문들은 모두 잠겨 있었고 천장 한가운데에는 램프가 걸려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기도를 드리기 위해 원을 이루어 서 있었다. 모두들 허리띠가 길게 늘어진 긴 흰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 중에 세 사람은 특별한 복장을 하고 있었고, 손에는 두루마리를 들고 있었다. 이들 세 사람 가운데 베드로가 가장 으뜸가는 지도자였다.
글레오파와 루가는 엠마오로부터 서둘러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만찬이 열리고 있는 그 집에 도착하였다. 현관의 문은 물론 바깥 정원의 문까지도 잠겨 있어서 그들은 문을 두드린 다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방 맞은편의 열린 현관 입구가 보이는 곳에 성모 마리아께서 함께 계신 것을 보았다. 그분은 마리아 글레오파와 막달레나와 함께 사도들과 제자들의 기도 모임에 참석하고 계셨다. 베드로는 요한과 작은 야고보 사이에서 기도를 주재하고 가르침을 베풀었다. 그들은 기도 시간 중에 한 번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제 두 사람이 들어왔기 때문에 다시 기도가 중단되었다.
출처
3. “너희는 어리석기도 하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그렇게도 믿기가 어려우냐?”(루가 24, 25) | CatholicOne (wordpress.com)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5장/ 5. 이튿날 날이 밝아 올 때 예수께서 호숫가에 서 계셨다(요한 21, 4) (0) | 2021.05.13 |
---|---|
제5장/ 4.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나타나 그들 가운데 서시며…(루가 24, 36) (0) | 2021.05.13 |
제5장/ 2. “너희는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자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루가 24, 5) (0) | 2021.05.08 |
제5장/ 1. 안식일 다음날, 아직 동이 채 트기도 전에, 그 여자들은 무덤으로 갔다(루가 24, 1) (0) | 2021.05.08 |
제4장/ 21. 그들은 물러가서 그 돌을 봉인하고 경비병을 세워 무덤을 단단히 지키게 하였다(마태 27, 66) (0) | 2021.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