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II 38. 예수께서 베들레헴의 여인숙에 들르시고 안나의 집 폐허에서 전도하신다

Skyblue fiat 2020. 1. 8. 18:18

 

 

빛나는 여름 아침의 이른 시간이다. 터키옥색의 사틴 양탄자에 떨어진 얇은 천 조각들 같은 몇 점의 작은 구름 위에는 하늘이 장미빛깔로 물들었다. 벌써 빛에 취한 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참새들과 티티새들과 울새들이 재재거리고 조잘거리고 나무줄기 하나, 애벌레 한 마리, 떨어진 잔가지 하나를 저희들 둥지로 가져가려고 또는 부리 속을 채우려고 또는 올라앉으려고 서로 다툰다. 제비들은 꼭대기가 적갈색으로 물들여진 눈같이 흰 가슴받이를 씻기 위하여 작은 개울로 곤두박질해 내려와서 몸을 식힌 다음 풀줄기 끝에 아직 잠들어 있는 각다귀 한 마리를 쪼아 가지고는 명랑하게 재재거리며 높이 날아 올라간다. 그놈들의 날개는 마치 광을 낸 강철 칼날들과 같이 공기를 가른다.

 

회색 비단옷을 입은 할미새 두 마리가 개울가를 따라 두 아가씨 모양으로 우아하게 거닐고 있다. 할미새들은 검은 벨벳으로 장식한 긴 꼬리를 치켜들고 물에 자태를 비추어 보고는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산책을 다시 시작한다. 숲 속의 진짜 장난꾸러기인 티티새 한 마리가 그 노란 부리를 가지고 뒤에서 휘파람을 불며 놀려댄다. 폐허 근처에 있는 잎이 무성한 야생 사과나무에서는 밤꾀꼬리 한 마리가 자꾸만 동무를 부르다가, 동무가 긴 애벌래 한 마리를 물고 오는 것을 보고야 잠잠해진다. 애벌레는 가는 부리에 꽉 물려 몸을 뒤틀고 있다. 시내의 어떤 비둘기집에서 빠져 나온 듯한 산비둘기 두 마리가 폐허가 된 어떤 탑 틈에서 거처를 정하였는데, 애정 토로에 전념하고 있다. 숫컷은 유혹하고 암컷은 정숙하게 구구거리고.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시고 그 즐겁게 노는 작은 동물들을 바라보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선생님, 벌써 준비하셨습니까?” 하고 시몬이 뒤에서 묻는다.
“벌써 준비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느냐?”
“아직 자고 있습니다.”
“젊으니까… 나는 이 개울에서 세수했다… 머리를 상쾌하게 하는 차가운 물이다…”
“이제는 제가 하겠습니다.”
짦은 속옷만 입은 시몬이 세수를 하고 나서 옷을 입는 동안 유다와 요한이 일어난다. “하느님께서 선생님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늦었지요?”
“아니다. 지금 막 아침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빨리 하고 떠나자.”
두 사람은 세수를 하고 나서 속옷과 겉옷을 입는다.


예수께서는 길을 떠나시기 전에 두 바위 틈에 난 작은 꽃들을 꺾어서 작은 나무상자에 넣으신다. 그 상자 속에는 벌써 다른 물건들이 있는데, 무슨 물건인지 잘 분간할 수가 없다. 예수께서 설명하신다. “어머니께 갖다 드리겠다. 이것들이 어머니께는 소중한 것들이다…. 떠나자.”


“어디로 갑니까?”
“베들레헴으로.”
“또요? 그곳 분위기가 우리들에게는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아무래도 좋다. 가자. 동방 박사들이 들었던 곳, 내가 있던 곳을 너희들에게 보여주겠다.”


“그렇다면 선생님, 용서하십시오. 제게 말을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렇게 하십시다. 베들레헴과 여인숙에서는 제가 말을 하고 질문을 하게 허락해주십시오. 선생님 같은 갈릴래아 사람들을 유다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다른데서보다도 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십시다. 선생님과 요한은 옷만 보고도 갈릴래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게 됩니다. 옷이 너무 수수합니다. 또 그리고… 이 머리는! 왜 그렇게 길게 기르시느라고 고집을 부리십니까? 저와 시몬이 저희들 겉옷을 드릴 터이니, 선생님의 겉옷은 저희들에게 주십시오. 시몬의 것은 요한에게, 제 것은 선생님께 드립니다. 자 이렇게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선생님과 요한은 이제 좀더 유다인 같아 보이십니다. 이제는 이거요.” 그러면서 머리쓰개를 벗는다. 겉옷과 같이 노랑, 밤색, 빨강, 초록색 줄무늬가 있는 터번인데, 노랑색 가는 끈으로 고정되어 있다. 유다는 그것을 예수의 머리에 씌우고 긴 금발을 가리기 위하여 뺨을 따라 정리한다. 요한은 시몬의 진초록색 머리쓰개를 쓴다. “아! 이제는 좀 낫습니다. 저는 실제적인 감각이 있습니다.”


“그렇다 유다야, 네가 실제적인 감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감각을 능가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무슨 감각 말씀입니까, 선생님?”
영적 감각 말이다.”
“아!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대사보다는 정치가로 행동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의하세요. …관대하게 보아 주십시오. …이것은 선생님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 제가 저…저…그렇지요, 사실이 아닌 말을 하더라도 반대하지 마십시오.”
“무슨 뜻이냐? 왜 거짓말을 하려느냐? 나는 진리이니, 내 안에도 내 주위에도 거짓말이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 저는 반거짓말밖에 안하겠습니다. 저희는 모두가 먼 나라에서, 예를 들자면 에집트에서 돌아왔는데, 우리의 정다운 친구들의 소식을 알고 싶다고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망명했다가 돌아온 유다인들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약간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다소간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아니! 유다야, 왜 속이려느냐?”
“선생님, 모른 체하십시오. 세상은 속임수로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속임수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좋습니다.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우리가 멀리서 왔고 유다인이라고만 말하겠습니다. 아것은 4분의 3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요한, 자네는 말을 하지 말아. 말을 하면 우리 정체가 드러날거니까.”
“난 잠자코 있겠어.”
“그리고 일이 잘 돌아가면… 그때에는 나머지 말을 하지요. 그러나 저는 희망을 별로 가지지 않습니다…. 저는 꾀바른 사람이라 일을 재빨리 알아챕니다.”
“유다야, 나도 그것은 알겠다. 그러나 나는 네가 순진했으면 더 좋겠다.”
“그것은 별로 유익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일행에서는 제가 어려운 임무를 행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제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십시오.”
예수께서는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으나 양보하신다.


일행은 떠나는데, 폐허의 주위를 돌아서 창문이 없는 벽을 끼고 간다. 그 벽 뒤에서는 나귀 우는 소리, 소 우는 소리, 양이 매애매애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쌍봉낙타나 단봉낙타들이 제멋대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우는 소리가 들려 온다. 벽 모퉁이가 나온다. 일행이 그 모퉁이를 돌아가니 베들레헴의 광장이 나온다. 분수못은 여전히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데, 역시 비스듬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다만 여인숙 반대쪽만은 달라졌다. 작은 집이 있던 그곳- 그 작은 집이 별빛 아래 은백색으로 빛나던 것을 생각하니 지금도 눈 앞에 선하다-그곳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는 큰 공터가 되었다. 작은 계단과 발코니만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바라보시며 한숨지으신다.


광장에는 식량, 그릇, 옷감 따위를 파는 장사꾼들 둘레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다. 장사꾼들은 그들의 상품을 돗자리에 벌려놓거나 바구니에 담아 땅바닥에 놓고 대부분은 그들의 상점… 한가운데 쭈그리고 앉아 있고, 더러는 서서 소리를 지르고 손짓을 하며, 물건 흥정을 하는 손님과 다투고 있다.


“장날입니다” 하고 시몬이 말한다.
여인숙의 문은, 아니 문이라기보다는 마차가 드나들 수 있는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상품을 실은 나귀들이 줄을 지어 나오고 있다.
유다가 제일 먼저 들어가서 휘둘러본다. 그는 거만한 태도로 더럽고 웃도리를 벗은, 즉 소매가 없고 무릎에까지 내려오는 속옷바람으로 있는 마구간 심부름하는 어린 소년을 부른다. “꼬마야!”하고 외친다. “주인 곧 나오라고 해라. 빨리 서둘러라. 나는 기다리는 습관이 없으니까.”


소년은 나뭇가지를 묶어서 만든 비를 끌면서 뛰어 간다.
“아니, 유다야! 무슨 태도가 그러냐?”
“잠자코 계십시오, 선생님. 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세요. 저 사람들이 우리를 아주 부자로 또 도시에서 온 것으로 믿게 해야 합니다.”


주인이 달려와서, 넓은 허리띠에 술장식이 달린 호화스런 황금빛 옷에다 예수의 진홍색 겉옷을 입어 위풍당당한 유다 앞에 허리를 굽실거린다.
“여보, 우리는 멀리서 왔소. 아시아 공동체의 유다인들이오. 베들레헴 출신으로 박해를 받은 이분이 아끼는 이곳 친구들을 찾고 계시오. 우리도 이분과 같이 찾고 있소. 우리는 예루살렘에 가서 성전에서 지극히 높으신 분(야훼)께 예배를 드리고 오는 길이오.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겠소?”
“대감님… 소인은… 하라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명령만 하십시오.”
“우리는 여러 사람에 대해 알고 싶소. …특히 당신 여인숙 맞은편 집에 살고 있던 여인 안나에 대해 알고 싶소.”
“아이고! 불쌍하게도! 안나와 그의 아들들은 아브라함의 품에서 찾아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죽었단 말이요? 왜?”
“헤로데의 학살을 모르고 계십니까? 온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있고 또 카이사르도 그를 ‘피에 굶주린 돼지’라고 했는데요. 아이고! 내가 무슨 말을 했나? 밀고하지 마십시오. 대감님은 진짜 유다인이십니까?”
“내 지파(支派)의 기장(記章)이 여기 있소. 그러면 말하시오.”
안나는 딸 하나만 빼놓고 모든 아이와 함께 헤로데의 군인들에게 학살당했습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도 착한 여인이었는데!”
“그 여자를 아셨습니까?”
“썩 잘 알았소.” 유다는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안나는 사람들이 메시아의 아버지와 어머니라고들 말하는 사람들을 환대했다고 해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리 오십시오. …이 방으로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습니다요.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그들은 어둡고 낮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대단히 낮은 긴의자에 앉는다.

“이거 보십시오. …저는 눈치가 빠릅니다. 저는 그저 건성으로 주막장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대대로 내려오는 주막장이 올시다. 제 피 속에는 꾀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사람들에게 한 구석 자리를 마련해 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갈릴래아 사람에다… 가난하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안됩니다. 이 에제키아는 속아 넘어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 사람들이 여느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여자… 눈은… 뭔지 모를… 아니, 아니, 그 여자는 그에게 말을 하는 마귀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여자는 마귀를 가져왔습니다. 저한테가 아니라, 이 도시에요. 안나는 양보다도 더 순진한 여자라 며칠 후에 그 사람들을 아기와 함께 묵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아기를 메시아라고 했습니다. …아이고! 그때 저는 정말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호구조사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이 벌었습니다! 사람들이 오는데, 호구조사 때문에 올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까지 왔습니다. 바다에서까지도 보러 오고, 에집트에서까지도 보러 왔습니다. …그리고 여러 달 동안은 그랬습니다! 돈 참 많이 벌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왕인지 세도가인지 마술사인지… 모르는 세 사람이 왔습니다. 행렬이 끝이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 마구간을 전부 쓰고, 한 달은 쓸 만큼의 건초를 황금을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여기 남겨두고 다음 날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사환들과 심부름하는 여자들에게 얼마나 선물을 많이 주었는지요! 그리고 제게두요! 아이고! 저로서는 진짜였던 가짜였던 메시아에 대해서는 좋은 말밖에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메시아는 제게 돈을 몇 부대씩 가득 벌게 했거든요. 저는 크게 난처한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죽은 사람도 없었구요. 저는 갓결혼한 참이었으니까요. 그래서…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는 학살이 행해진 곳을 보고 싶소.”
“학살이 행해진 장소요? 그렇지만 집집이 다 그랬는걸요. 베들레헴에서도 죽은 사람을 수천명으로 헤아렸습니다. 따라 오십시오.”

 

일행은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는 층계로 올라간다. 그 위에서는 멀리 펼쳐져있는 들판과 구릉 여러 개에 부채꼴로 펼쳐져 있는 베들레헴 전체가 내려다 보인다.


“페허가 있는 곳이 보이십니까? 여기서도 아버지들이 무기를 들고 그들의 자식들을 보호하려고 했기 때문에 집들이 불타버렸습니다. 저기 담쟁이가 뒤덮인 우물 같은 것이 보이지요? 저것이 회당의 잔해입니다. 그 아기가 메시아라고 단언한 회당장과 함께 회당을 불살랐습니다. 그 회당은 아이들을 잃었기 때문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격노한 살아남은 사람들이 불질러 태워버렸습니다. 그뒤 그로 인해서 난처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또 저기… 무덤이 보이지요? 희생된 사람들입니다. …눈 닿는 데까지 풀밭에 누워 있는 양들 같습지요. 모두가 죄없는 어린 아이들과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입니다. …저 연못이 보입니까? 자객들이 거기에서 무기와 손을 씻었을 때 저 물이 피로 새빨개졌었습니다. 그리고 이 뒤편에 있는 개울, 보셨습니까? …그 개울물도 하수구에서 나온 피로 빨갛게 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바로 앞쪽을 보십시오. 이것이 안나에게서 남아 있는 전부입니다.”


예수께서 울으신다.
“안나를 잘 아셨습니까?”
유다가 대답한다. “저분의 어머니의 언니와 같은 사람이었지요! 안 그렇습니까?”
예수께서는 그저 “그래”라고만 대답하신다.
“알겠습니다”하고 여인숙 주인이 말하며 생각에 잠긴다.
예수께서는 몸을 숙여 유다에게 말씀하신다.
“내 친구가 저 페허에 가고 싶다고 하시오” 하고 유다가 말한다.
“그야! 가시지요! 아무라도 다 갈 수 있습니다!”
일행은 내려와서 인사를 하고 떠난다. 여인숙 주인은 기대가 어긋난 태도로 있다. 아마 팁을 바랐던 모양이다.


일행은 광장을 건너질러 홀로 남아 있는 작은 계단을 올라간다.
여기가 내 어머니가 내게 동방 박사들에게 인사를 시킨 곳이고, 에집트로 가려고 우리가 내려온 곳이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페허에 있는 네 사람을 사람들이 쳐다본다. 어떤 사람이 “죽은 사람의 친척들이오?” 하고 묻는다.
“친구들이오.”
어떤 여자가 외친다. “적어도 당신들은 죽은 사람에게 대해서 그 여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친구였던 사람들이 한 것처럼은 하지 마시오. 그 사람들은 그 후 무사히 빠져나갔어요.”


예수께서는 경계를 이루고 있는 낮은 담에 붙은 편편한 곳에 서 계신다. 그러니까 광장은 2미터 가량 아래 내려다보이고, 뒤에는 텅 빈 곳이다. 그 빈 공간은 빛이 반짝여서 예수를 온통 후광으로 둘러싸고, 하얀 아마로 지은 그분의 흰 옷을 한층 더 희게 한다. 겉옷은 바람에 날려 어깨에서 흘러내려 예수의 발 아래 여러 가지 빛깔로 된 받침들이 되어서, 이제는 그 흰 옷만을 입고 계시다. 뒷쪽에는 지금은 황량하게 되고 페허가 되었지만 전에는 안나의 정원과 소유지였던 것이 파란 풀과 가시덤불로 뒤덮혀 있다.
예수께서는 팔을 벌리신다. 유다는 그 몸짓을 보고 “말씀하시지 마세요. 그것은 신중한 일이 아닙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힘찬 목소리로 광장을 가득 채우신다. “유다인 여러분! 베들레헴의 시민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라헬에게 신성한 것이었던 이 땅의 여자들도 들으시오! 고통을 겪고 박해를 받은 다윗의 후손의 말을 들으시오. 이 다윗의 후손은 여러분에게 말을 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빛과 위안을 주려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내 말을 들으시오.”


사람들은 외치고 다투고 물건을 사고 하는 것을 중단하고 모여든다.
“선생님이시다!”
“틀림없이 예루살렘에서 왔을거야.”
“누구야?”
“참 미남인데!”
“목소리는 어떻고!”
“그야 다윗 가문의 사람이라면!”
“그러면 우리 가문인데!”
“들어보세, 들어봐!”
온 군중이 계단 둘레로 모였다. 계단이 이제는 연단과 같게 되었다.


“창세기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그의 발에 머리를 밟히리라!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 …그리고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이것은 남자와 여자와 뱀에 대한 형의 선고입니다.
나는 라헬의 무덤에 경의를 표하려고 멀리서 왔는데, 저녁의 산들바람 속에서, 아침 이슬 속에서, 밤꾀꼬리의 아침 울음소리에서 옛날 라헬의 흐느낌을 베들레헴의 어머니들이 조용한 무덤 속에서 또는 조용한 마음 속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되풀이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나는 홀아비들에게서 야곱의 고통으로 인한 울부짖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홀아비들은 아내들을 잃었습니다. 고통으로 인하여 아내들이 죽은 것입니다. …나도 여러분과 같이 웁니다. 그러나 축복받은 같은 고장 베들레헴의 형제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도시는 유다의 도시 중에서 가장 작은 도시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인류의 눈으로 볼 때에는 가장 큰 도시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즉 베들레헴은 하느님의 영광, 하느님의 불, 사람이 된 하느님의 사랑이 근거를 둘 장막이 되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탄의 증오를 폭발시킨 것입니다.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그의 발에 머리를 밟히리라! 여자의 마음의 중심이 되는 자식들을 공격하는 원수보다 더 큰 원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구세주의 어머니의 발보다 더 강력한 발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싸움에 진 사탄의 복수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탄이 공격한 것은 구세주의 어머니의 발꿈치가 아니라 여느 어머니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아! 어린아이를 낳은 다음 그 어린 것들을 잃은 어머니들의 헤아릴 수 없는 고민! 오! 자식들을 위하여 씨뿌리고 땀흘리고 나서 후사(後嗣)를 잃은 아버지의 무서운 고뇌! 그러나 베들레헴아, 기뻐하여라! 너는 깨끗한 피, 죄없는 어린이들의 피가 메시아에게 주홍빛 불꽃 같은 길을 닦아 드렸다…”


예수께서 구세주와 그의 어머니를 말씀하신 다음부터 점점 더 웅성거리던 군중이 이제는 더 분명히 흥분을 나타낸다.


“아무 말 마시고, 떠나십시다. 선생님”하고 유다가 말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으시고 계속하신다. “…백성을 위하여,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메시아를 보존하시려고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이 폭군의 손에서 구해 내신 메시아에게 말입니다…”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부르짖는다. “다섯이요, 다섯 아이를 낳았었는데, 지금 하나도 없단 말입니다! 이 불쌍한 년!”하고 그 여자는 히스테리 환자같이 울부짖는다.
그것이 소란의 시작이었다.
다른 여자 하나가 먼지 속에서 뒹굴면서 옷을 찢어 잘린 젖을 보이며 외친다. “바로 여기 이 젖꼭지에서 그놈들이 내 첫아들을 죽였단 말이오! 칼이 내 아들의 목과 내 젖을 한꺼번에 잘랐소! 아이고! 내 엘리세오!”
“그리고 나는! 그리고 나는! 이게 내 집이요! 한 구덩이에 세 무덤이 들어 있고 그걸 아버지가 지키고 있단 말이요.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함께 죽었단 말이요. 자 봐요, 봐! …저 사람이 구세주라면 내 아이들을 돌려주고, 내 남편을 돌려주고, 나를 절망에서 구해주고, 베엘제불에게서 구해 달라고 해요.
그들은 모두 외친다. “저 사람이 구세주라면, 우리 아들들, 우리 남편들, 우리 아버지들을 돌려 주시오!”


예수께서는 팔을 흔들어 침묵을 명하신다. “내 고향의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의 자식들을 살려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예, 살려서요.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착한 사람이 되고 체념을 하시오. 용서하고, 희망을 가지고, 바람을 가지고 기뻐하고, 확신을 가지고 기뻐하시오. 여러분은 오래지 않아 하늘에서 천사가 된 여러분의 아이들을 도로 찾을 것입니다. 그것은 메시아가 하늘의 문을 열어 주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올바르게 살면, 죽음이 여러분에게는 다가오는 생명이 되고 돌아오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


“아! 당신이 메시아요? 제발 말해 주시오.”


예수께서는 사람들을 안으려고 하시는 듯한 아주 부드럽고 다정스러운 몸짓으로 팔을 내리시며 말씀하신다. “그렇습니다.”
“가시오, 가요. 그럼 그게 당신 탓이었단 말이오!” 비난과 야유를 퍼붓는 가운데 돌이 하나 날아왔다.


유다가 훌륭한 태도를 보인다. …아아! 그가 항상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겉옷을 펼치고 발코니의 담에 올라서서 스승 앞에 가로막고 날아오는 돌들을 겁내지 않고 맞으며, 피를 흘리기까지 한다. 그는 요한과 시몬에게 외친다. “예수님을 모시고 저 나무들 뒤로 가게. 나도 곧 갈께. 제발 빨리 가라구!” 그리고 군중을 향하여 말한다. “이 미친 개 같은 놈들아! 나는 성전에서 온 사람이다. 성전과 로마 관헌에 너희들을 고발하겠다.”


군중은 잠시 겁을 집어먹는다. 그러나 곧 돌들을 던지며 싸움을 다시 시작한다. 다행히 그 돌들은 빗나간다. 그런데 유다는 우박처럼 쏟아지는 돌들을 태연하게 맞으면서, 군중이 저주하는 말에는 욕설로 응수한다. 그는 날아오는 조약돌 하나를 공중에서 받아 어떤 작은 늙은이의 머리에 던지기까지 한다. 늙은이는 산 채로 털을 뜯는 까치처럼 깩깩거리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군중이 그가 디디고 서 있는 받침을 공격하려 들자 그는 땅바닥에 있는 마른 나뭇가지를 잡아채 가지고 사람들의 등마루며 머리며 손 위로 사정없이 마구 휘두른다.


군인들이 달려와 창으로 위협하여 군중을 헤치고 길을 낸다. “당신은 누군데, 뭣 때문에 이렇게 싸우는거요?”
“이 하층민들에게 습격을 당한 유다인이오. 나는 사제들이 잘 아는 선생님을 한분 모시고 있었는데, 그분이 이 개 같은 놈들에게 말씀을 하고 있었소. 그런데 이놈들이 흥분해서 우리를 습격한거요.”
“당신은 누구요?”
“전에는 성전에 있다가 지금은 갈릴래아의 예수 선생님의 제자로 있는 가리옷의 유다요.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과 사두가이파 사람 죠가나와 최고법원 참사 아리마태아의 요셉의 친구이고, 끝으로 당신이 확인해 볼 수 있겠지만 총독의 절친한 친구인 엘르아잘 벤 안나스의 친구요.”
“확인해 보겠소.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요?”
“내 친구와 같이 가리옷으로 갔다가 예루살렘으로 갈거요.”
“가시오. 우리가 당신을 보호하겠소.”
유다는 군인에게 돈을 몇 푼 집어 준다. 그것은 금지된 일이지만… 군인이 잽싸게 받아 주머니에 넣고 경의를 표하며 인사하고 미소를 짓는 것으로 보아 으레 있는 일인 모양이다.


“많이 다쳤느냐?”
“선생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위한 일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반격도 했습니다. …저는 아마 피투성이가 됐지요…”
“그렇다. 뺨에…여기 개울이 있다.”
요한이, 작은 수건을 적셔다가 유다의 뺨을 씻어 준다.


“유다야, 그렇게 된 것이 마음에 언짢다. 그러나 보아라. …네 실제적인 감각에 따라 우리가 유다인이라고 말하였는데도…”
“그놈들은 짐승 같은 놈들입니다. 선생님이 그걸 확실히 아시게 되었고, 그래서 고집하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아! 고집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은 쓸 데 없는 일일 터이니까 그렇다. 사람들이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저주할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파 죽어가면서도 빵을 보지 못하는 그 가엾은 미친 듯한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물러나야 한다. 이 옆길로 해서 가자. 헤브론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목자들 있는 데로,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말이다.”
“돌로 습격을 당하려고요?”
“아니다. 그들에게 ‘나요’하고 말하기 위해서이다.”
“아 그러면! 이번에는 몽둥이찜을 당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선생님 때문에 30년째 고통을 겪고 있으니 말입니다! …”
“두고 보자.”
일행은 그늘이 잘 져서 시원한 울창한 숲으로 지나간다. 그러다가 보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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