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1-15권

천상의책 (15권-33-35) 영혼이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음을 나타내는 표징

Skyblue fiat 2015. 8. 7. 22:19

 

15권-33, 영혼이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음을 나타내는 표징

1923년 6월 6일

 

1.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며 속을 태우다가 문득 ‘내 내면에 어떤 악이 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기분이 상하셔서 숨어 계신지 누가 알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분께서 내 안에서 기척을 내시며 말씀하셨다.

 

2. “딸아, 영혼 안에 악한 것이 전혀 없고 완전히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음을 나타내는 표징은, 그에게 내 것이 아닌 것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점과 자기 안팎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 그 어느 것에도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오직 나와 나에 대해서일 뿐이다.

 

3. 그런 이는 세속적이거나 하찮은 것들뿐만이 아니라, 종교적인 것과 경건한 사람들, 예식, 음악 등과 같은 모든 것도 자기 것이 아닌 듯 이렇다 할 관심이 없다.

 

4. 그것은 자명한 이유 때문이다. 나로 가득 차 있는 영혼이라면,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니 말이다. 나의 기호(嗜好)가 곧 그의 기호인즉, 다른 것들은 위치할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그 영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오히려 그에게는 그런 것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5. 이와 반대로, 완전히 내 것이 아닌 영혼은 속이 비어 있기에, 주위에 있는 사물이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라면 그 수만큼 많은 흥미를 느낀다. 반면에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라면 혐오감을 느낀다. 그러니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끊임없이 갈마드는 상태에 있게 된다.

 

6. 그런데다 나에게서 오지 않은 기호는 지속성이 없으므로 좋아하는 것이 싫어하는 것으로 바뀌는 때가 비일비재하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니,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지나치게 쾌할한가 하면, 때로는 마구 성질을 부리고, 때로는 그지없이 사근사근하게 굴기도 하는 것이다.

 

7. 그토록 변덕이 심한 성정(性情)이 되는 것은 그 영혼 안에 내가 없고 나의 것과 유사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같고 절대로 변하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8. 그런데 너는 이 세상 사물에 어떤 흥미를 느끼느냐? 아니라면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네 안에 뭔가 악한 것이 있고, 내가 그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원, 내가 있는 곳에는 악이란 것이 있을 수 없는데도 말이냐?”

 

9. “저의 사랑이시여, 저는 얼마나 좋은 것이건 그 무엇에도 흥미를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더구나, 당신께서 저보다 더 잘 아시다시피, 당신 부재의 고통이 저를 집어삼킬 듯 뼛속까지 사무치며 일체를 잊게 합니다. 오직 하나 잊지 못하는 것은 제가 당신과 함께 있지 않다는 사실뿐입니다. 이것만이 제 가슴을 꿰뚫는 못일진대 어떻게 다른 것을 좋아할 여지가 있겠습니까?”

 

10. “그것은 네가 나의 것이고 나로 가득 차 있음을 뜻한다. 왜냐하면 모든 기호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그것이 내가 기호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 인간을 나로 변화시킨다. 자연적인 것이라면 인간적인 것들 속에 휩쓸리게 하고, 정욕에 대한 것이라면 인간을 악의 급물살 속에 던져 버린다.

 

11. 기호 내지 취향은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선과 악 가운데서 하나를 고르는 첫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러한지 이것을 한 번 보아라.

 

12. 아담은 왜 죄를 지었겠느냐? 하느님의 매력에서 그의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하와가 금단의 열매를 내밀며 먹으라고 하자 그는 그것을 보았다. 그의 시각이 그것을 보면서 기쁨을 느꼈고, 그의 청각이 이 열매를 먹으면 하느님처럼 된다는 하와의 말을 들으면서 즐거움을 느꼈고, 그의 미각이 그것을 먹으면서 쾌감을 느꼈다. 그러므로 이 기호가 그의 타락을 유발한 첫 행위가 되었다.

 

13. 반대로 아담이 만일 그 열매를 보면서 불쾌감을 느꼈다면, 하와의 말을 들으면서 지겨움을, 그것을 먹는 일에 대해서 욕지기를 느꼈다면,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다.

 

14. 오히려 유혹에 저항하여 하와의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것으로 생애 최초의 영웅적인 행위를 했을 것이고, 자기에게 수많은 은혜를 베푸셨고,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지신 분께 충실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충실의 영원한 월계관을 쓰고 남아 있었을 것이다.

 

15. 오! 그러니 영혼 안에 생기는 여러 가지 기호들에 대하여 얼마나 조심해야 하겠느냐! 순전히 신적인 기호라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겠지만, 인간적인 것이거나 정욕에 대한 것이라면 가차 없이 죽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악의 급물살 속에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15권-34,  산 제물의 임무 - 해임과 재임의 의미.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기 위한 첫 연결 고리

1923년 6월 10일

 

1.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아 애통해하고 있노라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오시지 않는 까닭이 무엇인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그분께서 이따금 깨닫게 하신 대로라면 징벌 때문에 오시지 않을 것이다.

 

2. 나를 계속 산 제물의 지위에 두고 계시는 한, 일단 오시면 내가 맡고 있는 임무를 보시어 당신의 고통을 나누어 주셔야 하고, 그러면 징벌을 내리려고 펴신 팔이 꺾임을 느끼시는데, 그럼에도 정의가 징벌을 내리고자 하면, 즉, 인간 편에서 징벌을 강요할 정도로 괴악하게 굴면, 그분은 내게 오시지 않는 것이다.

 

3.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라면, 산 제물의 임무를 그만두게 하셔야 한다. 예수님께서 오시기만 한다면 그 밖의 무엇에도 나는 관심이 없고, 내 관심의 대상은 내 생명이며 전부이신 그분뿐이니 말이다. 다른 모든 것은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4. 내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었을 때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나오시어 한 팔로 내 목을 감아 안으시며 말씀하셨다. “딸아,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네 임무를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너는 지배력을 잃는 것, 명령할 권한을 잃는 것, 더 이상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지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

 

5. 어떤 사람이 일정한 지위에 있으면 언제라도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재판관이라면 재판할 수 있고, 유죄 판결이나 사면을 내릴 권한이 있다. 소송 사건이 없어서 몇 날 몇 주 동안 재판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봉급을 받고 권한을 유지한다. 그러다가 유죄하거나 무죄한 사람들이 출두하면 자기 자리인 재판관석에 앉아 변호를 지지하거나 단죄하거나 한다. 그러나 해임으로 그 지위를 잃고 나면 모든 권한을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6. 다른 모든 임무도 그와 같다. 그러니 너는 네 임무를 그만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신, 때때로 나 없이 지내야 하는 것에 만족하여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간이 받아 마땅한 징벌을 부분적으로나마 철회시킬 수 있는 권한도 잃게 된다.

 

7. 너는 고통 없이 며칠을 지내면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다고 여기지만, 재임(在任) 중인 상태에 있다는 것은 언제나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다. 내가 와서 그런 상태에 있는 너를 보게 되기에, 오늘 네가 하고 있지 않은 일을 다른 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8.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가장 작은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뜻 안에서 살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문, 그 첫 연결 고리는 나의 인성이라는 점이다.

 

9. 내 인성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주신 임무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최초의 참된 산 제물이었다. 아버지의 거룩하신 뜻 안에 완전히 못 박힌 희생 제물로서 살았던 것이다.

 

10. 그리고 내 인성은 내 영원한 의지의 능력으로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내 생명을 불어나게 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피앗'의 능력으로 수없이 많은 조물들을 불어나게 하여 각 사람에게 이들을 소유할 권한을 주었던 것과 같이, 내 뜻의 능력이 단 하나의 생명을 불어나게 하여, 사람마다 도움과 보호와 피신처로, 또 다른 무엇으로 아무리 많이 원하더라도 나를 독차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1. 이처럼 하나의 행위를 원하는 행위의 수만큼 불어나게 하는 것,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수만큼 불어나게 하는 것이야말로 뜻 안에서 사는 것의 위대성이요 선성이며 전체성이니, 이러한 삶과 - 얼마나 좋고 경건한 삶이건 -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 사이에는 무한히 큰 거리가 있는 것이다.

 

12. 더욱이 내가 만일 너의 임무를 그만두게 한다면, 너는 내가 지상에서 행한 일을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을 위해 그토록 많은 은혜를 얻어 내었던 내 인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정의가 정당하게 인간을 책벌하고자 할 경우 이 정의로부터 권리와 영예와 품위를 빼앗아 가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달게 받아들이며 따르곤 했는데, 너는 이렇게 행동한 나의 인성 안에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3. 뿐만 아니라 내 인성이라는 연결 고리가 없기 때문에 내 뜻 안에서 살지도 못할 것이고, 따라서 지배력을 잃을 것이며, 네 행위들도 부분적인 단순한 지향들만 가지게 될 것이다.

 

14. 그러니 네가 '저의 예수님, 당신의 뜻 안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모든 이를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모든 이의 죄 하나하나마다 뉘우칩니다. 등등' 하고 말할 때에도, 네 행위들이 각 사람의 행위마다 맴돌며 바로 그 행위가 되는 일도, 그들이 마땅히 내게 주어야 할 사랑을 대신해서 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15. 그와 같이 내 뜻 안에 존재하는 내 모든 행위들을 따라 하지 못한 채 뒤처져 있을 것이고, 기껏해야 경건한 의향으로 약간의 선을 행하는 것에 그칠 뿐, 우리 성삼위의 창조적인 뜻이 지닌 생명을 모든 이에게 주는 행위는 할 수 없을 것이다.

 

16. 하지만 너는 내게 얼마나 여러 차례 이렇게 말했느냐? ‘주님께서 저를 주님의 뜻 안에서 살라고 부르셨으니, 뒤처져 있지 않게 해 주십시오. 오, 예수님, 제가 당신과 함께 창조 행위를 따라가면서 모든 피조물의 사랑으로 당신께 보답할 수 있게 해 주시고, 구원 사업과 성화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행위와 사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저의 행위와 사랑의 보답도 있게 될 것입니다.’ 그랬던 네가 지금 나에게 뒤처져 있게 해 달라고 청하고 있는 것이냐?”

 

17. 나는 당황해서 어떻게 대답할지 알 수 없었다.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가장 마음에 드시는 대로 하시기를, 모든 것이 그분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기를 빌 따이다.

 

    

​15권-35,  참사랑은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변화시킨다.

1923년 6월 15일

 

1. 평소와 같은 상태로 머무르면서,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 부디 이 하찮은 영혼을 찾아와 주시기를 간구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분께서 자애가 넘치는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나의 몸 곳곳에 그 거룩하신 손을 대 주셨는데, 그렇게 손을 대신 곳마다 빛이 각인을 남기셨다.

 

2. 그 후 예수님께서 사라지셨을 때에, 이미 작고하신 나의 첫 고해사제가 오시어, “나도 우리 주님께서 손을 대신 자리에 대고 싶소.”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어쩐지 저항할 힘이 없어서 그냥 있었는데, 신부님이 그렇게 하시는 동안 예수님께서 내게 남기신 빛이 그에게 전해져서 마치 큰 빛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빛이 솟아나는 부위도 예수님께서 내게 손대신 곳과 같은 자리였다.

 

3. 놀라서 벙벙히 앉아 있는 내게 신부님은 “주님께서 나를 보내셨소. 내가 그대에게 와서 사랑으로 해 주곤 했던 행위로 얻은 공로를 갚아 주시려고 말이오. 이제 그것이 내게 영원한 영광의 빛으로 바뀐 것이오.” 하셨다.

 

4. 그다음에, 역시 작고하신 내 두 번째 고해사제가 오셔서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을 내게 말해 주구려. 듣고 싶소. 거룩한 진리들의 빛이 주님께서 그대에게 일러주신 진리들의 빛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말이오. 그러면 내가 세상에 있었을 때 그 말씀을 들으면서 그 안에 흠뻑 잠겨 있었던 것처럼 말이오.

 

5. 이제 주님께서 나를 보내신 것은, 내가 진리의 말씀들을 듣고 싶어 함으로써 얻은 공로를 확실히 갚아 주시기 위함이오. 그 거룩한 말씀들을 듣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그 안에 태양이 무색할 정도로 얼마나 찬란한 매력이 담겨 있는지, 또한 그것을 전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선을 가져오는지 그대가 안다면, 말하는 그대와 의무감마저 느끼며 듣는 사람 사이에 경쟁이 붙게 될 것이오.

 

6. 그러니 어서 말해 주구려. 그분께서 그대에게 무엇에 대하여 말씀하셨소?” 나는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사랑이 무엇을 뜻하는 지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생각나서 그대로 전하였다. 내 말이 빛으로 바뀌면서 옷 입히듯 신부님을 휩쌌고, 그러자 신부님은 아주 흡족해하시며 내게서 모습을 감추셨다.

 

7. 이제, 사랑에 대한 예수님의 그 말씀을 여기에 옮겨 보겠다. “딸아, 참사랑은 그 자체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불을 보아라. 온갖 종류의 나무와 다른 모든 것을 전부 불로 바꾼다. 모든 것을 불로 바꿀 능력이 없다면 참된 불이라고 일컬을 수 없을 것이다.

 

8. 영혼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곧 초자연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기쁨과 고통 및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가 참사랑을 소유하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9. 그런데 그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마음으로부터 수많은 불꽃이 나오게 하셨다. 이 불꽃들이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더니 서로 결합하여 오직 하나의 불꽃이 되었다. 그러자 그분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10. “끊임없이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이 내 성심에서 나와서 어떤 이들에게는 사랑을, 어떤 이들에게는 고통을, 어떤 이들에게는 을, 다른 이들에게는 을... 가져다준다.

 

11. 이들은 내 사랑의 용광로 중심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른 역할을 하는 것 같아도 그 목적은 하나, 곧 사람에게 사랑을 보내는 것이니 만치, 모든 불꽃이 서로 결합하여 오직 하나의 불꽃을 이룬다.

 

12. 이와 같이 사람도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 목적은 사랑이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행위들을 같은 수의 작은 불꽃으로 만들수 있다. 이 불꽃들이 서로 결합하여 오직 하나의 큰 불꽃을 이루면 이것이 모든 것을 태우면서 그 자신을 완전히 나로 변화시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참사랑을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