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482~p496
214. 가리옷의 유다의 집에서
1945. 7. 10.
예수께서 그분의 벗들과 함께 유다의 아름다운 집에서 식탁에 막 앉으시려는 참이다. 그분께서는 선생님을 잘 모시기 위하여 그녀의 별장에서 온 유다의 어머니에게 말씀하신다.
“안 됩니다, 어머니. 당신도 우리와 함께 계셔야 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는 한 가족과도 같습니다. 이것은 보통 손님들의 냉랭하고 의례적인 잔치가 아닙니다. 제가 당신의 아들을 데려갔으니, 제가 당신을 제 어머니로 생각하는 것처럼 당신께서도 저를 당신의 아들로 생각해주십시오. 내 벗들아, 그렇지 않느냐? 그래야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마음 편하게 느껴지겠지?”
사도들과 두 마리아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유다의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의 아들과 선생님 사이에 앉는다. 예수의 맞은편에는 두 마리아가 앉아 있고, 그 가운데에 마르지암이 있다. 하녀가 음식을 가져오자 예수께서는 봉헌기도를 하시고, 강복하신 다음에 나누어주신다. 왜냐하면 이 점에 대해서는 유다의 어머니가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분께서는 음식을 나누어주실 때 언제나 유다의 어머니부터 시작하신다. 그래서 그녀는 점점 더 감격하게 되고, 유다는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들은 예수께서 유다의 어머니가 흥미를 느끼게 해주시고, 아울러 그녀를 두 여자제자와 친해지게 해주시려고 내놓으시는 다양한 화제들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다. 마르지암이 자기는 유다의 어머니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여 예수께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모든 착한 여인들의 이름이 다 마리아인데, 아줌마의 이름도 똑같은 마리아니까.”
“그럼 너는 호숫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거란 말이냐? 요 괘씸한 녀석아.”
베드로가 반쯤 정색하며 묻는다.
“오! 만일 그분이 착하시다면, 저는 그분을 아주 많이 사랑할 거예요.”
“너는 그것을 확신해도 된다. 다들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이 자기의 어머니와 나에게 항상 친절을 베풀어준 걸 보니 나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얘야, 그 사람의 이름은 마리아가 아니란다. 그 사람의 이름은 좀 이상하단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친정아버지가 그분을 부유하게 만들어준 물건의 이름을 따서 포르피레아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주홍빛은 아름답고 비싸지.
내 아내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착하다. 그 여자는 침착하고, 정숙하고, 말이 없어서 나는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해 왔다. 세 가지 성덕들인데… 뭐랄까 보기 드문 미덕이란다.
나는 그 사람의 소녀 시절부터 그 사람을 눈여겨보았었다. 나는 물고기를 가지고 카파르나움에 가곤 했었는데, 그 사람이 말없이 그물을 손질하거나 우물가나 텃밭에서 일하는 것을 보곤 했었다. 그 사람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변덕스러운 나비 같지도 않았고, 수탉이 울 때마다 둘러보는 경솔한 암병아리 같지도 않았다.
그 사람은 남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도 결코 머리를 쳐드는 일이 없었고, 내가 그 사람의 고운 마음씨와 땋아 늘인 훌륭한 머리에 반해서 ―그것은 그 사람의 외모 중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지, 그 사람이 자기 집에서 노예 같은 대우를 받는 걸 보고 내가 동정하여 처음으로 말을 걸었을 때 ―그때 그 사람은 열여섯 살이었다― 베일을 더 끌어내려 얼굴을 가리며 겨우 대답했고, 점점 더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음! 그 사람이 나를 악당으로 생각하는지 아닌지를 알아내고 내가 그 여자의 집에 중매쟁이를 보내기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흘렀단다. 지금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온 세상을 두루 돌아다닌다 해도, 나는 그 사람과 같은 여자는 찾아내지 못했을 거다. 제 말이 맞지요, 선생님, 그 사람은 착하지요?”
“그렇다. 그녀는 매우 착하다. 그녀의 이름이 마리아는 아니지만, 나는 마르지암이 네 아내를 사랑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렇지, 마르지암아?”
“예, 그분의 이름은 ‘엄마’예요. 엄마들은 착해요. 그래서 모두가 엄마를 사랑해요.”
그러다가 유다가 낮 동안에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내가 알아듣기로는 그가 일행의 방문을 자기의 어머니에게 알리러 갔고, 그 다음 가리옷 근처의 시골에서 동료 안드레아와 함께 말하기 시작했었다. 그가 말한다.
“내일은 자네들도 함께 갔으면 하네. 나 혼자만 주목받고 싶지는 않아. 가능한 한 유다 사람 한 명과 갈릴래아 사람 한 명씩 2인 1조로 가야 해. 가령 요한과 나, 시몬과 토마스. 다른 시몬도 가면 좋겠는데!자네 두 사람은(유다가 알패오의 아들들을 가리킨다) 같이 가도 돼. 나는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자네들이 선생님의 사촌들이라는 것을 말했어. 그리고 자네 두 사람도(그는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를 가리킨다) 함께 가도 되겠지. 나는 나타나엘이 선생님을 따라온 라삐라고 말했어. 그런 게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일이잖아.
그리고… 자네들 세 사람은 그냥 여기 남아 있게. 하지만 열성당원이 오면 곧바로 한 쌍을 더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한 번 하고 나서 상대를 서로 바꾸세. 나는 사람들이 우리 모두를 만나보기를 바라니까 …”
유다가 매우 열심을 낸다.
“선생님, 저는 십계명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특히 이 지방 사람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을 명료하게 말하려고 애쓰면서요…”
“유다야, 너무 엄격해지지 마라. 부탁이다. 온화함이 불관용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낸다는 것과 너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라. 그러니 너 자신을 살펴보고, 너도 얼마나 쉽게 실수하고, 너무 노골적인 비난에 대하여 얼마나 쉽게 화내는지 깊이 생각해라.”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유다의 어머니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선생님, 염려하시지 마십시오. 저는 모든 일에 당신을 본받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문이 열린 틈으로 보이는(그들은 아름다운 정경이 내다보이는 이층 방에서 문들을 열어놓고 식사하고 있다) 마을에 병이 고쳐지기를 바라는 병자 한 명이 있는데, 그는 이리로 옮겨질 수 없습니다. 당신께서는 저와 함께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유다야, 내일, 내일 아침에 내가 틀림없이 가마. 병자들이 더 있으면 나에게 말해라. 아니면 그들을 이리로 데려오든지.”
“선생님, 당신께서는 정말로 제 고향에 은혜를 베풀어주시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다. 그렇게 하여 나는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가 불공평했다는 말을 누구도 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 나는 악인들도 도와준다! 그러니 내가 가리옷의 착한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을 리가 있겠느냐? 나는 나에 대하여 지워질 수 없는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뭐라고요? 우리는 다시 이곳을 방문하지 않을 겁니까?”
“우리는 다시 올 것이다. 그러나…”
“저기 당신의 어머니께서 오십니다. 그분이 시몬과 함께요!”
마리아와 시몬이 이 방이 있는 옥상으로 이어지는 층계를 올라오는 것을 보고 소년이 외친다.
그들 모두가 일어나 방금 도착한 두 사람을 향하여 간다. 감탄하는 소리, 인사하는 소리,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나 그 무엇도 마리아께서 먼저 예수께 인사하시고, 그 다음에는 유다의 어머니에게 인사하시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유다의 어머니는 깊이 절하는데, 마리아께서는 그 부인을 일으켜 세우신 다음 마치 오랜 기간 동안 헤어져 있다가 만난 자신의 절친한 친구와도 같이 포옹하신다.
그들은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유다의 마리아는 새로 오신 손님들을 위하여 새로운 음식을 가져오라고 하녀에게 말한다.
“아들아, 엘리자의 편지가 여기 있다.”
마리아께서 말씀하시며 작은 양피지 두루마리 하나를 예수께 드린다. 그분께서는 그것을 펴서 읽으신 다음에 말씀하신다.
“저는 알았습니다. 저는 확신했어요. 어머니, 저 자신과 엘리자를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당신께서는 참으로 병자들의 건강이십니다!”
“내가? 그건 너지, 아들아, 나는 아니다.”
“당신께서요. 그리고 당신께서는 저의 가장 큰 도움이십니다.”
예수께서는 사도들과 여자제자들에게 돌아서시며 말씀하신다.
“엘리자는 이렇게 써 보냈다. ‘제 평화여, 돌아오십시오. 저는 당신을 사랑하기만을 원하지 않고, 당신을 섬기기도 원합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한 여인을 번민과 우울증에서 건져냈고, 제자 한 사람을 얻었다. 그렇다, 우리는 다시 그곳을 방문할 것이다.”
“그녀는 여자제자들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악화되지 않고,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 가엾은 엘리자! 그녀는 아직도 심약해질 때가 있다. 그렇지, 시몬? 하루는 그녀가 나와 함께 외출하려고 했으나 자기의 아들 다니엘의 친구 한 사람을 만났다… 우리는 그녀의 울음을 진정시키느라 몹시 애먹었다. 그러나 시몬은 아주 지혜롭다. 엘리자가 사회로 복귀하려는 생각을 표시했지만, 시몬은 벳 추르의 사회는 그녀에게 추억거리들로 가득 차 있으니 요안나를 불러오라고 나에게 권했다. 그래서 시몬은 요안나를 부르러 갔었다. 그녀는 명절이 지난 다음 유다에 있는 자기의 장려한 장미원이 있는 베텔로 돌아갔다. 시몬은 장미넝쿨로 뒤덮인 언덕들을 지나가는데, 마치 꿈꾸는 것 같더라고, 이미 낙원에 가 있는 것 같더라고 말한다.
그녀는 지체 없이 왔다. 그녀는 죽은 자기의 아들들을 애도하는 어머니를 이해하고 동정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 엘리자는 요안나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떠나올 수 있었다. 요안나는 엘리자를 설득하여 벳 추르를 떠나 자기의 저택으로 오게 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비둘기처럼 온순하지만 한 번 결심하면 바위처럼 단단하니, 그렇게 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우리는 돌아가는 길에 벳 추르에 들르자. 그 다음에 헤어지자. 너희 여자제자들은 얼마 동안 엘리자, 요안나와 함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유다 지방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오순절에 예루살렘에서 다시 만나자.”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 마리아와 유다의 어머니 마리아는 함께 계신다. 그분들이 계시는 집은 시내에 있는 집이 아니라 시골별장이다. 두 분만이 따로 계신다. 예수와 사도들은 밖에 있다. 다른 여자제자들과 아이는 아름다운 사과밭에 있는데, 그들의 목소리가 빨래터에서 두드리는 빨래방망이 소리와 섞여서 들려온다. 아마 아이가 놀고 있는 동안 여자제자들은 빨래하고 있는 모양이다.
유다의 어머니는 방안의 희미한 빛 속에서 마리아 곁에 앉아서 말한다.
“평화로운 요사이 며칠은 저에게 꿈과 같을 것입니다. 너무 짧아요! 그래요, 너무 짧아요! 저는 우리가 이기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당신께서 그 불쌍한 여인과 다른 많은 불행한 사람들에게 가시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압니다. 제가 할 수만 있다면! 제가 세월이 가는 것을 붙들거나 당신과 함께 갈 수 있다면!… 그러나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는 제 아들 말고는 친척들이 없어 제가 가산을 돌봐야 합니다…”
“저는 이해합니다… 자기의 아들과 떨어져 있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요. 우리 어머니들은 항상 자녀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대의를 위하여 우리 자녀들을 바치니 그들을 잃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눈에 그들과 우리가 은총 속에 있다면, 죽음도 우리 아들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아들들을 이 세상의 이익을 위하여 세상에 주시려고 우리 품에서 빼앗아 가신다 해도, 우리 아들들은 아직 이 세상에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들에게 갈 수 있고, 그들의 활동에 대한 소문조차 우리 마음에는 마치 애무와도 같습니다. 그들이 활동들은 그들의 영혼의 향기니까요.”
“당신의 아드님은 당신께 무엇입니까?”
유다의 어머니가 나직한 소리로 묻는다.
그러자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께서는 재빨리 대답하신다.
“그는 나의 기쁨입니다.”
“당신의 기쁨!…”
유다의 어머니가 갑자기 오열하며 눈물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이는데, 이마가 자신의 무릎에 닿을 정도로 깊이 숙인다.
“가엾은 내 벗이여, 당신은 왜 울고 계십니까? 왜요? 나에게 말씀해주세요. 나는 어머니로서 행복합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지 못한 어머니들을 이해할 줄도 압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저도 불행한 어머니들 중의 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아드님은 당신의 기쁨이시지만… 제 아들은 저의 비통함입니다. 적어도 그 애는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 애가 당신의 아드님과 함께 있게 된 후부터 저는 심하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 당신의 거룩하신 아드님을 위하여, 그분의 행복과 승리를 위하여 기도하는 모든 사람들 중 복된 여인이신 당신 다음으로는 당신께 말씀드리고 있는 이 불쌍한 어미만큼 많은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에게 진실을 말씀해주세요. 당신께서는 제 아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서로 대면하고 있는 두 어머니이고, 우리 사이에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아들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당신의 아드님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은 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는 제 아들에 대하여 말하려면 애써 자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대화에서 얼마나 큰 유익이나 비통함이 저에게 올 수 있을까요? 비록 그것이 고통이라 해도 그것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항상 위안이 될 것입니다…
벳 추르의 그 여인은 아들들의 죽음으로 거의 미치다시피 했었다지요? 그러나 저는 외모가 준수하고, 건강하고, 총명하지만, 착하지 않고, 유덕하지 못하고, 영혼이 의롭지 못하고, 감정이 건전하지 못한 제 유다를 바라보며 그 애가 하느님께 밉보인다는 것을 제가 아는 것보다 차라리 그 애가 죽어서 제가 그 애를 애도하는 편이 더 낫겠다고 가끔씩 생각해왔고, 지금도 생각한다는 것을 당신께 맹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께서는 제 아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이 의문은 1년 이상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누구에게 그것을 물어볼 수 있었겠습니까? 주민들에게요? 그들은 메시아가 계신다는 것과 유다가 그분을 따르려고 한다는 것을 그때 알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알았습니다. 그 애는 파스카 후에 여기 와서 갑작스러운 흥분에 사로잡힐 때 늘 그러듯이 여느 때처럼 붕 떠서 난폭하게 저에게 말했는데, 그는 여느 때처럼 자기 어미의 충고는 업신여겼습니다.
제가 예루살렘에 있는 그 애의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 있었겠습니까? 거룩한 조심성과 경건한 희망이 저를 막았습니다. 그들이 성인만 빼놓고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제가 사랑할 수 없는 그들에게 저는 ‘유다가 메시아를 따라다니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애의 변덕이 다른 많은 변덕들처럼 없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 애가 반하게 해놓고 결혼하지는 않은 이곳과 다른 곳의 한 명 이상의 처녀와 저에게 눈물과 비탄을 자아낸 모든 변덕들처럼 말입니다.
당신께서는 자기가 받아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그 애가 더 이상 가지 않는 장소들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그 애가 성전에 있었던 것도 변덕이었습니다. 그 애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전혀요. 그 애의 아버지가 그 애를 망쳐놓았습니다. 하느님께서 그이를 용서해주시기를! 저는 제 집의 두 남자에게 아무런 권위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울면서 온갖 창피스러운 짓에 대하여 사죄해야 했습니다…
요안나가 죽었을 때에도 ―아무도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저는 그 처녀가 자기의 젊은 시절 동안 내내 기다렸는데 유다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상심해서 죽었다는 것을 압니다. 그 애가 예루살렘에서 키프로스에까지 상점을 가지고 있는 돈 많은 여자에게 그녀의 딸을 달라고 청하기 위하여 친구들을 보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저는 마치 제가 제 아들의 공범자인 양 죽은 처녀의 어머니가 저를 비난했기 때문에 쓰라린 눈물을 많이 흘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범자가 아닙니다. 저는 그 애에게 아무런 영향력이 없습니다. 지난해에 선생님께서 여기 오셨을 때 저는 그분께서 알고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씀드릴 뻔했습니다.
‘제 아들을 조심하십시오. 그 애는 탐욕스럽고, 무정하고, 포악하고, 교만하고, 변덕스럽습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 한 어미로서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 애는 제가 말씀드린 바로 그대로입니다. 저는… 그토록 많은 기적들을 행하시는 당신의 아드님께서 저의 유다에게 기적 하나를 행해주시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그 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제발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마리아께서는 그분의 의로운 영혼이 부인할 수 없는 그녀의 이 탄식을 들으시며 비통한 표정을 띤 채 줄곧 침묵을 지키고 계시다가 나직하게 말씀하신다.
“가엾은 어머니!… 제가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그렇습니다, 당신의 아들은 요한의 맑은 영혼이 아니고, 온순한 안드레아도 아니며, 회개하기를 원하고 실제로 회개한 단호한 마태오도 아닙니다. 그는… 변덕스럽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위하여 열심히 기도합시다. 울지 마세요. 어쩌면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를 바라는 당신의 사랑이 당신으로 하여금 당신의 아들을 실제보다 더 나쁘게 보게 만드는지도 모릅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는 똑바로 봅니다. 그래서 저는 몹시 두렵습니다.”
방은 유다의 어머니의 울음으로 가득 차 있고, 주님의 어머니의 모든 의심을 분명하게 해주는 그의 어머니의 고백으로 인하여 어렴풋한 빛 속에서 마리아의 하얀 얼굴은 더 창백해진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자제하신다. 그분께서는 그 불행한 어머니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어루만지신다. 반면에 유다의 어머니는 한 번 조심성의 둑이 무너지자 유다의 모든 냉혹함과 가식과 난폭함을 고통스럽게 장황하게 마리아에게 쏟아놓고 나서 결론짓는다.
“저는 당신의 아드님께서 저에게 다정하게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것을 볼 때 그 애로 인하여 얼굴을 붉힙니다! 저는 그분께 여쭈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께서 친절하여 그렇게 해주시는 것 외에도 그분께서는 그분의 다정한 관심(loving attention)을 기울여주시는 행위를 통하여 유다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대접받으셔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하고 말씀하시고 싶어 하신다고 확신합니다.
지금 당장은 그 애가 착해 보입니다… 오! 만일 그것이 진실하기만 하다면!
저를 도와주십시오. 거룩하신 어머니, 당신의 기도로 저를 도와주시어 제 아들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 애가 저를 사랑하기를 원치 않고, 자기를 낳아 길러준 저에게 감사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애는 진실로 예수님을 사랑하고, 충실하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을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때는… 그때는 하느님께서 그의 목숨을 거두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 애를 무덤에 두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마침내 그 애를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 애가 철든 후에 제 아들이었던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악한 사도이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제가 그렇게 기도해도 되겠습니까? 당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님께서 가장 좋게 해주시도록 그분께 기도하세요. 더 이상 울지 마세요. 나는 창녀들과 이방인들이 내 아들의 발 앞에 엎드리는 것을 보았고, 세리들과 죄인들도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들 모두가 은총으로 어린양들이 되었습니다. 마리아, 희망을 가지세요, 희망을. 어머니들의 고통이 자기 아들들을 구합니다. 당신도 그것을 아시지요?”
연민에 찬 이 질문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난다.
215. 벳기나의 정신병자 소녀
1945. 7. 11.
나는 예수의 일행이 벳 추르로 돌아오는 것도, 몹시 보고 싶었던 베텔의 장미원도 보지 못했다. 예수께서는 사도들과만 함께 계신다. 마르지암도 여기에 없다. 아이는 틀림없이 마리아와 여자제자들과 함께 남아 있을 것이다.
이곳은 산악지방이다. 침엽수 그중에서도 소나무 숲이 매우 많아서 향기롭고 몸에 좋은 송진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예수께서는 이 푸르른 산들 가운데로 그분의 제자들과 함께 서쪽으로 걸어가신다.
나는 그들이 엘리자가 병에서 많이 회복했고, 베텔에 있는 요안나의 소유지로 가기로 결정한 것과 요안나의 친절함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그들은 바다 못 미쳐 있는 기름진 평야를 향하여 가려는 여정에 대하여 토론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의 이름들이 재조명되고, 이야기들과 질문들과 설명들과 화기애애한 토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우리가 이 산의 정상에 도착하면, 나는 너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지방들을 보여주마. 너희는 거기서 너희가 청중에게 하게 될 설교들에 대한 생각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주님, 저희가 설교할 수 있겠습니까? 저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안드레아가 한탄하자, 베드로와 야고보도 가세한다.
“저희는 가장 불운한 사람들입니다!”
“오! 설교로 말하자면, 나도 나을 게 없어. 만일 그것이 금이나 은에 관한 것이라면 내가 그것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테지만, 이것들에 대해서는…”
토마스가 말한다.
“그럼 나는 어쩌고? 나는 무엇이었는데?”
마태오가 말한다.
“하지만 자네는 군중을 무서워하지 않고 토론할 수 있잖아.”
안드레아가 대꾸한다.
“그렇긴 하지만 그건 다른 문제들에 대한 것이지.”
마태오가 대답한다.
“물론이지!… 하지만… 좋아, 자네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아. 그러니 내가 자네에게 이미 했던 말을 그대로 상상해봐. 어쨌든 자네가 우리 모두보다 낫다는 게 사실이야.”
베드로가 말한다.
“소중한 내 벗들아, 들어라. 고상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 너희가 확신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라. 자신이 확신할 때 그는 항상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러나 가리옷의 유다가 애원한다.
“저희에게 약간의 힌트를 주십시오. 적절한 아이디어는 많은 일에 유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지역 일대가 당신에 관해서 단 한 마디도 들어보지 못한 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당신을 아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 까닭은 여전히 모리아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해서 그래… 그 바람이 불모지로 만들어놓잖아… ”
베드로가 대답한다.
“그것은 씨가 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러나 우리는 씨를 뿌릴 거야.”
가리옷 사람이 자신의 최초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고 만족하여 대꾸한다.
그들은 정상에 도착한다. 거기서부터 넓은 파노라마가 펼쳐지는데, 정상에서 서식하고 있는 큰 나무의 그늘에 서서 바라보니 매우 다양하고 햇빛에 밝게 빛나는 그 정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 산맥들은 휘몰아치는 맞바람에 곧추 선 대양의 파도가 석화되기라도 한 것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다가, 마치 고요한 만에서처럼 모든 것이 끝없이 펼쳐지는 찬란한 빛 속의 넓은 평야에서 가라앉는다. 그러다가 작은 산 하나가 마치 항구 입구에 있는 등대와도 같이 외로이 솟아 있다.
“보아라. 우리는 마치 모든 햇빛을 다 즐기려는 듯 닭 벼슬처럼 펼쳐져 있는 저 마을에서 머무를 터인데, 저곳은 역사적 사건들의 현장들의 축과 같은 곳이다. 이쪽으로 오너라. 저기(북쪽을 향하여)가 야르뭇(여호10,3-11)이다. 너희는 여호수아를 기억하느냐? 저곳은 기브온 사람들과의 동맹으로 강력해진 이스라엘의 진지를 공격했었던 왕들이 패전했던 곳이다. 저곳 인근에는 유다의 사제들의 도시 벳 세메스가 있는데, 그곳은 필리스티아 사람들이 죄지은 자신들을 친 재앙에서 구원받기 위하여 점쟁이들과 사제들이 지시한 황금으로 만들어진 봉헌물들과 함께 계약의 궤가 반환된 곳이다.(1사무 6,9-21) 그리고 저기 햇빛이 환히 비추는 초르아는 삼손의 고향이고(판관 13,2), 약간 동쪽에는 그가 여자를 얻고 많은 영웅적인 일을 했고, 수많은 어리석은 짓들을 저지르기도 했던 팀나(판관14,1 이하)가 있다. 과거에 필리스티아 인들의 진지였던 아제카와 소코가 저기 있고, 훨씬 더 아래쪽에는 유다의 도시 중의 하나인 자노아가 있다.
이제 방향을 바꿔라. 여기는 다윗이 골리앗을 쳐부순 테레빈트의 계곡이다.(1사무 17장) 그리고 저기는 여호수아가 아모리 사람들을 쳐부순 마케다이다.(여호10,1-27) 다시 방향을 바꿔 서라. 전에는 필리스티아 사람들의 것이었던 평야 한가운데에 있는 저 외딴 산이 보이지? 골리앗의 고향인 갓이 거기 있는데, 그곳은 사울의 미친 듯한 분노를 피하기 위하여 아키스에게로 피신했던 곳이기도 하다.(1사무1,4, 22,11-16) 지혜로운 다윗왕은 그곳에서 미친 사람으로 행세했다. 왜냐하면 세상은 지혜로운 자들로부터 미친 사람들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확 트여서 지평선이 뻗어나가는 저곳은 필리스티아 인들의 매우 기름진 평야이다. 우리는 저곳을 통과하여 라미까지 갈 터인데, 지금 당장은 벳기나에 들어가자. 너, 몹시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바로 너 필립보는 안드레아와 함께 저 마을로 들어가거라. 너희가 걸어 다니는 동안 우리는 이 마을의 샘 곁이나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오! 주님! 저희만 보내지 마시고, 당신께서도 함께 가주십시오!”
두 사람이 애원하며 말한다.
“가거라. 나는 말했다. 순종이 내가 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 너희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 그리하여 필립보와 안드레아는 무작정 마을을 지나가다가 마침내 조그마한 주막, 아니 싸구려 식당 하나를 발견한다. 그 안에서는 간사한 중개상들이 몇 명의 목자들과 어린양들을 놓고 흥정하고 있다. 두 사도는 안으로 들어가다가 몹시 촌스러운 주랑들로 둘러싸인 안마당 한가운데에서 당황하여 발걸음을 멈춘다.
주막 주인이 그들에게 달려와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방이오?”
그들은 눈짓으로 서로 상의한다. 그들은 완전히 낭패감에 젖어 있는 듯하다. 아마도 그들은 자기들이 말하려고 했던 말 중에서 한 마디도 기억할 수 없는 모양이다. 안드레아가 먼저 다시 침착해져서 대답한다.
“예, 우리와 이스라엘의 라삐께서 쓰실 방들을 찾습니다.”
“어떤 라삐요? 원, 라삐들이 많기도 해서! 하지만 그들은 부유한 양반들이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기네들의 지혜를 가져다주려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는 오지 않아요.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가야지요. 우리가 그들 가까이 가도록 그들이 허락해 주기만 해도, 우리는 황송해 해야지요!”
“이스라엘의 라삐는 오로지 한 분뿐이신데, 바로 그분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오십니다. 가난하면 가나할수록, 죄인이라면 죄가 많을수록 그분께서는 그들을 더 찾으시고, 더 가까이하십니다.”
안드레아가 친절하게 대답한다.
“그럼 그분께서는 많은 돈을 벌지 못하시겠군요!”
“그분께서는 재물을 구하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가난하시고, 착하십니다. 그분께서 한 영혼을 구원하실 수 있을 때 그분께서는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신 셈이 됩니다.”
이번에도 안드레아가 대답한다.
“흠! 내가 착하고 가난한 라삐가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오. 세례자는 가난하지만 엄격합니다. 다른 모든 라삐들은 엄격하고, 부자이고, 거머리들처럼 탐욕스럽지요.
거기 있는 당신들, 들었소? 세상을 두루 다니는 당신들, 이리 오시오. 이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죄인들을 찾아다니는 가난하고 착한 선생이 있다고 말하는군요.”
“아! 에세네처럼 흰 옷을 입은 그 사람인 모양이군요. 나도 얼마 전에 예리코에서 그를 보았소.”
중개상 한 사람이 말한다.
“아니오, 그 사람은 혼자 다니오. 그분은 토마스가 우리에게 말해준 그 사람이 틀림없소. 왜냐하면 토마스는 우연히 레바논 산의 목자들과 그분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다니까 말이오.”
키가 크고 건장한 목자가 대답한다.
“맞아! 만약에 그분이 레바논 산에도 올라갔었다면, 여기도 올 거야! 역시 자네의 눈은 날카로워!”
다른 사람이 외친다.
주막 주인이 손님들과 말을 주고받는 동안 두 사도는 마당 한가운데에서 말뚝처럼 그대로 서 있다.
마침내 한 사람이 말한다.
“여보시오! 당신들! 이리 오시오! 그분이 누구요? 당신들이 말하는 그분은 어디 출신이오?”
“그분께서는 나자렛 출신 요셉의 예수이십니다.”
필립보가 장중하게 말한다. 그는 누군가가 자기를 놀리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거기 그대로 서 있다.
그러자 안드레아가 덧붙인다.
“그분께서는 예언되신 메시아십니다. 나는 당신들의 유익을 위하여 당신들에게 간청하는데, 그분의 말씀을 들으시오. 당신들은 세례자를 언급했지요. 나는 세례자와 함께 있었는데, 그분은 지나가시는 예수를 우리에게 가리키며 말했어요.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을 보라’ 하고 말이에요. 예수께서 세례 받으시려고 요르단 강을 내려오셨을 때 하늘들이 열리고 한 목소리(a Voice)가 외쳤어요.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이 비둘기의 모습으로 내려오셔서 그분 머리 위에서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자네들도 들었지? 그것은 분명히 나자렛 분이야! 하지만 당신들은 그분의 친구라고 하니 나에게 말해주시오.”
“아닙니다. 그분의 친구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분의 사도들이고, 그분의 제자들인데, 구원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은 그분께 올 수 있도록 그분께서 오신다는 것을 선포하라고 그분에게서 파견되었습니다.”
안드레아가 분명하게 말한다.
“좋소. 나에게 말해주시오. 어떤 사람들이 그분에 대하여 말하듯이 그분께서는 성인이시오? 그분께서는 세례자보다 더 거룩한 분이시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말하듯이 마귀요? 만일 당신들이 그분의 제자들이라면, 당신들은 분명 그분과 함께 있을 테니 우리에게 솔직하게 말해주시오. 그가 음란하고, 대주가라는 게 사실이오? 그가 창녀들과 세리들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가 강신술사이고, 사람들 마음의 비밀을 알려고 밤에 영들을 불러낸다는 것은 사실이오?”
“자네는 왜 이분들에게 그런 것들을 물어보나? 차라리 그분이 착하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어보게. 이분들은 자네의 말을 불쾌하게 생각하여 우리의 좋지 못한 이야기를 선생님께 일러바칠 거야. 그러면 우린 저주받을 거야. 누가 알겠나!… 그 사람이 하느님이건 마귀건 아무튼 그를 잘 대우하는 편이 나을 거야.”
이번에는 필립보가 말한다.
“숨길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아주 솔직하게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모든 성인들의 성인이십니다. 그분께서는 가르치시느라 그분의 낮 시간들을 보내십니다. 그분께서는 지칠 줄 모르시고 여기저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찾아다니십니다. 그분께서는 또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시느라고 밤 시간을 보내십니다. 그분께서는 식탁의 즐거움들과 우정도 마다하지 않으시는데, 이는 그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달리는 가까이할 수 없을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시기 위해서입니다.
그분께서는 세리와 창녀들도 물리치지 않으시는데, 이는 오로지 그분께서 그들을 구속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분의 길은 구속의 기적과 병들을 고쳐주는 기적들로 그 흔적이 남습니다. 바람들과 바다들도 그분께 복종합니다. 그분께서는 기적들을 행하시는 데 있어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으시고,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 위하여 영들을 불러내야 하시지도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까?… 당신은 바람들과 바다들도 그분께 복종한다고 말했는데, 그분께서는 어떻게 이성이 없는 그것들에게 명령할 수 있소?”
주막 주인이 묻는다.
“여보시오, 나에게 말하시오. 당신이 보기에 바람과 바다에게 명령하는 것과 죽음에게 명령하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어렵겠소?”
“세상에! 죽음에게는 명령할 수 없어요! 바다에는 기름을 뿌릴 수도 있고, 돛을 올릴 수도 있고, 더 지혜롭게는 배를 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바람에게는 문을 걸어 잠글 수도 있어요. 하지만 죽음에게는 명령할 수 없어요. 죽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기름도 없고, 우리의 작은 배에 달아서 죽음을 앞질러 갈만큼 빠르게 그 배를 나아가게 할 돛도 없어요. 죽음을 막는 자물쇠도 없고요. 죽음이 오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문이 잠겨 있어도 들어옵니다. 오! 아무도 그 여왕에게 명령하지 못해요!”
“하지만 우리 선생님께서는 그것에게 명령하십니다. 그것이 다가왔을 때만이 아니라 그것이 닥쳐온 후에도요. 나인의 한 젊은이가 무덤의 소름 끼치는 아가리에 막 집어넣어지려 할 때 그분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어요. ‘내가 너에게 명한다. 일어나라!’ 그러자 그 젊은이는 생명으로 돌아왔습니다. 나인은 북극지방에 있지 않으니, 당신은 가서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말한 대로요?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요?”
“길에서, 나인 사람들 전체가 보는 앞에서요.”
주막 주인과 그의 손님들이 말없이 서로를 쳐다본다. 그 다음에 주막 주인이 말한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그분의 친구들을 위해서만 그렇게 하시겠지요?”
“여보시오, 아닙니다. 그분을 믿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그렇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들만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그분께서는 땅 위의 연민이십니다. 내 말을 믿으시오. 그분께로 가서 아무런 유익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들으시오. 여러분의 가족 중에 혹시 질병들, 의심, 가책, 유혹, 무지로 인하여 고통당하고 우는 사람은 없습니까? 기쁜 소식을 전하시는 메시아이신 예수님께로 오시오. 그분께서는 오늘 여기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내일 다른 곳에 계실 겁니다. 지나가고 있는 주님의 은총을 헛되이 지나가게 하지 마시오.”
점점 더 자신이 생긴 필립보가 말한다.
주막 주인은 머리를 긁적거리고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하면서 자기의 허리띠의 술 장식을 비튼다… 마침내 그가 외친다.
“저는 시도해보겠습니다! 저에게는 딸 하나가 있습니다. 그 애는 지난여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정신병에 걸렸어요. 그 애는 벙어리 짐승처럼 말없이 한쪽구석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아요. 제 어미가 무척 힘들게 그 애에게 옷을 입혀주고, 음식을 먹여주어야 합니다.
어떤 의사들은 햇볕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그 애의 뇌가 타버렸다고 하고, 다른 의사들은 실연당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애가 마귀 들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애는 여기서 나간 적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그 애는 어디서 마귀 들렸을까요? 당신의 선생님은 뭐라고 말합니까? 죄 없는 사람도 마귀 들릴 수 있다고 말합니까?”
필립보가 주저 없이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부모들을 괴롭혀 그들을 실망으로 몰고 가려는 거지요.”
“그런데… 그분께서는 정신병자들도 고치실 수 있나요? 제가 희망을 가져야 합니까?”
“당신은 믿으셔야 합니다.”
안드레아가 곧바로 대답한다. 그는 게라사 사람들의 기적을 그들에게 이야기해주고 나서 결론짓는다.
“죄인들의 마음에 들어가 있던 군대마귀들이 그렇게 도망쳤는데, 어린 사람의 마음에 억지로 들어간 마귀가 어떻게 도망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여보시오. 내가 당신에게 분명히 말하는데, 그분께 바라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도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쉽게 됩니다. 나는 내 주님의 업적들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분의 능력의 증인입니다.”
“오! 그럼 두 분 중 누가 그분을 모시러 다녀오시겠습니까?”
“여보시오, 내가 갔다 오겠습니다. 나는 곧 돌아오겠습니다.”
안드레아가 재빨리 간다. 그 동안에 필립보가 남아서 그들에게 말한다.
마을의 작은 광장 전체에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시려고 어떤 집 현관에 들어가 계시는 예수를 본 안드레아가 그분께로 달려가며 말한다.
“선생님, 가십시다. 주막 주인이 딸이 정신병에 걸렸는데, 그 소녀의 아버지가 그 애를 고쳐달라고 당신께 애원합니다.”
“그가 나를 아느냐?”
“아닙니다, 선생님. 저희는 그에게 당신을 알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너희는 성공했다. 한 사람이 내가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기에 이르렀다면, 그는 이미 믿음의 길에서 많이 나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너희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두려워했었지. 너희는 그에게 무어라고 말했느냐?”
“저는 제가 당신께 말씀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생각하는 당신과 당신의 업적들에 대하여 그에게 말했습니다. 특히 저희는 당신께서는 사랑이시고, 연민이시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은 당신에 대하여 그토록 잘못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희는 나를 잘 알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들이 작은 주막에 도착한다. 모든 손님들이 호기심에 가득 차서 문 앞에 서 있고, 그들 가운데 필립보와 주막 주인이 서 있는데, 그는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그가 예수를 보자마자, 그는 그분께 달려가며 말한다.
“선생님, 주님, 예수님… 저는… 저는 당신께서 당신이시라는 것, 즉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보시고,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다는 것을 아주 확실히 믿습니다. 제가 참으로 확실히 그것을 믿기에 저는 당신께 말씀드립니다.
제가 비록 제 마음에 많은 죄들을 가지고 있으나, 제 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제가 장사하면서 정직하지 못했던 탓으로 제 딸을 벌하지 마십시오. 맹세코 저는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제 마음의 과거와 현재의 생각을 아십니다. 선생님, 저희를 용서해주시고,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저는 여기 제 집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에 대하여 말하겠습니다…”
그는 무릎 꿇고 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신다.
“일어나시오, 그리고 당신의 지금의 마음을 꾸준히 간직하시오. 당신의 딸을 나에게 데려오시오.”
“나의 주님, 그 애는 마구간에 있습니다. 심한 더위가 그 애의 병을 악화시킵니다. 그래서 그 애는 거기서 나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내가 그 애에게 가겠습니다. 그것은 더위 때문이 아니라 내가 오는 것을 마귀가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마당을 거쳐 어두운 마구간으로 들어간다. 나머지 모든 사람들도 그들을 뒤따른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비척 마른 소녀가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그녀는 예수를 보자마자 부르짖는다.
“돌아가세요, 돌아가요! 저를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은 주님의 그리스도이고, 나는 당신에게 얻어맞는 자들 중 하나입니다. 나를 내버려두세요. 당신은 왜 항상 나를 쫓아다니십니까?”
“이 소녀에게서 나가라. 가라. 나는 그것을 원한다. 네 먹이를 하느님께 돌려드리고 침묵해라!”
외마디 비통한 부르짖음이 들리고, 갑자기 몸이 요동치다가 짚더미 위로 쓰러진다… 그 다음에 소녀가 그녀의 당혹감을 나타내는 차분하고 가슴 아픈 질문들을 쏟아낸다.
“여기가 어디예요? 내가 왜 여기 있어요?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그 다음에 소녀가 자기의 엄마를 부른다.
“엄마”
소녀는 자기가 수많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 베일도 쓰지 않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부끄러워한다.
“오! 영원하신 주님! 저 애는 나았군요…”
주막 주인이 어린애처럼 울고 혈색 좋은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보니 이상하다… 그는 행복하다. 그는 울면서 예수의 두 손에 입 맞출 줄밖에 모른다. 그 동안에 소녀의 어머니는 놀란 자신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울며 마귀에게서 풀려난 자기의 맏딸에게 입 맞춘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외치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기적을 보려고 달려온다. 마당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
“주님, 저희와 함께 계십시오. 날이 어두워져 갑니다. 제 집에 머무르십시오.”
“여보시오, 우리는 열 세 명이오.”
“설혹 여러분이 3백 명이라 해도 문제없을 것입니다. 저는 당신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주님, 탐욕스럽고 부정직한 사무엘은 죽었습니다. 제 마귀도 도망갔습니다. 지금은 새 사무엘이 있을 뿐입니다.
그는 여전히 주막쟁이 노릇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거룩한 주막쟁이일 것입니다. 오십시오, 제가 당신을 임금님으로, 한 신으로 공경하도록 저를 따라오십시오. 사실 당신께서는 임금님이시고, 하느님이십니다. 오! 당신을 오늘 이리로 모셔온 해는 복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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