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1권 복음준비

하사시 1권 10~19p 예수의 자서전 I숨겨진 생활[2. 요아킴과 안나]

Skyblue fiat 2024. 10. 15. 12:29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1권 복음준비 10p~19p

예수의 자서전 / I 숨겨진 생활

 

※ 돌아가며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발표합니다. (선정한 이유 등의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합니다)


2. 요아킴과 안나가 주님께 서원하다

1944. 8. 22.

 

나는 한 집의 내부를 본다. 베틀 앞에 한 나이 지긋한 부인이 앉아 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전에는 완전히 검은 색이었음이 틀림없지만 지금은 거의 반백이 되어 있고 그녀의 얼굴은 주름살은 없지만 나이로 인하여 근엄한 것으로 보아, 나는 이 여인의 나이가 오십대 중반쯤이 되었음이 틀림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아니다.

 

나는 한 여인의 나이를 짐작함에 있어 내 계산의 근거를 내 어머니의 얼굴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그분의 인상은 그분의 마지막 날들이 자주 생각나는 요즈음 나에게 더 생생하다… 모레는 내가 그분을 마지막으로 뵌 지 만1년이 되는 날이다. 그분은 아주 젊은 얼굴 모습을 가지고 계셨지만, 그분의 머리카락은 연세에 비하여 빨리 백발이 되었다. 그분이 쉰 살이 되셨을 때 그분의 머리는 그분 생애의 마지막 날들처럼 백발이 되었었다. 하지만 그분의 얼굴의 나이든 모습을 떼어놓고 생각해보면, 그분의 나이를 짐작하는 데 있어 빗나가게 하는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연로한 여인의 나이를 짐작하는 데 있어 틀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는 여인은 방안에서 물레질하고 있다. 넓은 텃밭을 향하여 활짝 열린 문을 통하여 들어오는 빛으로 인하여 방은 환하다. 정원이 부드럽게 기복을 이루며 초록빛 비탈까지 이어져 있어 나는 그것을 자그마한 밭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여인은 전형적인 유다인의 얼굴모습을 띠고 있는데, 아름답다. 그녀의 두 눈은 검고 깊은데, 왠지 그것들은 나에게 세례자의 눈들을 상기시킨다. 그것들은 여왕의 눈들처럼 자신만만하면서도 다정하기도 하여, 마치 빛나는 독수리의 눈을 파란 베일이 가리고 있는 것 같다. 그것들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며 회한에 잠겨 있는, 다정하지만 어딘지 슬픈 눈들이다. 그녀의 피부는 갈색이나, 아주 짙은 갈색은 아니다. 약간 크고 잘생긴 그녀의 입술은 근엄한 모습을 띤 채 움직이지 않지만, 냉엄하지는 않다. 그녀의 코는 길고 가늘며 약간 아래로 처진 매부리코인데, 그녀의 눈들과 잘 어울린다. 그녀의 체격은 건장하지만 뚱뚱하지는 않고, 균형 잡혀 있다. 앉은 모습으로 짐작해보건대, 그녀의 키는 클 것 같다.

 

나는 그녀가 커튼이나 양탄자를 짜고 있다고 생각한다. 갈색 날실 위로 여러 가지 색깔의 북들이 왔다 갔다 한다. 이미 짜인 부분에는 그리스식의 만(卍)자 무늬들과 장미꽃 무늬들이 수놓아져 있는데, 초록, 노랑, 빨강, 하늘빛이 교직되어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다.

여인은 붉은 자줏빛의 아주 평범한 옷을 입고 있는데, 그것은 팬지의 특수 종의 빛깔이다.

 

그녀는 누군가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자 일어선다. 그녀는 정말로 키가 크다. 그녀가 문을 열어준다.

한 여자가 그녀에게 묻는다.

“안나, 당신의 암포라를 저에게 주시겠어요? 저는 당신을 위하여 그것을 채워드릴게요.”

 

그 여자는 다섯 살쯤 된 귀여운 사내아이를 데리고 있다. 어린 사내아이는 즉각 안나라고 불린 여인의 옷에 매달린다. 여인은 어린이를 쓰다듬어주고, 다른 방으로 가서 아름다운 구리 암포라를 가져와 그 여자에게 건네주며 말한다.

 

“자네는 늙은 안나에게 항상 친절하구먼. 하느님께서 이 아이와 행복한 자네가 앞으로 더 가지게 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네에게 상 주시기를!”

안나가 한숨을 쉰다.

 

그 여자는 안나를 쳐다보며 이 난감한 상황에서 할 말을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하여 그 여자가 말한다.

 

“괜찮으시다면, 저는 알패오를 당신 곁에 남겨두겠어요. 그러면 저는 당신을 위하여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은 암포라들과 주전자들을 채워드릴 수 있을 거예요.”

 

알패오는 여기 있게 된 것을 매우 기뻐하는데,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그 아이의 엄마가 가자마자 안나는 그 아이를 안아 들고 과수원으로 가서 황옥처럼 노란 포도송이들이 달려 있는 퍼골라로 그 아이를 들어 올리며 말한다.

 

“먹어라, 먹어, 포도들이 아주 맛있다.”

그녀는 게걸스럽게 따먹어 포도즙으로 범벅된 아이의 작은 얼굴에 입 맞춘다.

 

“그럼 지금은 나에게 또 무엇을 줄 거야?”

소년이 말하며 짙은 회청색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여인이 유쾌하게 웃는데, 그때 드러나는 고른 치열과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로 인하여 그녀는 나이에 비하여 젊어 보인다.

 

그녀는 웃으며 자기의 무릎까지 몸을 숙여 아이와 놀며 계속 말한다.

 

“만일 내가 너한테 뭔가를 준다면, 너는 나에게 뭘 주겠니?… 만일 내가 너한테 준다면… 알아맞혀 봐라.”

어린이는 손뼉을 치며 활짝 웃으며 말한다.

 

“뽀뽀해줄 거야, 나는 아줌마에게 많이 뽀뽀해줄 거야. 멋진 안나 아줌마, 착한 안나 아줌마, 나는 안나 엄마한테 입 맞춰줄 거야!…”

아이가 ‘안나 엄마’라고 말하는 것을 듣자 안나는 기쁜 사랑의 함성을 지르며 꼬마를 품에 꼭 껴안고 말한다.

 

“내 귀염둥이! 요 귀여운 것! 귀여운 것, 귀여운 것!”

‘귀여운 것’이라는 말끝마다 장밋빛 뺨들에 키스 한 번씩이 퍼부어진다.

 

그 다음에 두 사람은 찬장으로 가고, 안나는 큰 접시에서 꿀로 빚은 빵 과자들을 꺼낸다.

“불쌍한 안나의 귀염둥이, 나는 너를 위해 이것들을 만들었다. 네가 나를 좋아해주니까. 그런데 네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에게 말해다오.”

 

아이는 자기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생각해낸 다음에 대답한다.

“주님의 성전만큼 많이.”

 

안나는 아이의 반짝이는 눈과 붉은 입술에 입 맞추고, 아이는 새끼 고양이처럼 그녀에게 몸을 비빈다.

아이의 엄마는 물이 가득 찬 물동이를 가지고 왔다 갔다 하며 말없이 미소 짓는다. 그녀는 그들이 애정을 토로하도록 내버려둔다.

 

한 나이든 남자가 과수원에서 돌아온다. 그는 안나보다 키가 약간 작고, 그의 억센 머리털은 완전히 하얗다. 그의 깨끗한 얼굴에는 네모나게 깎인 턱수염이 나 있고, 두 눈은 터키옥들 같은 하늘색이고, 속눈썹은 금발에 가까운 옅은 갈색이다. 그는 암갈색 겉옷을 입고 있다.

안나는 대문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그를 보지 못한다.

 

그가 뒤쪽에서 그녀에게 다가서며 말한다.

“나에게 줄 것은 아무것도 없소?”

 

안나가 돌아서며 말한다.

“오, 요아킴, 당신은 당신의 일을 다 마쳤어요?”

 

그와 동시에 어린 알패오가 나이 지긋한 요아킴의 다리를 껴안으며 말한다. 

“아저씨한테도, 아저씨한테도.”

 

요아킴이 몸을 구부려 아이에게 키스하자 아이는 두 팔로 그의 목덜미를 껴안고 자기의 작은 손들로 그의 수염을 헝클어뜨리며 입 맞춘다.

 

요아킴도 선물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기의 왼손을 자기의 등 뒤에서 가져와 아이에게 가장 정교한 자기로 만들어진 것 같은 아름다운 사과를 준다. 그는 빨리 달라고 두 손을 내미는 아이에게 웃으며 말한다.

 

“기다려라. 나는 너를 위하여 이것을 자르겠다. 너는 이것을 그대로는 먹을 수 없다. 이것은 너보다 더 크다.”

 

그는 허리에 차고 있는 전지용 칼로 사과를 작은 조각들로 자른다. 그는 어미 새가 새끼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처럼 아삭아삭 씹어 삼키는 아이의 크게 벌리고 있는 작은 입에 사과조각들을 정성스럽게 넣어준다.

 

“요아킴, 이 애의 눈들을 보세요! 이것들은 저녁 바람에 뭉게구름이 불려갈 때의 갈릴래아 바다의 두 개의 작은 파도들 같지 않아요?”

안나는 자기의 남편 요아킴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그에게 몸을 살짝 기대며 말한다. 그것은 아내의 깊은 사랑, 다년간의 결혼생활 후에도 여전히 완전한 사랑을 나타내는 몸짓이다.

 

그러자 요아킴은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동의한다.

“대단히 아름답소! 그리고 이 아이의 곱슬머리는 또 어떻소? 이것들은 마치 햇볕에 여문 밀알들의 빛깔 같지 않소? 황금색과 구릿빛이 이 안에 섞여 있는 것을 보시오.”

 

“아! 만일 우리에게 아이 하나가 있다면, 저는 그 아이가 이런 눈들과 이런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안나는 몸을 숙이고 무릎까지 꿇어 아이의 회청색 눈에 입 맞추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요아킴도 한숨을 쉰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위로하기를 원한다. 그는 그녀의 숱 많은 반백의 곱슬머리에 자기의 한 손을 얹으며 말한다.

 

“우리는 계속 희망을 가져야 하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소.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일어날 수 있소. 특히 우리가 그분을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한다면 말이오.”

요아킴은 마지막 구절을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안나는 상심하여 입을 다물고, 서 있는 채로 뺨으로 흘러내리는 두 줄기 눈물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인다. 어린 알패오만이 그들을 보고 있는데, 그는 자기의 커다란 친구가 자기가 가끔 우는 것처럼 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가슴 아파한다. 그는 자기의 두 손을 들어 그 눈물을 닦아준다.

 

“안나, 울지 마시오.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오. 적어도 나는 행복하오. 왜냐하면 나에게는 당신이 있으니까.” (13P)

 

“저도 당신이 있어 행복해요.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아이를 낳아드리지 못했어요… 주님께서 제 태를 닫으신 것을 보니 제가 그분의 마음을 상해드렸나 봐요…”

 

“오, 여보! 거룩한 여인인 당신이 어떻게 그분의 마음을 상해드렸겠소? 들으시오. 다시 한 번 성전에 갑시다. 장막절을 지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 청원을 드리기 위해서도 말이오. 긴 기도를 드립시다…

아마도 사라와 엘카나의 한나에게 일어난 것과 같은 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도 있을 거요… 그들도 오래 기다렸고, 불임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하느님께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었소. 그런데 오히려 거룩한 아들이 하느님의 하늘들에서(in the heavens of God) 그들을 위하여 준비되고 있었소.

여보, 웃어요. 나는 자녀를 가지지 못한 것보다 당신의 슬픔이 더 가슴 아프오… 알패오를 데리고 갑시다. 그 애는 무죄하니, 그 애에게 기도하라고 합시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그 아이의 기도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의 청을 들어주실 거요…”

 

“좋아요, 주님께 서원합시다. 우리 아이는 그분의 것일 것입니다. 그분께서 아이를 주시기만 한다면요. 오!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어 보았으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순진한 알패오가 말한다.

“나는 아줌마를 엄마라고 부르겠어요.”

 

“그래라, 내 귀염둥이야… 그러나 너에게는 엄마가 있지만, 나에게는 아이가 없구나…”

 

환상은 여기서 끝난다.

 

나는 마리아의 탄생의 주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는 그것을 몹시 바랐기 때문에 매우 기쁘다. 나는 당신도 기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나는 마리아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그러니 내 사랑하는 딸아, 나에 대한 글을 써라. 네 모든 고통이 위로받을 것이다.”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한 손을 내 머리에 얹고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셨다. 그 다음에 이 환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내가 그 50대 부인의 이름을 듣기 전에는 내가 마리아의 어머니 앞에 있고, 결국 그분의 탄생의 은총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었다. 

 


3. 안나가 성전에서 기도드리고, 하느님께서 그녀의 기도를 들어주시다

1944. 8. 23.

 

다음 글을 쓰기 전에 나는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그 집은 나에게 잘 알려진 나자렛의 집인 것 같지 않았다. 최소한 위치가 매우 다르다. 유실수 정원도 더 크고, 그 너머의 밭들도 보인다. 밭이 넓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기는 하다. 나중에 마리아가 결혼했을 때 그 집에는 큰 과수원 외에 달리 밭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본 그 방은 다른 환상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마리아의 부모들이 재정적인 이유로 그들의 재산의 일부를 처분했다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마리아가 성전에서 나와서 아마 요셉이 그녀에게 주었을 다른 집으로 이사했다고 생각해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나는 과거의 환상이나 내가 받은 지시들 중에서 나자렛의 집이 그녀가 탄생한 집이었다는 확실한 표지가 있었는지 기억할 수 없다.

나는 피로로 인하여 머리가 매우 무겁다. 특히 구술들에 대해서는, 비록 그 명령들은 내 정신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고, 내 영혼을 비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즉시 말들을 잊어버린다.

세부사항들은 즉시 사라진다. 만일 내가 들은 것을 한 시간 후에 되풀이해야 한다면, 나는 주된 한두 개의 문장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환상은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그것들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받아쓰기는 내가 듣는 것이고, 환상들은 내 정신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가 그것들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구술들은 듣지만, 환상들은 본다. 그러므로 내가 그것들의 다양한 국면들을 통하여 그것들을 따라가며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에 그것들은 내 정신 안에 더 선명하게 남아 있게 된다.

나는 어제의 환상에 대한 설명을 듣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아무 설명도 듣지 못했다.

 

지금 나는 환시를 보면서 쓰기 시작한다.

예루살렘의 성벽들 밖 야산들 위와 올리브나무들 사이에 많은 군중이 있다. 그것은 큰 장터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판대들도 없고, 야바위꾼들이나 장사꾼들의 고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노름들도 하고 있지 않다. 분명히 방수되는 거친 모직 천막들이 땅에 고정된 말뚝들 위에 펼쳐져 있는데, 장식과 실용적인 시원함을 제공해주는 초록색 가지들이 그 기둥들에 묶여 있다. 반면 다른 천막들은 전적으로 땅바닥에 고정되고, 비탈에 묶여 있고, 작은 초록 터널들을 형성하는 가지들로만 만들어져 있다. 각 천막 아래서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조용하게 열성적으로 대화하고 있는데, 가끔 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 적막함을 깨뜨리곤 한다.

 

밤의 어둠이 내리덮이고, 작은 기름등잔들의 불빛들이 이 이상한 천막촌 여기저기에서 깜빡인다.

그 불빛들 주위에서 몇몇 가족들이 땅바닥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엄마들은 자신의 아기들을 안은 채 먹고 있다.

많은 아기들이 피곤한지 그들의 불그스름한 작은 손에 빵 조각들을 쥔 채 어미 닭의 날개 밑의 병아리들처럼 자기들의 엄마들의 가슴에 고개를 떨어뜨린 채 잠든다. 엄마들은 한 손으로는 아기를 가슴에 껴안고, 자유로운 한 손만으로 그럭저럭 식사를 마친다.

 

그런가 하면 다른 가족들은 아직 식사하지 않고, 음식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며 어스름한 황혼 빛 속에서 대화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작은 불들이 켜지고, 그것들의 주위에서 여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느릿하고 약간 구슬픈 자장가들이 잠투정하는 아기들을 달랜다.

높은 곳에서는 맑고 아름다운 하늘이 점점 더 어두운 푸른색이 되고, 마침내 거대한 검푸르고 부드러운 벨벳 차일처럼 된다.

보이지 않는 세공사들과 장식가들이 이 천에 보석들과 밤을 밝혀주는 등불들을 한 번에 약간씩 박아놓는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은 외따로 떨어져 있고, 어떤 것들은 이상한 기하학적인 패턴들로 모여 있다.

 

그 가운데 달구지처럼 생긴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가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소들이 멍에에서 벗어난 다음에도 그 채는 그대로 바닥에 놓여 있다. 북극성은 한껏 밝게 빛나며 미소 짓고 있다.

 

나는 한 남자의 큰 목소리가 말하는 것을 듣고 지금이 10월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주 드물게 보는 아름다운 10월이로군!”

 

안나는 케이크처럼 크고 넓적한 빵 위에 펼쳐놓은 것들을 그 빵과 함께 모닥불에서 끄집어내어 두 손으로 들고 온다. 어린 알패오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오며 어린애다운 작은 목소리로 재잘거린다. 요아킴은 잎이 우거진 작은 오두막집 문지방에서 30세 정도 되어 보이는 한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안나가 오는 것을 보자 서둘러 등불을 켠다. 알패오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된 소리로 그 남자에게 인사한다.

“아빠”

 

안나는 죽 늘어선 천막집들 사이를 위엄 있게 지나간다. 그녀는 근엄하지만 겸손하여 누구에게도 거만하게 굴지 않는다. 그녀는 어떤 아주 가난한 여자의 아이가 서투른 걸음걸이로 뛰어가다가 자기의 발치에서 넘어지자 그 아이를 일으켜준다. 아이는 얼굴을 더럽힌 채 울고 있어, 그녀는 그 아이를 닦아주고 달래준 다음 달려와서 사과하는 그 아이의 엄마에게 돌려주며 말한다.

 

“오, 괜찮아요. 아이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귀여운 아이네요! 이 애는 몇 살이에요?”

 

“세 살입니다. 얘는 끝에서 둘째 놈인데, 저는 곧 또 한 아이를 낳을 예정입니다. 저는 아들만 여섯 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는 딸 하나를 가졌으면 합니다… 딸은 엄마에게 대단히 소중합니다.”

 

“부인,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는 당신을 아주 많이 위로해주셨군요!”

안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러자 여인이 계속 말한다. 

“그렇습니다. 저는 가난합니다만, 아이들은 저희의 기쁨입니다. 그리고 큰놈들은 벌써 일을 거들어줍니다. 그런데 부인, (안나가 더 높은 사회적 계급에 속해 있는 것이 아주 분명하고, 그 여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당신은 슬하에 자녀를 몇 명이나 두셨나요?”

 

“하나도 없어요.”

 

“하나도 없으시다고요? 이 아이는 부인의 아이가 아닙니까?”

 

“아니오. 이 아이는 아주 마음씨 착한 이웃의 아들이지요. 이 애는 제 위안이에요…”

 

“부인의 아이들은 세상을 떠났습니까? 아니면…”

 

“나는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어요.”

 

“오!”

가난한 여자는 동정어린 시선으로 안나를 쳐다본다.

안나는 아주 깊은 한숨을 쉬며 그 여자에게 작별인사를 한 다음 자신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여보, 제가 당신을 기다리게 했군요. 저는 아들만 여섯 명을 가진 한 가난한 여자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상상해보세요! 그런데 그녀는 곧 다른 아기를 낳을 거래요.”

요아킴이 한숨을 쉰다.

 

알패오의 아버지가 아들을 부르자, 알패오가 대답한다.

“나는 안나 아줌마와 함께 있을 거예요. 나는 아줌마를 도와줄래요.”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웃는다.

 

“이 애를 그냥 놔두세요. 이 애는 우리를 귀찮게 하지 않으니까요. 이 아이는 아직 율법에 매여 있지 않아요. 이 애는 여기서나 저기서나 그저 먹기만 하는 작은 새에 지나지 않아요.”

 

안나가 말한다. 그녀는 앉아서 아이를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 그에게 빵과, 내가 보기에 구운 생선을 준다. 나는 그녀가 아이에게 그것을 주기 전에 무언가를 하는 것이 보이는데, 아마 가시를 발라내는 것 같다. 그녀는 먼저 자기의 남편에게 식사를 차려주고, 자기는 나중에 먹는다.

 

밤하늘에는 점점 더 별이 많아지고, 야영지에도 불빛들이 많아진다. 그러다가 불빛들이 조금씩 꺼진다. 그것들은 가장 먼저 저녁식사를 한 다음에 지금 잠자리에 드는 가족들의 등잔들이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천천히 줄어든다. 아이들의 목소리들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단지 몇 명의 아이들만이 자기들의 엄마 젖을 찾는 어린양과도 같은 목소리들을 낸다. 장소들과 사람들 위에 밤이 그 입김을 불어 고통과 기억, 소망들과 악감정들을 지워버린다. 아니 이 마지막 두 가지는 설혹 잠에 의하여 완화된다 해도, 꿈속에서는 계속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안나는 자기의 품속에서 잠들려는 알패오를 어르며 자기의 남편에게 말한다. 

 

“간밤에 저는 꿈을 꾸었는데, 그것은 내년에는 제가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축제를 지내기 위하여 성도로 올 거라는 꿈이었어요. 그런데 한 축제는 제 아이를 성전에 바치는 축제일 거래요… 오! 요아킴!…”

 

“부디 희망을 가져요, 안나! 당신은 다른 것은 감지하지 못했소? 주님께서 당신의 마음에 무언가를 속삭이지 않으셨소?”

“아무 것도요. 그저 꿈뿐이었어요.”

 

“내일은 기도의 마지막 날이오. 이미 모든 제물은 바쳐졌소. 하지만 우리는 내일 다시 새 제물들을 엄숙하게 바칩시다. 우리는 우리의 충실한 사랑으로 하느님에게서 은총을 받아낼 거요. 나는 항상 엘카나의 한나에게 일어났던 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소.”

 

“하느님께서 그렇게 해주시기를… 저는 지금 ‘평안히 가거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네가 청한 은혜를 허락하셨다!’ 하고 누군가가 저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만일 은총이 온다면, 당신의 아이가 당신의 태 안에서 처음으로 몸을 돌리며 당신에게 그렇게 말할 거요. 그런데 그것은 무죄한 아이의 목소리일 거고, 따라서 하느님의 목소리일 거요.”

 

지금 야영지는 어둠속에서 침묵하고 있다. 안나는 알패오를 인접한 천막으로 데리고 가서 이미 잠든 그 아이의 동생들 옆에 눕힌 다음에 돌아와 요아킴 옆에 눕는다.

곧 이어 그들의 등불도 꺼진다. 그것은 땅의 작은 별들 중 하나였다. 더 아름다운 천공의 별들만이 잠든 인류를 내려다보고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의인들은 항상 지혜롭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의 벗들로서 그분과 함께 살며, 무한한 지혜이신 그분에게서 배우기 때문이다. 내 조부모들은 의인들이셨고, 따라서 그분들은 지혜를 가지고 계셨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혜를 사랑했고 추구했으며, 지혜를 내 아내로 맞이하려고 결심했다’는 성경의 지혜에 대한 찬미가를 그분들은 정확히 자신들의 삶에 적용하실 수 있었다.

 

아론의 안나는 우리 조상이 말하는 용맹한 여자였다. 다윗왕의 후손인 요아킴은 성덕(virtue)만큼 매력과 재물을 추구하지는 않으셨다. 안나는 큰 성덕을 가지고 계셨다. 모든 거룩한 속성들이 향기로운 꽃다발처럼 결합하여 이 특별한 성덕이라는 아름다움을 이룩했다. 그것은 하느님의 옥좌 앞에 설 만한 진정한 성덕이었다.

그러므로 요아킴은 ‘다른 어떤 여자보다 안나를 더 사랑함으로써’ 지혜 즉 의로운 여자의 마음속에 좌정해 계시는 하느님의 지혜를 아내로 맞이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지혜를 두 배로 사랑했다. 

 

아론의 안나도 가정의 기쁨은 의로움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고, 자기의 삶을 의로운 남자의 삶과 결합시키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았다. 용맹한 여인의 상징이 되는 데 있어 그분에게 부족했던 것은 솔로몬이 말하는 아내의 영광이자 결혼의 정당화인 자녀들을 그분이 갖지 못했다는 것뿐이었다. 그분의 지복에 있어 부족한 것은 오직 이웃 나무와 결합하여 거기서 많은 새 열매들을 맺고, 거기 두 나무의 장점이 하나로 합쳐지는 나무의 꽃들인 그 자녀들뿐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기의 남편으로 인한 어떤 실망도 결코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나는 오랜 세월 동안 요아킴의 아내였고, 지금 노년에 다가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여전히 ‘청춘시절의 아내이고 기쁨이며, 지극히 사랑하는 암사슴이자 우아한 새끼사슴’이었다. 그녀의 애무들은 여전히 신혼 첫날밤과 같은 신선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고, 남편의 애정을 감미롭게 매혹하여 그것을 이슬에 젖은 꽃처럼 신선하고,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처럼 열렬하게 보존하게 했다.

그러므로 그분들은 자녀들이 없는 그분들의 처지에서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분 자신들의 생각들과 걱정들 가운데서 위로의 말들’을 주고받으셨다.

 

그리하여 때가 오자 영원한 지혜께서는 그분들을 각성된 의식 안에서 가르치시는 것 외에도 밤에 꿈들을 통하여 오기로 되어 있는 영광의 시의 환상들을 통하여 그분들을 비추어주셨다. 그 시는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 내 어머니시다.

 

그분들의 마음은 겸손으로 인하여 머뭇거렸지만, 하느님의 약속의 첫 번째 암시에 희망으로 떨었다. ‘부디 희망을 가져요… 우리는 우리의 충실한 사랑으로 하느님에게서 은총을 받아낼 거요’ 하는 요아킴의 말에는 이미 확신이 들어 있다. 그분들은 한 아이를 꿈꾸셨는데, 하느님의 어머니(the Mother of God)를 얻으셨다.

 

지혜서의 말씀들은 그분들을 위하여 쓰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지혜로 인하여 백성들 앞에서 영광을 얻을 것이고… 지혜로 인하여 불사불멸이 내 것이 될 것이며, 내 후계자들에게 영원한 기억을 남겨놓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들은 이 모든 것을 얻기 위하여 그 무엇도 손상시킬 수 없는 참되고 영원한 덕을 가진 사람들이 되어야 했다. 믿음의 덕, 사랑의 덕, 희망의 덕, 순결의 덕을 말이다.

 

부부의 순결! 그분들은 그것을 가지고 계셨다. 왜냐하면 순결하기 위하여 반드시 동정들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순결한 부부의 침상들은 천사들이 지켜주고, 그들로부터 자기 부모들의 성덕을 자신들의 삶의 규칙으로 삼는 착한 자녀들이 태어난다.

그런데 지금 그런 가정들이 어디 있느냐? 지금 사람들은 자녀들을 원치 않으며, 그렇다고 순결도 원치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사랑과 결혼이 더럽혀지고 있다고 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