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천주교로 개종하였는가?-개종실화

16. 유혈의 박해를 돌파한 천주교의 귄위 - 장로교 목사 이근홍

Skyblue fiat 2023. 11. 16. 21:47

'개종실화-나는 왜 천주교로 개종하였는가?'

 

 

16. 유혈의 박해를 돌파한 천주교의 귄위

 

전 장로교회 목사 이근홍

1881년 8월 4일 출생, 1918년 전남 광주지방 전교목사 피임,

1921년 전북지방 전교목사 피임

 

1904년 10월 1일에 정읍 조선 예수교 장로교회에 입교하여 1909년 2월 5일에 이 교회에서 장로로 임명되어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1913년 3월 20일에는 조선 기독교 선교회 여러 선교사의 안수례를 받고 선교회의 목사가 되었다. 드디어 1918년에 전라남도 광주 지방 전교 목사로 임명되어 다년간 종사하던 의업을 그만두고 전교 사업에 전심전력하게 되었다.

그 후 1921년 3월 5일 서울 기독교 본부로 전임되어서 전라남북도 40여 교회에 순회 전교 목사가 되어 전교하는 동안, 본인이 만세 사건으로 인하여 소위 요시찰 인물이 되어 있는 관계로 설교를 마음대로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가 없고 따라서 각 교회는 풍전등화와 같이 미약하게 되었다.

 

교회 역사를 보면 로마에 3백 년 동안의 종교박해가 있었고 우리 한국에도 200년 동안이나 군란이 있었으나, 로마나 우리 한국에서 천주교회는 계속 발전하였으며, 현재도 산간벽지에 있는 천주교회를 볼 때에는 나의 교회와는 달리 독특한 신앙이 있지 아니한가? 반드시 그 무엇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예수교회의 실정을 볼 때 일반 사회에서 비평을 받을 일이 있다. 첫째로 소위 신학을 공부한 후 목사의 직책을 맡은 사람들이 자기의 본처를 헌신짝같이 버리고 소위 신여성과 재혼한 일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소위 교회나 일반 사회의 지도자로 자처하는 목사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이 사회나 교회에 해독을 주는 것은 물론이요, 자기 자신의 큰 죄악이라는 것을 생각지 아니하는 것이 아닌가?

열교에서 목사이던 내가 같은 목사로서 목사를 비난하는가 하겠지만, 본인은 오로지 내 자신이 어찌하여 ‘천주교의 교리’를 연구하려는 생각이 났는가 하는 그 동기를 말하고자 함이지 결코 비난을 일삼는 것은 아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

1925년 10월 1일, 천주교인이며 친구인 정왕용 군(본명 빈첸시오)을 종로 네거리에서 만나 인사를 마친 후, 천주교의 교리를 연구하겠다는 뜻을 전하니, 정 군의 대답이 그러면 나보다도 신부님을 소개할 터이니 종현 천주교회로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그를 따라서 당시 성가 기숙사 사감 신인식 신부님과 첫인사를 하고, 천주교회 교리를 좀 연구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니 신부님은 대단히 기뻐하시며 내일부터 교리를 가르쳐 주시기로 약속하셨다.

그리하여 10월 2일부터 일주일간 매일 신부님을 찾아가 문답하였는데, 그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문 : 천주교회에서 제일 중요한 교리는 무엇입니까?

답 : 천주교회에서 제일 중요한 교리는 「천주교 교리문답」에 실려 있습니다.

문 : 교리문답에 7성사가 있으니 7성사란 무엇입니까?

답 : 세례, 고해, 성체, 견진, 혼배, 신품, 병자성사입니다.

(7성사 교리를 일일이 설명해 주시기를 청했더니 교리문답에 있는 대로 설명해 주셨다.)

문 : 이 교리문답의 7성사 교리는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답 : 사도 때부터 성교회 안에 전해 내려오는 것입니다.

문 : 신약성경에도 7성사에 대한 성경 구절이 있지 않습니까?

답 : 신약성경에도 7성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본인이 “신약성경 구절을 살펴서 7성사에 해당하는 구절을 제시하겠으니 검증하여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승낙해 주시므로 수일 동안 성경 구절을 살펴서 제시하니 신부님의 검증에 합격하였던 것이다.

 

7성사에 대한 구절을 아래 기록한다.

① 세례성사 : 마태 28,18-20. 요한 3,5-7

② 고해성사 : 마태 16,18-19

③ 성체성사 : 요한 6,55-58

④ 견진성사 : 사도 2,1-4

⑤ 혼배성사 : 마태 19,3-10. 에페 5,22-33

⑥ 신품성사 : 사도 6,2-7

⑦ 병자성사 : 마르 6,3-13. 사도 3,1-10

 

천주교회를 사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승하여 철칙으로 지켜 내려온 7성사가 정확한 생명의 길로 믿고 개종하기로 결심하였다.

개종하기로 결심한 후 기독교회 목사직과 기독교회 재단법인 이사직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니, 동교회 목사, 장로, 집사, 전도사들이 운집하여 천언만어(千言萬語)로 위로하는 말이 첫째가 체면, 둘째가 생활, 셋째가 친척, 친구들의 만류 등이었다.

 

(1) 체면

기독교회 목사로서 별안간 천주교회로 개종한다면, 기독교회와 일반 사회에 대하여 체면을 좀 깊이 생각하라는 말에 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태 16,26) 하셨으니, 이 세상 육신 체면보다 영혼의 생명이 귀중하다고 대답하였다.

 

(2) 생활

졸지에 자녀 교육비며 가정생활에 대한 말에는, 마태오복음 6,26-33의 말씀, 즉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중략)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중략)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중략)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하지 않으셨는가?

또한 바오로 사도는 천막 짜는 일을 하면서 선교하였으니,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본인은 의학에 상당한 기술이 있으니 조금도 염려할 것 없다고 답변하였다.

 

(3) 친척, 친구들의 만류

만사가 다 분수에 정함이 있는데, 인간들이 공연히 분주히 군다는 것은, 세상만사를 천주께서 안배한 대로 되는 것이라, 이 세상의 부귀영화는 풀잎 끝의 이슬 같고, 풀의 꽃과 같다 하였으니, 이 세상 부귀영화보다 천국의 영생복락을 더 귀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체면이나 생활이나 친척, 친구들의 만류 등을 일축하고 용진하였던 것이다.

 

개종 후의 감상을 몇 가지 말하면

(1) 가톨릭 신자에게, 자기 영혼이나 구하면 족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외교인이니 열교인들에게 천주의 진리를 전파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싶었다.

(2) 열교인인 친구들을 다 천주교로 인도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기 때문에 다년간 노력하려고 하였다.

(3) 이 대죄인을 천주께서 특별히 불쌍히 여기시고 천주교회로 나오게 하신 것을 감사하였다.

 

천주의 은혜를 만분의 일이라도 종신토록 보답하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로 활동하던 중, 6․25 사변, 1․4 후퇴 때는 서산본당 지척에 거주하게 되어서 천주께서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모든 환자들을 치료하게 해 주시는 것이 성모 마리아의 도우심이라 생각하고 감사한다.

서울에서나 시골에서 열교인들에게 전교할 때는, 7성사를 성경에 기록된 대로 설명하면 반대하지 못하고, 다만 질문 조건은 성모 마리아와 모든 성인성녀의 상본을 공경하는 조건이었다.

 

문 : 마리아를 왜 공경하는가?

 

답 : 신약성경에 예수께서 제자들을 대표한 요한 사도에게 어머니로 모시라고 하셔서, 성모 마리아가 승천하실 때까지 모셨으니, 우리가 천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된 이상 사부의 말씀을 왜 준행하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성경도리를 어찌 안다고 하리요!

문 : 십계명 제2계 가운데, 사신(邪神), 우상(偶像)을 숭배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어찌하여 상본을 위해 놓고 공경하는가?

 

답 : 열두 사도와 모든 성인성녀의 상본(像本 :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성인들의 모습이나 성스러운 문구를 담은 카드를 말하며, 형상이 아니라 형상의 근본을 생각하라는 뜻으로 상본이라고 부른다.)을 모시고 경의를 표하는 것을 우상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이다. 자기들 부모의 사진도 우상으로 생각하는가? 상식으로도 잘 이해할 것이 아닌가? 지금 열두 사도나 모든 성인성녀들이 천당에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그런고로 사도신경에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우리가 열두 사도와 성인성녀의 상본을 놓고 경의를 표하는 것은, 예수님을 믿는 마음이 더욱 견고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열두 사도와 성인성녀의 영적(靈蹟 : 신령스러운 사적)과 선행이 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나온 것이므로, 그 상본을 보면서 그 믿음을 묵상하는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이 답한 후 천주교가 진실한 예수교인 것을 잘 알고 오늘부터 진실한 예수의 제자가 되라고 하였다.

 

1953년 5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