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3권-41~50) 순결은 극기와 고통을 통해 얻게 되는 후천적 은총/하느님의 뜻

Skyblue fiat 2014. 7. 30. 17:16

3권-41, 순결은 극기와 고통을 통해 얻게 되는 후천적 은총이다

 

1900년 2월 21일

 

1. 오늘 아침에는, 늘 그렇듯이, 예수님께서 오시는 것이 지체되기 시작하였다.

언제나 그러하시니, 언제나 찬미받으소서!

 

2. 과연 예수님과 더불어서는 성인다운 참을성이 필요하다. 얼마나 큰 참을성이 필요한지를 알려면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대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체험한 적이 없는 사람은 이 말을 믿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분께 조금도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3. 그러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 후에 마침내 그분께서 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내 딸아, 순결이라는 선물은 본디부터 타고나는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극기와 고통으로 내 마음에 들도록 노력함으로써 획득하게 되는 후천적인 은총이다. 오, 극기하며 고통받는 영혼은 얼마나 매력적인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런 영혼은 반할 정도로 내 마음에 쏙 들기 때문에, 나는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준다.

 

5. 내가 함께 있지 않을 때에 너는 나에 대한 사랑으로 그 부재의 고통을 견디는데 (이 고통이 너에게는 가장 큰 고통이다). 그러므로 네가 그 전보다 더 내 마음에 들고, 그래서 새로운 선물들을 네게 주는 것이다."

 

 

 

3권-42, 어떤 신분이 하느님의 뜻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확실한 표

 

1900년 2월 23일

 

 1. 오늘 아침에는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시리라는 희망을 거의 접어 둔 터에 갑자기 그분께서 오셔서 내 안에 십자가 고통을 새로이 해 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되어 종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 때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2. 나는 이 말씀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십자가 고통의 완성인지 아니면 징벌에 대한 말씀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3. 그래서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저의 이 신분이 하느님의 뜻이 아닐까 봐 몹시 두렵습니다."

 

4. 그러자 그분께서 "어떤 신분이 나의 뜻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표는 네가 그 신분을 유지할 힘을 느끼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5. "만일 이것이 당신 뜻이라면, 당신께서 이전과 같이 (자주) 오시지 않는 이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6. "어떤 사람이 가족의 일원이 되면, 가족들은 그가 전에 손님이었을 때 쓰던 격식이나 인사말 같은 것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그와 함께 있기를 원치 않는다든가 이전보다 그를 덜 사랑한다는 표시가 되지는 않는다.

 

7.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너는 침착하게 있으면서 내가 일하도록 하여라.

리를 짜내며 자꾸 이런저런 궁리를 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잃어선 안된다.

적절한 때가 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너도 알게 될 것이다."

 

 

  3권-43, 일체가 환상이 아닐까 싶어져서 '순명'에 저항하다

 

1900년 2월 24일

 

1. 오늘 아침 나는 온통 두려움에 차 있었다. 모든 것이 터무니없는 환상이거나 나를 속이려고 든 악마의 짓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보이는 모든 것이 싫고 불쾌했다. 고해사제는 예수님께서 내 안에 십자가 고통을 새로이 해 주시기를 청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에도 저항하려고 들었다.

 

2. 복되신 예수님께서 처음에는 그런 나를 참아 주셨다.

그러나 신부님이 그 지향을 거듭 말씀드리자,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네가 이번에는 정녕 순명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영혼에는 순명이 날인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과 영혼이 이 순명으로 밀랍처럼 부드러워져야 고해사제가 원하는 형태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네가 모르고 있다는 말이냐?"

 

3. 이 말씀과 아울러, 나의 저항에는 아랑곳없이, 그분께서 내게 십자가 고통을 나누어 주셨으므로, 나는 더 이상 예수님과 고해사제의 명령에 불복할 수 없었다. 이것이 예수님이 아니면 어쩔까 싶어서 굴복하기를 원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고통의 무게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4. 그분께서 언제나 찬미 받으시고, 무엇이든지 모든 것 안에서 영원토록 그분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기를!

 

 

 


3권-44, 모든 이의 지복을 이루는 '하느님의 뜻'

 

1900년 2월 26일

 

1. 이삼 일 예수님을 못 뵙고 지내고 나자, (몇 번 오시긴 했으나 그림자처럼 어렴풋이 비치다가 이내 사라지셨으니까) 나는 눈물로 녹아 버릴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마침내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그렇게 괴로워하는 나를 측은히 여기시며 뚫어지게 바라보셨다. 그리고 나서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 딸아,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터이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하지만,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에도 낙담하지 않기 바란다. 사실, 오늘부터 내가 함께 있지 않을 때에는 나의 뜻을 받아들이고 이 뜻 안에서 나를 사랑하고 찬미하며 기뻐하기 바란다. 그리하여 나의 뜻을 바로 나 자신의 것처럼 간직하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나를 네 수중에 소유하는 것이 된다.

 

3. 천국의 지복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겠느냐? 틀림없이 나의 신성이다.

그러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내 사랑하는 이들의 지복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겠느냐?

틀림없이 나의 뜻이다. 나의 뜻은 결코 네게서 빠져나갈 수 없을 터인즉, 언제나 네 소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네가 나의 뜻 안에 있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과 지극히 순수한 기쁨을 체험하리니, 이처럼 내 뜻의 범위를 결코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영혼이 고상하고 부요해진다.

 

4. (마치 태양 광선이 지구 표면에서 되튀어 오르듯이) 영혼의 모든 작용도 신적인 태양의 중심 속으로 되돌아오기에 사람이 그 자신의 중심인 하느님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뜻을 행하는 영혼만이 나의 숨결로 양육되는 고결한 여왕이니, 오직 나의 뜻으로부터 그 자신의 음식을 섭취하는 까닭이다.

 

5. 나의 온전히 거룩한 뜻을 먹고 살기에 혈관 속에 지극히 순수한 피가 흐르게 되고, 그 숨결도 바로 나 자신의 숨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한 향기를 내뿜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다만, 나의 뜻 안에서 지복을 누리며 한 순간도 그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6.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동안, 나는 놀라움과 공포를 느꼈다. 이 말씀이 의미하는 것은 당신께서 앞으로 오시지 않겠다는 것과 그렇더라도 내가 당신 뜻 안에서 차분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 맙소사! 얼마나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던지!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7. 그런데, 늘 상냥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네가 산 제물로 있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떠날 수 있겠느냐? 네가 이를 그만둔다면 그때에는 내가 오지 않겠지만, 산 제물로 있는 한 언제나 오고 싶어질 것이다."

 

8, 이 말씀으로 나는 진정된 것 같다. 그리고 밖으로 빠져나갈 출구가 없을 정도로 하느님의 흠숭하올 뜻에 둘러싸인 느낌이다. 바라건대, 하느님께서 당신께 나를 온전히 결합시키는 이 뜻 안에 언제나 있게 해 주시기를!

 

 

 

3권-45, 하느님의 뜻은 예수님을 영혼에 묶어 달아나실 수 없게 한다.

사람끼리 서로 투덜거리는 것은 하느님의 분노를 끌어당긴다.

 

1900년 2월 27일

 

1. 우리 주님의 사랑하올 뜻에 나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고 있었더니, 내 주위 사방과 안팎을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에워싸고 계신 것이 보인다. 그분 안에 그분의 거룩하신 뜻 안에 자신을 내맡기자 내가 투명한 존재가 된 것 같았고, 그래서 나의 가장 큰 선이신 분을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것이었다.

 

2. 그런데 정녕 놀라운 것은, 예수님께서 안팎으로 나를 에워싸고 계시는 동안, 이와 마찬가지로 하찮은 존재인 나도 말하자면 내 뜻으로 원형을 이루어 예수님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이는 점이었다. 그러므로 그분께서도 여기에서 아무런 출구도 찾아낼 수 없으셨으니, 그분의 뜻과 결합된 내 뜻이 그분을 묶어 내게서 달아나실 수 없게 하기 때문이었다.

 

3. 그런데, 내가 그러한 상태에 있을 때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나는 온전히 나의 뜻으로 변화된 영혼 안에서 유쾌한 안식처를 발견한다. 그러한 영혼은 쉬고 싶은 사람은 조금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의자거나 포근한 잠자리와도 같다. 지쳐 있거나 아픈 데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에 기대거나 누워 쉬고 나면 그 포근함과 쾌적함이 아주 만족스럽기 때문에 잠에서 깨어날 때에 활력과 건강을 느끼게 된다. 내 뜻을 따라 사는 영혼도 내게는 그와 같다. 나는 그 상급으로 나 자신을 그 영혼의 뜻에 묶고, 거기에서 거룩한 태양이 대낮처럼 빛나게 한다."

 

4. 그렇게 말씀하신 다음 그분은 사라지셨다. 나중에 내가 영성체를 한 후에 그분께서 다시 오시더니, 나를 몸 밖으로 나오게 하셨다.

 

5. 내 눈에 많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들에게 말하여라. 서로에 대해 투덜거림으로써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하여라. 그들은 당연히 나의 분노를 끌어당긴다. 같은 비참과 나약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서로를 비판하기만 하니 말이다.

자기네끼리 이런 짓을 하고 있으니, 거룩하고 순결한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겠느냐?

그들이 그렇게 하는 대신 관대하게 서로를 생각해 주며 측은히 여기기도 하면,

내가 자비를 베풀고 싶어질 것이다."

 

6. 예수님의 이 말씀을 나는 그 사람들에게 그대로 들려주었다. 그런 다음 그분과 나는 거기에서 물러났다.

 

 

 

3권-46,

"우리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가장 신실한 입맞춤은 우리 뜻의 결합이요,

끊임없는 포옹으로 우리를 묶는 풀리지 않는 매듭은 부단한 고통이다."

 

1900년 3월 2일

 

1. 아침에 영성체를 하고 나니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 자신을 그분 안에 던져넣어 그분을 닮은 모습이 되고 싶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 안에 투영하셔서 당신과 같이 되게 해 주셨다. 드러는 동안, 나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의 고통이 내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2. 그분께서는 한없이 다정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고통이 너의 양식이 되기 바란다. 그것도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내 뜻의 산물(産物)인 고통 말이다.

우리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가장 신실한 입맞춤은 우리 뜻의 결합이요. 끊임없는 포옹으로 우리를 묶는 풀리지 않는 매듭은 부단한 고통이다."

 

3. 이 말씀을 하시는 동안 복되신 예수님께로부터 못이 뽑혀졌다. 그러자 그분께서 당신 십자가를 내 몸의 내부에 갖다 놓으셨으므로, 나는 팔다리가 너무 당겨져서 뼈마디들이 빠지는 고통을 느꼈다. 이 외에도 (누구의 손인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손 하나가 나의 손발을 꿰뚫었다. 예수님은 내 안에 펼쳐진 이 십자가 위쪽에 앉아 계시면서 나의 고통을 보시고, 또 내 양손을 꿰뚫는 이를 보시고 대단히 기뻐하셨다.

 

4. 그리고 이렇게 덧붙여 말씀하셨다.

"이제 나는 평온하게 쉴 수 있다. 너를 십자가에 못박는 일을 내가 몸소 할 필요도 없다.

순명이 그 일을 도맡아 하기를 원하니까, 거리낌없이 너를 그의 손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5. 그런 다음 그분께서는 (앉아 계시던) 십자가 위쪽에서 자리를 옮기시어, 내 심장 위에 누워 쉬셨다. 내가 그런 자세로 겪었던 고통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예수님은 한참 동안 여기에서 쉬신 후에도 다른 때처럼 서둘러 나를 그 고통에서 해방시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나를 십자가에 못박았던 (이의) 손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6. 예수님께 (그것에 대하여) 말씀드렸더니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누가 너를 십자가에 매달았겠느냐? 혹시 내가 그렇게 했겠느냐? 그것은 순명이었다.

그러니 순명이 너를 십자가에서 떼어낼 것임에 틀림없다."

 

7. 차제에 농담으로 그렇게 말씀하셨으리라. 크나큰 은총에 의해서, (순명이 아니라)

복되신 예수님께로부터 나의 해방이 왔으니 말이다.

 


 

3권-47, 하느님의 뜻을 따라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영혼의 능력

 

1900년 3월 7일

 

1. 내가 자신의 몸 밖에 나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오늘 아침, 곳곳으로 두루 돌아다닌 후에야 비로소 복되신 예수님을 찾아내었다. 다행히 어느 성당으로 들어갔기에, 거룩한 제사가 봉헌되고 있는 거기 제대에서 그분을 찾아내었던 것이다. 나는 곧장 그분께로 달려가서 포옹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2. "드디어 당신을 찾아내었군요! 당신께서는 제가 피로해질 때까지 이리저리 찾아다니게 하신 채

바로 여기에 계셨군요!"

 

3. 그분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느 때처럼 다정하신 어투가 아니었다).

"이 아침에 나는 매우 슬프다. 괴로움을 완화하려면 징벌의 몫을 갈라 나눌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4. 나는 즉시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 사랑이시여, 그건 별로 큰 일이 아닙니다. 지체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십시다. 그 쓰라린 고통을 제게 부어 넣으시면 당신께서는 거기에서 풀려나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5. 그러자 그분께서는 황공하게도 내가 말씀드린 대로 당신의 고통을 내 안에 부어 주셨다.

그 후에 나를 꼭 껴안으시고는 마치 무거운 짐에서 놓여나신 듯이 이렇게 덧붙이셨다.

 

6. "내 뜻을 따라 사는 영혼은 나의 능력 속으로 아주 깊이 들어오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꼼짝못하도록 나를 묶기까지 한다. 그리고 자기 원대로 내 노여움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그렇다. 너다. 바로 너다.

너야말로 얼마나 여러 번 나를 묶곤 했는지 모른다!"

 

7. 이 말씀을 하시면서 그분은 평소처럼 인자하고 다정한 표정을 지으시는 것이었다.

 

 

 

3권-48, 은총의 표상인 태양

 

1900년 3월 9일

 

1. 어떤 일 때문에 좀 당황한 나는 이 심적 동요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내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서 정신적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었다. 그러나 복되신 예수님께서 그런 내 뜻에 반(反)하여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셨다.

 

2. 그래도 알고 싶다고 우기자 그분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돌아다니고자 하는 까닭이 무엇이냐?

내 뜻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빛을 벗어나서 어둠 속에 갇힌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

 

3. 그분께서는 내가 알고자 하는 것에서 주의를 딴 데로 돌리시려고 나를 몸 밖으로 나오게 하셨다.

그리고 말씀의 주제를 바꾸어 이렇게 덧붙이셨다.

 

4. "사람들이 내게 얼마나 배은망덕하게 구는지 보아라!

태양은 빛으로 땅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를 두루 채우기에 그 빛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지역이 없으니, 아무도 그 은혜로운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고 투덜거릴 수 없다.

 

5. 사실이 그러한즉 태양은 만인에게 빛을 주려고 만물을 채우면서 이를 자신의 수중에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니 태양의 손에서 빠져나가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사람만이 태양 빛을 누리지 못한다고 투덜거릴 수 있다. 그런데도 태양은 자비로운 일을 계속하기에, 그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번쩍이는 섬광들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6. 그와 같은 것이 나의 은총이고, 태양은 이 은총의 표상이다. 그것은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넘쳐흐른다. 가난하건 부유하건, 무지하건 똑똑하건, 그리스도인이건 아니건 가리지 않는다. 이를 누리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진리의 빛과 내 은총의 영향력이 한낮의 태양과 같이 온 땅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7. 그러나, 눈을 감고 이 빛 속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 빛을 벗어나 해로운 강물과도 같은 그들의 죄악으로 내 은총에 반항하면서 고의로 어두운 지역의 잔인한 원수들 가운데서 사는 사람들을 볼 때, 내 마음은 얼마나 괴로운지 모른다! 그들은 수많은 위험들 속에 몸을 드러내고 있다. 빛 속에 있지 않으니 자기네가 벗들 가운데 있는지 적들 가누데 있는지도 확실히 모르고, 따라서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위험들로부터 몸을 피할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8. 오, 만일 태양이 이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데 태양을 모욕한다면 - 왜냐하면 어떤 이들은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게도 태양을 성나게 하면서 그 빛을 보지 않기 위해서 그들 자신의 눈을 뽑아 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리하면 더 확실하게 암흑 속에서 살 것이니까 말이다 - 태양은 빛을 보내는 대신 탄식하며 슬픔의 눈물을 흘림으로써 대자연의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9. 그런데 인간은 구체적으로 보이는 빛에 반감을 느끼며 그런 짓을 하는 한편, 나의 은총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정도로 극단으로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내 은총은 언제나 친절하게, 그들의 무분별이라는 암흑과 어리석음 한복판에도 늘 섬광처럼 번쩍이는 빛을 보내곤 한다. 내 은총은 아무도 버리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고의로 벗어나는 것은 인간이기에, 은총은 그 자신의 빛을 번쩍이면서 은총 안에 있지 않은 인간을 애써 뒤따라가기도 하는 것이다."

 

10. 이 말씀을 하시는 동안 인자하신 예수님께서는 극도로 우울해하셨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그분을 위로하면서 당신 고통을 내 안에 부어 주시기를 간청하였다.

 

11.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내가 너에게 부담을 주더라도 나와 함께 참아 다오. 때때로 나는 인간의 배은으로 인한 비탄을 내 사랑하는 영혼들에게 말로 털어놓을 필요를 느끼곤 한다. 이들로 하여금 극도의 모욕을 받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측은히 여기고 있는 내게 보속을 바칠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해서이다."

 

12.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제가 바라는 것이 바로 주님께서 주님 고통의 한몫을 나누어 주시는 것입니다."

 

13. 여기서 좀더 말씀드리려고 했으나 그분께서 모습을 감추셨고, 나는 내 몸속으로 돌아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3권-49, 물질적인 것을 태워 없앨 수 있는 영혼의 능력은 순명의 크기에 비례한다.

 

1900년 3월 10일

 

1. 오늘 아침 영성체를 한 후에 사랑하올 아기 예수님을 뵈었는데, 내 심장을 찌를 태세로 손에 창을 들고 계신 모습이었다. 그 전에 내가 고해 신부님께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예수님은 나를 꾸짖으시려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너는 고통받는 일을 너 스스로 시작하고 싶어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네가 고통과 순명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3. 이 말씀과 아울러 그분은 창으로 내 심장을 찌르셨다. 그리고 나서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4. "화력의 강도는 불 속에 넣어진 장작의 양에 달려 있다.

장작이 많을수록 불 속에 던져진 물체를 태워 없앨 잠재력이 더욱 커지고,

불길이 커질수록 더 큰 열과 빛을 내기 마련이다.

순명도 그렇다. 순명이 커질수록 물질적인 것을 태워 없앨 수 있는 영혼의 능력이 증가한다.

그러면 순명은 부드러운 밀랍을 다루듯이 그가 원하는 모양으로 영혼에 형태를 부여하게 된다."

 

 

 

3권-50, 어느 연옥 영혼과의 대화

 

1900년 3월 11일

 

1. 같은 상태가 거의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보통 때보다 더 우울해 보이셨고, 사람들에게 죽음이 닥칠 것이라고 하셨다. 과연 나는 몇몇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았다.

 

2. 그 뒤 나는 연옥으로 가서 내 친구 중의 한 사람을 만났고, 나의 처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는데, 무엇보다도 특히 (산 제물이라는) 이 신분이 하느님의 뜻인지 아닌지에 대해서였다. 그리고 정말 예수님께서 내게 오시는 건지 아니면 악마가 오는 건지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다.

 

3. 그리고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진리 앞에 있어서 오류에 떨어질 가능성 없이 사물을 분명하게 분별하니까,

내 일에 대해서도 진실을 말해 줄 수 있을 거야."

 

4. 그러자 그녀는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 신분은 하느님의 뜻이니까.

예수님께서 너를 무척 사랑하시기에 기쁘게 네게 나타나신단다." 하였다.

 

5. 나는 그녀에게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을 제시하면서 진리의 빛에 빛추어그 진위(眞僞) 여부를 알아보고 내게 와서 이야기를 좀 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면 보답으로 그녀를 위해서 미사 한 대를 바쳐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6. "주님께서 원하시면 (그렇게 하마). 우리는 하느님 안에 아주 깊이 잠겨 있어서 그분의 동의 없이는 눈썹조차 움직일 수 없거든. 사람이 마치 또 하나의 몸속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도 하느님 안에서 살고 있어. 그러니 자기를 둘러싼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생각하고, 말하고, 보고, 일하고, 걸을 수 있는 거야.

 

7. 자유 의지, 곧 너 자신의 의지를 가진 너처럼 살고 있지 않다는 말이지. 각자의 의지는 끝나고 오직 하느님의 의지만 있다고 할 수 있으니까. 우리는 이 하느님의 뜻(=의지)에 의해 살아가고, 이 뜻 안에서 모든 만족을 찾아내기에, 하느님의 뜻이 우리의 모든 선과 영광을 이루는 거야."

 

8. 그리고 그 친구와 나는 이 하느님의 뜻에 대하여 서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표현하면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