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5장/ 2. “너희는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자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루가 24, 5)

Skyblue fiat 2021. 5. 8. 22:39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5 장 30세 되던 해의 봄

 

2. “너희는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자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루가 24, 5)

 

 

모든 일들은 마치 신령에게서 일어나듯이 놀랍고도 급속하게 이루어졌다. 마리아 살로메의 말에 따르면 다른 여인들은 동산에 가는 것을 겁내면서도 한편으로 기뻐했으며 얼마 동안 망설였다는 것이다. 카시우스는 그곳을 떠나면서 혹시 그 장소에서 예수를 뵈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으며, 혹시 가까이 오고 있는 여인들에게 그분의 모습을 나타내시지 않을까 하여 한동안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이 사건을 빌라도에게 보고하기 위해 출입문을 따라 서둘러 나갔다. 그는 거룩한 여인들에게 일상적인 말로 그가 보았던 일들을 간단히 이야기하고, 그들 스스로 그것을 확인해 보라고 권유하고는 급히 지나쳐 갔다. 그제야 여인들은 용기를 얻어 무덤에 이르는 길로 직행하였다. 그들이 큰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무덤 입구에 들어섰을 때 그들 앞에 빛나는 흰 사제복을 입은 두 천사가 서 있었다. 여인들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겁에 질려 한쪽으로 몰려 서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한 천사가 그들에게 대략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었다. 곧 두려워하지 말고, 십자가에 매달리셨던 분을 이곳에서 찾지 말라고 이르고는, 그분은 부활하시어 살아 계시므로 더 이상 죽은 자의 무덤에는 계시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그 천사는 그들에게 텅빈 무덤 안을 가리키며 지금 보고 들은 것을 제자들에게 알리라고 명하였다. 그리고 예수께서 제자들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시게 될 것이라고 이르고는 제자들은 그분이 갈릴래아에서 하셨던 말씀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하였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으로 넘어가 십자가에 매달리게 될 것이며, 사흘 후에 다시 부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천사들은 사라졌다. 거룩한 여인들은 두려워 떨면서도 기쁨이 충만하여 무덤 안과 수의를 눈여겨 보았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출입문을 따라 그곳을 나왔다. 그들은 여전히 크게 놀라워하면서도 그곳을 서둘러 떠나려 하지 않았다. 무덤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여기저기 선 채 그들은 혹시 주님을 뵙게 되지 않을까, 혹은 막달레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들 그러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 나는 막달레나가 체나쿨룸에 도착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제 정신이 아닌 듯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몇몇 제자들은 벽을 따라 기댄 채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다른 제자들은 일어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드로와 요한이 문을 열어 주었다. 막달레나는 안쪽을 향해 말했다.

 

“저희들이 주님을 무덤 밖에서 뵈었는데 그분이 어디로 가셨는지는 모릅니다.”

 

그리고는 다시 급히 서둘러 무덤이 있는 동산을 향해 갔다. 베드로와 요한은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다른 제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고는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라 나섰다. 요한이 베드로보다 더 빨리 걸었다.

 

St. Peter and St. John Run to the Tomb, Illustration for 'The Life of Christ', C.1886-94 by James Tissot

 

막달레나에게 생겼던 모든 일은 불과 몇 분 안에 일어난 것이었다.48) 예수께서 그녀에게 모습을 나타내셨던 시간은 새벽 두시 삼십분경이었다. 그녀가 동산에 거의 도달했을 때 요한이 똑같은 장소에 급히 들어섰으며 베드로가 그의 뒤를 바싹 뒤따라왔다. 요한은 무덤 입구의 앞쪽 가장자리에 서서 몸을 굽혀 반쯤 열린 무덤의 안쪽 문을 통해 수의가 놓여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때 막 도착한 베드로가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성시가 놓였던 와상의 양쪽 측면으로부터 수의가 개켜진 채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마를 감쌌던 수건은 벽으로부터 오른쪽에 놓여 있었는데, 역시 잘 개켜져 있었다. 침상 쪽으로 베드로를 뒤따라 들어온 요한도 그것을 보고는 주님의 부활을 믿게 되었다. 베드로는 수의를 그의 외투 밑에 감싸 넣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니고데모 저택의 쪽문을 통해 급히 그곳을 떠났다.

내 생각에 베드로는 천사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후 나는 요한이 엠마오에서 일어난 일들을 제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는 고성소에서 한 천사를 보았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는 그 일을 통해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겸손하게 복음에서 그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으며, 베드로보다 더 많은 것들을 목격하는 것을 자제하고자 베드로를 먼저 무덤에 들어가게 하였던 것 같았다.

 

막달레나는 그동안 거룩한 여인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조금 전에 주님을 동산에서 뵈온 일과 천사를 만난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 일들을 베드로에게 알려 주었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여인들은 막달레나에게 자기들도 천사를 보았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나서 막달레나는 가까운 출입구를 통해 서둘러 시내로 갔다. 여인들은 다시 동산으로 갔는데, 아마도 두 사도를 거기서 만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나는 경비병들이 자나가면서 여인들에게 몇 마디 말을 하는 것을 보았다. 무덤이 있는 동산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그분은 손을 덮을 만큼 아래로 늘어진 흰옷을 입고 계셨으며 다음과같이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그러자 여인들은 몸을 떨며 그분의 발 앞에 엎드렸다. 그들은 주님의 발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다음의 일은 확실하게 기억되지 않는다. 나는 주님께서 그들에게 몇 마디 말씀을 주시고는 손으로 어떤 장소를 가리키시며 사라지시는 것을 보았다. 그곳으로부터 여인들은 베들레헴 성문을 지나 급히 시온 쪽으로 갔는데, 그것은 체나쿨룸에 있는 제자들에게 자기들이 주님을 뵌 일과 주님께서 그들에게 해주신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제자들은 처음에는 여인들이나 막달레나의 이야기를 조금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베드로와 요한이 돌아오기까지는 모든 것들을 여자들의 망상으로 간주하였다.

 

베드로와 요한은 놀라움 속에서 깊은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들은 돌아오는 길에 그들의 뒤를 따라 무덤으로 가기를 원했던 작은 야고보와 타대오를 만났다. 예수께서는 이 두 사람이 체나쿨룸 근처에 있을 때에 그들에게도 모습을 나타내셨기 때문에 그들도 매우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나는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을 지나쳐 가시는 것을 보았다. 베드로는 그분을 알아본 것 같았다. 그것은 갑자기 그가 굉장히 놀라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요한도 그분을 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예수께서 죽음을 당하신 후 무덤에서 시체들이 소생한 것과 주님의 부활은 서로 유사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수께서는 이제 거룩하게 부활된 새 육신을 입고 일어나시어 살아 계신 모습으로 땅위를 대낮에 거니셨으며, 당신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육신을 가지신 그 모습으로 하늘로 올라가셨기 때문이다. 그분의 육신은 더 이상 죽지 않으며 무덤에 던져지지 않게 된 것이다. 반면에 저 소생된 육신들은 단지 변화되었을 뿐이며, 움직일 수 없는 시체에 영혼의 옷을 입혀 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땅속의 보금자리로 들어가 있게 되었으며, 그곳에서 그들은 우리 모두와 함께 최후의 심판 날에 있게 될 부활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사실 다시 살아나서 두번째 죽음을 맞았던 라자로보다도 더 짧은 시간 동안 소생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예수의 성시가 무덤으로 옮겨졌을 때, 그들의 무덤에서 다시 영혼의 옷을 벗어 놓았던 것이다.

 

나는 니고데모에 의해 사도들과 거룩한 여인들 그리고 일부 제자들을 위한 큰 식사 준비가 진행되는 것을 보았다. 그 식사는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방의 주랑(柱廊) 앞 현관에 준비되었다. 앞쪽이 탁 트인 그 현관은 사방이 수목으로 둘리어진 뜰 앞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그곳의 긴 탁자 위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식탁이 길었으므로 제자들은 실내를 벗어나 옥외에까지 가서 앉을 수 있었다. 오늘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같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거룩한 여인들은 식탁의 끝에 앉아 있었는데, 얼굴을 가린 베일을 벗지 않은 채로 있었다. 그 식사는 정찬이었다. 그들은 일어나 기도를 드리고 나서 식사를 했는데, 그동안 베드로와 요한의 가르침이 있었다. 식사가 끝났을 때 베드로 앞에 쪼개진 빵이 놓여졌다. 베드로는 그것들을 다시 작은 크기로 쪼개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두 개의 접시에 이 작은 빵 조각을 담아 좌우로 돌리게 하였다. 그 다음에 그는 그들 모두가 마실 수 있는 큰 술잔 하나를 돌리게 하였다. 베드로는 그 빵을 축복하였지만, 그것은 아직 성체 성사는 아니었고 단지 사랑을 나누는 식사였다. 계속해서 베드로는 이 빵이 하나인 것처럼 모두가 일치를 이루기를 기원했으며 포도주도 그와 같은 염원을 가지고 함께 마시는 것임을 언명하였다. 그리고는 그들은 일어나서 시편을 음송하였다. 나는 그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거닐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모든 것을 서로를 위해 내어 주며, 모두가 온전히 하나가 되기를 원하였다.

 

그와 비슷한 성찬(盛饌)이 라자로의 집에서도 베풀어졌다. 이때는 마태오가 강론을 하였다. 그 식사는 지난 번처럼 준비된 것은 아니었는데, 더 많은 제자들이 참석하였다.

 

 


48)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예수께 대한 상세한 기록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혹독한 수난> 381 – 384면 참조(편집자 주).

 

 

출처

2. “너희는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자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루가 24, 5)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