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2 장 이스라엘에 나타나신 예수
4.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시자 홀연히 하늘이 열리고…(마태 3, 16)
예수께서 막 세례의 못에서 올라오시자 곁에 서 있던 안드레아와 사투르닌이 그분에게 물을 닦는 수건을 덮어 드리면서 길고 흰 세례복으로 감쌌다.
그 일이 끝나고 그들이 이제 막 계단을 올라서려고 했을 때, 돌 위에서 홀로 기도를 드리고 계시던 예수 위에서 하느님의 음성이 내리셨다. 그것은 마치 천둥과같이 하늘로부터 들려 왔다.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떨면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빛나는 구름이 내려와 앉았다. 나는 날개 달린 한 형상이 빛에 싸인 채 폭우처럼 예수님 위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또한 하늘이 열리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일상적 형태들 안에 현현(顯現)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천둥과 같은 목소리로 “이는 내 마음에 드는 아들,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니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예수께서는 완전히 빛에 휩싸여 사람들은 그분을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 그분의 형상은 완전히 투명했다. 나는 예수의 주위에서 천사가 떠도는 것을 보았다. 세례 못은 바닥까지 비쳐 보였다. 그곳에는 네 개의 돌이 보였는데, 계약의 궤가 그 위에 놓여 있었으며, 샘의 바닥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요한은 다시금 희열에 넘쳐 군중들과 대화하며,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며 약속하신 메시아임을 증거하였다. 그는 선조들과 예언자들을 통해 하신 모든 약속이 이제 실현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또 자신이 목격한 것과 그들 모두가 들은 하느님의 음성에 대해 말했으며, 예수께서 오셨으므로, 이제 자신은 물러간다고 말하였다. 요한은 또한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을 받았을 때 계약의 궤를 모셨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라는 것과, 계약의 실현자가 여기서 그분의 아버지이신 전능하신 하느님 자신에 의해 증명되었다고 알렸다. 그는 또한 모든 것을 그분에게 돌려드렸고, 이스라엘의 소망이 실현된 이 날의 영광을 축복하였다.
예수께서는 아홉 제자와 여기까지 당신을 찾아온 몇 사람들과 함께 이제 세례 장소를 떠나셨다. 라자로와 안드레아 그리고 사투르닌이 그를 따랐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남쪽으로 가셨다. 계속되는 여행 중에 나는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대추야자나무 사이를 걸으면서 제자들이 땅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먹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조용히 열매를 먹는 일을 두려워 말며, 정결을 영혼의 상태와 말 속에서 구하되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서 구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곳에 안개가 끼면서 몹시 서늘해졌다. 나는 자주 깊은 골짜기에 눈과 서리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햇빛이 비치는 쪽에는 모든 것이 푸르고 아름다웠으며, 도처에 열매들이 매달려 있었다. 주님께서는 그의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걸으시며 이 열매들을 따서 잡수셨다.
예수께서는 도시로 들어가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그분의 세례에 대한 소문과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과 요한이 한 말들이 각지에 다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에서는 그 때문에 큰 소란이 생겼다. 예수께서는 우선 갈릴래아의 황야에서 돌아온 후에야 모습을 보이기로 결심하였다. 여기서는 단지 사랑으로 사람들이 세례받도록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시고자 다니셨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언제나 함께 다니시지는 않았으며, 때로는 단지 둘이서만 다니시기도 했다. 그들은 벽지에 살고 있는 목자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그곳 사람들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두 요한에게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예수를 단지 요한을 돕는 사람으로 생각하고는 그분을 스승의 보필자라고 부르기 때문이었다. 이제 계곡에 사는 많은 목자들과 부인네들이 예수께 왔으며, 그들은 나무 밑이나 헛간에 모여 그분의 짧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들은 예수 앞에 몸을 엎드리고,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축복을 내리시며 가르침의 말씀을 해주셨다.
도중에 예수께서는, 세례를 받을 때 “이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니라”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제자들에게, 이것은 죄 없이 성령의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들에 대해 하늘에 계신 당신의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셨다.
제자들은 밤에는 각자 흩어졌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런저런 시간에 어느 곳에 있게 되리라는 것을 정해 주셨다. 그러면 제자들은 서로 흩어져 가며 사람들에게 그에 대해 알리고, 그 사람들이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으면 세례를 받고 회개하도록 가르쳤다. 이 사람들은 때로는 그들과 함께 가르침의 장소로 오기도 한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크게 에워싸여 길을 가시기도 한다. 나는 자주 예수께서 밤 시간의 태반이 지나도록 언덕 위로 홀로 올라가시어 기도하시며 그분의 시간을 채우시는 것을 보곤 한다. 나는 제자들이 예수께 힘겨운 생활, 곧 맨발로 걷는 일, 단식, 추위와 습기가 많은 계절의 밤에도 잠 깨어 있는 일 등으로 당신의 몸을 너무 일찍 해치지 않도록 간청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분은 제자들을 부드럽게 물리치시고, 자신의 일을 계속 진지하게 수행하셨다.
나는 예수께서 사해(死海)로부터 몇 시간 거리에 있는 아님 또는 엔간님의 황야 근처에 계신 것을 보았다. 그곳은 헤로데의 영토 경계선에 위치했는데, 황량해 보이면서도 비옥한 지방이었다. 이 지방에는 방목해서 기르는 낙타들이 많이 있었다. 그곳에는 황야로 가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가 하나 있었는데 예수께서는 그리로 가셨다. 이곳은 성가정이 이집트로 피난할 때 헤로데의 영역에서는 마지막 숙소였다. 사람들은 예수와 그분의 부모님을 후하게 영접했었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도록 종용하셨다. 그들은 예수께 요르단 강이 그처럼 신통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요르단 강에 이르는 길은 엄밀한 계획으로 건설되어 있으며, 이 땅의 모든 거룩한 장소들은 사람들이 여기 살기 전에, 더욱이 이 땅과 요르단 강이 있기 전에 하늘에 계신 당신의 아버지께서 정해 놓으셨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서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더불어 몇 시간을 더 걸으셨다. 그들은 베들레헴에 가기 전 마지막에서 두번째 숙소에 당도하셨다. 여기서 사람들은 다시금 아주 우직하게 예수님과 요한 중에 누가 더 위대한가를 예수께 물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요한이 증언을 한 그 사람이다. 예수께서는, 주께서 오시기 전에 잠자는 사람들의 집 문을 두드리고 왕이 들어올 수 있도록 황야에 길을 내어 강바닥을 깨끗이 하는 폭우로서의 역할을 하는 사람인 요한의 힘과 열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아침 동틀 무렵에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그리고 그분을 따르는 무리들과 함께 그곳에서 세 시간 걸리는 곳을 향해 걸으셨다. 그곳은 더 이상 두메 산골이 아닌 요르단 강 부근이었다. 요르단 강은 넓은 계곡 사이로 흐르고 있는데, 그 계곡은 양쪽으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이를 때까지 가파르게 자리잡고 있었다. 축제가 있었던 폐쇄된 공간 안에 새로운 계약의 궤가, 만일 예루살렘으로 가자면 약 한 시간 거리인 요한의 세례 장소 앞에 놓여 있었다. 요한이 세례를 주던 못에서 양쪽 강변의 위쪽으로는 비옥한 땅과 함께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예수께서는 이미 계약의 궤를 지나서 요한의 오두막으로부터 15분 가량 걸리는 거리로 나아가셨다. 오두막에서는 요한이 가르침을 베풀고 있었다. 계곡 입구를 통해 지름길로 지나게 되면 요한을 멀리서 볼 수가 있었다. 예수께서는 여기서 단지 몇 분 동안만 세례자 요한에게 모습을 보이셨다. 그러나 요한은 마음속으로부터 감동을 받아 예수님을 가리키며 외쳤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도다.” 예수께서 지나가시고 그분의 제자들이 한 무리를 지어 따로 지나갔다. 그리고 나서 다시 마지막으로 한 무리가 지나갔다. 이른 아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요한의 말을 듣기 위해 달려왔다. 그러나 예수께서 이미 그 곳을 지나가신 후였다. 그들은 그분께 찬미를 외쳤으며 그분에 대한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12)
오늘 나는 라자로의 집에 계신 예수님을 보았다. 니고데모, 아리마태아의 요셉, 오벳, 베로니카의 아들, 요한 마르코, 나병 환자 시몬, 베다니아의 바리사이파 사람, 라자로의 친구들이 그곳에 있었다. 예수께서는 요한의 세례와 메시아의 세례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예수께서는 또한 여자들과도 말씀을 나누시었다. 이 가르침은 예루살렘을 향한 길 쪽으로 나 있는 방에서 하셨는데, 그 방은 이전에 막달레나가 있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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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록자(브렌타노, Brentano)의 주석. 예수께서 초막절 저녁에 디본으로 오신 날이 다음 월요일인 10월 15일인데, 10월 15일의 이 저녁은 필연적으로 초막절이 시작되는 티쉬리(Tisri)월 15일의 초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티쉬리월 11일 혹은 속죄제의 두번째 날이다. 이 속죄제에는 대사제가 성전에서 자신과 전체 국민의 죄를 숫염소에 지워서 항야로 내쫓았다. 세례자 요한의 말과 이 같은 관례의 일치는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짊어지시도다!”라는 말에서 그 놀라운 빛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제1권, 141면).
출처
4.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시자 홀연히 하늘이 열리고…(마태 3, 16) | CatholicOne (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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