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2 장 이스라엘에 나타나신 예수
6. 예수도 그의 제자들과 함께 초대를 받고 와 계셨다(요한 2, 2)
40일이 끝나 갈 즈음 성모 마리아는 갈릴래아의 가나에서 결혼할 신부의 부모 집에 계셨다.
예수께서는 믿을 수 있는 제자들 곧 나중에 사도가 된 제자들과 함께, 따로 있는 한 집에 머물러 계셨다. 그 집은 신랑의 아주머니 소유였는데 그녀는 안나의 자매인 소베의 딸이었다. 그녀는 모든 예식 중에 신랑측의 어머니의 직무를 떠맡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25명 가량의 손님을 데리고 오셨다. 예수께서는 이 결혼식을 당신의 일로 간주하시고, 전체 축제의 한 부분을 스스로 떠맡으셨다. 그래서 성모 마리아는 일찍 그곳에 가서 일을 돕고 계셨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마르타와 라자로를 보내 성모 마리아를 돕도록 했다. 예수와 성모 마리아만 알고 계신 사실이었지만, 라자로는 예수께서 떠맡으신 비용의 일부를 담당하였다. 라자로는 그처럼 예수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라자로로부터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 주셨고, 라자로는 모든 것을 그분께 내놓는 것을 행복하게 여겼다.
가나는 한 언덕의 서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아주 쾌적하고 깨끗한 곳이었다. 그곳에는 세 명의 사제가 일하는 유다인의 회당이 하나 있었는데, 결혼식은 회당 가까이 있는, 공용으로 이용되는 한 연회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 집에서 회당까지는 긴 복도가 이어져 있고, 화환과 열매들이 달려 있는 아치가 있었다.
1월 1일 저녁 곧 데벳월 4일이 시작될 무렵에 예수께서는 회당에서 모두가 모인 가운데 허락된 오락의 기쁨과 그 의미와 정도 그리고 진지성과 지혜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
이제 결혼식이 식사와 춤과 함께 시작되었다.
1월 2일(데벳월 4일) 아침 9시경에 결혼식을 올렸다. 사람들은 회당에서 나와 연회장으로 신부와 신랑을 마중 나가서 그들을 다시 회당으로 데리고 갔다. 결혼식은 회당 앞에서 사제에 의해 진행되었다. 신부와 신랑이 다시 연회장으로 오자 예수께서는 손수 그들을 영접하셨다.
피로연에 앞서 나는 모두가 다시 정원에 모인 것을 보았다. 여자들은 나뭇잎으로 이어 만든 오두막 안에 펼쳐진 멍석 위에 앉아 과일을 걸고 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든 과일과 채소들 속에는 어떤 초자연적인 비밀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타락과 자연이 쇠락(衰落)하게 된 이래 자연적인 신비의 힘이 인식되지 못한 채, 단지 이 같은 창조물들의 의미와 형태 그리고 맛과 효과 등의 개념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꿈 속과 하늘 나라의 식탁에는 이 같은 과일들이 영락(零落) 이전의 의미대로 나타나지만, 그것도 완전히 분명하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우리의 오성과 일상적인 생활 습관에 의해서 뒤엉켜 있다.
정원에서의 놀이가 끝난 뒤에 피로연이 뒤따랐다. 불이 켜 있는 장소 앞의 공간은 식탁에 앉은 사람들이 서로 볼 수 있게끔 충분히 낮은 두 개의 칸막이 병풍에 의해서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고 곳곳마다 좁고 긴 식탁이 마련되었다. 신랑이 식사 시중을 들었다. 게다가 요리사와 여자 한 명, 몇 명의 하인들이 있었다. 여자들 쪽으로는 신부와 몇 명의 하녀가 시중을 들었다.
예수께서는 결혼식이 진행되는 시간과 마찬가지로 매우 흔쾌하셨고 많은 가르침을 베푸셨다. 그분은 식사를 하면서 식사의 영신적인 의미에 대해 설명하셨고 축제의 기쁨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그분은 활이 항상 당겨진 채로 있어서는 안 되며, 들판은 비에 의해서 다시 소생되어야 한다고 훈계하셨다. 예수께서는 그에 대한 비유를 그렇게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피로연의 두번째 접대하는 것을 떠맡으셨다. 그것이 그분의 어머니와 마르타에게는 걱정이 되었다. 그분은 당신이 포도주를 배려하실 것이라는 말씀을 해 두었었다. 이제 옆 식탁에 두번째 식사가 차려졌을 때 예수께서는 그리로 가서 모든 음식을 나누어 주시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셨다. 음식은 배분되었지만 포도주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자 하늘에 계신 당신의 아버지에 대해 가르치시던 예수께서는 어머니에게 “여인이여, 그 일은 염려하실 일이 아닙니다. 아직 저의 시간이 오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어머니에게 무정한 말씀이 아니었다. 예수께서 처음에 마리아에게 “어머니”라고 하지 않고 “여인”이라고 한 것은, 그 순간에 주님이신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메시아의 소명 안에 자신의 제자들과 친척들 앞에서 신비의 기적을 증거해 보이시려고 했기 때문이었으며, 하느님의 권능 안에 들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성모 마리아는 당신 자신의 창조자이시며 포도주를 독촉받고 있는 그분을 낳으신 여인이었으나, 창조자로서의 그분은 자신의 피조물들에게 잠시 자신의 권능을 드러내 보이기를 원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분은 여기서 당신이 본질적으로는 하느님의 아들이며, 마리아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이시고자 하셨던 것이다. 같은 상황으로서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실 때에도 극한적 애통 속에 있는 어머니에게 요한을 가리키며 “여인이여, 보십시오. 저 사람이 당신의 아들입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포도주를 마련하겠노라고 말씀하셨었다. 여기서 마리아는 중재자로 나타나 그에게 포도주가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마련하시고자 했던 포도주는 일상적 의미에서의 포도주 이상의 것이었다. 그분은 언젠가 당신 자신의 피로 바꾸려 했던 포도주의 비밀을 연관시키셨던 것이다. 마리아는 이제 손님들을 위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리아는 하인에게 이르셨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13)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예수의 명을 기다렸다가 꼭 그대로 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조금 후에 예수께서는 하인들에게 빈 항아리를 당신에게 가져와서 뒤집어 보이라고 명하셨다. 하인들은 항아리를 가져와서 – 그것은 세 개의 물 항아리와 세 개의 포도주 항아리였다 – 큰 물통 위로 뒤집어 보이면서 비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예수께서는 그것들을 모두 물로 채우라고 명하였다. 하인들은 그것들을 돌로 된 물통이 있는 곳과 펌프가 있는 지하실 샘으로 가지고 갔다. 항아리들은 아주 크고 무거워서 항아리의 손잡이를 남자 둘이서 잡고 운반해야만 했다.
마리아가 작은 목소리로 재촉하시자 예수께서는 크게 대답하시며 물을 퍼 담으라고 명하셨다. 물로 가득 채워진 모두 여섯 개의 항아리가 식탁과 술 탁자 곁으로 옮겨졌다. 예수께서는 그리로 다가가서 항아리에 축복을 내리시고 다시 탁자로 돌아와 말씀하셨다. “이제는 퍼서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어라.” 그래서 요리사가 와서 포도주를 시음해 보았다. 그리고는 신랑한테 가서 말했다. 누구나 잔치 때에 보통 좋은 포도주는 먼저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다음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 법인데, 이 좋은 포도주를 나중에 내놓다니 하고 감탄하였다. 그는 이 포도주가 예수의 권능에 의해 마련된 사실을 몰랐다. 식사의 전체 과정도 모두 예수께서 마련하신 것이었는데 그 사실은 예수의 가족과 신랑 신부측 가족들만이 알고 있었다. 이제 신랑과 신부 아버지가 크게 놀라면서 술을 들이키자 하인들은 그것은 물을 퍼담아 식탁 위의 술잔에 따른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제 모두가 포도주를 마셨다. 좌중에는 정적과 외경심(畏敬心)이 감돌았다. 예수께서는 이 기적에 대하여 많은 것을 가르치셨다. 세상 사람들은 처음에는 좋은 포도주를 주지만 술이 취하면 나쁜 포도주를 내놓는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주신 왕국은 그렇지 않다. 깨끗한 물이 값비싼 포도주가 된다. 그것은 사람들의 영혼에 대한 무관심이 강렬한 열성으로 변해야만 하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모두 부끄러움과 경이로움 속에서 경청했다. 그들은 이 포도주를 통해서 변화된 것처럼 보였는데, 나는 그들이 단지 포도주의 기적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포도주 자체를 통해서 변한 것을 보았다. 그들은 전에 과일들을 통해서 그랬던 것처럼 내면적 본질에서 확신과 변화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의 제자들과 친척들 그리고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이제 그분의 권능과 위엄과 사명을 깨닫고, 그분을 믿었다.
여기서 예수께서는 처음으로 제자들 가운데에서 그들의 확신을 돕고자 첫번째 표적 있는 기적을 수행하셨던 것이다. 그 때문에 그것은 예수의 생애에 첫 기적으로 설명되며, 최후의 만찬은 그들이 이미 믿고 있던 마지막 기적으로 설명된다.
라자로는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신부의 아버지의 개인적 배려와 칭송을 받았고, 훌륭한 남자로 대우받았다. 그는 예의 바르고 근엄했으며, 그의 태도 속에는 친절과 겸손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었으며 완전한 내적인 믿음으로 예수를 존경하고 있었다.
데벳월 6일과, 결혼식 나흘째 되던 날 저녁에 사람들은 축제 행렬을 지어 신부와 신랑의 집으로 찾아갔다. 글자 하나가 새겨진 초에 불을 밝힌 촛대를 들고 갔다. 아이들은 행렬 앞쪽에서 걸었으며 갖가지 화환을 엮어 신혼 부부의 집 앞에 여기저기 뿌렸다. 예수께서는 집안에 들어오시어 그들을 축복하셨다. 사제들도 참석했는데 그들은 식사 때 예수께서 기적을 베푸신 이후에 온전히 겸손하게 그분이 행하시는 모든 일에 순종하였다.
안식일이 지나가자 예수께서는 밤중에 제자들과 함께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신랑과 그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예수가 가시는 길을 배웅해 드렸다.
조금 후에 나는 예수께서 어제 다시 돌아온 라자로와 함께 베들레헴 지방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는, 라자로가 예루살렘에서 떠도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또 라자로와 그의 친구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시고자 원했기 때문에 이 길을 떠난 것이었다. 그들은 베들레헴을 향한 쪽으로 위치한 요셉과 마리아의 집에 이르는 길목에까지 왔다. 그곳은 가난한 목자들의 집들이 모여 있는 외따른 지방까지 가는 데 약 세 시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라자로는 예루살렘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분개하기도 하고, 조소하기도 하며, 호기심에 차서 예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께서 과월절 축제에 오신다면 그가 갈릴래아의 무식한 사람들에게 보여주신 것처럼 도시에서도 기적을 행할 만큼 대담해질 수 있을는지의 여부를 알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수께서는 라자로를 진정시키며, 모든 것이 예시되어 있는 예언자들의 길을 그에게 가르쳐 주셨다. 예수께서는 또한 그에게 당신이 갈릴래아로 갔다가 과월절에 예루살렘에 들어갈 것이며, 나중에 제자들을 부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막달레나의 일에 관해서 그를 위로해 주셨다. 예수께서는 구원의 불꽃이 이미 그녀에게 내려졌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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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 부분은 순례자(브렌타노)를 통해 진술자(에메릭)의 관상을 다시 요약해서 전하고 있다(브렌타노 주).
출처
6. 예수도 그의 제자들과 함께 초대를 받고 와 계셨다(요한 2, 2) | CatholicOne (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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