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1권 6~8) 마음속의 정화/영혼의 허무에 대한 인식/과거의 죄를 아파하는 무익성

Skyblue fiat 2014. 6. 1. 17:44

 

1권-6, 마음속의 정화

 

1  내 거룩하신 스승께서는 나로 하여금 모든 피조물을 단념하게 하시고 그들에 대한 생각과 애착에서 자유로워지게 하시면서 외부 세계로부터 나를 빼내셨다. 이 일을 하신 다음 내 마음속을 깨끗이 정화하는 일을 시작하셨다그리고 자주 이 마음속에서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2  “이제 우리만 단둘이 있을 뿐 방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더 행복하지 않느냐? 전보다, 그러니까 네가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고 있었을 때보다 더 행복하지 않느냐 말이다? 여러 사람들 대신 딱 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이 훨씬 더 쉽다는 것을 이제 알겠느냐? 그러니 우리는 너와 나 단둘만이 이 세상에 있는 것처럼 서로의 기쁨이 되자.

 

3  네가 내게 충실하겠다고 약속하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많은 은총을 쏟아 부어 주겠다. 나는 너에 대해 큰 계획을 품고 있다. 네가 항상 내 뜻을 따르며 일치하기만 한다면,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나를 본받게 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기꺼이 나의 완전한 모상으로 만들어 주겠다. 너로서는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고 속 태우지 말아라. 기회가 올 때마다 내가 몸소 그 방법을 조금씩 가르쳐 주겠다.”

 

4  사실, 그분께서는 날마다, 특히 영성체 후에, 내가 해야 할 일과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를 말씀해 주셨다. 그것은 그분께서 내게 주신 은총이, 그분 자신의 모범을 따라,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주신 많은 말씀은 대체로 내 마음속을 정화해야 할 필요성 나 자신의 무화(無化)에 관한 으로써 이는 거룩한 겸손의 덕을 얻게 하시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그분은 종종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5  “보아라. 내가 마음속에 은총을 부어 주려면, 네가 절대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리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나는 매우 신중하기에 내 은총으로 이루어진 일의 좋은 결과를 항상 자신의 힘 덕분으로 돌리는 사람에게는 은총과 선물들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네가 알기 바란다. 그런 자들은 내 사랑으로 그들에게 주는 모든 선물과 은총들을 마치 자기들이 받을 자격이 있는 것처럼 여기며 받기 때문에, 훔치는 것과 진배없는 도둑들이다.

 

6 그러니 너는 언제나, 내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열매들은 가련한 피조물인 나의 힘 덕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거룩한 사랑이신 예수님께서 내 마음에 넘치도록 부어 주신 선물들에서 생겨난 이다.하고 말해야 한다.

 

7  나는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강물처럼 풍성한 은총을 부어준다것을 늘 기억하여라.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란 그들이 행한 모든 일은 내 은총 덕분에 이루어진 기억하고 어떤 것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사람이며, 자기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내게 감사를 드릴 뿐만 아니라 내게 응답하지 않으면 그 모든 은총과 선물과 호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교만의 악취가 코를 찌르는 마음속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이런 사람들의 마음은 그들 자신으로 가득 차 있어서 나를 받아들일 여지가 없는데다가, 나의 모든 은총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결국 멸망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9  그러므로 난 네가 자주, 아니 끊임없이, 겸손하게 행동하도록 하고 싶다.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엄마에게 의지하는 아기처럼 말이다. 이런 아기와 같이 내 곁에 있어라.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언제나 내게 도움을 청하면서 너의 허무를 인정하고 내가 모든 것을 보살펴 주기를 기대해야 한다.”

 

10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주신 이후 나는 매우 작아졌고, 너무나 작아져서 때때로 나의 온 존재가 말하자면 녹아 없어진 듯한 느낌이 들곤 하였다. 예수님께서 떠받쳐 주시며 도와주시지 않고서는 숨을 한 번 쉬는 것이나 걸음을 한 발짝 옮기는 것, 무엇인가 선행을 한다는 것이 도무지 가능한 일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무슨 일을 할 때나 겸손과 순종 속에서, 그분을 기쁘시게 해 드리려고 최선을 다하였다.

 

 

 

1권-7, 영혼 자신의 허무에 대한 인식

 

 1. 나는 예수님께서 나를 부르신 생활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지금까지의 생활 방식과 그것을 비교해 보았다. 그러자 나 자신의 모든 비참에 싸인 느낌이 들어서 사람을 만나기조차 부끄러웠고 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못된 인간으로 여겨졌다. 그러므로 되도록 사람들을 피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2. “사람들이 내가 얼마나 못된 인간인지를 안다면, 그리고 주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은총을 안다면, 틀림없이 나를 아주 싫어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거야! 예수님께서 그들로 하여금 이 두 가지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완전한 허무 속으로 떨어지고 말 거야.”

 

3. 그럼에도 그 다음날, 성체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려고 했을 때, 그분께서는 그토록 허무 속에 잠긴 나보시고 매우 기뻐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부르신 그 완전한 허무 상태에 관해서 다른 말씀들을 주셨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 주시는 것이었다.

 

4.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실 때마다 언제나 다른 표현사용하시어 내게 가르치고 계신 덕행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해 주셨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같은 덕행에 대하여 앞으로도 수없이 여러 번 말씀하셔도 언제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쓰실 것이다.

 

5. - 오, 거룩하신 스승님, 당신께서는 얼마나 지혜로우신 분이십니까! 그런데 저는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으니 얼마나 은혜를 모르는 인간입니까!

 

6. 하지만, 예수님께서 말씀을 주시는 동안 내 정신은 늘 그 진리를 알아들으려고 애썼으며, 내 의지도 말씀대로 실행에 옮기려고 애썼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보면 나의 정신과 의지가 둘 다 턱없이 모자라서 예수님께서 하라고 하신 바를 채울 능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7. 그래서 나는 갈수록 더 자신을 낮추고 나의 무능을 고백하면서 앞으로는 더 주의를 기울이고 의지를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곤 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어떤 선행을 하건 그분께서 원하시는 완성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내게 자주 이렇게 말씀하셨다.

 

8. 네가 더 겸손하게 늘 내 곁에 있었다면 그 일을 그렇게 서툴게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따금 나 없이 너 혼자 일을 시작하고 계속하고 끝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네가 지금 뉘우치고 있는 바와 같이, 그 일은 내 뜻대로 한 것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9. 그러니 무슨 일을 시작할 때든지 나를 부르며 기도하여라. 언제나 나의 현존 안에서 나와 함께 일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이 하면 일을 완전하게 끝낼 수 있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네가 항상 이렇게 한다면 더없이 깊은 겸손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만이 다시 네 안에 파고들어, 네 안에 뿌려진 겸손이라는 미덕의 씨앗을 질식시키고 말 것이다.”

 

10. 그분께서는 이 말씀을 마치신 후 내게 은총의 빛을 비추어 주셔서 교만이 얼마나 흉측한 죄인지를 깨닫게 하셨다. 즉, 교만 영혼을 눈멀게 하여 하느님을 믿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끔찍한 상태에 떨어지게 하면서 파멸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인간이 하느님께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모욕이요, 가장 무서운 배은망덕인 것이다.

 

 

 

1권-8, 과거에 범한 죄들을 거듭 아파하는 행위의 무익성

 

1. 예수님께서 자주 비추어 주시는 이 특별한 은총의 빛을 받은 이후, 나는 과거에 대한 깊은 슬픔과 미래에 대한 큰 불안에 잠기게 되었다. 과거의 잘못들을 어떻게 보속해야 할지 몰라서 혼자 몇 가지 극기를 하면서 고해사제에게 다른 고행거리도 정해 달라고 청해 보았지만, 그가 늘 그렇게 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2. 그런데 내가 하고 있는 보속은 진정한 속죄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맥이 빠진 채 달리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과거에 범한 죄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사랑하올 예수님과 하나 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기도 하였다.

 

3. 예수님 곁에 있지 않으면 더 나쁜 짓을 할 것 같은 두려움에 얼마나 극심히 사로잡혀 있었는지, 나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스스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4. 그러니 얼마나 번번이 예수님께 의지하면서 내 잘못으로 말미암아 짓눌리는 슬픔에 깊이 잠긴 마음속을 털어놓곤 했겠는가! 수천번 수만번이라도 용서를 청하면서 그분께서 내게 주신 은총들에 대해 감사를 드렸고, 언제나 그분과 더 가까이 있게 해 주시기를 애원해 마지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거듭거듭 이렇게 말씀드리곤 하였다.

 

5. “오, 좋으신 예수님, 제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은총들을 허비하고 말았는지 보십시오! 그러지 않았다면, 그 보화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저의 가장 크고 유일한 선이시며 제 전부이신 당신을 더욱더 사랑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6. 이처나는 성가실 정도로 끊임없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예수님께 되풀이해서 말씀드리곤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호되게 나무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7. “과거에 대해서는 이제 그만 생각하기 바란다. 사람이 자신을 낮추어 제 잘못을 깊이 인정하고 겸손하게 통회하면 회개의 성사를 통해 씻음을 받고, 다시 죄를 짓기보다는 죽음을 택할 각오를 하게 된다. 그런데도 자기의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나의 자비를 모욕하는 것이다.

 

8. 더욱이, 머리 속으로 과거의 진창 속을 계속 뒹굴어댄다면 내 사랑을 걷어치울 수밖에 없다. 영혼이 과거의 불결한 생각에 빨려 들어간 상태로 있고자 하는 한, 내 사랑으로 천국을 향해 날아가도록 해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9. 나는 네가 범한 잘못을 완전히 잊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겠느냐? 내가 아직도 너에 대한 일말의 유감이나 노여움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느냐?”

 

10. 그래서 나는 그분께, “아닙니다. 주님,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모든 배은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너무나 인자하시기에, 이토록 다정하게 사랑해 주신다는 각만 해도 마음이 녹아버릴 지경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11. “딸아, 그렇다면 어찌하여 아직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느냐?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훨씬 더 기뻐지겠느냐! 이제부터는 나를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여라. 그러면 언제나 평화 안에 머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