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하느님 뜻의 작은딸” 루이사 피카레타 지음 /요한 실비아 옮김
제1권-1, 성탄 준비 9일기도“매일 아홉 가지 주제를 묵상하기로 하다”
1. 내가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성탄절을 앞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때 나는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의 성탄을 경축하려고 9일기도를 시작하였다.
2. 이 축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날마다 몇 가지 덕행과 극기를 실천하고자 했는데, 이는 특히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아홉 달 동안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계셨던 일을 찬양하려는 것이었다.
3. 이 목적으로 매일 아홉 개의 묵상을 하기로 했고, 그것은 언제나 지극히 거룩한 강생의 신비에 관한 것이었다.
1권-2, 9일기도 첫째시간
복되신 성삼위의 구원 계획의 실현
1. 나는 묵상 중에 내적으로 천국에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천국에서 복되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서로 의논하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성삼위께서는 하느님의 역사(役事) 없이는 완전히 자유로운 새 생명에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게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셨다.
2. 그러므로, 성부께서는 이제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고자 하셨고, 성자께서는 아버지의 그 고귀한 뜻을 받아들이셨으며, 성령께서도 지극히 기뻐하시며 완전히 동의하셨으니, 이는 모두 인류의 더 큰 선과 구원을 위한 것이었음을 나는 깨달았다.
3. 하느님께서 당신 성삼위 상호간의 이 완전한 사랑 - 그토록 강력하고 동일한 사랑 - 이 어디든지 흘러내리게 하시어 인간이 그 풍성한 은혜를 입도록 하셨으니, 하느님 사랑의 이 한없는 신비를 깨닫게 되면서 내 마음은 몹시 당황하였고 온 존재가 놀라움에 사로잡혔다.
4. 그런 다음 나는, 이 큰 사랑의 무진장한 열매를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드는 인간의 배은망덕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였다. .... 이숙고에 잠겨, 한 시간이 아니라 온종일이라도 그대로 있었을 터이다. 그때 마음속에서 이 말씀이 들려 왔다. “지금은 그쯤 해 두고, 나와 함께 가자. 너에 대한 내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드러내는 또 다른 일을 보여 주마.”
1권-3, 9일기도 둘째 시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강생하신 ‘말씀’
1. 그 뒤 나는 묵상을 통해서 거룩하신 동정 어머니 마리아의 지순하신 태중에 살고 계신 사랑하올 예수님을 뵈러 갔다. 하늘도 싸안을 수 없을 만큼 크신 하느님께서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당신 자신을 이처럼 작게 낮추시어, 움직일 수도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모태 속에 갇혀 계시니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2. 이 생각에 잠겨 있노라니 갓 잉태되신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살라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 마음속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음성이 들렸다.
3.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해 왔는지 이제 알겠느냐?부디, 네 마음속에 내 것이 아닌 것은 모조리 치워버리고, 나를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라. 그래야 내가 네 마음속에서 더 편히 움직이며 숨 쉴 수 있다.”
4. 그러자 내 마음은 그분께 대한 사랑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고, 그래서 내 결점들을 용서해 달라고 청하였으며. 앞으로는 온전히 그분의 것이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당황스럽지만 사실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날마다 그렇게 같은 약속을 되풀이하면서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곤 하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나는 괴로워하면서 예수님께 부르짖었다.
5. “그렇습니다. 어지신 예수님, 당신께서는 이 가련한 인간을 얼마나 다정하게 대해 주셨는지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하십니다! 부디 언제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1권-4, 9일기도의 끝맺음
1. 이와 같이 묵상의 둘째 시간을 지내고 이어서 셋째 시간으로 넘어갔으며, 마찬가지 방식으로 아홉째 시간까지 지냈는데, 나의 둔한 필치로 지루함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 다음 묵상들은 생략하기로 한다.
2. 내적 담화를 듣게 해 주신 예수님께서는 내가 이 9일기도를 바치는 동안 날마다 아홉 가지 묵상을 반복할 것을 요구하셨기에 -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분은 내게 휴식이나 위로를 주지 않으셨다 - 나는 되도록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래서 어떤 때는 무릎을 꿇고 어떤 때는 바닥에 엎드려서 묵상하였다.
3. 집안의 잔일들 때문에 중단되려 할 때면 일을 하면서도 묵상을 계속함으로써 내 좋으신 예수님을 항상 기쁘시게 해 드리려고 힘썼다. 거룩한 9일기도의 매일이 그렇게 지나가고 마침내 성탄 전날이 되었다. 그날, 사랑하올 예수님께서는 내게 뜻밖의 특별한 상급을 주시고자 하셨다.
4. 성탄 전날, 나는 홀로 앉아 여느 때보다 더 마음이 뜨거워지는 특별한 열정을 느끼면서 주의를 기울여 그 묵상들을 끝내고 있었는데, 더없이 아름다운 아기 예수님께서 내 앞에 나타나셨다. 참으로 기품 있고 아름다운 모습이셨지만, 은혜를 모르는 인간의 사랑 부족 때문에, 그 추위 때문에 몸을 떨고 계셨다.
5. 나를 껴안고 싶다는 시늉을 하시기에, 나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벌떡 일어서서 그분을 껴안으려고 달려갔다. 그러나 막 껴안으려는 순간, 홀연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같은 일이 세 차례 더 일어났으니, 결국 그분을 안아보지는 못했다.
6. 이 일로 나는 몹시 감동을 받았고,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듯 감미로운 사랑의 열광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휘가 부족한 나로서는 그것을 말이나 글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아무튼 나라는 존재가 온통 그분께 대한 사랑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상태가 며칠 더 계속되었다.
7. 그런 후,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그 별난 열정은 긴 기간에 걸쳐 서서히 줄어들었고, 마침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8. 그러나, 내 마음 안에서 들려 오는 내적 음성은 그때부터 결코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줄곧 잘못에 떨어지곤 했지만, 내 일상적인 결점 때문에 제대로 잘 해내지 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음성은 나를 나무라시며 바로 잡아 주셨고, 무슨 일이든지 언제나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럼에도 또 잘못에 떨어지면 나를 격려해 주시면서 앞으로는 더 조심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하셨다.
9. 요컨대, 주님께서는 그때부터, 덕행의 바른 길에서 벗어나기 십상인 자식에게 하시듯이 언제나 인자하신 아버지로 처신하셨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시다. 그분께서는 이 자식이 나중에 당신의 영예와 영광이 되고 지극히 열망하시는 빛나는 덕행의 월계관이 될 만큼 균형 잡힌 인간으로 길러 주시려고, 아버지다우신 주의와 배려를 아낌없이 온통 쏟으신 것이다.
10.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여전히 부끄러움과 당황 속에서, “오 예수님, 저는 당신께 얼마나 배은망덕하게 굴었는지요!” 하고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1권-5, 예수님께서 영혼 안에서 일을 시작하시어,
외부 세계로부터 이탈하게 하시다
1. 이와 같이, 내 거룩한 스승이신 예수님께서는 피조물에게 집착하는 모든 애정을 내 마음속에서 제거하는 일부터 시작하셨고, 내적인 음성으로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2. “나는 너의 전부이니, 너에 대한 내 사랑과 같은 사랑으로 네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보아라, 너를 에워싸고 있는 이 작은 세계 곧 피조물에 대한 생각과 애착과 망상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네가 벗어나지 않으면, 나는 온전히 네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고, 따라서 네 마음을 영원히 차지할 수도 없다.
3. 네 정신이 그런 것들과 상관하며 계속 종알거린다면 내 음성을 더 분명히 들을 수가 없으며 나로 하여금 은총을 네 안에 쏟아 붓지도 못하게 한다. 이 은총은 아주 질투심이 많은 네 정배인 나만을 사랑하게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니 온전히 내 것이 되겠다고 약속하여라. 그러면 내가 일을 시작하여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너와 더불어 하겠다.
4. 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네 말은 맞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테니까. 너는 그저 네 뜻(의지)을 내게 주기만 하면 된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것뿐이다.”
5. 그분께서는 내가 영성체를 한 후 종종 이 말씀을 거듭하셨고, 그래서 나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어느 때보다 더 그분 것이 되겠다고 약속했으며, 그 순간까지 그분 뜻대로 행하지 않은 일이 있으면 용서를 청하곤 하였다.
6. 그리고 정말 마음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기를 원한다고 말씀드리면서 제발 나를 홀로 버려두시지 말라고 기도하였다. 홀로 있으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내 마음속에서 이렇게 말씀을 이으시는 것이었다.
7. “아무렴, 그러고말고. 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나도 함께 가겠다. 그래야 네 모든 행동을 낱낱이 살펴보고, 네 마음의 움직임이나 소망을 안정감 있게 유지시키면서 바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 아니냐?”
8. 이처럼 나는 끊임없이 그분을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그분의 음성에도 주의를 기울이면서 온종일을 보냈다. 내가 가족들과 하찮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꽤 긴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면, 그럴 때마다 내 마음 속의 그분께서 즉시 이렇게 말씀하시며 나를 꾸짖으셨기 때문이다.
9. “나는 이런 이야기가 싫다. 네 정신을 나와 관계없는 일로 가득 채우고 해로운 먼지로 뒤덮어, 네게 풍성히 쏟아 준 내 은총의 효과를 잃게 하거나 약화하며 그 생기를 앗아가기 때문이다.
10. 나자렛 집에서 살던 시절의 나를 본받아라. 그때 내 정신은 아버지의 영광과 영혼들의 구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 거룩한 일에 대해서가 아니면 입을 열지 않았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아버지를 거슬러 저질러지는 죄들을 보상하도록 힘써 사람들을 설득하였다. 그런 후 사람들의 마음이 통회로 부서지고 은총으로 부드러워지는 것이 보이면, 그 마음에 불을 붙여 내 사랑에로 끌어당겼다.
11. 그리고 내가 내 어머니와 양부와 더불어 나누었던 영적 담화는 어떤 것이었겠느냐?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가 나눈 모든 담화는 우리의 정신으로 하여금 하느님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고, 모든 행위도 하느님을 향하고 하느님께로 귀착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이와 같이 하지 못하느냐?”
12. 이 말씀을 듣고 나는 내심 몹시 당황했으므로 아무 말씀도 드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시간을 혼자 있으려고 애썼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에 나의 나약을 그분께 자백한 것이다. 그리고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잘못만 저지를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리면서, 그분께서 내게 원하시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도움과 효과적인 은총을 주시기를 청하였다.
13. 그런데 슬프게도 내 정신이나 마음은 이따금 사람들에게로 갔고 아직도 내가 사랑하는 그들에게 빠져들곤 했으니, 그분의 음성이 곧바로 나를 심히 나무라시며 우레같이 큰 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14. “이것이 나에 대한 너의 사랑이란 것이냐? 대체 누가 나만큼 많이 너를 사랑했더란 말이냐?
보아라. 네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나는 너를 내버려두고 아무 도움도 주지 않은 채 멀리 가 버리고 말겠다.”
15. 이 말씀을 들으면서, 다른 경우에도 여러 번 이렇게 심한 꾸중을 들을 때마다 그렇게 했듯이, 나는 미어지는 가슴으로 용서를 청하면서 눈물만 줄줄 쏟아낼 뿐이었다.
16. 드디어 어느 날 아침. 주님께서는 성체를 모신 나에게, 그분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에 대해서, 반면에 피조물의 사랑은 얼마나 변하기 쉽고 한결같지 못한지에 대해서 절실히 깨닫게 하는 환한 빛을 비추어 주셨다. 그 결과 내 마음은 완전히 그 빛에 사로잡혔고, 따라서 그 순간 이후부터 그분 외에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게 되었다.
17. 그분은 또한 그분에게서 결코 떨어지는 일 없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도 가르쳐 주셨다.
그것은 사람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내게 어떤 선행을 베풀면 그것을 마땅히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으로 알아보고 - 왜냐하면 하느님이 바로 그 선행의 원동력이며 창조주시니까 - 그분께서 사람을 써서 내게 그렇게 해 주셨다고 여겼다. 반대로 누군가가 내게 악행을 저지르면 이 역시 하느님께서 오로지 나의 영적이고 육체적인 행복을 더 키워 주시려고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셨다고 생각하였다.
18 그 결과 내 마음은 더욱더 세게 하느님께로 이끌리며 결합되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을 하느님 안에서 보고 그 각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봄으로써 사람에 대한 존경심도 잃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그들이 나를 조롱할 때도 내 영혼으로 하여금 새로운 공로를 얻게 해 주는 것으로 여기면서 하느님 안에서 그들을 더욱 사랑해야 할 의무를 느꼈다. 반대로 사람들이 내게 찬사와 박수를 가지고 오면 그것을 경멸로 받아들이며 이렇게 중얼거리곤 하였다. “피조물의 변하기 쉬운 성질로 볼 때, 오늘 이 찬사는 내일의 증오가 될지도 몰라.” 요컨대, 그 순간 이후부터 내 마음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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