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는 유다의 산들의 가장 가파른 부분, 즉 산맥들의 가장 좁은 교차 점이 헤브론과 유다 사이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 생각이 틀렸는지도 모르겠고, 꽤 넓은 지평선으로 더 넓게 퍼져나가는 계곡이어서 거기 있는 산들이 산맥의 일부가 아니고 따로 떨어진 산들인지도 모르겠다. 또 두 산맥 사이에 있는 분지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처음 보기 때문에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꽤 좁기는 하지만 잘 손질된 밭에는 보리와 특히 호밀 같은 여러 가지 곡식이 가꾸어져 있고, 가장 양지바른 땅에는 훌륭한 포도밭들도 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면서는 소나무와 전나무와 그밖의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길이 어떤 작은 마을로 들어간다.
“여기가 가리옷의 변두리입니다. 제 시골 별장으로 와 주십시오. 제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가리옷으로 가십시다” 하고 유다가 매우 흥분하여 안절부절하며 말한다.
지금은 예수께서 유다와 시몬과 요한하고만 계시다는 말을 안했다. 목자들은 거기 없다. 아마 헤브론의 목장에 그대로 남아 있든지 베들레헴으로 돌아갔든지 한 모양이다.
“좋을 대로 하자. 그러나 네 어머니와 지면을 하기 위하여 여기에 남아 있어도 될터인데.”
“아이고 ! 아니올시다. 이것은 농군의 집입니다. 어머니는 추수할 때만 여기에 옵니다. 그런 다음에는 가리옷에서 지냅니다. 그리고 제 도시 사람들이 선생님을 뵙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까? 선생님의 빛을 그들에게 갖다 주지 않으시렵니까?”
“물론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나는 나를 환대하는 장소가 초라하다는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네가 잘 알터인데.”
“그러나 선생님이 오늘은 제 손님이신데요. ‥‥그리고 유다는 손님을 접대할 줄 압니다.”
일행은 들판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집들 사이로 몇 미터를 더 가는데, 어린이들이 부르는 소리에 여자와 남자들이 나온다. 유발된 호기심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유다가 집합 나팔을 분 모양이다.
“여기가 제 보잘 것 없는 집입니다. 초라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집은 오막살이가 아니다. 네모 반듯한 2층집인데, 넓고 잘 가꾸어졌으며 울창하고 잘 자란 과수원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대단히 깨끗한 사도(私道)가 행길에서 집에까지 나 있다.
“선생님, 제가 먼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라.”
유다가 간다.
“선생님, 유다는 일을 크게 꾸며 놓았군요” 하고 시몬이 말한다‥‥그러리라고 예상했었는데, 지금은 확실합니다. 선생님은 영, 영이란 말씀을 하시는데 그 말씀이 옳습니다‥‥그러나 유다는‥‥그렇게 이해를 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결코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잖으면 나중에 가서나” 하고 예수를 슬프게 해 드리지 않으려고 고쳐 말한다.
예수께서는 한숨을 쉬시면서 말씀을 안하신다.
유다가 50세 가량 된 여자와 같이 나온다. 그 여자는 키가 큰 편이지만 아들만큼 크지는 않다. 아들의 검은 눈과 곱슬곱슬한 머리는 영락없이 어머니를 닮았다. 그러나 유다의 눈은 거만하고 음흉한데, 어머니와 눈은 다정스럽고 침울한 편이다.
“이스라엘 왕께 인사드립니다” 하고 말하며 그 여자는 진짜 신민인 것처럼 몸을 구부린다. “종에게 임금님을 대접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부인께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부인과 부인의 아드님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아이고 ! 그렇습니다. 제 아들과 함께요 ! ” 그것은 대답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한숨이다.
“어머니, 일어나세요. 나도 어머니가 계십니다. 그래서 부인이 내 발에 입맞추는 것을 허락할 수가 없습니다. 내 어머니를 대신해서 부인께 입맞춤하겠습니다. 내 어머니는 사랑에 있어서 또한 낙인찍힌 사람들의 어머니라는 고통스러운 운명으로‥‥ 부인과 자매지간이 되십니다.”
“메시아님,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 하고 유다가 좀 불안해서 묻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대답을 안하신다. 예수께서는 여인을 일으키시고 안으시며 뺨에 입맞춤을 하시는 중이다. 그리고는 여인의 손을 잡으시고 집을 향하여 걸어가신다.
일행은 시원한 줄무늬가 있는 커튼으로 그늘이 진 시원한 방으로 들어간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시원한 음료와 과일들도 있다. 그러나 유다의 어머니는 우선 하녀를 부르니, 하녀는 물과 세수수건들을 가져온다. 주인 여자는 예수의 샌들을 벗기고 먼지투성이인 발을 씻어드리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을 막으신다. “어머니. 안됩니다. 어머니는 너무나 거룩한 인간이고, 더구나 부인같이 정직하고 착할 때에는 더 그러합니다. 그러니 부인이 노예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을 허락할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유다를‥‥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자리를 뜬다. 예수께서는 세수를 하시고 발을 씻으셨다. 샌들을 다시 신으려고 하시는데, 여인이 새 샌들 한 켤레를 가지고 다시 와서 말한다. “우리 메시아님, 이걸 신으십시오. 저는 유다가 하라고 한대로 잘 한 줄로 생각합니다만‥‥유다는 ‘내것보다 좀 더 길고 너비는 같게’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유다야, 왜 이런 일을 했느냐?”
“선생님은 제가 선물을 드리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까? 선생님은 제 왕이시고 하느님이 아니십니까?”
“그렇다. 하지만 네 어머니의 시간을 이렇게까지 빼앗아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너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 터인데‥‥”
“압니다. 선생님은 거룩하십니다. 그러나 거룩하신 왕의 모습으로 나타나셔야 합니다. 그래야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열에 아홉은 어리석은 사람들인 세상에서는 위압하는 풍채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잘 압니다.”
예수께서는 구멍 뚫린 끈이 달리고 등이 발목까지 올라오는 새 가죽 샌들을 신으셨다. 그분의 신고 계시던 장인의 수수한 샌들보다는 훨씬 더 아름답고 유다의 샌들과 비슷하다. 유다의 샌들은 발끝만이 나오는 무도화(舞蹈靴)같은 신발이다.
“임금님, 옷도 입으십시오. 우리 유다에게 주려고 만들었던 것인데‥‥유다가 선생님께 드립니다. 아마로 지은 것인데 시원하고 새 것입니다. 한 어머니가 친아들에게 입히는 것처럼‥‥입혀드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몸을 돌려 유다를 바라보신다‥‥그러나 대꾸는 안하신다. 예수께서는 목에 맨 옷의 끈을 끌러서 넓은 속옷을 어깨에서 흘러내리게 하시고 속 내복만 입고 계시다. 여인은 예수께 아름다운 새옷을 입혀드린다. 그리고 허리띠를 내미는데, 그 허리띠는 수를 가득놓은 장식줄로, 거기에는 끝을 커다란 술들로 장식한 끈이 달려 있다. 예수께서는 시원하고 깨끗한 옷을 입으시면 분명히 편안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다지 기뻐하시는 것 같지 않다. 그 동안 다른 사람들도 세수를 하고 발을 씻었다.
“선생님, 오십시오. 이것은 제 보잘 것 없는 과수원에서 나는 과일들이고, 이것은 제 어머니가 만든 꿀물입니다. 시몬, 자네는 아마 이 백포도주를 더 좋아할지 모르겠구먼. 들게. 내 포도밭에서 나오는거야. 그리고 요한 자네는? 선생님과 같은 거? ” 유다는 아름다운 은잔에 음료를 따르면서 재산이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을 매우 기뻐한다.
어머니는 말이 별로 없다. 아들 유다를 바라보고‥‥바라보고‥‥또 바라보고‥‥예수는 더 많이 쳐다본다‥‥예수께서는 잡수시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과일을(내 생각에는 굵은 살구 같다. 노랗고 빨간 과일인데, 사과는 아니다) 유다의 어머니에게 주신다. 그리고 “언제나 우선 어머니” 하고 그에게 말씀하실 때 눈에 이슬이 맺힌다.
“어머니, 나머지도 준비되었습니까? ” 하고 유다가 묻는다.
“그래, 다 잘 한 것으로 생각한다만, 나는 늘 여기서만 살아서 임금님들의 관습이 어떤지는‥‥모르겠다.”
“부인, 무슨 관습이고 무슨 왕입니까? 아니, 유다야 너 무슨 말을 하였느냐?”
“그렇지만 선생님은 이스라엘에 언약된 왕이 아니십니까? 세상이 선생님께 왕으로서 인사를 드릴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제 도시에서, 제 집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칭호로 선생님을 공경합니다. 제게 대한 사랑으로, 그리고 야훼의 명령으로 예언자들이 선생님께 드린 메시아와 그리스도와 왕이라는 선생님의 이름에 대한 경의로 제 말이 거짓이라고 부인하지 마십시오.”
“부인, 벗들, 나는 유다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다에게 명확한 명령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어머니와 제자들이 물러간다.
“유다야, 무슨 일을 하였느냐? 지금까지 나를 그렇게도 잘 이해하지 못했단 말이냐? 어찌하여 나를 가지고 이 세상의 권력가를 만들고, 이 권력을 탐내는 야심가까지 만들 정도로 나의 품위를 떨어뜨리려고 하느냐? 그리고 이것은 내 사명을 깎아내리는 것이고, 그것을 방해하는 일까지도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느냐? 그렇다. 방해가 된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이스라엘은 로마에 굴복하였다. 민중의 두목으로 보이고 해방전쟁을 꾸민다는 의심을 받게 된 어떤 사람이 로마를 반대하고 나섰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너도 알지 않느냐? 또 바로 요즈음에 어떤 아기를 장래에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왕이 되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어떻게 악착스럽게 죽이려고 하였는지 보지 않았느냐? 그런데, 너는 ! 너는 !
오 ! 유다야 ! 나를 위한 현세적인 지상권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는 너에게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할 여유를 주었다. 나는 처음부터 너에게 분명히 말하였다. 나는 너를 알았기 때문에‥‥너를 알기 때문에 물리치기까지 하였었다. 그렇다. 네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읽고, 보기 때문이다. 네가 만일 내가 원하는 대로의 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으면, 왜 나를 따르고자 하느냐? 유다야, 그만두어라 ! 너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나에게도 해를 끼치지 말아라‥‥그만두어라. 이렇게 하는 것이 네게 더 좋다. 너는 이 일을 위하여 만들어진 일꾼이 아니다‥‥이 일은 네 힘에 겨운일이다. 네 안에는 교만과 세 갈래의 가지로 된 탐욕이 있고, 지배의 의도가 있다. ‥‥네 어머니까지도 너를 염려할 것이 틀림없다‥‥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안된다. 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이러해서는 안된다. 유다야, 너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너를 저주하지도 않는다. 다만 네게 말하려는 것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어떤 사람을 바꾸어 놓지 못하는 고통을 가지고 다만 네게 말하려는 것은 네 길을 가서 이 세상에서 지위를 얻으라는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있지 말아라.
나의 길 ! ‥‥나의 왕권 ! 아아 ! 거기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을지 모른다 ! 내가 어디에서 왕이 되겠는지 아느냐? 내 왕권이 언제 선포될지 아느냐? 그것은 내가 불명예스러운 나무에 올려질 때, 왕의 주홍빛옷 대신에 내 자신의 피를 흘리고, 왕관 대신에 가시로 엮은 관을 쓰고, 깃발 대신에 불명예스러운 게시를 달고, 왕으로 선포한 사람을 환영하는 나팔과 심벌즈와 파이프 오르간과 키타라 대신에 온 백성의, 내 백성의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일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하는 장본인이 누구일지 아느냐? 나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저지르는 일일 것이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말이다. 교만과 관능성과 탐욕이 그 독약을 퍼뜨린 청동같이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 거기에서 별들이 얼키고 설키어서 나와 내게는 사슬이 되고‥‥그에게는 저주가 될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 운명을 이렇게까지 분명히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제발 이 말은 하지 말아라. 이것은 너와 나 사이에 비밀로 남아 있어야 한다. 게다가‥‥이것은 하나의 꾸지람이니‥‥ ‘나는 책망을 들었다‥‥’ 고 말하지 않기 위하여 입을 다물어라. 유다야, 알아들었느냐?”
유다는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보랏빛이 되었다. 그는 예수 앞에 서 있는데,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그리고 털썩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예수의 무릎에 대고 운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저를 물리치지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저는 교만하고 어리석습니다. 그러나 저를 쫓아내지 마십시오. 선생님, 아니올시다, 이번이 선생님께 결례하는 마지막번이 될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는 곰곰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잘못도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많은 영광을 드리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도 선생님께 영광을 드리기를 바랐습니다‥‥이것은 선생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사흘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너희가 악의없이 무지로 인하여 실수를 하면 그것은 잘못이 아니라 불완전한 판단이고 어린아이와 같은 판단이다. 그런데 나는 너희들을 어른이 되게 하려고 여기 와 있다’고. 보십시오, 선생님, 저는 여기 이렇게 선생님 무릎 앞에 꿇어 있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아버지같이 되겠다고 말씀하셨지요‥‥저는 지금 마치 선생님이 아버지이신 것처럼 선생님 무릎 앞에 꿇어서 용서를 청하고 있습니다. 저를 ‘어른’이 되게, 거룩한 어른이 되게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저를 쫓아내지 마십시오,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아닙니다! 제 안에 있는 것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보세요, 저는 선생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왔습니다. 선생님이 제게 있어서는 제게 다른 사람들을 섬김으로써 얻던 명예와 이익을 초월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께 기쁨만을 드리기를 원하면서도 오히려 그와 반대로 고통을 드리는 불쌍하고 불행한 유다를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만하면 됐다, 유다야. 또 한번 용서해 준다.‥‥” 예수께서도 피로하신 것 같다.‥‥ “이후로는 네가 나를 이해하리라는 희망을‥‥ 바람을 가지고 용서해 준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지금은 말입니다. 제 말을 부인함으로써 저를 파멸시키지 마십시오. 부인을 하시면 저는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제가 다윗의 후손, 이스라엘의 왕을 모시고 온다는 것을 온 가리옷이 알고 있고, 제 고향인 이 도시에 선생님을 모셔드릴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두려움과 복종을 불러 일으키기 위하여 어떻게 하시는지를 사람들에게 보이고, 또 그것을 요한과 시몬에게, 그리고 그들을 통하여 선생님을 사랑은 하지만 대등하게 취급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이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제 어머니도 거짓말쟁이요 어리석은 아들의 어머니라는 것이 창피스러울 것입니다. 주님, 어머니 때문에‥‥ 그리고 선생님께 맹세합니다만‥‥”
“내게 맹세하지 말고, 네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이런 의도로 죄를 짓지 않겠다고 너 자신에게 맹세하여라. 네 어머니와 주민들 때문에 머무르지 않고 떠나는 모욕은 주지 않겠다. 일어나거라.”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진실을‥‥.”
“아이고 ! 안됩니다.”
“진실을 말하겠다. 오늘 어떻게 하라고 네게 명령을 하였다고. 애덕을 어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방도가 언제나 있는 것이다.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을 불러라.”
예수께서는 매우 준엄하시다. 유다가 그의 어머니와 제자들과 같이 돌아올 때에야 비로소 미소를 지으신다. 여인은 예수의 얼굴을 살펴본다. 그러나 거기에서 온정을 발견하고 안심한다.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리옷으로 갈까요? 나는 휴식을 취했으니, 어머니의 모든 호의에 감사합니다. 하느님께서 갚아 주시고, 내게 베풀어주신 사랑 대신에 부인이 그 죽음을 슬퍼하는 남편에게 안식과 기쁨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인은 예수의 손에 입맞추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손을 여자의 머리에 얹고 쓰다듬으시며 입맞춤을 못하게 하신다.
“수레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선생님, 오십시오.”
과연 밖에는 소들이 끄는 수레가 온다. 그것은 편리한 아름다운 수레이며. 수레 안에는 좌석으로 쓰일 붉은 껍데기를 씌운 방석들이 놓여 있다.
“선생님, 타십시오.”
“어머니가 먼저 타십시오.”
여인이 올라가고. 그 다음에는 예수와 다른 사람들이 올라간다.
“이리 앉으십시오, 선생님” (유다가 이제는 예수를 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앞에 유다와 같이 앉으시고, 여인과 제자들은 뒤에 앉는다. 수레를 모는 사람은 곁으로 걸어가면서 소들을 찔러서 자극한다.
길의 거리는 짧다. 400미터가 좀 넘을까? 그러더니 가리옷의 첫번째 집들이 보인다. 내가 보기에는 흔해빠진 작은 도시 같다. 해가 쨍쨍 내리비치는 길에서 한 작은 사내아이가 보고 있다가 쏜살같이 달아난다. 수레가 첫번째 집들이 있는 데 이르렀을 때는 유력자들과 일반 서민이 나와서 맞이하고, 길가 집들에는 이집에서 저집으로 천과 초목, 초목과 천으로 주욱 장식을 해 놓았다. 기쁨의 환호를 지르고, 얼굴이 땅에 닿도록 절을 한다. 예수께서는 이제 피하실 길이 없어, 흔들거리는 당신의 옥좌 위에서 인사를 하시고 축복을 하신다.
수레는 계속 가다가 광장 저쪽에 가서는 다른 길로 방향을 돌린다. 그리고 정문을 활짝 열어놓고 문지방에 여자 두세 사람이 있는 집 앞에서 멎는다. 수레가 멎으니 모두 내린다.
“제 집은 선생님의 집입니다.”
“유다야, 이 집에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평화와 거룩함이 있기를.”
일행이 들어간다. 현관을 지나서 낮은 긴 의자들과 상감세공으로 장식된 가구들이 놓여 있는 넓은 방이 있다. 예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방의 유력자들도 들어온다. 절들이 오가고, 구경들을 하고 온통 잔치 분위기이다.
위엄있는 노인이 연설을 한다 “주님을 모시는 것은 가리옷 지방으로서 커다란 사건입니다. 커다란 사건이고, 행복한 날입니다 ! 주님을 모시는 것도 사건이고, 가리옷의 아들들 중의 하나가 주님의 벗이요 협력자임을 보는 것도 사건입니다. 주님을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안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 주님을 드러내신 것으로 인하여 백번 찬미받으십시오. 세세대대로 사람들이 기다린 분이신 주님, 찬미받으십시오. 주님이요 임금님, 말씀하십시오. 저희들의 마음이 주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것이 마치 몹시 뜨거운 여름해로 바싹 마른 땅이 9월의 부드러운 첫번비를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노인장이 어떤분이시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씀에게로, 또 내가 그분의 말씀인 아버지께로 마음을 기울게 하신 주민 여러분께도 감사합니다. 이것은 지극히 높으신 주께서 사람의 아들들과 사이에 전에 손상되었던 아버지다운 감정을 원상태로 회복시키신 이 평화의 때에 여러분이 드리는 감사와 영광이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는 이 사람의 아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높으신 주님께로 돌아가는 것임을 여러분이 아시라고 그러는 것입니다. 당신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어 언약하신 구세주를 내려주신 참다운 주님이신 아브라함의 하느님께 찬미를 드려야 합니다. 영원한 의지이신 분의 종인 예수에게 영광과 찬미를 주실 것이 아니라 이 사랑의 의지이신 그분께 드려야 합니다.”
“주님은 성인으로서 말씀하시는군요 ‥‥저는 회당장입니다. 오늘은 안식일은 아닙니다마는 율법을 설명하여 주십시오. 왕들을 신성하게 하는 기름보다도 더 나은 영원한 지혜의 기름바름을 받으신 분이시니 말씀해 주십시오.”
“가겠습니다.”
“우리 주님이 아마 피곤하실 것입니다.”
“아니다. 유다야. 나는 하느님께 대하여 말하는 것이 피로한 때가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실망시키기를 원하는 일이 없다.”
“그러면 오십시오” 하고 회당장이 다시 부탁한다. “온 가리옷 사람이 밖에 모여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십시다.”
“다들 나온다. 예수깨서는 유다와 회당장 사이에서 나오시고, 그 다음에는 유력자들과 군중, 군중, 군중이 따라 나온다. 예수께서는 지나가시며 축복하신다.
회당은 광장에 면해 있다. 모두들 들어간다. 예수께서는 강단을 향하여 가신다. 찬란한 옷을 입으셔서 아주 희게 보이는 예수께서는 영감을 받으신 얼굴로 늘 하시는 몸짓으로 팔을 펴시고 말씀을 시작하신다.
“가리옷의 주민 여러분, 하느님의 말씀이 말하니 들으시오. 여러분에게 말하는 사람은 오직 하느님의 말씀일 뿐입니다. 그의 절대 권위는 아버지에게서 오고 그가 이스라엘에 기쁜 소식을 전한 다음에는 그것이 아버지깨로 돌아갈 것입니다.
마음과 정신이 혼란이 생기는 오류에 빠져 있지 않기 위하여 문을 활짝 열고 진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사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흉기를 들고 훔친 물건과 피로 물든 옷은 불에 타 없어질 것이다. 보라. 우리에게 어린 아이가 하나 났고, 한 아들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의 이름은 이렇다. '놀라운 분, 충고자, 하느님, 강한 분, 장차 올 시대의 아버지, 평화의 임금’ 이것이 내 이름입니다. 카이사르와 분봉왕들에게는 그들의 노획물을 그대로 남겨둡시다. 나는 훔치기는 하겠습니다. 그러나 불로 벌을 받아 마땅한 것을 훔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기는커녕 사탄의 노획물과 약탈물들을 사탄의 불길에서 빼앗아서 내가 임금으로 되어 있는 나라로 데려오고, 내가 아버지로 되어 있는 영원이라는 미래의 시대로 데려올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맞는 거룩함 때문에 환영을 보고 또 하느님에 대하여 말하도록 선택된 사람들이 예언한 것과 같이 나의 조상인 다윗은 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오직 한 사람‥‥ 내 아들을‥‥ 택하셨다. 그러나 사업은 거창하다. 그것은 사람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위한 집을 마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왕중 왕이신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당신 집을 지으시기 위하여 오직 한 사람, 당신 아들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벌써 자재를 마련하셨습니다. 오 ! 얼마나 많은 사랑의 금을 ! 얼마나 많은 구리와 은과 진귀한 나무와 보석을 마련해 놓으셨습니까 !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말씀 안에 비축되어 있는데, 하느님의 말씀은 여러분 안에 하느님의 집을 짓기 위하여 그 자재들을 씁니다. 그러나 사람이 주님을 돕지 않으면, 주님이 당신 집을 짓고자 하셔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금에는 금으로 보답해야 하고, 은에는 은으로, 구리에는 구리로, 철에는 철로 보답해야 합니다. 이것은 사랑에는 사랑을 드려야 하고, 순결을 섬기기 위하여는 절제를, 충실하기 위하여는 항구함을, 꿋꿋하게 버티기 위하여는 힘을 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돌을 가져오고 내일은 나무를 가져와야 하며, 오늘은 희생을 하고 내일은 일을 해야 하며, 여러분 안에 항상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또 지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영원한 백성인 영원한 이스라엘의 스승이요, 메시아요, 왕인 사람이 여러분을 부릅니다. 그러나 그는 여러분이 이 일을 위하여 깨끗하게 되기를 요구합니다. 교만을 버리시오. 찬미는 하느님께 드려야 합니다. 인간적인 생각들을 버리시오. 나라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나와 함께 겸손되이 말하시오. ‘아버지, 모든 것이 당신의 것입니다. 좋은 것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을 알고 당신을 진실되게 섬기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또 이렇게 말하시오. ‘저는 누구입니까?’ 하고. 그리고 여러분이 하느님께서 내려오셔서 쉬실 수 있을 깨끗한 집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어떤 물건이 되리라는 것을 인정하시오.
이 세상에 나그네요, 외부 사람인 여러분 모두는 서로 일치하여 언약된 나라를 향하여 걸어갈 줄 알아야 합니다. 길은 벌이 무서워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신 아버지이신 당신께 사랑으로 지키는 계명입니다. 계약의 궤는 완전한 마음, 즉 지혜의 자양분 많은 음식이 들어 있고 깨끗한 뜻의 가지에 꽃이 피는 그런 마음입니다. 그리고 집이 밝혀지기 위하여는 세상의 빛을 찾아오시오. 내가 그 빛을 여러분에게 가져다줍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재산도 없고 이 세상의 영예도 약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 아버지의 초자연적인 모든 재산을 가지고 있어서, 사랑과 애덕으로 하느님을 따를 사람들에게는 하늘의 영원한 영광을 약속합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같이 있기를 바랍니다.”
정신을 차리고 들은 사람들이 약간 불안하게 떠든다. 예수께서는 회당장과 말씀하신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데, 아마 유력자들인 모양이다.
“선생님은‥‥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십니까? 저희들이 듣기로는‥‥.”
“내가 이스라엘의 왕입니다.”
“그러나 선생의 말씀을 들으면‥‥.”
“나는 이 세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약속도 안한다고 말한 것 말이지요. 나는 진실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말한 것이 진실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생각을 압니다. 그러나 그 잘못된 생각은 해석을 잘못 한 데에서 오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 대한 여러분의 지극히 큰 존경에서 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메시아가 오신다’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이 그러는 것과 같이 메시아와 왕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의 정신을 더 높이 올리시오. 그리고 저 아름다운 여름 하늘을 살펴보시오. 저 하늘이 저기서 끝나는 것같이 보이고, 하늘의 경계는 공기가 사파이어색의 둥근 천장같이 보이는 곳으로 생각되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더 먼 곳에는 더 깨끗한 다른 공기층들과 더 깨끗한 하늘들이 있어서 낙원의 상상할 수 없는 하늘에까지 이릅니다. 메시아는 주님 안에서 죽은 의인들을 그리로 데려갈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메시아의 왕위와 실제적인 왕위, 즉 온전히 하느님에게서 오는 왕위 사이에 있는 것과 같은 차이입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이 그렇게까지 높은 곳을 쳐다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려고 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원하기만 하면 내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선생이 왕이 아니시라면, 우리가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선생이라고 부르든, 예수라고 부르든 좋을 대로 하시오. 나는 스승이고 구세주 예수입니다.”
한 노인이 말한다. “주님, 보십시오.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 칙령이 내렸을 때, 구세주가 베들레헴에 나셨다는 소식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 여럿과 같이 갔습니다‥‥저는 다른 아기들과 똑 같은 어린 아기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믿음의 느낌을 가지고 아기에게 경배했습니다. 그 다음 저는 다른 사람, 즉 요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이가 진짜 메시아이십니까?”
“영감님이 경배한 아기입니다. 또 한 사람은 선구자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눈으로 보실 때 큰 성인입니다. 그러나 메시아는 아닙니다.”
“그러면 주님이었습니까?”
“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갓난아이였던 내 둘레에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가난과 깨끗함, 정직과 순결을 보았습니다.‥‥요셉이라고 하는 친절하고 믿음직한 장인, 장인이기는 하지만 다윗 가문의 사람과 마리아라고 하는 금발이고 아름다운 젊은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그분의 우아함에 비하면 엔가디의 가장 아름다운 장미들도 빛을 잃고 왕궁의 화단에 있는 백합꽃들도 추해보였습니다. 그리고 하늘색의 큰 눈과 엷은 금발을 가진 아기를 보았습니다.‥‥다른 것은 아무것도 못보았습니다.‥‥그리고 어머니가 제게 이렇게 말한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내 아들 대신으로 말합니다. 주님이 댁과 함께 계시고, 영원히 만날 때까지 주님의 은총이 댁이 걸어가는 길에서 댁 앞에 오기를 바랍니다.’ 저는 지금 84세라‥‥이제 제 길도 끝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은총을 만나는 것을 더 이상 바라지 못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주님을 만났습니다.‥‥그래서 지금은 주님의 빛이 아닌 다른 빛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그렇습니다, 주님이 취하신 육체라는 이 연민의 옷 속에 계신 주님을 봅니다. 저는 주님을 봅니다 ! 여러분은 죽으면서 하느님의 빛을 보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
사람들은 예수의 곁에 있는 한 떼의 사람 가운데 있는 영감받은 노인 둘레로 모여든다. 순백발에 두 갈래진 긴 수염을 가진 머리, 진짜 족장이나 예언자와 같은 머리를 가진 그 노인은 이제는 지팡이에 의지하지도 않고 떨리는 팔을 쳐든다.
“당신 사랑의 힘으로 우리에게로 내려오신 그분, 즉 선택되신 분. 지극히 높으신 분. 완전하신 분이 아버지의 오른편으로 다시 올라가셔서 아버지와 하나가 되시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나 보시오 ! 그분은 모세가 지극히 높으신 분을 본 것과 같이 또한 최초의 조상 부부가 저녁의 산들바람 속에서 그분이 말씀하실 적에 그분을 알았다고 창세기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목소리와 비물질적인 본체가 아닙니다. 나는 그분이 진짜 육체를 가지고 영원하신 분께로 올라가시는 것을 봅니다. 찬란한 육체 ! 영광스러운 육체 ! 오 ! 하느님의 육체의 광채 ! 오 !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름다움 ! 그분은 왕이십니다 ! 그렇습니다. 왕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라 온 세상의 왕이십니다. 그리고 그분 앞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왕권이 굴복하고 그분의 왕홀(王笏)과 보석의 광채 앞에서 모든 왕홀과 왕관이 사라집니다. 왕관을, 그분은 머리에 왕관을 쓰고계십니다. 왕홀을, 그분은 손에 왕홀을 들고 계십니다. 그분의 가슴에는 흉패(胸牌)를 달고 계신데, 거기에서는 진주와 루비들이 일찍이 보지 못했을 만큼 찬란하게 빛납니다. 거기에서는 희한한 화덕에서처럼 불꽃이 나옵니다. 손목에는 두 개의 루비가 있고, 거룩한 발에는 루비로 된 발목걸이가 있습니다 ! 백성들이여, 영원하신 왕을 보시오 ! 저는 주님을 봅니다 ! 주님을 보아요 ! 주님과 같이 올라갑니다.‥‥아 ! 주님 ! 우리 구세주 ! ‥‥ 제 영혼의 눈에는 빛이 점점 더 환해집니다.‥‥왕은 당신 피로 장식되십니다 ! 왕관은 피투성이가 된 가시들이고, 왕홀은 십자가입니다.‥‥그 사람을 보시오 ! 여기 계십니다 ! 주님이십니다 ! ‥‥ 주님. 주님의 희생으로 이 종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예수님, 주님의 연민에 제 영을 맡겨 드립니다.”
그 때가지 예언의 열기로 다시 젊어져서 꼿꼿하게 서 있던 노인이 갑자기 털썩 주저앉는다. 그래서 예수께서 즉시 가슴에 받아 안지 않으셨더라면 쓰러졌을 것이다.
“사울 !”
“사울이 죽어갑니다 !”
“도와주시오 !”
“달려오시오.”
“죽어가는 의인의 둘레에서 조용히들 하시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예수께서는 점점 더 무거워져 가는 노인을 더 쉽게 받쳐들 수 있도록 천천히 무릎을 꿇으셨다.
사람들이 조용해진다.
그런 다음 예수께서는 노인을 완전히 바닥에 누이신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신다. “이분의 영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분은 빛을 보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얼마 기다리지 않는 동안에 이분은 벌써 하느님의 얼굴을 뵙고 행복할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죽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죽음이 아닙니다. 즉 생명과의 이별이 아닙니다.”
얼마 후에 사람들은 이 사건을 이러쿵저러쿵 말하며 떠나간다. 이제는 유력자들과 예수님과 제자들과 회당장만이 남아 있다.
“주님, 그분이 예언을 한 것입니까?”
“그분의 눈이 진리를 본 것이다. 가자.”
그들은 나온다.
“선생님. 사울 노인은 하느님의 영의 신임을 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희가 그분을 만졌으니 깨끗합니까 부정합니까?”
“부정하다.”
“선생님은요?”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부정하다. 나는 율법을 바꾸지 않는다. 율법은 법률이니 이스라엘 사람은 그것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부정하게 되었으니, 셋째 날과 일곱째 날 사이에 깨끗해지는 예식을 행하자. 그때까지는 우리가 부정하다. 유다야, 네 어머니에게로 돌아가지 않겠다. 어머니 집에 부정을 가져가지 않겠다. 네가 보낼 수 있는 사람을 보내서 어머니께 알려드려라. 이 도시에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가자.”
–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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