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책 23권
39.
사람들 가운데에서 생명의 중심인 하느님 뜻.
육신의 중심은 심장, 영혼의 중심은 생각이다
1928년 2월 25일
1 "하느님의 피앗’ 안을 나는 듯 돌아다니는 내 순례의 연속. 그러나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 — 그 모든 것은 이제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무엇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더 이상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으면, 나는 늘 하찮은 무식자로 남는다. 그분 없이는 더 나아갈 수가 없다. 단 하나의 글자도 생각나지 않거나 말 한 마디 할 수도 없어지는 것이다.
2 그러니 나는 오로지 하느님의 의지만으로 만족해야 하고, 그 거룩하신 의지만으로 사는 것에 익숙해저야 한다. 사실, 이 의지는 결코 나를 떠나시지 않는다. 더구나 떠나실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이 의지가 나의 안팎에, 나의 행위들 하나하나 안에 그 무한한 빛과 함께 현존하시면서 당신 자신을, 곧 생명을 주시기 때문이다.
3 따라서 이 의지가 보이지 않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하느님 의지의 빛이, 그 생명이, 스스로를 사람들에게 내주시는 데에 있어서 최고가 아닌 장소나 공간은 하늘에도 땅에도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4 나는 그 거룩하신 뜻과 함께 있다. 이 뜻은 나를 떠나실 수 없고 나도 이 뜻을 떠날 수 없다. 우리는 서로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 예수님은 내게서 잠시라도 떠나 계실 수 있지만 (곧 그분의 현존을 거두실 수 있지만) 거룩하신 뜻은 그러실 수 없다. 내가 이 뜻을 내 행위들의 첫 행위로 삼지 않으면, 그자신의 행위와 빛과 생명이 내 행위 안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고통과 슬픔에 잠기시는 것이다.
5 '오! 하느님의 뜻이시여, 당신은 얼마나 흠숭할 만하고, 사랑스러우시며, 이길 자가 아무도 없는 분이신지! 저는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점점 더 당신을 이해하며 사랑하게 됩니다.‘
6 하지만 내 정신이 그 ‘피앗’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기동하시며 이르셨다. “딸아, 내 뜻은 생명의 중심으로서 피조물 가운데에 있다.
7 마찬가지로, 사람의 심장은 그 육신의 왕이라고 일컬어질 수 있다. 심장이 고동치면 머리가 생각하고 입이 말하고 손이 활동하고 발이 걸음을 옮기지만, 심장이 고동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돌연 끝나 버린다. 왕이 없어진 것이니, 이는 사람의 생각과 말과 가능한 모든 행위에 생명을 주며 다스릴 존재가 없어졌음을 뜻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생각은 영혼의 왕이요, 영혼이 활동하고 생활하며 그의 통치 체제를 유지하는 중심 거처이며 왕좌이다.
8 그런데 육신이 만일 심장 고동을 억누르려고 한다면, 그리하며 말하고 생각하고 하는 등의 활동을 왕 없이 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인성이 그의 모든 행위를 죽음에 처하게 할 것이고, 따라서 사람 자신이 자살하는 격이 될 것이다. 또 영혼이 생각을 질식시키려고 한다면 그 자신이 활동을 펼칠터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고, 결국 나라도 백성도 없는 왕같이 될 것이다.
9 나의 거룩한 뜻은, 인간 생명에 있어서 왕인 심장과 같이, 또 영혼의 왕인 생각과 같이, 각 피조물 안에 있다. 내 뜻이 생명의 중심으로 있다. 내 뜻이 그 끊임없고 영구적인 고동으로 뛰고 있으면, 사람도 생각과 심장 고동과 말과 걸음과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10 그러나 사람들은 내 거룩한 뜻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뜻의 숨줄을 끊기도 한다. 이 뜻의 빛과 거룩함과 평화와 올곧은 활동 및 의롭고 거룩한 말을 질식시키려고 드는 것이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마침내 자기네 영혼의 자멸을 초래할 정도로 자주 내 뜻을 질식시키곤 한다.
11 내 뜻이 이 지상에서 그렇게 나라도 백성도 없는 왕처럼 있으니, 사람들은 왕도 하느님의 생명도 통치 체제도 없는 것처럼 살고 있다. 그들의 인성에 심장 박동이라는 왕이 사라졌고, 그들의 영혼에 생각이라는 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뜻은 그 무한성으로 인해 만인과 만물을 싸안고 있으면서도 이 뜻의 생명과 능력과 체제를 받아들이는 이가 하나도 없는 까닭에, 그 내부로부터 숨통이 막힌 듯한 상태로 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2 하지만 내 뜻은 지상에도 자기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를, 충실하고도 선택된 백성을 얻기를 원한다. 그러기에 비록 알려지지 않은 채 숨통이 막힌 듯한 상태로 피조물 가운데서 살고 있어도, 멈추지도 천상으로 떠나지도 않는다. 그 자신을 알리기 위하여 끝까지 그들 가운데에 남아 있는 것이다.
13 과연 내 뜻은 자기가 베풀려고 하는 선이 무엇인지 모든 이가 알게 되기를 원한다. 그 선은 곧 내 뜻의 거룩한 법과, 불패의 사랑과 심장 박동이고, 이 심장 박동이 뛰게 하는 빛, 성덕, 사랑, 은혜, 평화, 행복이다, 그런즉 내 뜻이 자기 나라의 자녀들을 이토록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14 내 뜻의 생명과 지식들이 네 안에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니, 하느님의 뜻이 의미하는 바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는 즐겨 내 뜻 안에, 숨어 있곤 한다. 내 뜻이 네 안에서 살며 활동하기에 충분한 터를 마련해 주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