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책 23권
25
1927년 12월 25일
갓난아기 예수님의 눈길을 사로잡은 두 존재.
만물 안에 당신 뜻을 원료로 넣어 두신 하느님.
1 지극히 높으신 의지 안에 온통 잠겨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다정하신 예수님을 완전히 상실한 듯해서 여간 괴롭지 않았다. 오! 변변찮은 내 영혼이 얼마나 조각조각 찢어지는 것 같았는지!
게다가 이는 너무도 무자비하고 가차 없는 고통이었다. 홀로 이 잔혹한 상처를 낫게 하실 수 있는 분이 멀리 떨어져 계신데다, 그분에 대한 사랑으로 이처럼 호된 고통을 겪고 있는 자에 대하여 별로 관심도 없어 보이시기 때문이었다.
2 하지만 고통에 잠겨 있는 동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랑하올 엄마의 태 안에서 나오시어 엄마의 팔 안에 뛰어들 듯 냅다 안기신 순간이 생각났다.
오! 나도 두 팔로 감미로운 (사랑의) 사슬을 만들어, 다시는 나를 떠나시지 않도록 그분을 부둥켜안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던지!
3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 마음이 나 자신의 바깥에 나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온통 빛에 휩싸인 천상 엄마와 같은 빛 속에 녹아드신 아기 예수님이 엄마의 팔에 안겨 계신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아주 잠깐이었을 뿐 그 모습은 곧 사라졌고, 나는 그 전보다 더 괴로운 마음으로 남아 있었다.
4 좀 뒤에 그분께서 돌아오시어 그 조그마한 두 손으로 내 목 언저리를 감아 안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는 모태에서 나오자마자 내 엄마를 뚫어지게 보았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분 안에 내 거룩한 뜻의 황홀한 힘과 내 피앗의 감미롭고 매력적인 아름다움과 더없이 찬란한 빛이 있었고, 이 빛이 내 눈동자를 덮으면서 나로 하여금 바로 나 자신의 생명을 소유하신 그분을 계속 응시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엄마가 나의 생명을 소유하신 것은 내 피앗의 힘에 의해서였다.
5 나는 나의 생명이 그분 안에도 동시에 공존하는 것을 보며 황홀감에 잠겼고, 그러기에 이 천상 여왕에게서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 게다가 나의 거룩한 힘도 나로 하여금 그분을 응시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6 그리고 나는 내 뜻을 이루며 소유할 또 한 사람도 응시하였다. 구원 사업과 내 거룩한 뜻의 나라 사업은 서로 연결된 두 개의 고리여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인즉, 준비하면서 (필요한) 고통을 받으며 활동하는 것이 구원 사업이라면, ‘피앗의 나라’는 완성하며 소유하는 것이기에 둘 다 더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이다.
7 따라서 내 눈길은 이 일과 저 일을 맡아 하도록 선택된 그 두 사람에게 쏠려 있었다. 그들 안에 내 눈동자를 황홀하게 하는 나 자신의 뜻이 있기 때문이었다.
8 그런데 너는 왜 두려워하느냐? 네 예수의 눈이 항상 너를 보며 지키고 보호하고 있지 않느냐? 나의 주시(注視)를 받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네가 안다면, 다시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9 그 뒤 하느님의 뜻에 대한 생각이 내 안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을 때,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우리의 신성은 창조 사업을 하면서 만물 안에 우리의 뜻을 원료로 놓아, 만물이 그 형태와 견고함, 질서와 아름다움을 지니게 하였다.
10 그리고 영혼이 이 원료, 곧 내 뜻으로 행하는 모든 것은 내 뜻으로부터 질서 정연하고 견고하며 아름다운 작품들의 형태를 받고, 그 하나하나의 작품 속에는 ‘거룩한 피앗’의 생명이 날인되어 있다. 내 뜻의 원료 속에는 생명이 흘러들기 때문이다.
11 반면에 내 뜻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이 뜻을 자기 작품들의 원료로 삼지 못한다. 그러니 많은 것들을 할 수는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온통 뒤죽박죽이고 형태도 아름다움도 없이 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그 자신도 도무지 갈피를 못 잡을 지경이 된다.
12 그것은 어떤 사람이 물도 없이 빵을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 밀가루는 많이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물이 없으니 빵을 이룰 생명력이 없는 것이다. 또 집을 짓기 위한 석재(石材)는 많이 가지고 있으나 그 돌들을 붙여 굳힐 석회가 없는 사람에 비길 수도 있다. 그런 이는 마구 뒤섞여 있는 돌들은 가지고 있어도 결코 완성된 집을 가지지는 못한다.
13 내 뜻이라는 원료 없이 지어진 작품들은 모두 그와 같다. 공간만 차지할 뿐더러 성가심과 불쾌감을 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좋은 점이 있다고 해도 하찮고 표면적인 것이어서 누가 살짝 손만 대어도 무너질 정도로 취약하다. 실속 없이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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