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책 23권
27
1928년 1월 6일
창조됨과 동시에 하느님 뜻의 작은 거처들이 된,
하느님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집중된 존재인 인간.
그분 뜻을 실행하지 않는 것이 최대의 죄악인 까닭.
1 하느님의 거룩하신 의지 안에 나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고 있어선지 이 의지의 빛이 어디서나 나를 덮어 싸고 있었다. 그 모든 업적들 안을 순례하고 있는데,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내 뜻은 무한하다. 내 뜻이 사람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자, 그들은 내 뜻 안에 지어진 그 수만큼의 작은 거처들처럼 이 뜻 안에 남아 있었다. 그러니 내 의지는 당연한 권리로 그 작은 거처들 하나하나 안에 통치 체제를 갖추고 내 의지의 생명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3 그러나 내 의지가 자애롭고 너그럽게, 필요한 공간과 일체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주어, 내 의지 안에 그 작은 거처들을 만들게 했던 것과는 반대로, 그들은 배은망덕하기 그지없게도 내 거룩한 의지에게 그들 안에 거처할 권리를 내주려고 하지 않았다.
4 내 의지는 따라서 사람들의 수만큼 만들게 한 그 숱한 거처들에도 불구하고, 거처할 곳 없이 지내야 하는 고통에 잠겨 있다. 사람들이 내 의지가 자기들 안에 들어와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까닭이다.
5 어떤 사람이 바다나 태양 빛 속에 수많은 거처를 만들고자 했다고 하자. 바다나 태양은 그 사람에게 그 거처들을 만들기 위한 공간을 주었는데, 정작 그 거처들은 바닷물이나 햇빛이 자기들 속에서 최고권을 누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즉, 자기들 속에서 기거하며 통치 체제의 첫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6 만약 물이나 햇빛도 이성이 있다면,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바다는 그 거처들을 스스로의 파도들로 뒤덮으며 치고 무너뜨려 결국 바다 자신의 한복판에 매장할 것이고, 햇빛은 그 열로 그 거처들을 태워 없앨 것이다. 햇빛 자신이 들어가는 것을 거절한, 부당하고도 배은망덕한 거처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바다도 태양도 생명을 줄 수는 없고, 다만 공간만을 줄 수 있을 뿐이다.
7 내 뜻은 그와 반대로 사람들의 그 거처들 안에 생명과 내 뜻 안의 공간을 함께 주었다. 왜냐하면 내 뜻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한 군데도 없고, 내 뜻에서 나오지 않는 생명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자기들 안에서 다스리지 못하게 하는 자들로 인한 내 뜻의 고통은 셀 수도 잴 수도 없을 정도로 무한한 것이다.
8 이 생명들이 바로 그들의 심장 박동을 이루며 내 뜻 안에서 고동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그들은 내 뜻에 속해 있건만, 내 뜻이 생판 모르는 남처럼 밖에 머물러 있어야 하니, 이는 내 뜻의 다스림을 받기를 원치 않는 자들에게서 오는 모욕이며 극악한 만행이다. 이 때문에 징역을 살거나 사형 선고를 받아도 싼 것이다.
9 딸아, 내 뜻을 실행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눈에는 대수롭지 않은 무엇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큰 악이며 너무나 끔찍한 배은망덕이어서 이와 유사한 죄악은 숫제 없을 정도다.”
10 나중에 ‘거룩하신 피앗’ 안에서 나의 순례를 계속한 끝에,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지점에 다다랐는데, ‘그분께서 사람을 창조하시면서, 다른 모든 것과는 달리, 그토록 기뻐하신 까닭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11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마음속에서 기척을 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우리는 매우 질서 있고 조화롭게 모든 조물을 창조하고 우리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주었지만, 그들에게서는 아무것도 받을 수 없었다.
12 하지만 사람을 창조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주는 한편, 사람이 우리의 선물을 그 자신의 재산으로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능력도 주었다.
그렇게 우리가 언제나 줄 수 있게 하면서 사람과 우리 사이에 경쟁이 일어나게 하였으니, 우리는 주고 사람은 받고, 받으면서 우리에게 주고, 우리는 그에게 더욱더 넘치도록 풍성하게 주고 하는 식의 경쟁이었다.
13 이 주고 받는 것과 받고 주는 것이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에 축제와 놀이와 기쁨과 대화를 열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피조물의 작음이 높디높은 우리의 지고함과 함께 축제를 경축하고 즐거운 놀이를 하며 기뻐하고 우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사람을 창조한 순간과 같은 즐거움과 집중적인 사랑을 느꼈다.
너무나 큰 즐거움과 사랑을 느꼈으므로, 사람 창조에 비하면 다른 모든 조물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14 그래도 그 모든 조물이 아름답게 보이고 우리의 활동에 합당하게 보이는 것은, 또 우리의 사랑이 그 모든 조물 안을 흐르고 있는 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어 우리가 사람에게 풍성한 선물을 주게 하고, 그리하여 사람에게서 모든 조물의 사랑의 보답을 기대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15 따라서 우리의 모든 기쁨과 영광은 사람 안에 집중되어 있었다. 우리는 사람을 창조하면서 사람과 우리 사이에 지성의 일치, 빛의 일치, 말의 일치, 활동과 발걸음의 일치를 넣어 두었고, 마음 안에는 사랑의 일치를 넣어 두었다.
일치를 이루는 수많은 전깃줄 같은 것이 우리에게서 사람 속으로 연결되어, 이를 통하여 우리는 그에게 내려가고 그는 우리에게 올라왔던 것이다.
16 이런 이유로 우리는 사람을 창조하면서 그리도 크게 기뻐하였다. 사람이 우리의 뜻에서 물러감으로써 우리에게 끼친 고통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으니, 사람이 저 모든 일치의 줄을 끊어버리고, 우리의 축제를 우리에게도 사람에게도 고통이 되게 하고, 우리의 지고한 계획을 파괴하고, 사람 안에 창조해 둔 우리의 모상을 흉하게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17 사실, 우리의 거룩한 뜻만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일치와 함께, 우리의 작품을 아름답게 유지할 힘이 있다. 사람이 우리의 뜻을 치워 버리면 모든 피조물 가운데에서 가장 천하고 불쾌한 존재가 된다.
18 그런즉, 딸아, 너의 모든 감각 능력이 우리와 일치를 이루기를 원한다면, 절대 내 뜻 바깥으로 나가지 마라. 또 네 창조주에게서 언제나 (선물을) 받으며 축제를 열기를 원한다면, 오직 내 뜻만이 너의 생명, 너의 전부가 되게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