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책 23권
14
1927년 11월 10일
홀로 예수님과 단둘이 지내는 영혼의 경지.
그런 이와 함께 있을 때의 예수님의 즐거움.
모든 피조물의 사이의 질서와 조화.
만물의 첫째 모범과 둘째 및 셋째 모범.
1 ‘영원하신 피앗’ 안에 온 존재를 맡기고 다른 이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홀로 있는 느낌이었다. 홀로 오직 예수님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선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홀로 있다. 하느님 뜻의 거대한 바다만이 내 안에 흘러들고 있을 뿐이다. 다른 아무것도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님 자신도 훌쩍 달아나시어 이 뜻의 끝없는 빛 속에 숨어 계신다.
2 잠시 모습을 보여 주신다고 해도 거룩하신 의지의 태양에서 그분 위에 쏟아져 내리는 빛살들 때문에 너무나 약한 나의 시력은 무력해져 그분을 놓치고 만다.
그래서 나는 내 생명이신 예수님께서 그 빛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시거나 그 빛의 밝기를 줄이시기를, 그리하여 내가 다시 그분을 찾아낼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
3 그러면서 그 빛을 두고 투덜거린다. 내 시력을 흐리게 하여 이 가련한 영혼의 생명이신 분을 못 뵙게 하니 말이다. 오, 이 ‘복된 피앗’의 빛이 이처럼 휘황찬란하지 않다면, 내 다정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즐길 수 있으련마는!
그분의 거룩하신 손길과 생기를 주시는 숨결이, 또는 입맞춤을 주시는 입술이 종종 느껴지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복된 피앗의 빛이 이루는 그늘로 하여 그분을 뵐 수 없는 것이다.
4 - 오!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이시여, 당신은 정녕 너무나 강건하고 강력하십니다! 사랑하올 예수님을 저에게서 감추실 정도이시니!’
5 그런저런 말을 중얼중얼하고 있었는데, 내 지극히 높은 선이신 예수님께서 그 휘황찬란한 빛 안에서 나오시어 모습을 보여 주셨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이르셨다.
“딸아, 너는 나하고 단둘이 있고, 나는 너하고 단둘이 있다. 네가 나하고만 있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네 안에 집중시키고 있다.
6 사실 네가 나하고만 있기 때문에 내가 너를 나 자신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그러니까 너에게는 내가 자리 잡지 않은 부위가 한 군데도 없다. 네가 나 자신으로 변화되었다. 특별한 은총이 본래 있었던 것처럼 네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7 영혼이 오직 나하고만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로이 활동하고, 그를 독차지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러니 내 사랑으로 인해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집을 지어 주거나 여러 가지 사랑의 방책을 동원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그런 광경을 보고 소문을 들으면, ‘오직 예수님만이 이처럼 놀랍고 독창적이고 엄청난 방식으로 사랑하는 법을 아시고 또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 하고 말할 것이다.
8 오직 나하고만 사는 사람에게 나는, 한 가지 식물에만 자신의 모든 빛을 집중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할 태양처럼 행동한다. 그 식물은 그러므로, 각기 타고난 성질에 따라 하나의 효과를 누리는 여느 식물들과 달리, 태양의 온 생명을 자신 안에 받아들이며 그 모든 효과를 누릴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한다. 그 사람 안에 나의 온 생명을 집중시키기에 그로 하여금 나의 모든 것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9 반면에 나하고만 있지 않는 사람은, 내가 내 생명을 집중시킬 수 없기 때문에, 빛이 없다. 그런 사람은 어둠의 무게를 내적으로 실감한다. 또 관심을 쏟는 것의 수와 같은 수로 존재가 갈라진 형국이 된다.
10 그러므로 땅에 애착을 느끼면 그가 땅과 둘로 갈라지고, 사람들, 오락 거리들 및 재물에 집착하면, 그 자신이 조각조각 쪼개진 느낌을 받는다. 그것도 한 조각은 왼쪽 옆구리에서, 다른 조각은 오른쪽 옆구리에서 잘려 나간 살점같이 느껴진다.
그러니 이 가련한 사람은 불안과 공포와 쓰디쓴 환멸 가운데에서 살아간다. 오직 나하고 사는 사람만 이와 정반대인 것이다.”
11 나중에 나는 거룩하신 의지 안의 순례를 계속하다가 에덴 동산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창조주께서 전능하신 숨으로 내 첫 조상 아담의 몸에 생명을 불어넣으신 일을 찬미하며 그분께 영광을 드리고 있노라니,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나오시며 이르셨다.
12 딸아, 사람은 참으로 큰 질서와 조화로 지음을 받았다! 우리가 아담을 모든 피조물의 왕으로 지어내었으니 그는 왕으로서 만물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피앗’을 배척하지 않고 이 피앗의 일치성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평생토록 모든 피조물을 그의 행위들로 가득 채웠을 것이다.
왕이며 주인으로서 각 조물로 하여금 자기 행동의 작용을 받게 하며 그 빛에 싸여 있게 할 권리가 있었으니, 그의 행동이 곧 태양이었고, 갈수록 더 빛나는 태양들이었기 때문이다.
13 아담은 그러므로 창조된 만물에게 영예의 관을 씌워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만일 자기의 모든 영토를 알지 못했다면, 그리고 우리의 지음을 받은 모든 조물 안에 자기의 행위들을 넣을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진정한 왕이 아니었을 것이다.
14 어떤 사람이 땅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는 지주로서 그 토지 안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닐거나 꽃나무와 다른 초목을 심거나 원하는 대로 무엇이나 할 권리가 있다. 아담도 우리의 ‘거룩한 피앗’의 능력으로 원하는 대로 무엇이나 할 수 있었고, 모든 조물 안에 동시에 공존하기도 하였다.
15 따라서 그가 말을 하면, 그리고 사랑하고 흠숭하고 활동하면, 그의 목소리가 모든 조물 사이에 울려 퍼졌고, 모든 조물이 그의 사랑과 흠숭과 활동에 휩싸였다. 그런고로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든 작품들 안에서 당신 맏아들의 사랑과 흠숭과 활동을 느끼셨다.
16 (그대로 지속되었다면,) 아담의 모든 활동이 그의 모든 후손에게 첫 모범으로서 모든 조물 안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후손은 대대로, 원조 아담이 유산으로 물려준 행위들의 빛을 그들의 행위들 속에 반영시켰을 것이고, 그리하여 모범뿐만 아니라 바로 아담의 행위들 자체도 소유하게 되었을 것이다.
17 그렇게 우리 사랑하는 아들의, 우리 사랑이 낳은 이 귀한 보물의 작품들이 우리의 작품들과 하나로 녹아 있는 것이 보였다면, 우리에게나 그에게나 얼마나 큰 영광이었겠느냐! 그에게나 우리에게나 얼마나 큰 행복이었겠느냐!
18 그러한 것이 우리의 보물인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조물이 창조된 목적이기도 하였다.
이는 아담이 시작은 했으나 다 이루지 못한 목적, 아니 우리의 거룩한 뜻을 배척했기 때문에 - 하지만 우리의 뜻은 그에게 첫 행위 역할을 하면서 그가 자기 창조주의 활동 속에서 활동하게 했을 따름이다. - 고통과 혼란 속에서 그만두고 만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그의 후손 가운데서라도 그 목적을 이루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 아니겠느냐?
19 이 때문에 내가 모든 조물 안에서 움직이는 내 활동 가운데로 너를 불러들였다. 다른 사람들이 내 피앗 안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본받아야 할 모범을 만들려는 것이다.
20 네가 내 거룩한 의지를 너의 것으로 삼고, 태양 빛이 나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며 내 나라를 간청하고 있다고 말하게 하기 위해서, 그 빛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어 하는 것을 볼 때, 내 마음에 얼마나 큰 기쁨이 이는지를 네가 안다면!
21 마찬가지로 너는 재빨리 지나가는 바람, 철썩이는 바닷물, 꽃, 널리 펼쳐진 하늘, 심지어 지저귀는 아주 작은 새 따위 모든 것에 너의 목소리를 주고, 생기를 불어넣고 싶어 한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고 흠숭하며 ‘지고한 피앗의 나라’를 간청하고 있다고 말하게 하려는 것이다.
22 너무나 흐뭇한 나머지 나는 내 소중한 보물(인 사람)의 첫 기쁨, 첫 사랑이 나에게 반복되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모든 것을 접어 두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정해 놓은 길로 모든 것이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다.
23 그러니 주의를 기울여라, 내 딸아. 이는 참으로 위대한 일에 대한 것이니 말이다.
24 네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모든 피조물의 첫째 모범은 지극히 높으신 창조주의 모범이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창조주의 모범 안에서 그분의 모든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아담의 모범이었다. 아담의 모든 후손이 그의 모범 안에서 그들 자신을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담은 내 뜻에서 등을 돌렸으므로 그의 내면에 내 뜻의 일치성이 실종되었고, 자기 창조주의 모상을 제작할 수 있는 화필도 물감도 바탕 재료도 없었다.
25 딱하게도! 그가 그런 능력을 자기에게 준 내 뜻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모상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재료도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었겠느냐?
나의 ‘거룩한 피앗’을 물리치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하는 방법과 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물리친 셈이 아니었느냐?
26 너에게 만약 이 글을 쓸 용지도 펜도 잉크도 없다면 어떻겠느냐? 딱 한 자도 못 쓰지 않겠느냐? 같은 일이 아담에게 일어났으니, 더는 하느님의 모상을 만들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27 셋째 모범은 내 뜻의 나라를 되돌리기로 되어 있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다. (즉,) 너의 모범에 따라 다른 모상들이 다 제작되리니, 너의 임무가 막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 거룩한 뜻의 생명이 너의 모든 행위 안에 흘러들게 하여라. 내 뜻이 너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줄 것이다. 그러면 만사가 다 잘될 것이고, 네 예수는 네가 하느님의 모상들을 잘 완성하도록 너와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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