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책 22권
1-26
예수, 마리아, 요셉 피앗!
1
1927년 6월 1일
모든 기적을 행하는 법을 아시는 예수님.
프란치아 신부의 죽음 ― 그 슬픔과 예수님의 위로.
알게 된 진리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거두는 선익.
1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가 시간적으로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이제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오! 내게 천국으로 날아오를 허락이 주어진다면 더 이상 예수님과 떨어져 있지 않으리니, 나의 몸이라는 이 딱딱하고 어두운 감옥에서 실로 기뻐하며 빠져나갈 것이다!
2 ‘예수님! 예수님! 당신께서는 저를, 수인인 저를, 어찌하여 불쌍히 여기시지 않으십니까? 어떻게 그러실 수 있으십니까? 제가 갇혀 있는 이 캄캄한 감옥에 한 번 오시지도 않은 채 떠나 계시다니요?
오, 예수님, 당신이 계시지 않으니 저의 감옥은 한층 더 고통스럽고 더 스산하며 더 무서운 곳이 되었습니다.
3 당신은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당신의 뜻을 실천하며 남아 있으라고, 그러면 저를 떠나시지 않고 계속 함께 계시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저를 이 감옥에 집어넣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어떻습니까?
4 지금은 만사가 끝났습니다! 당신의 미소를 볼 수 없으니 위로를 받을 수 없고, 당신의 말씀이 들리지 않으니 저의 긴 침묵을 깰 수 없고, 당신과 함께 있지 않으니 저의 고독을 깨뜨릴 수 없습니다.
저는 당신에 의해 홀로 이 감옥에 갇혀 묶여 있습니다. 한데 마침표를 찍듯 당신은 떠나셨습니다. 예수님! 예수님! 이는 제가 당신에게 기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5 그러나 내가 그 통렬한 슬픔을 토로하고 있었을 때, 그분은 나의 내면에서 나오시어, 힘이 쑥 빠진 나를 지탱해 주시려고 부둥켜안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나는 너를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너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너의 예수는 모든 기적을 일으키는 법, 일으킬 수 있는 법을 알고 있다. 나 자신의 뜻과 갈라지는 (것이 기적이라면) 그 기적만은 제외하고 말이다.
6 내 거룩한 뜻이 네 안에 있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떠날 수 있겠느냐? 그런데도 너를 떠난다면 그 나는 생명이 없는 예수일 것이다.
어느 쪽인가 하면, 내 ‘피앗’의 무한성이 나를 감추고 있다. 그래서 네가 내 피앗의 생명을 감지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네 예수를 못 보는 것이다.”
7 그때 나는 매우 큰 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도 부재려니와 존경하는 디 프란치아 신부님의 죽음이라는 뜻밖의 소식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게 남아 있었던 유일한 사람, 내가 마음을 열고 나 자신을 맡기고 있었던 거룩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8 그는 나를 잘 알고 있었고, 하느님의 뜻에 관하여 예수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의 의미도 썩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너무나 관심이 많은 나머지 출판하기 위해서 그 모든 기록을 자기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기기도 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러므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9 ‘예수님께서 나의 큰 희생을 무릅쓰고 - 왜냐하면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으니까 - 그 기록들을 가지도록 그에게 허락하셨을 때, 나는 그가 거룩한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에, 오직 그 이유 때문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런데 이제 그를 예수님께서 하늘로 데려가셨다...’
10 나는 이래저래 고통으로 몸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이루어지소서! 이루어지소서! (Fiat! Fiat! Fiat!) 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끝난 그 복된 영혼을 예수님께 맡겼다.
예수님을 위하여 그토록 많은 고통을 받으며 일했던 그 영혼을! 그러는 동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걸음을 옮기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11 “딸아, 용기를 내어라. 내게 매우 소중한 그 영혼이 행했던 모든 것, 그가 내 뜻에 대하여 알았던 모든 지식이 그로 하여금 그만큼 많은 빛을 영혼 안에 품고 있게 하였다.
그가 하나의 지식을 더 받을 때마다 더 큰 빛을 소유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그 하나하나의 지식 안에는 더 아름답고 독특한 빛이 들어 있었고, 그 하나하나의 빛 안에는 독특한 행복의 씨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12 사실, 영혼이 알면서 내적으로 실천에 옮긴 선은, 그 선이 무엇이든지 그의 소유가 된다. 그러나 알게 된 지식을 실천에 옮길 의지가 없으면, 꽃을 만지거나 시원한 물로 얼굴을 한 번 씻은 사람과 같다.
이 행위로 그는 꽃의 향기를 맡거나 물의 시원함은 느끼겠지만, 그 꽃이나 그 물이 나온 원천은 가지고 있지 않기에, 향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시원한 물의 좋았던 기억마저 사라져, 마침내 그가 즐겼던 것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만다. 이와 같이, 알면서 실천에 옮기지 않은 지식은 사라지고 만다.
13 그런데 이 영혼에게는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었다. 또 그 위대한 선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출판하여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기를 바랐다.
그러니 그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동안에는 그의 몸이 담벼락보다 더 완강히 빛을 차단하고 있었지만, 그의 영혼이 몸이라는 감옥에서 빠져나가자마자 이미 소유하고 있었던 빛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14 또 그는 자기 소유의 행복의 씨가 밖으로 드러남에 따라 - 그런데 이 행복의 씨는 하느님의 뜻에 대한 지식의 효과이다. - 참행복의 삶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꼈고, 그리하여 자기 창조주의 영원한 빛 속으로 뛰어들면서 그 자신이 천상 아버지의 나라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그는 여기 하늘에서 내 뜻에 대한 사명을 계속할 것이고, 모든 일을 도와줄 것이다.
15 죽는 순간에 땅에서 빛을 가져오고, 빛과 함께 숱한 행복의 씨를 가져오는 사람과 그것을 단지 자기 창조주에게서 받을 뿐인 사람 사이에는 그 영광과 아름다움과 행복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아 두어라... 그것은 하늘과 땅 사이를 뛰어넘을 만큼 엄청나게 큰 차이다.
16 오! 사람들이 하나의 참된 선, 즉, 하나의 진리를 알고, 이를 그들 자신의 피로 삼아 그들의 삶 속에 흡수하면 크나큰 선익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안다면, 다른 모든 것을 잊고 그 하나의 진리를 알려고 서로 경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내놓을 것이다.”
17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나는 (돌아가신) 신부님의 복된 영혼이 빛에 싸인 채 내 침대 앞쪽 공중에 떠 있는 모습으로 나를 응시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도 그 앞에서 벙어리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덧붙이셨다.
18 “이 사람을 보아라. 얼마나 많이 변화되었느냐! 내 뜻은 빛이다. 그래서 이 영혼을 빛으로 바꾸었다. 내 뜻은 아름답다. 그래서 그에게 모든 색조의 완전한 아름다움을 주었다. 내 뜻은 거룩하다. 그래서 그는 거룩하게 되었다.
내 뜻은 모든 지식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그의 영혼이 신적인 지식에 뒤덮여 있었다. 내 뜻이 그에게 주지 않은 지식이란 없다.
19 오! 내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는다면, 누구든지 만사를 제쳐두고 다른 아무것도 마음 쓰지 않으며 오직 내 뜻을 실천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20 그 후 나는, ‘복되신 예수님은 어째서 디 프란치아 신부님을 위해 기적을 일으키는 일에 동의하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움직이시며 이르셨다.
“딸아, 구원 사업 어디에서도 천상 여왕께서는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셨다. 그분의 신분상 죽은 사람을 되살리거나 병자에게 건강을 돌려주는 일 같은 것이 허용되는 입장이 아니셨기 때문이다.
21 실상 그분의 뜻은 하느님 자신의 뜻이었으므로,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행하시는 것을 그분께서도 원하시고 행하셨다. 그분은 당신의 인간적인 뜻에 생명을 주신 적이 없었으니, 하느님께 기적이나 치유 (능력을) 청할 또 하나의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셨다.
하느님의 뜻에서 기적을 청해 받으려면 그분 자신의 뜻을 써야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결코 원치 않으신 일이었다. 그리하면 인간계의 질서 수준으로 추락함을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22 말하자면 존귀하신 여왕께서는 신적 질서 밖으로는 한걸음도 나가려고 하지 않으셨다.
이 질서 안에 있는 사람은 자기 창조주께서 원하시고 행하시는 것을 원하고 행하기 마련이거니와, 그분은 하느님 뜻의 생명과 빛으로, 당신 창조주께서 원하시며 행하시는 것은 피조물을 위해서도 가장 좋고 가장 완전하며 가장 거룩한 것임을 보실 수 있었기에 더더욱 그리하셨다. 그러니 어떻게 신적 질서의 그 높은 수준에서 추락하실 수 있었겠느냐?
23 이런 이유로 오직 그분만이 모든 기적들을 내포한 큰 기적, 곧 구원 사업이라는 기적을 일으키실 수 있었다. 그 기적은 그분께 생명을 주신 뜻과 같은 뜻이 원하신 것으로서,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선을 가져온 기적이었다.
24 이 위대한 천상 어머니는 그러므로 일생 동안 눈으로 볼 수 있는 기적이나 치유 또는 죽은 이를 되살리는 기적은 행하신 적이 없었지만, 매 순간 매 시간, 날이면 날마다 기적을 일으키셨고 또 일으키신다.
영혼들이 내적 준비를 갖추며 회개하기 시작하면 어머니께서 친히 회개의 은혜를 주시면서, 천상적 피조물인 그분이 일으키기를 하느님께서 원하신 그 큰 기적의 확증으로, 어머니의 아들 예수를 - 예수의 온 존재를 각 사람에게 내어 주시기 때문이다.
25 과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기적은 사람의 뜻이 섞이지 않은 영구적인 기적이다. 이는 결코 마를 줄 모르는 거룩한 원천에서 나오는 기적이고, 이를 받기 위해서는 원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26 그런데 너의 처지는 비할 데 없는 분이신 천상 여왕님의 처지와 거의 비슷하다. 두 처지가 서로 손을 잡고 있다.
너는 ‘지고한 피앗의 나라’를 이루어야 하기에, 내 거룩한 뜻이 원하고 행하는 것만을 원해야 하고, 설사 네가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더라도 너의 뜻이 생명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27 또한 내 엄마가 당신의 예수를 사람들에게 주시는 기적 외에는 다른 어떤 기적도 행하기를 바라지 않으셨던 것과 같이, 거룩한 뜻이 네가 행하기를 바라는 기적도 네가 내 뜻을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요, 내 뜻을 사람들에게 알려 그들을 다스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8 너는 그 기적으로 무엇보다도 큰 기적을 행하는 셈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구원과 성덕과 고귀성을 보안(保安)하고, 내 거룩한 뜻의 다스림을 받지 않은 사실로 인한 신체적 질병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거룩한 뜻도 피조물 가운데에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사람들의 배은망덕이 앗아 간 모든 영광과 영예를 이 뜻에 돌려줄 것이다.
28 이 때문에 나는 네가 그에게 치유 기적을 행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로 하여금 그에게 내 뜻을 알리는 큰 기적을 행하게 하였고, 그리하여 그는 내 뜻을 소유하고 이 세상을 떠났으며, 이제 거룩한 뜻의 빛의 바다에서 즐기고 있다. -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달리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