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Ⅳ
1) 내 영혼의 반(半)이요 내 마음의 특별한 사랑의 보고(寶庫)이며 위대한 여왕이고 영원한 임금님의 어린양의 정배이며 나의 극진히 사랑하는 어머니이고 모든 딸들 중에 특별한 딸이신 아녜스 자매에게,
2) 그리스도의 부당한 종이며 아씨시 성 다미아노 수도원에서 머물고 있는 그분의 시녀들 중에 무익한 시녀인 글라라가 인사를 드리며,
3) 그대가 하느님과 어린양의 옥좌 앞에서 다른 지극히 거룩한 동정녀들과 함께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어린양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 다니시기를(참조 : 묵시 14,4) 기원합니다.
4) 오, 어머니여, 딸이여, 모든 세대의 임금의 정배여, 그대와 나의 마음이 똑같이 원하고 똑같이 바라는 것처럼, 그만큼 자주 편지를 못해 드린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5) 그대에 대한 사랑의 불이 그대의 어머니의 마음속에서 전보다 부드럽게 타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6) 소식을 전해 줄 사람이 없었고 또 길도 너무 험한 것이 바로 장애물이었습니다.
7) 그러나 이제 자매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리스도의 정배요, 지극히 거룩한 또 다른 동정녀인 성녀 아녜스처럼 그대로 이승의 모든 헛됨을 완전히 버리고 세상의 죄를 없애신 흠없는 어린양과 놀랍게도 정혼을 하셨기 때문에,
8) 나는 그대와 더불어 영의 즐거움으로 기뻐 용약하고 있습니다.
9) 진심으로 그리스도께 결합하여 이 거룩한 정혼을 하게 된 사람은 진정 복됩니다.
10) 천상의 복된 모든 군대들이 끊임없이 그 님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있습니다.
11) 님의 사람은 우리의 사랑에 불을 붙입니다. 님에 대한 관상은 우리의 휴식이고,
12) 님의 어지심은 우리의 만족입니다. 님의 감미로움은 우리를 가득 채우고 님에 대한 생각은 부드럽게 빛나고,
13) 님의 향기는 죽은 이들을 살리며, 님을 영화롭게 직접 뵙는 것이 천상 예루살렘의 모든 시민들에게 행복이 될 것입니다.
14) 그리스도는 영원한 영광의 광채요 영원한 빛의 반사이며 티없는 거울이시니,
15) 예수 그리스도의 정배요 오, 왕후이신 자매여, 이 거울을 매일 들여다보시고,
16) 지존하신 임금님의 딸과 지극히 정결한 정배가 단장해야 하는 모든 덕행의 꽃과 의복으로 속속들이 단장하고
17) 여러 가지 보석으로 둘러싸여 그대 안팎으로 꾸미도록 그대 얼굴을 그 거울에 자주 비춰 보십시오.
18)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그 거울 전체에는 복된 가난과 거룩한 겸손과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반사되어 있습니다.
19) 먼저, 거울의 맨 밑에서부터 보시고, 말구유 위에 강보에 싸여 누워 계시는 그 가난을 깊이 바라보십시오.
20) 오, 놀라운 겸손이여! 오, 기막힌 가난이여!
21) 천사들의 임금이시고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분이 구유에 누워 계시다니!
22) 다음으로, 거울의 중간을 보시고 그분께서 인류의 구속(救贖)을 위하여 겪으신 무수한 수고와 고통 그리고 그분께서 지니신 겸손과 함께 복된 가난을 깊이 바라보십시오.
23) 이제 끝으로, 거울의 맨 위를 보시고 십자가 나무 위에서 고통 당하시고 거기에서 가장 수치스런 죽음을 맞이하기를 원하신 그분의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깊이 바라보십시오.
24) 그리스도 자신이신 이 거울께서 십자가 나무 위에 매달려 계실 때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고 이런 것들을 생각하라고 권하셨습니다 :
25) “길가는 나그네들이여, 나를 보시오. 내가 겪는 고생 같은 고생이 어디 또 있겠소”(참조 : 애가 1,12).
26) 따라서 이렇게 외치시고 울고 계신 그분께 한 목소리 한 마음으로 응답합시다 :
"이것을 마음에 새기며, 내 마음 괴로워하겠나이다” (애가 3,20).
27) 오, 천상 임금의 왕후시여, 그대가 이렇게 하신다면 그대 안에 이 사랑의 불이 날로 더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28) 더 나아가 그분의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과 부요와 끝없는 영예를 바라보시고,
29) 마음의 넘치는 갈망과 사랑으로 그것을 그리워하고 그분께 이렇게 외치십시오 :
30) “천상의 신랑이시여, 날 이끌어 님을 뒤따르게 해 주소서. 싱그럽기 그지없는 당신 방향(芳香)으로 줄달음쳐 가리이다”(참조 : 아가 1,3).
31) “당신께서 나를 포도주 방으로 데려 가실 때까지,
32) 그리고 당신께서 왼팔을 나의 머리에 베개 하시고, 오른팔로 이 몸 황홀하게 안아 주실 때까지, 그리고 당신의 입술로 나의 입에 입을 맞출 때까지 힘을 잃지 않고 달려가리이다”(참조 : 아가 2,4-6; 1,1).
33) 자매여, 이런 관상에 빠져 있을 때 이 가련한 어머니를 기억해 주십시오.
34) 그리고 내가 그대를 다른 누구보다도 소중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내 마음의 판에 굳게 새겨 놓았음을 아십시오.
35) 또 무엇을 더 말하겠습니까? 영혼의 혀가 이 모든 것을 말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제 육신의 혀는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 안에서 침묵토록 하겠습니다.
36) 오, 복된 딸이여, 그대에 대하여 내가 지니고 있는 사랑을 육신의 혀는 말로 더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었지만,
이 글에 반쯤은 표현이 되었습니다.
37) 나의 이 말들을 너그러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시고, 사랑의 열기 안에 내가 그대와 그대의 딸들에 대해
매일 느끼는 그 모정(母情)만은 이 글에서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대와 그대의 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나와 나의 딸들을 아무쪼록 기억해 주십시오.
38) 이 나의 딸들 특히 나의 친동생인 지혜로운 동정녀 아녜스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주님 안에서
그대와 그대의 딸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39) 지극히 사랑하는 딸이여, 위대하신 하느님의 영광의 옥좌에서 만날 때까지 그대의 딸들과 함께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40) 그리고 이 편지를 전해 주는 우리의 지극히 사랑하는 형제들, 즉 하느님과 인간들의 사랑을 받는 아마또 형제와 보나구라 형제를 할 수 있는 데까지 이 글로써 그대의 사랑에 맡깁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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