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주님

오직 의지만이 고통의 원천이다 - 시에나의 카타리나 '대화'

Skyblue fiat 2025. 1. 28. 17:06

내가 너에게 말했다시피 오직 의지만이 고통의 원천이다. 그리고 내 종들은 자신의 의지를 벗어 던지고 내 의지를 입었기 때문에 고통 중에서도 불행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은총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영혼 속에서 나를 감지하고 만족해한다. 그들은 나 없이는 온 세상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만족할 수 없다. 창조된 사물들은 인간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너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너희가 그것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따라서 그것은 너희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 너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그런데 이 가련한 영혼들은 미망에 사로잡혀서 언제까지나 수고할 뿐 만족을 모른다. 그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데, 이는 내가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음에도 나에게 그것을 부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그들이 고통당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 바라느냐? 너도 알듯이 사람이 자신과 동일시하는 어떤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 사랑은 늘 고통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영혼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세상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사랑하며, 따라서 실제로는 자신이 곧 세상이 되어버린다. 어떤 이들은 재산을, 어떤 이들은 지위를, 어떤 이들은 자녀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어떤 이들은 자원해서 피조물을 섬기는 종이 됨으로써 나를 잃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지독한 음행으로 자신의 몸을 야만적인 짐승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들은 안정되기를 바라지만 못하고 만다. 사실 그들은 죽음처럼 이런저런 방법으로 세상을 굶주려하고 세상을 먹고 살다 쓰러지거나 내 의지가 그들이 사랑하는 것들을 빼앗아 버리거나 간에 바람처럼 덧없이 지나갈 뿐이다. 그들은 상실함으로써 견딜 수 없는 아픔을 맛본다. 소유에 대한 그들의 사랑이 병적이면 병적일수록 상실로 인한 그들의 비애는 그만큼 커진다. 만일 그들이 이런 물질들을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빌려온 것들로 간주했다면 설사 그것들이 없어졌다 해도 고통을 느끼지 않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들이 고통당하는 이유는 갈망하는 것들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이야기했듯이 세상은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그들은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불안한 양심이 당하는 아픔들은 얼마나 많은가! 복수에 굶주린 자들이 당하는 아픔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자신을 부단하게 갉아대고, 적을 죽이기도 전에 자기 자신을 죽이고 만다. 가장 먼저 죽는 자들은 바로 그들 자신으로, 증오라는 칼을 들고 자신을 살해한다.

탐욕스러운 자가 자신의 궁핍을 스스로 키워감으로써 당해야 하는 고통은 얼마나 크겠는가! 시기하는 자가 자신의 마음을 끝없이 갉아댐으로써 당해야 하는 고문은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그들은 이웃의 행복에서 기쁨을 얻기가 불가능하다. 그들이 육체적으로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가 무익한 두려움을 듬뿍 실은 고통뿐이다. 그들은 악마의 십자가를 걸머진 채 이승에서부터 지옥의 고배를 맛본다. 그들은 스스로 혁신되지 않는 한 갖가지 방법으로 생명을 약화시키고 결국은 영원한 죽음을 선사받는다. 이들은 수많은 가사들, 수많은 근심 걱정들로 상처를 입는다. 그들은 왜곡된 의지로 스스로를 십자가에 못박는다. 그들은 십자가에 달린 영혼과 육신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영혼과 육신으로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지만 자기네 짐을 인내가 아닌 극단적인 불안 속에서 지는 까닭에 아무런 공로도 얻지 못한다. 그들은 왜곡된 사랑으로 세상의 쾌락과 황금을 수중에 넣었다. 그들은 은총의 생명을 잃고 그 어떤 사랑의 충동도 느끼지 못한 채 죽음의 나무가 되었고, 따라서 그들의 행동도 하나같이 죽은 것들이다. 그들은 고통 속에서도 강을 통과하는 여행을 고집하다가 익사하여 죽음의 호수에 당도할 따름이다. 그들은 증오 속에서 악마의 성문을 통과하고 영원한 저주를 선사받는다.

이제 너는 이런 영혼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미혹당하고 얼마나 고통스럽게 지옥길을 여행하는지 보았다. 악마의 순교자들답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눈멀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신앙의 빛이라는 눈동자를 석고처럼 덧씌운 이기적인 사랑의 먹구름이다. 너는 또한 세상의 시련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이든 간에 내 종들을 (사냥개처럼 추적하는 만큼) 육체적으로는 해칠 수 있을망정 영적으로는 해치지 못하는 까닭도 알았다. 그것은 그들의 의지를 내 의지와 합일시키고 나를 위해서 고통을 기쁘게 감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의 종들은 안팎으로 쫓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면에서 특히 심하게 쫓긴다. 그들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 그런가 하면 사랑도 그들이 소유할 수 없는 것을 갖고자 하는 열망을 대동하고 그들을 추적한다. 그 밖에 이 중심적인 두 추적자의 발뒤꿈치를 바짝 뒤쫓는 온갖 번뇌들은 말로 설명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너도 보다시피 의인들의 몫은 이곳 이승에서조차도 죄인들의 그것보다 한결 풍요롭다. 이렇게 해서 너는 이제 죄인들의 여정과 종착지 두 가지를 아주 충분하게 파악한 셈이다.

49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시련을 내리는 것은 그들의 목표가 이승이 아니요 이 세상 사물들은 불완전하고 덧없다는 사실을 알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들의 목표는 바로 나요, 나는 그들이 나를 원하고 또 그런 정신에서 이 같은 사물들을 수용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이제 너에게 이야기하거니와 개중에는 시련 때문에 압박을 느끼면서 바로 그 고통 덕분으로 자기 눈을 뒤덮은 먹구름을 재빨리 걷어내고, 그리하여 눈에 보이는 것이 자기 죄의 결과임을 아는 자들도 있다. 그들은 이런 비굴한 두려움 덕분에 강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전갈이 황금을 가장하여 그들에게 주입했던 독을 토해낸다. 이제까지 그들은 전갈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는 그들을 찔러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마침내 일어나서 몸을 돌려 물가로 향함으로써 다리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단순히 비굴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걷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영원한 생명을 얻자면 집 안에서 사멸할 대죄를 말끔히 씻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에 기초한 성덕으로 집 안을 가득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다음에 그는 양쪽 발을 다리의 첫 계단에 모두 올려놓아야 한다. 내가 너희를 위해 다리로 만들어 준 내 ‘진리'를 사랑하도록 인도하는 이 두 다리는 다름아닌 애정과 염원이다.

나는 그가 자신의 몸으로 계단길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면서 너에게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 일러주던 첫번째 계단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하자면 평범한 계단으로서, 세상의 종들이 고통에 대한 두려움에서 맨 처음 몸을 일으킬 때 올라서는 자리다. 그들은 세상을 싫어하기 시작하는데, 이유는 세상의 시련들이 때때로 그들을 싫증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려움이 신앙으로고화될 수만 있다면 그들은 성덕에 대한 사랑 쪽으로 전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지나치게 느긋하게 걷다가 쉽사리 뒤돌아서기도 한다. 그들이 물가로 나온 다음에 바람이 일면서 이 암울한 삶이라는 폭풍바다의 파도가 그들을 연방 후려치기 때문이다.

만일 그 바람이 영화(榮華)의 바람이고 그들이 자신의 태만 때문에 아직도 성덕에 대한 사랑과 염원을 안고 첫 번째 계단에 올라서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리석은 기쁨 속에서 쾌락으로 얼굴을 돌려버린다.

만일 그 바람이 역경의 바람이라면 그들은, 자기네 죄를 미워하되 내가 그로 인해 모욕을 당했기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반드시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 징벌이 두려워서 그러했던 까닭에, 초조한 나머지 돌아서 버린다. 사실 그들은 그런 종류의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더러운 것들을 떨쳐내고 일어섰던 것이다. 그러나 귀중한 것은 무엇이든 끈기를 요구하는 법인데, 그들은 끈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까닭에 결국은 염원하는 목표를 발견하지 못하고 출발하면서 지향했던 목적지에 결코 도달할 수 없게 된다. 끈기가 없으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너희의 염원이 실현되는 것을 보고자 한다면 필수적으로 끈기를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내가 너에게 이야기했다시피 이런 영혼들은 그들에게 영향력을 갖는 서로 다른 세력들 때문에 돌아서곤 한다. 그들의 이기적인 육정이 영에 대항하여 싸움질을 하고 있을 때라면, 이 세력은 그들 자신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세력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롯될 수 있으니, 그들이 왜곡된 사랑 때문에 나를 멀리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겐 상처를 입지 않을까 두려워 돌아서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아니면 온갖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마귀들이 이 세력이 될 수도 있다. 마귀들은 때로 실망을 이용하여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며 말한다. “네가 착수한 이 좋은 일이라는 것도 너의 죄와 단점들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지 않느냐.” 마귀들은 이렇게 해서 다시 돌아서게 만들고 이미 시작한 약간의 노력마저도 팽개치게 한다. 그런가 하면 그들은 이 영혼들이 내 자비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자만의 기회로 활용하여 속삭이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네 자신을 소모시킬 필요가 있느냐? 현세의 삶을 누려라. 그리고 마지막에 네 잘못을 인정하고 자비를 얻으면 되지 않느냐?” 그들에게 옳은 길로 들어서도록 만든 두려움을 악마는 이런 식으로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저런 갖가지 이유로 해서 다시 돌아서고, 절개나 끈기로 버티어 내지 못한다. 그들에게 이런 모든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이기심의 뿌리가 제대로 뽑혀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끈기 있게 노력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내 자비와 희망을 올바른 자세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고 뻔뻔스런 자세로 수용한다. 뻔뻔스러운지라 내 자비를 믿으면서도 부단히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나는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악용하라고 내 자비를 내린 적이 없다. 다만 사람들이 이것을 이용하여 악마의 악의와 난폭한 정신적 혼란에서 스스로를 지키도록 하기 위해 내려준 것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주 정반대로 행동하여, 내 자비를 나를 공격하는 무기로 이용하곤 한다. 그들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수한 시련의 가시들과 사멸할 대죄의 비참한 참상으로 인한 상처와 징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분발하여 몸을 일으켰던, 그 최초의 회심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국 변화하지 못함으로써 성덕을 사랑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따라서 끈기 있게 버텨낼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영혼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전진하지 않으면 돌아서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만일 이런 영혼이 성덕에 매진하지 않으면, 두려움의 결함을 벗어던지고 사랑으로 일어서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돌아서게 된다는 것이다.

50

그러자 그 영혼은 열망으로 달아올랐다. 그녀는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의 결함을 깊이 생각해 보았다. 하느님의 선이 얼마나 큰가를 익히 알았던 그녀는 피조물들의 이 같은 무분별을 보고 들으니 몹시 슬펐다. 그분은 사람들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든 간에 현세에는 그들의 구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기 마련이라고 규정한 바가 없고, 오히려 모든 것이 성덕을 실천하고 증거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되어 있다고 확언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기심과 왜곡된 사랑 때문에 여전히 저 아래 물길을 고집했으니, 만일 그들이 회심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영원히 저주받게 될 것이 너무도 자명했다. 게다가 회심을 시작한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또 다시 돌아서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 그분께서 온유한 자비로 당신의 몸을 굽히시고 그녀에게 실상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로 인해 몹시 슬퍼졌고, 그래서 마음의 눈을 영원하신 아버지께 고정시키고 말씀드렸다.

“오, 측량할 길 없는 사랑이시여! 당신의 조물들은 실로 엄청나게 미혹당하고 있나이다! 아무쪼록 당신 외아들의 몸으로 표상되는 세 계단을 당신 선에 기쁨이 된다면 좀 더 선명하게 설명해 주소서. 사람들이 홍수를 안전하게 피하고 당신 '진리'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시고, 이 계단을 오르는 이들은 누구인지 가르쳐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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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거룩하신 '선'께서는 당신 자비의 눈길로 이 영혼의 애타는 염원을 굽어살피시고 말씀하셨다.

“지극히 사랑하는 내 딸아, 나는 염원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거룩한 열망에는 응답하는 이다. 그러니 네가 청하는 바를 알려주겠다.

너는 세 계단의 심상을 설명해 주고 또 사람들이 강물에서 벗어나 다리로 오르자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 달라고 청하였다. 나는 너에게 일찍이 사람들이 빠져드는 미혹과 무분별을 설명했고, 그들이 어떻게 해서 이승에서조차 지옥의 고배를 맛보고 이어 악마의 순교자들처럼 영원한 저주를 거두어들이는지 이야기했다. 나는 그들의 사악한 행실에서 추수하는 열매가 무엇인지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너의 염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나는 이제부터 이 점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하겠다.

너도 알다시피 모든 악은 이기적인 사랑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 사랑은 이성의 빛을 지워 없애는 먹구름이다. 신앙의 빛은 이성을 통해서 지탱되며, 이 중 하나를 잃으면 다른 것도 아울러 잃을 수밖에 없다.

나는 영혼을 내 모상에 따라 만들었고 그녀에게 기억과 오성과 의지를 부여했다. 오성은 영혼에게 가장 고귀한 특성이다. 이것은 애정으로 움직이고 반대로 애정을 부양하기도 한다. 애정은 사랑의 손이요, 이 손은 나에 대한 생각과 내가 내린 축복들로 기억을 채운다. 그리고 이 같은 기억은 냉담하기보다 관심을 쏟으며 은혜를 잊기보다 감사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각자의 힘은 서로에게 손을 빌려주고, 그리하여 영혼을 은총의 생명으로 부양하는 것이다.

 

영혼은 사랑 없이는 살지 못한다. 그녀는 사랑을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나도 사랑으로 그녀를 창조한 만큼 늘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내가 오성을 움직이는 것은 애정이라고 말한 까닭도 여기에 있는데, 이는 이를테면 “내가 먹고 사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에 나는 사랑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같다. 오성은 애정으로 인해서 깨어났다고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만일 네가 사랑하고자 한다면, 나는 너에게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주리라.” 그리고 당장 영혼의 존엄성과 그녀가 자초한 참상을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자기 존재의 존엄성을 통해서 내가 그녀를 창조했던 바로 그 영원한 사랑과 측량할 길 없는 선을 맛본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비참함을 대하면서 내 자비를 발견하고 맛보는 데, 이유는 내가 자비심에서 시간을 빌려주고 그녀를 암흑에서 끌어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애정은 사랑에서 자양분을 얻어서 그의 입에 해당하는 거룩한 염원을 열고, 그의 이기적인 육정에 대한 경멸과 증오를, 바로 이 거룩한 증오에서 이끌어 낸, 참된 겸손과 완전한 인내라는 기름으로 양념하여 먹어치운다. 성덕들이 배태된 다음에 완전하게 태어나거나 불완전하게 태어나는 것은 그 영혼이 자기 안에서 완덕을 어떻게 단련했는가에 따라 좌우되는데, 여기에 관해서는 추후에 계속 이야기해 주겠다.

그런가 하면 육정적인 애정으로 육정적인 사물을 사랑하고 싶어할 경우 오성의 눈은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리하여 이기적인 사랑으로 덧없이 지나가는 것들만을 목표로 삼고, 성덕을 경멸하며, 그 같은 교만과 불안에서 유래하는 악덕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기억은 애정이 손을 뻗어 붙드는 것들만으로 채워진다.

이 사랑은 눈을 부시게 만들어 그런 물건들의 반짝거림 외에는 무엇 하나 바라보지도 식별하지도 못한다. 오성이 바라보는 것은 이러한 반짝거림이요, 애정 또한 그 광채가 선함과 아름다움에서 나오는 것인 양 이런 물건들을 모조리 사랑한다. 이 반짝거림이 없다면 사람들은 죄를 범하지 않을 것인즉, 영혼은 그 본성상 선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갈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덕은 그녀에게 선익한 어떤 것으로 가장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그 영혼은 죄를 범하게 된다. 그녀의 눈은 무분별함 때문에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며 진리를 알지도 못한다. 따라서 그녀는 선하고 아름다운 것을 도무지 발견할 수 없는 곳에서 찾아 헤매는 것이다.

내가 이미 너에게 이야기했다시피, 세상의 쾌락들은 모두가 독가시들이다. 오성은 속아서 이들을 주시하고, 의지는 (사랑해서는 안 될 것을 사랑하고 있는 까닭에) 이들을 사랑하며, 기억은 이들을 꽉 붙잡는다. 오성은 다른 누군가를 강탈하는 도둑처럼 행동하고, 따라서 기억은 나와 무관한 것들에 대한 생각에 끊임없이 골몰하며, 그러는 사이에 영혼은 은총을 박탈당하고 만다.

영혼의 이 세 가지 힘이 이렇듯이 합일되고 있는 만큼, 셋이 모두 나를 거역하지 않는 한 어느 하나가 나를 거역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들은 선이든 악이든 간에 자유로이 선택하는 데 서로 협동한다. 이 자유로운 선택은 애정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이것은 이성의 빛에 따르든 비이성적으로 따르든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움직인다. 네 이성은 왜곡된 사랑으로 너와 나를 차단시키지 않는 한 나에게 순종한다. 그리고 너에게는 언제나 영에 대항하여 싸움질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