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2권 공생활 첫해

하사시 2권 p204~212 [77. 헤브론에 가시다. 즈카르야의 집. 아글라에]

Skyblue fiat 2024. 12. 15. 23:52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2권 공생활 첫해 p204~p212
 

※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나눕니다

 

 

77. 헤브론에 가시다. 즈카르야의 집. 아글라에

1945. 1. 13.

“우리는 몇 시쯤 도착할까요?”
강둑의 풀을 뜯어먹으며 가는 양떼를 뒤따라가는 일행의 한가운데에서 걸어가고 계시는 예수께서 물으신다.

“3시(오전 9시)쯤에요. 여기서 거의 10마일 가량 됩니다.” 엘리야가 대답한다.

“우리는 그 다음에 가리옷으로 갈 겁니까?”
유다가 묻는다.

“그렇다. 우리는 그리로 갈 것이다.”

“유타에서 가리옷으로 가는 편이 더 가깝지 않습니까?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을 텐데요. 그렇지요, 목자 양반?”

“대강 2마일쯤 더 멉니다.”

“공연히 이 길을 택해서 우리는 20마일 이상을 헛걸음하는 셈입니다.”

“유다야, 너는 왜 그렇게 염려하느냐?”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 저는 염려하지 않습니다만, 당신께서는 제 집에 오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나는 네 집에 갈 것이다. 나는 항상 약속을 지킨다.”

“저는 제 어머니께 알리려고 전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사람은 자기의 영혼으로 죽은 사람들 가까이로 갈 수 있다고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유다야, 생각해보아라. 너는 아직 나로 인하여 고통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30년 동안 고통당해오면서도 결코 나를 배반하지 않았고, 나에 대한 추억도 저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도… 충실하게 남아 있었다. 그들은 나를 울음과 엄마 젖만 찾는 갓난아기로 기억했는데도 나를 하느님으로 공경했다.

그들은 나로 인하여 유다의 수치라도 되는 양 매 맞고, 저주받고, 박해받았는데도, 그들의 믿음은 채찍 아래에서 흔들리거나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이 뿌리내리고 더 강하게 되었다.”

“그런데 저는 며칠 전부터 당신께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당신의 친구들이고, 하느님의 친구들이지요, 그렇죠? 천사들이 하늘의 평화로 그들을 축복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들은 온갖 유혹에 맞서 충실하게 살아왔어요, 그렇죠?
그렇다면 당신께서는 그 사람들이 왜 불행했는지 저에게 설명해주십시오. 안나는 또 어떻고요? 그 여자는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살해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나에게 사랑받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불운을 가져온다고 추론하느냐…”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너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네가 빛에 대해서는 그토록 닫혀 있고, 인간적인 것들에는 그토록 열려 있는 것이 유감스럽다. 아니다, 요한아. 걱정하지 마라, 시몬 너도. 나는 유다가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는 결코 책망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너희가 나에게 너희 영혼들의 문을 열어 내가 그 영혼들에게 빛 비추어주기를 원할 뿐이다.

유다야. 이리 와서 내 말을 들어라. 너는 우리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고, 미래에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의견에 너 자신의 기초를 두고 있다. 나는 의견이라고 말했지만, 오류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네가 악의가 아니라 진리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그런 것이므로, 그것은 오류가 아니라 어린이의 의견처럼 부정확한 의견일 뿐이다.

가엾은 사람들아, 너희는 어린이들과 같다. 나는 너희를 오류로부터 진리를 분별하고, 악으로부터 선을 분별하고, 좋은 것으로부터 더 좋은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어른들로 만들기 위하여 선생으로 여기 있다.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라.

인생이란 무엇이냐? 그것은 하나의 정지기간(period of pause)인데, 나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너희가 착한 자녀인지, 악한 자녀인지 확인하시기 위한 시험을 허락하셔서 그 인생이 끝난 후에 너희의 행위에 따라 중단이나 시험이 없는 미래의 삶을 안배하시는 고성소 중의 고성소(the limbo of Limbo)라고 말하겠다.

이제 나에게 말해보아라. 어떤 사람이 단지 하느님을 특별한 방식으로 섬길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희귀한 은총을 허락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자기의 삶을 통하여 영원한 부요도 가지는 것이 공평하겠느냐? 너희는 그가 이미 아주 많이 받았고, 그 이유로 그가 인간적으로는 힘들더라도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마음속에 이미 하느님 계시의 빛을 가지고 깨끗한 양심의 미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의 명예와 재산도 가진다면, 그것은 불공평지 않겠느냐? 그리고 그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기도 하지 않겠느냐?”

“선생님, 저는 그가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라고 말하겠습니다. 당신께서 이미 계시는 곳에 왜 인간적인 기쁨들을 두겠습니까? 한 사람이 당신을 소유하고 있다면―그런데 저 사람들은 30년 동안 당신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유일한 부자들입니다―다른 것은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속죄소 위에 인간적인 물건들을 놓지 않고… 축성된 그릇은 거룩한 용도들에만 쓰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당신의 미소를 본 그날부터 축성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소유하고 있는 그들의 마음에는 당신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저도 저 사람들처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몬이 말한다.

“그렇지만 자네는 선생님을 뵙고 병이 고쳐진 다음에 지체 없이 자네의 재산을 도로 찾았어.”
유다가 빈정거리며 대답한다.

“그건 사실이야.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했어. 그렇지만 자네는 그 이유를 아나? 자네는 전체상황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내 대리인은 명확한 지시들을 받았어.
열성당원 시몬의 병이 고쳐진 지금 그가 아무 당파에도 속해 있지 않고 오로지 예수께만 속해 있기 때문에 그의 원수들이 더 이상 그를 해치거나 박해할 수 없으므로 그는 정직하고 충실한 하인이 그를 위하여 간직해두었던 자기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되었고, 남은 짧은 기간 동안의 소유주인 나는 그 재산을 팔아 더 많은 돈을 만들기 위하여 그 대금을 … 하라고 명령했어. 나는 말할 수 있지만… 그건 말하지 않겠어.”

“시몬아, 천사들이 말하고, 영원한 책에 그것을 기록하고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시몬은 예수를 바라본다. 그들의 시선이 마주치는데, 시몬의 시선은 놀라움을 나타내고, 예수의 시선은 축복하는 승인을 나타낸다.

“여느 때처럼 제가 또 잘못했군요.”

“아니다, 유다야. 너는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너 자신이 그렇게 말했다.”

“오! 그렇지만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 시몬 베드로도 현실적인 감각으로 충만했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유다 자네도 그 사람처럼 될 거야. 자네는 더 짧은 시간 동안만 선생님과 함께 있었지. 우리는 이미 더 나아졌어.”
항상 친절하고 타협적인 요한이 말한다.

“그분은 나를 원하지 않으셨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파스카 때부터 그분의 제자가 됐을 거야.”
오늘 유다는 정말로 신경질적이다.

“당신은 갈릴래아에 가본 적이 있소?”
예수께서는 레위에게 질문하심으로써 말다툼에 종지부를 찍으신다.

“나의 주님, 저는 가보았습니다.”

“당신은 나와 함께 가서 나를 요나에게 데려다주시오. 당신은 요나를 알지요?”

“예, 압니다. 저희는 파스카 때 늘 만났습니다. 저는 매번 그에게 가서 만났습니다.”


요셉은 속상해서 머리를 숙인다.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말씀하신다.

“자네들은 함께 갈 수 없어. 엘리야가 가축 떼를 데리고 혼자 있게 될 테니까. 그러나 예리코에 가는 길까지 나와 함께 가세. 거기서 우리는 얼마동안 헤어져 있게 될 걸세. 그 다음에 나는 자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겠네.”

“저희는요? 저희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까?”

“너에게도 할 일이 있다, 유다야, 너도.”

“저기 몇 채의 집들이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몇 걸음 앞서가는 요한이 말한다.

“저기가 헤브론입니다. 산 정상을 가진 두 강 사이에 있습니다. 선생님, 저기 푸른 나무들 사이로 다른 집들보다 좀 더 높은 큰 집이 보이시죠? 그것이 즈카르야의 집입니다.”

“걸음을 재촉하자.”

그들은 도로의 마지막 남은 몇 미터 구간을 빨리 지나 마을로 들어선다. 양떼가 포석이 매우 거칠게 깔린 길의 고르지 않은 돌들 위로 지나갈 때 그 작은 발굽들에서 캐스터네츠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그들은 그 집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모습과 나이와 옷이 각각인 흰 양떼 가운데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쳐다본다.

“오! 달라졌군요! 여기 대문이 있었는데요.”
엘리야가 말한다.

지금은 그 자리에 금속대문이 있어 시야를 가리고 있고, 사람 키보다 더 높은 담이 둘러쳐져 있어 내부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뒤쪽이 열려 있을지도 모르니 가보십시다.”

일행은 넓은 사변형, 아니 장방형을 한 바퀴 돈다. 그러나 같은 높이의 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이 담은 축조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요한이 담을 살펴보며 말한다.

“담에는 갈라진 데가 없고, 땅에는 석회 잔해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무덤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무 옆에 있었는데요. 지금은 나무는 담 밖에 있고… 그 담 밖의 땅은 공유지가 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거기서 땔감을 거두고 있는데요.”
엘리야는 어리둥절해한다.

키는 작지만 건장한 늙은 벌목공이 그들을 살펴보다가 쓰러뜨린 나무줄기를 자르던 톱질을 중단하고 그들에게 다가와 묻는다.

“당신들은 누구를 찾고 계십니까?”

“저희는 안으로 들어가 즈카르야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려고 했습니다.”

“여기 더 이상 무덤은 없습니다. 당신들은 모르십니까?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나는 목자 사무엘의 친구입니다. 이 사람은…”

“엘리야, 그 말은 필요 없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자 엘리야는 침묵한다.

“아! 사무엘!… 알겠습니다. 하지만 즈카르야의 아들 요한이 투옥된 다음부터 이 집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닙니다. 요한은 그의 소유지에서 나오는 수입을 헤브론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했었는데, 불행한 일이지요. 어느 날 아침 헤로데의 조정에서 어떤 사람이 오더니 요웨헐을 밖으로 내쫓고, 봉인을 붙인 다음에 벽돌공들을 데려와서 담을 쌓게 했어요. 무덤은 저 구석에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거기 두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어느 날 아침 우리는 무덤이 손상되고 반쯤 헐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가엾은 유골들은 모두 흩어져 버렸는데, 우리는 그것을 가능한 한 한데 모았습니다. 지금 그것들은 석관 하나에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 즈카르야의 집에는 그 불결한 놈이 자기의 애인들을 살게 한답니다. 지금 이 집에는 로마에서 온 판토마임 배우가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담을 쌓게 한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것을 원치 않는 거지요…


사제의 집이 창가가 되었어요! 기적의 집이자 선구자의 집인 이 집이 말이에요! 비록 요한이 메시아는 아니라 해도, 선구자임에는 틀림없으니까요. 우리는 세례자로 인하여 얼마나 귀찮은 일을 겪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은 우리의 큰 인물입니다! 그는 정말로 위대합니다! 그가 태어났을 때 기적이 일어났어요. 말라빠진 엉겅퀴처럼 늙은 엘리자벳이 아다르 달(2월~3월의 유다력의 1개월)의 사과나무처럼 생식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것이 첫 번째 기적이었어요. 그 다음에는 그녀의 사촌 여동생이 왔는데, 그 여자는 성녀였어요. 그 여자는 엘리자벳을 도와주고 사제의 혀를 풀어주었어요. 이름이 마리아라고 했어요. 나는 아주 드물게나 그 여자를 볼 수 있었지만, 그 여자를 기억합니다.

나는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릅니다. 그녀는 엘리자벳을 기쁘게 해주려고 그 여자가 아기를 밴 배에 즈카르야의 말 못하는 입을 갖다 대게 했다는 말도 있고, 그 여자의 손가락을 즈카르야의 입에 넣게 했다는 말도 있어요.

나는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아홉 달 동안 말하지 못했던 즈카르야가 말하면서 주님을 찬양하고 메시아가 와 있다고 말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날 그 집에 가 있었던 제 아내는 즈카르야가 주님을 찬양하며 자기의 아들이 그분을 앞장설 거라고 말했다고 저에게 확언했습니다.
지금 저는 말합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믿는 것과는 다른데, 요한이 메시아이고, 아브라함이 하느님 앞으로 갔던 것처럼 요한이 주님 앞으로 갔다고요. 그것이 진실입니다. 제 말이 옳지 않습니까?”

“항상 하느님을 앞서가는 세례자의 영혼에 대해서는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메시아에 대해서는 당신의 말이 옳지 않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라고 말했던 그 여자는, 이것은 사무엘의 말입니다만, 진짜로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가 아니었다는 말입니까? 그 여자는 아직 살아 있습니까?”

“그 여자는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였습니다. 메시아는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예언자가 말한 것처럼 광야에서 목소리를 높여 외친 사람을 앞장세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요한은 겨울이 시작될 때면 해마다 그렇게 하는 것처럼 요웨헐이 지난번에 양가죽을 가지고 갔을 때, 사람들이 메시아에 대하여 물어도 ‘메시아가 와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답니다. 요한이 그 말을 했을 때는…”

“여보세요, 나는 요한의 제자였는데, 요한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기 하느님의 어린양이 여기 계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요한이 말한다.

“아니오, 아니에요, 어린양은 요한이오. 말하자면 어머니 아버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성장한 참다운 어린양입니다. 그는 율법의 아들이 되자마자 광야가 내려다보이는 산의 동굴에서 고립되어 살면서 하느님과 대화하면서 성장했습니다.
엘리자벳과 즈카르야가 죽었을 때에도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하느님만이 그의 부모였습니다. 그보다 더 큰 성인은 없어요. 헤브론 사람 모두에게 물어보시오. 사무엘은 그렇게 말했지만, 틀림없이 베들레헴 사람들의 말이 옳았을 것입니다. 요한이 하느님의 성인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당신에게 ‘내가 메시아요’ 하고 말한다면, 당신은 그에게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예수께서 물으신다.

“‘나는 그를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라고 부르고, 돌을 던져 쫓아버리겠습니다.”

“만일 그가 자기가 메시아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기적을 행한다면요?”

“나는 그를 ‘마귀 들린 자’라고 부르겠습니다. 메시아는 요한이 자신의 진정한 성격을 드러낼 때 올 것입니다. 헤로데의 증오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교활한 헤로데는 요한이 메시아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겁니다.”

“요한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그가 풀려나면 자기의 임박한 출현을 스스로 예고한 다음에 베들레헴에 나타날 것입니다. 베들레헴도 그것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만일 당신이 배짱이 두둑하다면,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다른 메시아에 대하여 말해보시오… 그러면 당신은 알게 될 겁니다…”

“여기 회당이 있습니까?”

“예, 이 길로 곧장 200걸음쯤 가면 됩니다. 당신은 길을 잘못 들 수 없습니다. 바로 그 옆에 모독당한 유해가 묻힌 석관이 있습니다.”

“안녕히 계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을 비추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떠나서 집 앞으로 돌아온다.

 


대문에 야하게 차려입은 젊은 여자가 있다. 그녀는 아름답다.


“나의 주님, 당신은 집으로 들어오기를 원하십니까? 들어오세요.”

예수께서는 재판관과 같이 엄한 눈으로 그 여자를 응시하시지만, 말씀은 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유다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지지 하에 말한다.

 

“이 후안무치한 여자야!, 굶주린 암캐 같은 네 입김으로 우리를 더럽히지 마라.”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인다. 그녀는 개구쟁이들과 행인들에게 욕먹고 조롱당하여 사라지려 한다.

“‘나는 하와가 주는 사과를 결코 원하지 않았다’고 말할 만큼 깨끗한 사람이 누구냐?”


예수께서 엄하게 말씀하신 다음 덧붙이신다.

“그런 사람을 나에게 보여다오. 그럼 나는 그를 성인이라고 부르겠다. 아무도 없느냐? 그럼 만일 너희가 혐오감 때문이 아니라 연약함으로 인하여 저 여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고 느낀다면, 물러나도 좋다. 나는 약자에게 불공평한 싸움을 시키지 않는다.
여인이여, 나는 들어가고 싶소. 이 집은 내 친척의 것이었소. 그래서 이 집은 나에게 소중하오.”

“나의 주님, 만일 당신께서 저를 역겨워하지 않으신다면, 들어오세요.”

“세상이 보고 입방아를 찧지 않도록 문을 열어놓으시오…”

예수께서는 근엄하고 엄숙하게 지나가시고, 여자는 그분에게 복종하고 그분 앞에서 절하지만, 감히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빈정거림은 그 여자에게 골수에 사무치도록 아프다. 그 여자는 정원의 끝으로 뛰어서 도망친다.
그 동안에 예수께서는 계단통의 발치에 이르러 반쯤 열린 문들을 통하여 안을 들여다보시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으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무덤이 있었던 자리로 가신다. 지금은 거기에 일종의 이교도의 작은 사당이 있다.

“의인들의 뼈들은 비록 마르고 흩어졌어도 깨끗하게 하는 향기를 풍기고, 영원한 생명의 씨앗을 뿌리오. 선을 행하며 살았던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 평화! 주님 안에서 자고 있는 깨끗한 분들에게 평화! 고통당하면서도 악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평화! 세상과 하늘의 참된 위인들에게 평화! 평화!”

그 여자는 자기를 보호해주는 울타리를 따라 예수에게 다가와 있다.
“나의 주님!”

“왜 그러시오?”

“나의 주님, 당신의 존함을 알려주십시오.”

“예수요.”

“저는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로마여자인데, 판토마임을 하고 춤추는 여자입니다. 저는 정욕에 있어서만 능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슨 뜻입니까? 제 이름은 아글라에인데, 악덕이라는 뜻입니다.”

“내 이름은 구세주라는 뜻이오.”

“당신은 어떻게 구원하십니까? 그리고 누구를요?”

“나는 구원받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구원하오. 나는 깨끗하게 되라고 가르치고, 명예보다 고통을 선호하라고 가르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선을 원하도록 가르침으로써 구원하오.”

예수께서는 여자에게로 몸을 돌리지 않으신 채 신랄하지 않게 말씀하신다.

“저는 길을 잃었습니다…”

“나는 길 잃은 사람들을 찾는 사람이오.”

“저는 죽었습니다.”

“나는 생명을 주는 사람이오.”

“저는 오물이고, 오류입니다.”

“나는 깨끗함이고, 진리요.”

“당신은 관대함(Bounty)이시기도 하군요. 당신은 저를 쳐다보지도 않으시고, 만지지도 않으시고, 짓밟지도 않으시니 말입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당신은 먼저 당신 자신을 불쌍히 여겨야 하오. 당신의 영혼을.”

“영혼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람을 짐승이 아니라 신과 같은 사람(god of man)이 되게 하는 것이오. 악덕과 죄는 그것을 죽이오. 그것이 죽고 나면, 사람은 혐오스러운 짐승이 되오.”

“제가 다시 당신을 뵐 수 있을까요?”

“나를 찾는 사람은 나를 만나오.”

“당신은 어디에서 사십니까?”

“사람들의 마음이 다시 정직하게 되기 위하여 의사들과 약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 사오.”

“그럼… 저는 다시는 당신을 뵙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의사도, 약도, 정직함도 원치 않는 곳에서 삽니다.”

“아무것도 당신이 내가 있는 곳으로 오는 것을 막지 않소. 내 이름은 거리들에서 외쳐질 것이기 때문에 당신에게도 들릴 거요. 안녕히 계시오.”

“안녕히 가세요, 나의 주님. 제가 당신을 ‘예수님’이라고 부르게 해주십시오. 오! 친숙해서가 아니라!… 제 안에 약간의 구원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요. 제 이름은 아글라에입니다. 저를 기억해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소. 안녕.”

여자는 정원 안쪽에 그대로 있고, 예수께서는 준엄한 모습으로 거기서 나오신다. 그분께서는 모든 사람을 바라보신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제자들에게서는 당혹감을 보시고, 헤브론 사람들에게서는 빈정거림을 들으신다. 하인이 정문을 닫는다.


예수께서는 곧장 길을 가서 회당의 문을 두드리신다.

분개한 한 노인이 바깥을 내다본다. 그는 예수께 말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회당엔 들어올 수 없소. 창녀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에게 이 거룩한 곳은 닫혀 있소. 가시오!”

예수께서는 대답하지 않고 돌아서서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시고, 그분의 제자들은 그분을 뒤따른다. 그들은 헤브론을 벗어나자 말하기 시작한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화를 자초하셨습니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 창녀에게…”
유다가 말한다.

“유다야,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하는데, 그 여자는 너를 능가할 것이다. 그리고 너는 나를 비난하고 있으니 유다인들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우리는 유다에서 가장 거룩한 장소들에서 조롱당하고 쫓겨났다… 그것이 진리다.


사마리아와 이교도들이 참 하느님을 경배하고, 주님의 백성은 피와 죄악으로 더럽혀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 죄악에 비하면, 자기의 몸과 영혼을 파는 창녀들의 죄들은 아주 적은 것일 것이다.

나는 내 친척들과 의로운 사무엘의 묘에서 기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상관없다. 거룩한 유골들이여, 평안히 쉬어라. 오, 그것들 안에서 살았던 영혼들이여, 기뻐하라. 첫 번째 부활이 가깝다. 그리고 너희가 주님의 종들의 영혼들로 천사들에게 보일 날이 올 것이다.”

 

예수께서 말씀을 멈추시고, 환시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