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2권 공생활 첫해

하사시 2권 p118~p129 [63. 코라진 근처에서 나병환자를 고쳐주시다~ 64. 베드로의 집에서 마비환자를 고쳐주시다]

Skyblue fiat 2024. 12. 5. 19:24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2권 공생활 첫해 p118~p129
 

※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나눕니다

 

 

63. 코라진 근처에서 나병환자를 고쳐주시다

1944. 11. 6.

나는 새벽 전부터 한 불쌍한 나병환자를 내 영혼 안에서 보는데, 그 모습은 완벽한 사진처럼 세밀하다.

그는 참으로 인간의 잔해일 뿐이다. 그는 질병으로 심하게 망가져 있어 나는 그의 나이를 말할 수 없다. 반쯤 벗은 그의 몸은 해골처럼 마르고 부패한 미라와 같으며, 손과 발은 뒤틀려 있고 그중 일부는 떨어져 나가 그 처참한 사지는 더 이상 사람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며, 뒤틀리고 손톱이 긴 손은 날개 달린 괴물의 발톱 같고, 발은 갈라지고 변형되어 황소의 굽들과 같다.

그리고 그의 머리는!… 나는 매장되지 않아 햇빛과 바람으로 미라화된 시체의 머리가 이 사람의 머리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군데군데 남아 있는 갈기 같은 머리털은 누르스름하고 각질화된 피부와 해골 위에 말라붙어 있는 먼지처럼 여기저기 달라붙어 있고, 움푹 들어간 눈들은 반쯤 떠져 있으며, 입술들과 코는 병에 반쯤 갉아 먹혀 연골과 잇몸이 드러나 있고, 두 귀는 생기다만 귓바퀴의 흔적들에 지나지 않으며, 이 모든 것 위에 모종의 고령토처럼 누런 주름투성이의 피부가 덮여 있는데 여기저기 뼈들이 드러나 보인다.

그 피부의 역할은 그 보잘것없는 뼈들을 추한 흉터들과 썩은 냄새 나는 종기들로 뒤덮여 있는 그 더러운 부대 안에 함께 모아두는 일에 불과한 것 같다. 진짜 잔해이다!

나는 해골 위에 주름진 피부가 덮여 있고, 갈기갈기 찢어진 더러운 망토를 두른 채 땅 위를 돌아다니는 죽음의 유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병환자는 죽음의 유령이 들고 있는 낫 대신 나무에서 찢어낸 마디 많은 지팡이를 들고 있다.

그는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한 동굴의 입구에 있다. 그것은 진짜 동굴인데, 어찌나 퇴락했는지 나는 그것이 원래 무덤이었는지, 나무꾼들의 오두막집이었는지, 어떤 허물어진 집의 잔해인지 말할 수 없다. 그는 자기가 사는 동굴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도로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길은 간선도로로서 먼지가 많고 그 위에 아직 햇빛이 비치고 있다. 길에는 아무도 없고, 눈길 닿는 데까지 햇빛과 먼지와 적막뿐이다. 서북쪽으로 훨씬 더 멀리 떨어진 곳에는 마을이나 도시가 있음이 틀림없다. 적어도 1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에 집 한 채가 보인다.

나병환자는 쳐다보고 한숨을 쉰 다음 이가 빠진 그릇을 들고 작은 개천의 물을 떠 그것을 마신다. 그는 동굴 뒤쪽 관목들이 뒤엉켜 있는 곳으로 들어가 몸을 굽혀 땅에서 어떤 야생 뿌리들을 뽑은 다음에 개천으로 돌아와 약간의 물로 무에 묻어 있는 거친 흙을 대강 씻어내고 손가락 마디가 떨어져 나간 손으로 힘들게 입으로 가져가 천천히 먹는다. 그 야생 뿌리들은 나무처럼 단단한 것이 틀림없다. 그는 그것들을 씹기 어려워하며 물을 마시는 데도 무에 침만 많이 바를 뿐 그것들을 삼키지 못한다.

“아벨, 자네는 어디 있나?”

누군가가 외친다.

나병환자는 일어서고, 입술에는 미소 비슷한 것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의 양 입술이 어찌나 일그러졌는지 그 미소는 희미하고 알아보기 어렵다. 그는 끽끽거리는 이상한 소리로 대답하는데, 그 소리는 나로 하여금 내가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어떤 새들의 울음소리를 생각나게 한다.

“나는 여기 있어! 나는 자네가 올 거라고 더 이상 믿지 못했어. 난 자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보다 생각하고 슬퍼했었네… 만일 내가 자네마저 잃는다면, 불쌍한 아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그는 이렇게 말하며 큰 길을 향하여 분명히 율법에서 허락하는 거리만큼 가는데, 그가 도중에 걸음을 멈추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알 수 있다.

한 남자가 길을 따라 오는데, 그는 어찌나 빨리 걷는지 마치 뛰어오는 것 같다.

“사무엘, 분명히 자네인가? 오! 만일 당신이 내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이 누구든 나를 해치지 마세요!”

“날세, 아벨, 나야. 나는 나았어. 내가 달리는 것을 보게. 나는 늦게 왔어. 나도 알아. 나도 자네에 대하여 걱정했어. 하지만 자네가 듣는다면… 오! 자네는 기뻐할 걸세. 그리고 나는 여기 평소에 가져오는 빵 껍질들만이 아니라 맛있고 신선한 빵 덩어리를 통째로 가져왔는데, 이건 전부 자네 몫이야. 그리고 나는 맛있는 생선과 치즈도 가져왔어. 이 모든 것은 다 자네 꺼야.
가엾은 친구여, 나는 자네가 기뻐하기를 바라네. 그래서 나는 자네가 더 큰 기쁨을 위하여 준비되기를 바라네.”

“그렇지만 자네는 어떻게 그렇게 부자가 되었나? 난 이해할 수 없네…”

“내가 자네에게 말해줌세.”

“그리고 병도 고쳐졌구먼. 자네는 예전의 자네 같지가 않아!”

“그래, 들어봐. 나는 성인이신 라삐께서 카파르나움에 계신다는 것을 들었어. 그래서 나는 갔어…”

“멈춰, 멈춰, 난 감염되어 있어.”

“오! 그것은 상관없어. 난 더 이상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아.”

바로 예수께서 고쳐주시고 도와주셨던 불쌍한 꼽추였던 그가 빠른 걸음으로 불과 몇 발짝 되는 데까지 나병환자에게 접근한다. 그는 걸어오면서 말했는데, 행복하게 미소 짓고 있다.
그러자 나병환자가 다시 말한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멈추게. 만일 누가 자네를 본다면…”

“나는 멈추겠네. 보게. 나는 여기 먹을 것을 놓아두겠네. 내가 자네에게 말하는 동안에 먹게.”

그 다음에 그는 꾸러미를 큰 돌에 내려놓고 펼쳐놓은 다음 몇 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 동안 나병환자는 앞으로 다가와 평소에 구경도 못한 진수성찬으로 달려든다.

“오! 내가 이런 음식을 먹어본 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나! 참 맛있다! 나는 빈창자를 움켜쥐고 자러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네. 오늘은 동정을 베풀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자네마저 오지 않으니… 나는 약간의 뿌리들을 씹었어…”

“불쌍한 아벨! 나도 그것을 염려했었어. 하지만 나는 말했어. ‘좋다, 지금 그는 슬프겠지만, 나중에는 행복해질 것이다!’ 하고 말이야!”

“그래, 이 맛있는 음식 때문에 행복하지.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아니야, 자네는 영원히 행복할 거야.”

나병환자는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아벨, 잘 듣게. 만일 자네가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자네는 행복해질 걸세.”

“그런데 자네는 누구를 믿으라는 거야?”

“라삐를, 나를 고쳐주신 라삐님을.”

“그렇지만 나는 나병환자이고, 게다가 말기의 환자인데, 어떻게 그분이 나를 고칠 수 있다는 거야?”

“오! 그분께서는 고치실 수 있어. 그분께서는 거룩하셔.”

“그래, 엘리사도 나병환자 나아만을 고쳐주었지…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나는… 나는 요르단 강에 갈 수 없어.”

“자네는 물이 없어도 고쳐질 거야. 들어봐, 그 라삐는 메시아야. 알아듣겠어? 메시아!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야. 그래서 그분께서는 믿음을 가진 모든 사람을 고쳐주셔. 그분께서 ‘나는 원한다’ 하고 말씀하시면 마귀들은 도망치고, 사지는 펴지고, 보지 못하는 눈은 보게 돼.”

“오! 내가 믿음을 가진다면, 그래 나는 믿음을 가질 거야! 하지만 내가 어떻게 메시아를 볼 수 있나?”

“바로 그거야… 바로 그것 때문에 내가 왔어. 그분께서는 자주 저기 저 마을에 계셔. 나는 오늘 저녁 그분께서 어디 계실는지 알고 있어. 만일 자네가 원한다면… 나는 생각했어. ‘나는 아벨에게 말해줘야지. 그래서 만일 아벨이 그가 믿을 수 있다고 느낀다면, 나는 그를 선생님께로 데려와야겠다.’”

“사무엘, 자네는 미쳤나? 만일 내가 집들 가까이로 간다면, 나는 돌에 맞아 죽을 거야.”

“아니야. 집들 가까이로는 가지 않아. 곧 밤이 될 거야. 나는 자네를 저 작은 숲까지 데려갈 거야. 그 다음에 나는 그분께 가서 그분을 자네에게 모셔올 거야…”

“가게! 즉시 가게! 나는 내 힘으로 거기까지 가겠네. 나는 산울타리 뒤에 있는 도랑을 따라 걸어가겠네. 그렇지만 가보게, 가봐… 오! 나의 착한 친구여, 가게! 만일 자네가 이 병으로 고통당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그리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나병환자는 더 이상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자기의 친구에게 울고 손짓하면서 애원한다.

“나는 갈 테니 자네도 오게.”

병이 나은 예전의 꼽추는 빨리 멀어져간다.

아벨은 길을 따라 나 있는 도랑, 말라붙은 바닥에 덤불들이 가득 차 있는 도랑으로 가까스로 내려간다. 그 한 가운데에만 가느다란 물줄기가 있다. 날이 어두워진다. 이 불쌍한 사람은 발자국 소리들이 들리는지 계속 살피며 덤불 속에서 나아간다. 그는 바닥에 두 번 몸을 숨겨야 했는데, 첫 번째는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꼴을 지고 마을 쪽으로 가는 세 명의 남자들이다. 그는 다시 계속 나아간다.

그러나 예수와 사무엘이 그보다 먼저 작은 숲에 도착한다.

“그는 머지않아 이리로 올 것입니다. 그는 상처들 때문에 아주 천천히 움직입니다. 부디 조금만 참으십시오.”

“나는 급하지 않소.”

“당신께서는 그를 고쳐주시겠습니까?”

“그는 믿음을 가지고 있소?”

“오!… 그는 배고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는 몇 해 동안 궁핍한 생활을 한 다음 그 음식을 보았는데, 몇 입만을 먹고는 이리로 오려고 그것을 다 버렸습니다.”

“당신은 그를 어떻게 만났소?”

“글쎄요… 저는 불행하게 된 후 자선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길들을 따라 이곳저곳으로 다녔습니다. 저는 1주일에 한 번씩은 이곳을 지나게 되었고, 그러다가 저 불쌍한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너무 배고파 억수같이 퍼붓는 소나기를 맞으며 먹을 것을 구하러 간선도로 위로 나와서 개처럼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동정하는 분들이 준 마른 빵을 배낭에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을 그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는 친구가 되었고, 그래서 저는 매주 약간의 음식을 그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제가 가진 것을요… 저는 제가 많이 가지고 있다면 많이 주었고, 적게 있다면 적게 주었어요. 저는 마치 그가 제 형제인 것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감사하게도 당신께서 저를 고쳐주셨던 그날 저녁부터 저는 그에 대하여, 그리고 당신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무엘, 당신은 착한 사람이오. 그렇기 때문에 은총이 당신을 찾아온 것이오.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모든 것을 받을 자격이 있소. 그런데 나뭇가지들 속에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는데…”

“아벨, 자넨가?”

“그래, 나야.”

“이리로 오게. 선생님께서는 여기 호두나무 밑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계시네.”

나병환자는 도랑에서 나와 둑 위로 올라온 다음 둑을 건너 풀밭으로 걸어온다. 예수께서는 아주 키 큰 호두나무에 기대서서 그를 기다리고 계신다.

“선생님, 메시아, 거룩하신 분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그는 예수의 발 앞의 풀에 엎드린 다음에 얼굴을 땅에 대고 말한다.

“오! 나의 주님, 만일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당신께서는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그는 감히 무릎을 꿇고 뒤틀린 손이 달린 해골 같은 팔을 내밀고 비쩍 마른 추한 얼굴을 드러낸다… 그의 병든 안와들에서 눈물이 나와 너덜너덜한 입술로 떨어진다.”

예수께서는 무서운 병이 모조리 먹어치우고 있는 빼빼 마른 사람을 지극한 연민을 가지고 내려다보시는데, 그에게서 어찌나 끔찍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지 참된 사랑만이 그의 곁에 있는 것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 불쌍한 사람을 어루만지시려고 그분의 아름답고 건강한 오른손을 내미신다.
나병환자는 일어서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뒤로 젖히며 외친다.

“저를 만지지 마십시오! 저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신 다음 위엄 있게, 인자하고 친절하게 나병 균에게 먹혀버린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사랑이 가득하면서도 지극히 권위 있는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나는 원한다. 깨끗해져라!”
그분의 손은 몇 분 동안 그 가엾은 머리에 얹힌 채로 있다.

“일어서시오. 사제에게 가서 율법이 명하는 것들을 행하시오. 내가 당신에게 해준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착하게 살고 결코 죄짓지 마시오. 당신을 축복하오.”

“오! 주님! 아벨! 자네는 완전히 나았어!”

사무엘은 그의 친구가 완전히 낫는 것을 보는 기뻐하며 외친다.

“그렇소. 이 사람은 나았소. 이 사람은 자신의 믿음으로 그것을 얻을 자격을 가지게 되었소. 잘 가시오. 평화가 그대와 함께 있기를.”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저는 당신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떠날 수 없습니다!”

“율법이 명하는 것을 하시오. 그 다음에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요. 나는 다시 한 번 당신을 축복하오.”

예수께서는 사무엘에게 남아 있도록 고개를 끄덕이시며 떠나가신다. 그리하여 두 친구는 그 불행한 은신처에서 마지막으로 머무르려고 상현의 달빛을 받으며 동굴로 돌아가는 동안에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환상은 이렇게 끝난다.


64. 베드로의 집에서 마비환자를 고쳐주시다

같은 날(1944. 11. 9.), 잠시 후

나는 곧이어 겐네사렛 호수의 호반을 본다. 호숫가에 끌어올려진 고기잡이배들이 보인다.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배에 기대어 서서 일꾼들이 가져온 그물들을 손질하는 데 골몰해 있다. 그들의 조수들이 뒤엉켜 있는 쓰레기를 호수에 털어버린 그물들에서는 여전히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요한과 야고보는 1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배에 몸을 구부리고 한 명의 조수와 50세 내지 55세가량 된 남자의 도움을 받으며 모든 것을 정돈하고 있는데, 조수가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그가 야고보와 모습이 몹시 닮은 것을 보면 나는 그가 제베대오라고 생각한다.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등을 배에 기댄 채 아무 말 없이 그물들의 가닥들을 매만지고 부표들을 고정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이따금씩 그들의 일에 대하여 몇 마디 말들을 주고받는데, 내가 짐작하기에 그 일은 신통치 않았던 것 같다.

베드로는 손해를 보았거나 수지가 맞지 않는 일 때문은 아니지만, 그 일에 대하여 유감스러워하며 말한다.

“이거 유감인데. 왜냐하면… 우리는 이 불쌍한 사람들을 어떻게 먹이지? 우리는 어쩌다 한 번씩 헌금을 받는데, 나는 우리가 나흘 동안에 받은 이 10데나리온과 7드라크마는 건드리지 않겠어. 선생님만이 이 돈을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나에게 말씀하실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분께서는 안식일 전에는 이리로 돌아오시지 않을 텐데! 만일 우리가 고기라도 많이 잡았다면!… 나는 잔챙이들을 끓여 불쌍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만일 집에서 누군가가 투덜거린다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을 거야. 성한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음식을 찾을 수 있겠지만, 병자들은!…”

“특히 저 마비환자는!… 저 사람들은 저 사람을 이리로 데려오느라고 이미 많은 길을 걸었어.”
안드레아가 말한다.

“아우, 잘 들어. 내 생각에는 말이야. 나는 우리가 이처럼 서로 떨어져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서 왜 항상 우리를 데리고 다니기를 원치 않으시는지 모르겠어. 적어도… 나는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저 불쌍한 사람들은 보지 않게 될 거고, 설령 그들을 본다 해도 나는 그들에게 ‘그분께서 여기 계신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여기 있다!”
예수께서는 부드러운 모래 위를 조용히 걸어 그들에게 가까이 오셨다.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깜짝 놀라 외친다.
“오! 선생님!”
그들은 소리 지른다.
“야고보, 요한! 선생님께서 오셨네. 이리로 오게!”

두 형제들이 그들 가까이로 달려오고, 모든 사람이 예수 가까이로 온다. 어떤 사람은 그분의 옷에, 어떤 사람은 그분의 손에 입 맞춘다. 그리고 요한은 한 팔로 감히 그분의 허리를 껴안고 자기의 머리를 예수의 가슴에 기대기까지 한다. 예수께서는 그의 머리카락에 입 맞추신다.

“너희는 무엇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느냐?”

“선생님… 저희는 ‘우리는 당신과 함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벗들아, 왜?”

“당신을 뵙고, 당신을 만나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은 이틀이나 그전부터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저기 황무지 가운데 있는 저 오두막집이 보이시지요. 저는 그들을 저기 두었습니다. 그곳은 배 고치는 사람들이 배를 고치는 곳인데, 저는 고열에 시달리는 마비환자 한 사람, 그리고 자기 엄마의 품에서 죽어가는 어린이를 그곳에 머무르게 했습니다. 저는 당신을 찾아가라고 그들을 떠나보낼 수 없었습니다.”

“잘 했다. 그런데 너는 그들과 그들을 이리로 데려온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었느냐?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면서!”

“예, 선생님, 그들은 가난합니다. 부자들은 마차들과 말들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다리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만나 뵙기 위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빨리 올 수 없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했습니다. 보십시오, 여기 제가 받은 헌금이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 맡으십시오.”

“베드로야, 네가 직접 주었어도 되는데 그랬구나. 물론이다… 베드로야, 네가 나 때문에 비난을 듣고 여분의 일을 하게 되었으니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주님, 당신께서 그로 인하여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힘든 일이 아닙니다. 저는 제가 자선을 더 베풀 수 없었기 때문에 유감스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저도, 다른 사람들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습니다.”

“나도 안다. 나는 네가 일했는데 성과가 없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음식이 없다 해도, 네 사랑은 남는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살아 있고, 적극적이고, 거룩한 사랑이 말이다.”

몇 명의 어린이들이 외치며 그들 주위로 달려온다.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여기 계신다! 예수님이 오셨다! 예수님이 오셨어!”


그들이 예수께 다가와 그분께 매달리자 예수께서는 그분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며 아이들을 쓰다듬어주신다.
“시몬아, 나는 네 집으로 가겠다. 너희 모두는 가서 사람들에게 내가 돌아왔다고 말한 다음 병자들을 나에게 데려오너라.”

제자들은 재빨리 여러 방향으로 간다. 그러나 카파르나움 사람들 모두는 벌통에서 나와 꽃을 찾아가는 벌들 같은 어린이들로 인하여 예수께서 오셨다는 것을 안다. 이 경우에는 그 꽃들이 집들과 길거리들과 광장들이다. 어린이들은 기뻐하며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들의 엄마들과 행인들과 햇볕을 쬐고 있는 노인들에게 소식을 알리고는 자기들을 사랑하는 분께서 또 다시 쓰다듬어주기를 바라고 다시 온다. 그들 중 대담한 한 소년이 예수께 말한다.

“예수님, 오늘은 우리에게도, 우리를 위해서도 말해주세요. 당신은 우리가 당신을 사랑하고, 어른들보다 더 착하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예수께서는 그 어린 심리학자에게 미소 지으시며 약속하신다.
“나는 너희에게만 말해주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어린이들의 앞장을 서서 그 집으로 가셔서 그분의 통상의 평화의 인사를 하신다.

“평화가 이 집에 있기를.”

사람들이 집 뒤에 있는 큰방으로 몰려오는데, 그 방은 그물들, 밧줄들, 바구니들, 노들, 돛들, 식량 등을 넣어두는 방이다. 베드로는 그 방을 예수께서 마음대로 쓰시도록 했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오든 것이 한쪽구석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호수가 보이지 않고 그 부드러운 파도소리들만이 들릴 뿐이다. 그 대신 정원의 한 낮은 초록빛 담, 늙은 포도나무,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보인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방안은 물론 텃밭과 도로 위까지 사람들이 서 있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시작하신다. 앞줄에는 위압적인 태도와 자기들에 대하여 서민들이 가지게 되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위가 높은 다섯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호화로운 겉옷, 교만한 태도로 보아 그들이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분의 주위에 그분의 어린 친구들을 두기를 원하신다. 순진한 작은 얼굴들과 맑은 눈들과 천사 같이 미소 짓는 어린이들이 둘러앉아 그분을 우러러보고 있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시는데, 말씀하시면서 그분의 발 앞에 앉아서 팔짱을 낀 채 머리를 그분의 무릎에 기대고 있는 꼬마의 곱슬곱슬한 머리를 이따금씩 쓰다듬어주신다. 예수께서는 바구니와 밧줄을 많이 쌓아놓은 더미에 올라 앉아 말씀하고 계신다.

“‘내 사랑하는 이는 정원들에서 자기의 양떼를 먹이고 백합꽃들을 꺾으려고 향초 가득한 화단으로, 자기의 정원으로 내려왔네… 그는 백합꽃들 가운데서 양떼를 먹이네.’(아가6,2) 이스라엘의 메시아인 나의 조상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말합니다.내 정원! 어느 정원이 꽃들이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천사들인 하늘보다 더 아름답고 하느님께 더 어울립니까?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성부의 외아들이자 사람의 아들인 나는 다른 정원을 원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육체를 취하지 않고는 사람의 육체의 죄들을 대속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사람의 육체를 취한 것은 바로 그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하느님의 자녀들인 아담의 자녀들이 벌통에서 나오는 귀여운 벌들처럼 지상낙원에서 퍼져 천국에 가도록 완전히 운명 지어져 있는 성덕으로 이 땅을 가득 채웠다면, 이 정원도 하늘의 정원보다 그리 열등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원수는 아담의 마음에 찔레나무와 가시나무의 씨를 뿌렸고, 찔레나무들과 가시나무들이 그의 마음으로부터 땅 위에 넘쳐흘렀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정원이 아니라 열병이 잠복해 있고, 뱀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야생의 잔인한 숲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는 아들은 맘몬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아직도 하나의 정원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가 그의 하늘의 음식, 즉 사랑과 순결을 배불리 먹일 정원, 그가 육욕과 탐욕과 교만으로 더럽혀지지 않은 꽃들, 그에게 소중한 꽃들을 따는 정원 말입니다. 바로 이 어린이들입니다. (예수께서는 주목하고 있는 머리들을 그분의 한 손으로 토닥이시며 가능한 한 많은 어린이들을 쓰다듬어주신다. 그분께서는 한 번씩만 그들의 머리를 가볍게 만지시는데, 그들은 기뻐하며 웃는다) 내 백합꽃들이 여기 있습니다.

솔로몬은 그의 모든 부유함 가운데서도 골짜기에서 향기를 풍기는 백합꽃보다 더 아름다운 옷을 입지 못했고, 진주 빛 꽃받침을 가진 백합꽃의 아름다움보다 더 화려한 우아함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왕관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 중의 하나만큼 가치 있는 백합꽃은 내 마음 안에 없습니다. 백합꽃들로 가득한 부자들의 어떤 화단이나 어떤 정원도 깨끗하고, 순진하고, 솔직하고, 소박한 이 어린이들 중 어느 하나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남녀 여러분! 여러분의 재산과 지위에 따라 유력하거나 미약한 여러분, 잘 들으시오! 여러분은 나를 알고 사랑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여기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내 사람이 되는 첫째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어려운 말들을 쓰지 않고, 어려운 예들도 들지 않겠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이 어린이들을 본보기로 삼으시오.’

여러분 중에 어린 자녀들이나 조카들이나 동생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까? 그들은 평화로운 위로가 되고, 부부들, 친척들, 친구들의 유대가 되지 않습니까? 그들의 영혼은 맑은 새벽처럼 깨끗하고, 그들의 얼굴은 구름들을 흩어버리고 희망을 불러일으키며, 그들의 애무는 여러분의 눈물을 마르게 하고 여러분에게 새 힘을 줍니다!

약하고 무방비상태이고 아직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왜 그렇게 큰 힘이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그들이 자기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고, 하느님 안에서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 지혜는 그들이 믿고 사랑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 사랑 안에서, 그 믿음 안에서 살 줄 압니다. 그들처럼 소박하고 깨끗하고 다정하고 진실하고 충실한 사람이 되시오.

이스라엘에 이 어린이들 중 가장 작은이보다 더 위대한 현자는 없습니다. 이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것이고, 그분의 나라는 이들의 것입니다. 아버지에게 축복받고 아버지의 아들에게 사랑받는 내 정원의 꽃들아, 내 평화가 너희와 함께 있고, 나를 위하여 너희를 본받을 모든 사람들 위에 있기를.”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셨다.

“선생님! 여기 병자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두 사람은 당신께서 나오실 때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서 짓눌려 있고… 더 이상 여기 머무를 수도 없습니다. 저희도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저는 이 사람을 돌려보낼까요?”

군중 가운데에서 베드로가 소리친다.

“아니다, 지붕을 통하여 그를 내려 보내라.”

“좋습니다. 저희는 즉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장실인 큰방은 실제로는 집의 일부는 아닌 가건물이기 때문에 옥상이 시멘트로 되어 있지 않은 그 방의 낮은 지붕 위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그 지붕은 슬레이트 같은 돌조각들로 덮인 나뭇가지들로 만들어져 있다. 나는 그 돌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들은 거기 구멍을 뚫고 밧줄들을 통하여 병자가 누워 있는 작은 들것을 예수의 바로 앞으로 내려 보낸다. 사람들은 잘 보려고 더 가까이 다가온다.

“너와 너를 데려온 사람들은 큰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오! 주님! 저희가 어떻게 당신을 믿지 않겠습니까?”

“좋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아들아(그 남자는 나이 어린 젊은이다), 네 죄들은 용서 받았다.”

그는 울면서 예수님을 쳐다본다… 아마도 그는 자기의 육체가 낫기를 바랐기 때문에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바라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서로 무언가를 속삭이는데, 경멸적으로 그들의 코와 이마와 입을 찡그린다.

“왜 여러분은 입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그렇게 불평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보시기에 마비환자에게 ‘네 죄들이 용서받았다’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작은 병상을 들고 걸어가라’고 말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쉽습니까?

여러분은 하느님만이 죄들을 용서해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것들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의 전신이 마비되어 많은 돈을 썼지만, 아무도 그의 병을 고쳐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만이 그의 병을 고쳐주실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알도록, 사람의 아들이 육체들과 영혼들 모두에 대하여 땅과 하늘에서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알도록 나는 이 사람에게 말하겠습니다. ‘일어나라. 네 침상을 들고 걸어라. 집으로 가서 거룩하게 살아라.’”

그 남자는 몸을 홱 움직이고 부르짖더니 벌떡 일어나 예수의 두 발 앞에 쓰러지며 그것들에 입 맞추고 쓰다듬으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의 부모들과 군중들도 그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그 다음에 군중은 그가 의기양양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양쪽으로 갈라져 길을 내주었다가 그를 뒤따라가며 기뻐한다. 다섯 명의 분개한 사람들은 말뚝들처럼 뻣뻣하고 거만하게 자리를 뜬다.

이렇게 하여 바싹 마른 젖먹이 아기를 안은 어머니가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어린이를 예수께 내밀며 소박하게 말한다.

“예수님, 당신께서는 어린이들을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셨지요. 당신의 사랑과 당신의 어머니의 사랑으로!…”
그 여자는 운다.

예수께서는 죽어가고 있는 젖먹이를 받아 그분의 가슴에 대신 다음 작은 얼굴은 밀랍같이 하얗고, 입술은 자주색으로 변했고, 눈꺼풀은 이미 감겨진 어린이를 당신의 입에 가져다댄 채로 잠시 계신다. 그러다가 그분께서 아이를 그분의 황금빛 수염에서 떼어놓으시자, 작은 얼굴은 홍조를 띠고 작은 입술에는 아기다운 미소가 희미하게 떠오르며 눈은 초롱초롱해져서 신기한 듯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방금 전에는 축 늘어졌던 손이 예수의 머리와 수염을 헝큰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신다.

“오! 내 아들아!”
행복한 엄마가 부르짖는다.

“아기를 받으시오, 부인. 행복하고 착하게 사시오.”


여인이 다시 살아난 아기를 받아서 품에 꼭 껴안자, 아기는 즉시 옷깃을 젖히고는 기뻐하며 허겁지겁 젖을 먹는다.


예수께서는 축복하시며 지나가신다. 그분께서는 고열에 시달리는 병자가 있는 문간으로 가신다.

“선생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당신도 착하게 살고, 당신의 건강을 정의 안에서 쓰시오.”
예수께서는 그를 쓰다듬어주시고, 밖으로 나가신다.

그분께서는 호숫가로 가시는데, 많은 사람들이 혹은 따라오고 혹은 앞서가며 그분을 찬미하고 그분께 간청한다.
“저희는 당신의 말씀을 듣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저희에게도 말씀해주십시오.”

예수께서는 승낙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신 다음에 군중이 조여들어 숨이 막힐 지경이므로 베드로의 배에 오르신다. 그러나 그것도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배에까지 예수를 따라오기 때문이다.

“배를 물에 띄우고 호숫가에서 약간 나아가거라.”

여기서 환상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