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54, 사제에게 요구되는 이탈
1904년 7월 30일
1. 오늘 아침에는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의 몸 밖에 나가 있으면서 내 지고하고 유일한 선이신 그분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래도 그분을 찾아낼 수 없게 되자 내 영혼이 순간마다 숨이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내 괴로움을 가중시킨 것은 죽음이 그리도 가까이 느껴지는데도 정작 죽지는 않는 것이었다.
2. 죽기만 한다면 나의 중심이신 하느님 안에 영원히 있고자 하는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련마는! 오, 가혹한 분리여! 그대는 얼마나 쓰라리고 아픈 고통인지! 그대와 비할 수 있는 고통은 달리 없다! 오, 하느님을 빼앗김이여, 그대는 태우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는구나! 마치 쌍날칼과도 같이 한쪽 날로는 찌르고 다른 쪽 날로는 태우니, 그대가 주는 고통은 하느님께서 무한하신 것처럼 한이 없구나!
3. 그런데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 내가 연옥에 가 있었고, 나의 고통과 눈물이 그 가련한 영혼들의 고통을, 자기네 생명인 하느님을 앗긴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 가운데 사제들이 몇 명 있었는데, 다른 사제들보다 고통을 더 많이 겪고 있는 듯한 한 사제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4. "이 극심한 고통은 내가 생전에 가족의 이해득실 문제와 세속적인 일에 매우 집착한데다가 몇몇 사람들을 심히 애착한 데서 오는 것입니다. 이는 사제에게 아주 큰 해악을 끼치는 점이어서 오물 투성이인 철갑 옷과도 같이 그를 휘덮어 버립니다. 그러니 오직 연옥 불만이, 그리고 하느님을 박탈당한 고통의 불만이 이 갑옷을 녹여 없앨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과 저 불을 비교해 보면, 하느님을 앗긴 고통의 불이 연옥 고통의 불을 사라지게 할 정도입니다. 오, 얼마나 괴로운지! 내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나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부디 기도해 주십시오."
5. 그때 나는 한층 더 큰 고통을 느꼈는데 그래서인지 나 자신 안에 돌아와 있었다.
나중에 복되신 예수님의 그림자를 설핏 보았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었다.
"딸아, 무엇을 찾고 있느냐? 너에게는 나밖에 다른 위로나 도움이 없지 않으냐?"
6. 그리고 그분은 번갯불이 번쩍하듯 사라지셨다.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남아 있었다.
"세상에! 친히 당신만이 내 전부라고 하시고선 당신 없이 지내라고 그리도 가차 없이 떠나버리시다니!"
6권-55, 인간 의지는 지극히 거룩한 일마저 왜곡하며 모독한다
1904년 7월 31일
1. 내 가련한 상태 속에 줄곧 머물러 있는 동안 그분께서 여러 번 오셨던 모양이다.
나는 그분께서 아기로 오신 모습을 뵈었던 것 같다. 그늘에 둘러싸여 계셨지만 말이다.
2. 그분은 "딸아, 이 그늘의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느냐? 이 안에서 쉬어라. 새로 기운을 차리게 될 거다." 하셨다.
3. 그래서 내가 그 그늘 속에서 그분과 함께 쉬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분 곁에 있어서인지 과연 원기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그때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을 이으셨다.
4. "사랑하는 딸아,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네 마음이 뜨거운지 차가운지, 일을 많이 하고 있는지 아닌지, 괴로운지 즐거운지 따위를 알려고 너 자신을 보지 말아라. 네 안이건 밖이건 보지 마라. 그런 모든 것은 네 안에서 없어져야 한다.
5, 너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 내 마음에 들기 위해서, 모든 일을 힘 자라는 데까지 하고 있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만 눈길을 집중해야 한다. 얼마나 고상하고 탁월하고 근면 성실한 것이건 다른 방식으로는 내 마음에 들 수 없고 내 사랑을 충족시킬 수 없다.
6. 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언제나 자기를 찾는 그들 자신의 의지로 참된 신앙을 왜곡하고, 지극히 거룩한 일들을 모독하고 있는지! 사람이 거룩한 일에서도 자신의 방식과 취향과 자기 만족을 찾는다면, 그렇게 자꾸 자기를 찾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니 그분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6권-56 천상에 있는 복된 이들의 상태는 지상에서 행한 경신 행위의 방식에 준한다.
1904년 8월 4일
1. 오늘 아침에는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나를 나 자신 밖으로 나오게 하셨다. 그리고 내 손을 잡으시더니 천상의 아랫부분에 이르기까지 데려가셨는데, 나는 거기에서 복된 이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오, 그 복된 이들은 얼마나 깊이 하느님 안에 잠겨 있는지! 하느님 안에 있는 그들의 생명과 그들 안에 있는 하느님의 생명을 보았고, 바로 여기에 그들 행복의 본질이 있는 것 같았다.
2. 또한, 이 복된 처소에서 그들은 저마다 하나의 새로운 하늘로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모든 하늘들은 각기 서로 달라서 어느 하나도 다른 것과 같은 것이 없었다. 이는 지상에서 하느님을 대하던 그들 나름의 방식에 준하여 이루어지는 하늘이다.
3.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사랑하려고 애썼던 사람은 하늘에서 더욱 더 그분을 사랑하면서 그분에게서 늘 새롭게 증가하는 사랑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그의 하늘은 매우 독특한 신적 분위기 내지는 특색을 띠는 것이다.
4. 또 어떤 사람이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려고 애썼다면, 복되신 하느님께서 늘 더 증가하는 영광을 그에게 주시기에, 이 새로운 하늘은 바로 하느님의 영광에 의해서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영광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각 영혼이 지상에서 지녔던 다른 모든 경신(敬神) 자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점이다.
5.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글로 옮기자면 너무 장황해질 터이다. 요컨대, 우리가 하느님을 위하여 지상에서 행하는 것은 천국에서도 더욱 완전한 모양으로 계속하게 된다는 것, 따라서 우리가 행하는 선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영원토록 지속되면서 하느님 대전과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빛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6. 오, 우리의 모든 선과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모든 영광이 우리 자신의 영광과 마찬가지로, 지상에서 불완전하게 시작한 저 사소한 선행에서 나오는 것을 보게 될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모든 사람이 이를 볼 수 있다면, 오, 얼마나 더욱 서둘러 주님께 사랑과 찬미와 감사와 또 다른 것들을 드림으로써 천국에서 더 열렬히 드릴 수 있게 되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나는 저 복된 처소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자꾸 늘어놓고 있는 기분이다. 정신적으로는 어느 정도 파악한 것 같지만 그것을 표현할 말을 찾아낼 수가 없으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7. 나중에 그분께서 나를 다시 지상에 데려오셨다. 오, 이 비참한 시대에 지상에서 일어나는 분쟁들은 얼마나 소름 끼치는 것들인지! 그러나 장차 교회와 세상에 다 같이 일어날 사태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직 약과인 것 같다. 특히 교회는, 오, 이 인자하고 거룩한 어머니는 바로 그 자녀들에 의해 갈가리 찢어질 것이다.
8. 그 뒤 그분께서 나를 다시 몸 안에 돌아오게 하시고는 이렇게 물으셨다.
"말해 보려무나. 딸아, 너에게 나는 무엇이냐?"
9. "모든 것입니다." 하고 나는 대답하였다. "주님은 저의 전부이십니다. 주님 외에는 아무것도 제 안에 들어오지 못 합니다. 주님이 아닌 모든 것은 제 밖으로 흘러나갑니다."
10.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니 내가 너의 모든 것, 너의 전부이고, 너의 아무것도 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네 안에서 나 자신의 모든 것으로 즐거워한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같은 모양으로 너도 나에게 그렇다는 것을 네가 알 수 있는 것이다."
11. 그러고 나서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6권-57, 왕들의 왕이시며 주인들의 주님이신 예수님
1904년 8월 5일
1. 보통 때와 다름없는 상태로 있는데 복되신 예수님께서 머리에 왕관을 쓰시고 손에 지휘봉을 드신 채 만물을 지배하고 통치하시며 만인을 다스리시는 모습으로 잠시 오셨다. 내가 그런 모습의 그분을 우러러보고 있었더니, 그분께서 내게 라틴어로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내가 이해한 대로 우리말로 옮겨 보면 이렇다.
2. "딸아, 나는 왕들의 왕이고 주인들의 주님이다. 홀로 내게만 이 권한이 주어져 있으니, 인간은 마땅히 그것을 내게 돌려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를 창조주로, 만물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3. 그분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세상을 손으로 잡아 위쪽이 밑쪽으로 가도록 거꾸로 돌리시는 것 같았는데, 그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분의 통치 체제에 복종하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동시에 나는 주님께서 내 영혼을 어떻게 지배하며 다스리시는지를 볼 수 있었고, 얼마나 탁월한 통치력인지 내가 온통 그분 안에 잠겨 있는 느낌이었다. 그분에게서 나의 마음과 애정과 욕망을 다스리는 체제가 나오고 있었으니, 여러 갈래의 전선이 그분과 나 자신에 이어져 있어서 이를 통해 모든 것을 지휘 통솔하시는 것이었다.
6권-58, 하느님의 부재는 점화하고 태워서 재로 만드는 불의 고통이다,
이는 인간적 생명을 파괴하고 신적 생명을 건설하기 위함이다
1904년 8월 6일
1. 오늘 아침에는 무척도 큰 괴로움을 겪었다. 나의 지고하고 유일한 선이신 분을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상실의 고통은 너무나 혹독한 것이어서, 일단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가 있게 되자 고통 자체가 내 영혼에 힘을 불어넣어 영혼 자신의 전부이신 하느님을 찾아내는 데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파괴하려고 들 정도였다. 그래도 그분을 찾아내지 못하자 내 영혼이 마구 소리를 지르고 통곡하면서 바람보다도 더 빨리 달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에게 결핍된 생명을 찾아내려고 모든 것을 뒤집어엎으며 난장판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2. 오, 부재여, 네가 끼치는 괴로움은 얼마나 격렬한 것인지! 네 고통은 언제나 새롭고, 새롭기 때문에 영혼도 항상 새로운 아픔을 느낀다. 마치 전신의 살덩어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듯한 아픔을 느끼는데, 그렇게 조각난 모든 살점들이 또한 당연히 자기네 생명을 요구하고, 이는 그들의 생명보다 더 귀한 분, 곧 하느님을 찾아내어야만 얻게 될 생명이다.
3. 그러나 내가 겪고 있었던 저 고통의 상태를 대관절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그러는 사이에 성인들과 천사들과 연옥 영혼들이 서둘러 내 쪽으로 몰려와서 둥그렇게 나를 에워쌌다. 그들은 달려가지 못하게 나를 막으면서도 측은한 마음이 들어 도와주었지만, 내게는 그 무엇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 고통을 달래 주며 생명을 되찾게 해 주실 유일한 분이 그들 가운데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훨씬 더 큰 소리로 울면서 "말씀 좀 해 주세요. 어디에서, 어디에서 제가 그분을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 저를 불쌍히 여기고자 하신다면 어서 그분을 보여 주십시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어요!" 하였다.
4. 그분께서는 그 뒤에 내 영혼 깊은 데서 나오셨다. 그런데 가혹하리만큼 비참한 내 상태에는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잠이 드신 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비록 그토록 무심하게 주무시고 계실지라도 나는 단지 그분을 뵙는 것만으로도 숨구멍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치 공기를 호흡하듯이 내 생명이신 그분을 호흡하면서 "아, 그분께서 여기 나하고 함께 계시는구나!" 하였다. 그래도 그분께서 내게 무심하신 것을 보는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터라 꽤나 속을 태우고 있었는데, 그분은 마치 잠에서 깨어나신 듯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5. "딸아, 다른 모든 고통은 참회와 속죄 및 보상의 고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하느님의 부재만은 유독 인간적 생명에 불을 붙이고 태워 재로 만들며, 이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볼 때까지는 결코 그만두지 않는 불의 고통이다. 그러나 이는 인간적 생명을 태우면서 그 인간 안에 신적 생명을 생생하게 건설하는 고통이다."
6권-59, 교인들이 먼저 교회를 박해하리라
1904년 8월 7일
1. 평소와 같이 있다가 보니 내가 천사와 성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2. "교회에 대항하여 일어날 임박한 사태에 대비해서 그대가 고통을 더 많이 받을 필요가 있소. 그런 일이 금방 닥치지만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보다 완화된 모양으로 일어날 것이고 하느님을 덜 모욕하게 될 테니 말이오."
3. 그래서 나는 "고통을 어떻게 제 마음대로 받을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다면 기꺼이 받겠습니다." 하였다.
4. 그들은 순식간에 나를 주님의 옥좌 앞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내게 고통을 주시기를 모두 함께 주님께 간청했다. 그러자 복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셔서 나를 당신의 고통에 참여하게 하셨는데, 딱 한 번이 아니라 거의 오전 내내 몇 번이고 다시 못 박히게 하셨다. 그런 뒤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5. "딸아, 고통은 나의 의노를 바꾸고, 사람의 마음속에 은총의 빛을 새롭게 한다. 아! 딸아, 너는 속인들이 먼저 교회를 박해하리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바로 교인들과 그 지도자들이 먼저 박해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 교회의 자녀이며 목자인 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독으로 자신과 남들을 해치는 독사들이니, 이 인자한 어머니인 교회를 저희끼리 잡아 찢기 시작할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속인들도 박해의 손을 뻗칠 것이다."
6. 그때 (마비 상태에서 깨어나라는 사제의) 명령이 나를 불렀다. 주님께서는 그래서 몹시 심기가 불편하신 상태로 물러가셨다.
6권-60, 일체는 오직 사랑이라는 말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또 한 사람의 예수이다
1904년 8월 8일
1. 계속 괴로워하고 있을 때에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잠시 오셨다. 그런데 그분께서 가까이 계심을 느끼면서도 나는 자꾸 붙잡으려고 했고, 그분은 내가 당신을 찾아서 나 자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으시는 듯하면서도 자꾸 내게서 달아나곤 하셨다. 그렇게 한참 실랑이를 한 뒤에 그분께서 잠깐 모습을 드러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나를 네 밖에서 찾지 말고 네 안에서, 네 영혼 깊은 데서 찾아라. 밖으로 나갔다가 찾아내지 못하면 너무 괴로워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될 테니까, 더 쉽게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어째서 더 힘들게 고투하려고 하는 거냐?"
3. 그래서 나는 "주님을 제 안에서 바로 뵙지 못하면 밖에서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4.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사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란 말이지! 하기야 모든 것은 - 모든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말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안에 모든 것을 넣지 않는 영혼은 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아는 것이 도무지 없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또한 영혼이 나를 사랑하는 정도에 따라서 고통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5. 나는 놀라움과 괴로움에 사로잡혀 그분의 말씀을 가로막으면서 "저의 생명, 제 모든 선이시여, 그렇다면, 고통을 거의 받지 않거나 전연 받지 않고 있는 지금의 저는 주님을 거의 사랑하지 않거나 전연 사랑하지 않고 있는 셈이겠군요? 세상에,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만 해도! 너무 실망스러워 화가 날 지경입니다!" 하였다.
6. 그분께서는 이렇게 덧붙이셨다. "너를 실망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네가 실망하면 네 마음보다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할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너는 다만 육체적 고통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네가 겪어야 하는 영적 고통, 의지적 고통도 참된 고통으로 보아야 한다. 영혼이 참으로 고통받기를 원한다면 내게는 그가 이미 고통을 받은 것과 같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정하고, 속 끓이지 마라.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계속하게 해 다오.
7. 너는 친한 친구 두 사람을 본 적이 있지 않느냐? 오, 그들은 서로 닮으려고, 서로 자기 안에 상대방을 재현하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모른다. 목소리며 행동거지며 걸음걸이며 일하는 것이며 옷 입는 것까지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정도가 된다. '나를 사랑하는 그는 또 하나의 나야, 그가 바로 나니까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마치 사랑의 작은 동그라미 같이 자기 자신 안에 나의 모든 것을 지니고 있는 영혼을 보면 나도 그렇게 된다. 내가 그 영혼 안에 재현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고 거기서 나 자신을 발견하기에, 온 마음으로 그를 사랑하고 그와 함께 있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지는 것이다. 내가 그를 떠난다면 나 자신을 떠나는 셈이 되니 말이다."
8.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분은 사라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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