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영혼을위하여/연옥실화

[연옥실화] 영육이 분리되는 순간의 비밀

Skyblue fiat 2023. 1. 21. 17:04

 

영육이 분리되는 순간의 비밀

하르트만 신부의 어머니는 유대인이었다. 그녀는 가톨릭 교회로 귀의하기를 완강히 거부한 채 세 이승을 떠났다. 하르트만 신부는 몹시 슬펐다. 그는 수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불쌍한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영혼이 몹시 걱정된다. 그러나 어머니의 회개를 위해 내가 바치고 또 남에게 청하여 바친 기도를 생각한다면 희망의 빛이 생긴다.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는 순간 어머니와 하느님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보이는 현상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온전히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어느 날 하르트만 신부는 프랑스 남쪽 아르스에 있는 유명한 신부를 찾아가 영세도 못하고 죽은 모친의 영혼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덕이 높은 이 신부는 대답했다.

"희망을 가지시오, 희망을. 몇 해 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당신 어머니의 구원에 대해 큰 위로가 되는 편지가 올 것입니다."

그러고서 하르트만 신부의 머릿속에서 이때의 기억이 거의 사라질 만큼 세월이 흘렀다. 1861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그는 예수회의 어떤 신부가 전해준 한 수녀의 편지를 받았다. 모친이 영면한 지 6년째가 되던 해 였다. 이 사람은 성체에 대하여 책을 쓰고 거룩한 선업을 쌓은 뒤 세상을 떠난 유명한 수녀였다. 그 수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0월 18일, 영성체 후 기도를 하는 내 마음은 주님의 현존에 대한 기쁨과 만족 그리고 깊은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 하느님과 이렇게 친밀한 교제를 맺는 동안 오래 전 어떤 자매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들은 하르트만 신부의 기도를 왜 하느님께서는 들어주시지 않았나 하고, 자칫하면 하느님의 섭리마저 원망할 만큼 의견이 분분했다.
'하느님의 깊은 뜻을 섣불리 추측하기보다는 그 섭리에 우리를 맡기는 편이 낫다. 하느님의 비밀은 사람의 힘으로는 알 수 없다.”
자매에게 이렇게 말했더니 자매는 참으로 그렇다며 납득했었다. 그러나 오늘 나는 궁금증이 다 해소되지 않아 주님께 다시 여쭈었다.
'나의 주님, 주님께서는 자비의 근원이신데 왜 하르트만 신부의 기도에는 귀를 기울이시지 않으셨습니까? 왜 그의 모친에게 회개의 은총를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벗 안나는 어찌하여 내 정의의 비밀과 깊은 진리를 깨닫고 싶어 하는가? 내가 모두에게 은총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은총을 준다. 그리고 그러한 은총은 정의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을 안나에게 알려 주어라. 나의 영광과 다른 이의 구원을 위해 바치는 합당한 기도를 나는 언제나 들어준다. 그 증거로 하르트만 신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광경을 지금 네게 보여 주겠다.'

그리고 나는 기묘한 광경을 보았다. 하르트만 신부의 어머니가 죽을 때가 다되어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그녀는 단말마의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러자 성모님께서 성자의 발 앞에 엎드려 청했다.

'저의 아드님! 이 불쌍한 영혼을 구해 주십시오. 이제 조금 있으면 이 영혼을 영원히 잃게 됩니다. 저의 종인 하르트만을 대신하여 청하는 것이지만 당신의 어미인 저의 청이기도 하오니, 그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이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은 하르트만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귀합니다. 그는 몇 천 번이고 저에게 이 빈사에 빠진 영혼의 회개를 빌었습니다.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영혼은 제게 몇 번이고 봉헌되었습니다. 제 것입니다. 당신이 흘리신 성혈과 제가 십자가 아래서 받은 고통의 값으로 그의 영혼을 구해 주십시오.’

성모님의 간청이 끝나자마자 세상 모든 은총의 샘이신 주님의 성심에서 영혼을 구원하는 은총이 나와 완고한 부인의 몸과 마음을 비추었다. 완고함과 장애를 이겨낸 병자는 부르짖었다. '예수님, 그리스도인의 하느님, 제 아들이 섬기는 하느님, 당신께 믿음과 희망을 가지오니 저를 구해 주십시오.’
병자의 마음속에서 용솟음쳐 나온 이 말을 하느님 외에는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이 기도에는 부인이 평소 여러 번 권고받았음에도 완고하게 회개하지 않았던 죄에 대한 통회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영혼은 마지막 순간 마음속에 신망애를 품고 임종하였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이 뜻을 드러내고 무한한 자비의 샘이신 하느님을 대했다. 그리고 눈을 감자 곧 지극히 높으신 심판자 앞에 나아가 그 영혼이 엎디었다. 주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하르트만 신부에게 말하라. 이는 그가 어미의 영혼을 위하여 오래도록 고통을 참아 받은 보상이라고. 또 내 어머니의 성심과 깊은 자비에 대해 감사드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사드리라고 전해라."

하르트만 신부가 어머니를 위하여 바친 기도는 헛되지 않았다. 하르트만 신부는 어머니의 영혼이 구원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7장. 연옥 영혼에 대한 믿음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