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노래의 설명
1. 또 다른 피조물에 관해서 영혼은 앞서 말한 양상으로 어떤 우의 조명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별로 숭고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 피조물들 안에서 어떤 영적인 것에 관한 이해와 감각을 열어 주실 때 생기는 것이다. 이 조명들은 하느님의 위대함을 깨우쳐 주는 듯 생각되지만 완전히 깨우쳐 주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의 위대함은 깨우쳐 주려해도 결국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저들이 더듬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영혼은 아직도 계속 신음하며 다음 노래에서는 자기 자신의 생명에게 호소하여 말한다.
제 8 노래
그럼에도 아아 목숨아 너 사는데를
살지 못하면서 어이 부지하려느냐
님을 너 안에 모심에서 받게 되는
그 때문에 죽어야 하는 화살을
마련하면서 너 어찌 하려느냐
해 설
2. 영혼은 앞서 말함 같이 자기가 사랑으로 죽어감을 보고 더구나 자유로이 사랑을 즐길 수 있게 죽지도 않기에 자신에게서 영혼의 생명이 지체되는 원인이 된 자기 육체의 생명이 끈질김을 탓한다. 그러므로 영혼은 이 노래에서 자신의 고뇌의 원인이 되고 있는 자신의 생명을 향해 말을 건넨다. 노래의 뜻은 다음과 같다.
내 영혼의 생명이여, 어떻게 너는 이 육체의 생명 속에 견디어 갈 수 있는가? 네게는 이 육체의 생명이 하느님의 영인 참 생명의 죽음이고 결여인데 말이다. 너는 하느님을 말미암아서만 본질과 사랑과 소망으로 네 육체에서보다 한층 진실히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설령 이 일이 이미 네 하느님의 생명을 살고 또한 즐기기 위해서 이 죽음의 육체에서 너를 탈출시키고 해방시켜 주는 원인이 못되더라도 어찌하여 이렇게도 유약한 육체 속에서 여태껏 계속 살 수 있었느냐? 왜냐하면 이 일을 제쳐놓고라도 애인에 관해 전해들어 알고 있는 위대함으로 입은 사랑의 상처만으로도 이 생명을 끊기엔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위대함들은 너를 심하게 사랑에 상처 입혀 준다. 즉 그분께 관해서 네가 느끼는 것 이해하는 것 모두는 네 생명을 빼앗아 가기에는 충분할 만큼 격렬한 사랑의 접촉이고 상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음 시구는
그럼에도 아아 목숨아 너 사는데를
살지 못하면서 어이 부지하려느냐
3. 이 시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혼은 자신을 살게 하는 육체 속에서보다도 한층 더 많이 사랑의 대상이신 분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영혼이 육체한테서 생명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육체에게 생명을 주고 있으며 그리고 영혼 자신은 사랑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영혼을 그 사랑의 대상이신 하느님 안에 살게 하는 이 사랑의 생명 외에 영혼은 또한 다른 모든 피조물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기본적이고 자연적 생명을 하느님한테서 받고 있다. 즉 성 바울로가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 17, 28)하고 말한 것과 같다. 이것은 하느님 안에 우리는 생명과 움직임과 존재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또 성 요한도 “만물은 그 분으로 말미암아 생겨났고 생겨난 것 치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요한 1, 3)고 하였다. 영혼은 하느님 안에 있는 자기의 존재를 통해서 자기는 자연적 생명을 하느님 안에 갖고 있음을 본다.
그러므로 이 죽을 육체의 생명과 같이 이토록 연약한 생명이 자연성과 사랑으로 하느님 안에 영위하고 있는 저토록 강하고 진실하고 감미로운 생명을 즐기기를 방해할 수 있음을 탄식하고 슬퍼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영혼이 사용하고 있는 말은 매우 격렬하다. 왜냐하면 영혼은 여기서 육체의 자연적 생명과 하느님의 영적 생명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속에서 얼마나 자기가 괴로워하는가를 알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두 생명은 서로 반항하고 그 자체가 서로 반대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혼은 이 양자 안에서 살아야하기에 필연적으로 심한 고통을 견디어야 한다. 그 때문에 자연적 생명은 영혼에게는 일종의 죽음과 같은 것이 된다. 왜냐하면 자연적 생명 때문에 영의 생명을 잃게 되므로 그런데 영의 생명 안에서야말로 영혼은 그 본성을 통해서는 자신의 전 존재 전 생명을 갖게 되고 사랑을 통해서는 자신의 활동과 애정 모두를 갖고 있다. 그래서 영혼은 이 유약한 생명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더욱 잘 알게 하려고 서슴없이 이렇게 말한다.
그 때문에 죽어야 하는 화살을
마련하면서 너 어찌 하려느냐
4. 이 뜻은 즉 앞서 말한 것을 두고라도 어찌 너는 육체 안에 계속 살고 있느냐? 애인이 네 마음에 행한 사랑의 접촉(이것을 화살이란 말로 표현한다) 만으로도 네 목숨을 빼앗기에는 충분하지 않느냐? 이 유의 접촉은 영혼과 마음 안에 하느님의 지식과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가므로 다음 시구에서 말했음 같이 하느님으로 말미암아 잉태한다고 참으로 말할 수 있다. 즉
님을 안에 모심에서 받게 되는
(직역 : 애인으로 말미암아 네 안에 수태한 것에 따라서)
5. 이 뜻은 “그 분께 관해 네가 알아들은 위대함, 아름다움, 지혜, 은혜, 덕으로 말미암아”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