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남극을 바라보며
나모 박춘식
오틸리아,
가르멜수도회 입회한다며
아빠 엄마랑 석별의 식사를 할 때
그 날 내가 식당 종업원에게 말했었다
~~ 이 아가씨가 며칠 후 남극으로 떠난데요
~~ 그러니 제일 맛있는 반찬을 주면 고맙겠어요
종업원 아가씨가 의아하게 너를 쳐다보았지
남극에는 얼음산과 펭귄밖에 없는데
거기서 어찌 살꼬 반신반의하는 눈치가 보였다
가르멜수도회를 남극으로 표현한 나는 그때부터
시인의 기질이 있었던 모양이다
오틸리아 이경랑, 너는 한 때 비행기
조종간을 잡고 하늘을 휘가르는 것을 꿈꾸었지
네가 높이 치솟고 싶었던 그 하늘이 너를
하얗고 파아란 남극으로 데리고 갔구나
펭귄들과 함께 성무일도를 바치고
갈메기들과 성가를 부르면서
투명한 얼음 제단 위 하얀 제병과 감실이
하늘과 맞닿아 있으니 너의 기도 역시
뽀얗게 하늘로 향하리라 이제 너는
기도의 조종간을 한시라도 놓쳐서는 안되리라
태양을 하루에 20시간 볼 수 있는 12월과 1월에는
아기 펭귄들과 함께 찬미와 감사 기도를 바치고
영하 50도 이상의 매섭고 독한 추위 속에서 또
눈보라 고독 안에서 작은 평화도 만났겠지
사람들 욕심 쓰레기들이 온 바다를 누비고
그 열기와 지저분함이 남극까지 미치고 있으니
너는 남극의 펭귄들과 함께 몸을 낮추어
북극까지 가야 하리니
대서양 태평양 모든 바다를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자연 질서를 좀먹는 마음들을 씻어주면서
북극곰의 눈물까지 닦아 주어야 하리라
남극에서 북극까지
북극에서 온 세상 두루두루
고성가르멜의 따뜻함을 전하고
고성가르멜의 하심(下心)을 심어주어야 하리니
예수 마리아의 오틸리아 수녀, 너에게
오늘 종신서원은
남극과 북극을 이어주는 그리고
가난의 질병과 소외의 아픔을 만져주는
서약이 되고, 그러면서
양극을 동서남북 십자가로 펼치시는 거룩하신
그 분의 오롯한 딸로 살겠다는 제물이 되어야 하리라
2010년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의 방문 축일에
반시인(半詩人) 나모 박춘식
오틸리아(662-720) - ‘눈 먼 이들에게 빛을Lumen Cae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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