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어머니이며 교회의 어머니인 지혜(Sophia)/ 비전 14
이 그림에 나오는 한 여인을 명상하면서 우리는 지구의 모태를 상징하는 그 무엇을 느낀다. 이 여인은 “깊음의 보금자리이자 힘과 지혜의 보금자리”1를 상징한다. 어망이 여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힐데가르트의 다른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거기서 힐데가르트는 세례성사를 교회의 어머니로 표현한다. 그러나 그 그림은 이 책에 실리지 않았다. 그물은 무의식의 바다에서 고기를 낚는 어부의 장비를 상징한다고 치를로는 말한다. 물과 지혜의 신, 에아(Ea)는 괴물과 직접 싸우지 않고 기술적으로 올가미를 사용하여 괴물을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바빌로니아의 신, 마르둑(Marduk)이 티아맛(Tiamat)과의 전쟁에서 사용한 무기도 역시 신비적인 권위를 상징하는 그물이었다. 이러한 상징들은 한 개인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비록 자살을 시도한다 해도 우주로부터 달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2
힐데가르트는 어머니의 상징과 어머니의 주위에 쳐져있는 그물의 상징을 통해 지혜를 인격화하였다. 그녀는 이 그림의 논평에서 자살을 주제로 택하여 자살을 분리와 살인의 죄라고 규탄하였다. “나는 인간을 영혼과 육체로 창조하였다. 감히 이 둘을 갈라놓으려 하는 자는 누구인가?... 영혼과 육체를 지닌 사람은 선행을 쌓을 수 있으니, 진정으로 뉘우친다면 그로 하여금 스스로의 생명을 빼앗지 못하게 할 것이며 일을 할 수도 잘못을 뉘우칠 수도 없는 곳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라.”3 그림의 아래 부분에 보이는 바다는 “비늘”(힐데가르트의 표현에 따르면)로 표현되었다. 힐데가르트는 지혜와 물 그리고 바다와 위대한 어머니(Magna Mater)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치를로의 말에 따르면 물고기의 비늘은 “보호와 방어”를 상징하며 또한 물과 지옥을 상징한다고 한다.4 힐데가르트가 교회의 이미지를 팔로 사람들을 감싸고 있는 인어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고기 잡이를 상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고기를 낚는 것은 “전설에 묻혀 찾기 어려운 보물 즉 지혜처럼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근원에서 무의식을 끌어내는 것”을 상징한다고 치를로는 말한다. 영혼을 낚는 것은 영혼 안에서 영혼을 잡는 방법을 배우는 단순한 문제이다.5 이와 같은 이해를 기반으로 힐데가르트는 사람 안에서 깊은 영적인 진리를 이끌어내는 교회의 능력을 찬양한다.
힐데가르트는 이 비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투명한 수정처럼 맑고 눈처럼 하얀 밝음이 여인을 밝게 비추는 것을 보았다. 그 여인의 목과 가슴은 새벽의 여명처럼 붉은 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이는 어머니와 계곡에 핀 백합과 장미 그리고 천상의 시온산에 만개한 꽃을 상징한다. 만개한 그대는 온 우주에서 가장 부강한 임금의 아들과 약혼을 하리니, 때가 차면 가장 축복받은 그의 후손을 낳을 것이다.” 6 그 여인의 품에는 붉은 옷을 입은 한 여인이 서있고 “태양보다 밝게 빛나는 사람의 무리가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 금과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이들은 시온의 딸들로서 기쁨과 찬양이 함께 머무는 가운데 리라를 타고 음악을 연주하며 기쁨과 즐거움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힐데가르트는 이 비전을 통해 교회를 달에 비유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하느님이 말씀하신다. “태양과 달과 별들을 보라. 나는 태양을 만들어 낮을 밝히라 하였고 달과 별을 지어내어 밤을 밝히라 명령하였다. 태양은 나의 가슴에서 나와 세상을 비추는 나의 아들을 상징한다... 그리고 달은 천상에서 나의 아들에게 약속한 교회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차고 기우는 달이 태양 빛 없으면 스스로 타오를 수 없듯이 교회도 나의 아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교회의 자녀들은 덕을 키워나가면서 때로는 좌절을 겪기도 할 것이다.”
이 책에 실리지 않은 두 개의 비전에서 힐데가르트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 비전에서 그녀는 거룩한 질서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신학이 들려주는 제한된 의미에서의 질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교회의 세 가지 질서에 대해 놀라운 사실을 들려준다. 태양이 그리스도를 상징하고 달이 교회를 상징한다면 “자신의 밝기에 따라 빛을 발하는 별들은 교계적인 종교의 질서 안에 머무는 사람들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힐데가르트는 이 세가지 질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번째로 사도들은 여인의 머리 주위에서 빛나는 밝은 빛으로 표현되었다. 초기의 사도들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믿음의 일꾼들을 불러 모음으로써” 이 여성을 세상에 알렸다. 현대의 사도들은 “사람들에게 신의 계명을 선포하고 생명의 음식을 나누어 주기 위해 거리와 농촌과 도시와 오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힐데가르트는 사도의 후계자와 사제들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적해 준다. 싫증과 질투와 메마름에 떨어지지 말아야 하며 “눈먼 사람을 인도하는 눈먼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하고, 끊임 없이 자신을 개선해야 하며 “정의의 길을 따라 걸어 가야”7한다. 이들에게 “정의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다면 이들은 그 어떤 결실도 맺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씨는 아무런 결실도 내지 못한다.”8 이런 상황이라면 교회는 창조성이 아닌 황량함을 지닐 것이다.
힐데가르트는 성직자들에게 세속적인 성공을 구하지 않으면서 손수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권고한다. 이는 아주 의미 있는 권고다. 왜냐하면 그 당시 수도원은 “제단에서 생계를 꾸려가려는” 즉 전례를 통해 얻는 봉헌금으로 살아가려는 수도자들이 점점 불어나면서 부패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9 힐데가르트는 성직자들에게 쓸모없이 공허한 소리만 외치지 말고 양심의 가책과 회개를 통해 새로운 사람이 되어 푸르름을 자아내라고 촉구한다. 그녀는 또한 성직자들에게 정의를 세우는 예언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라고 요구한다. “천사도 사제도 예언자도 하느님의 정의를 가릴 수는 없다. 오히려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10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일을 하는 사제는 곧 예언자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영혼의 음식을 나누어주어야 한다.
힐데가르트가 말하는 두 번째 무리는 “천상의 예루살렘에서 가장 고귀한 가지”로서 동정녀와 동정 순교자들이다. 교회의 품에 머무는 사람들의 가장 앞쪽에 있는 붉은 복장의 처녀가 이들을 상징한다. 이들은 “용기 있게 죽음을 이겨내었고 최상의 지혜를 지닌” 사람들로서 창조주에게 태양보다 훨씬 밝은 빛을 바치며 합창으로 노래를 봉헌한다. 그들의 노래는 “새로운 자유를 향해” 나아가며, 그들의 합창은 “창조주에 대한 찬미를 통해”11 비로소 진가를 드러낸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묵시록에 나오는 ‘새로운 노래’이다. “그들은 옥좌 앞에서, 네 생물과 장로들 앞에서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묵시록 14,3) 주교, 사제, 수사 그리고 수녀는 순결의 “후손”으로서 이 처녀의 뒤에 보인다.
힐데가르트가 교회의 전면에 이 지혜롭고 굳센 동정녀를 그려 넣은 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이다. 강한 여성은 가장 현명하며 용기있는 일꾼이다. 순결이 성적 체험보다 더 거룩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명하고 용기있는 일꾼을 배출해 내는 것은 바로 순결이다. 이 순결은 가부장제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서 풍부한 결실을 거둔 순결을 말한다. 순결이란 주제는 4세기부터12 14세기까지의13 교회 역사 안에서 동정녀를 기리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이다.
교회 질서 안에서 힐데가르트가 표현하려는 세 번째 무리는 평신도이다. 이 그림에서 여인의 양쪽으로 흐르는 “하얀 구름”이 이들을 상징한다. 평신도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킬 때 “하느님의 교회는 훨씬 더 돋보이게 된다.” 이 무리에는 “왕과 공작, 지도자와 통치자, 부자와 가난한 이 그리고 곤궁한 이”들이 포함된다. 다른 사람들과도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은 모두 “교회를 구성하는 지체들”이다. 결혼으로 맺어진 그들의 사랑은 “온전한 힘을 생성시키고” 자손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다. 그리고 자손들은 교회의 일원이 되어 교회 안에 “젊음과 생명력과 푸르름”14이 넘쳐 흐르게 한다. 결혼한 부부가 “유쾌하게 살면서” 서로를 속이지 않고 결혼으로 맺어진 유대를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은 지혜로부터 나온다. “하느님은 신비로운 신적 지혜 안에 인류의 번성을 위해 남자와 여자의 유대를 마련하였다. 이렇듯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유대가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으로 인해 파기되는 것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 힐데가르트는 성(性)이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가르친다. 오히려 성(性)은 두 사람간의 유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힐데가르트의 관점에서 볼 때 결혼은 반드시 자손의 생산을 통해서만 의미롭게 되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편과 아내간의 유대이다.”15 힐데가르트는 결혼을 위대한 선(善)으로 본다. 남자와 여자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순결은 그리스도의 고통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힐데가르트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순결은 인간 본성의 완성이라는 자연의 위대한 가치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힐데가르트는 “이 세 무리는 교회 안에서 서로를 포용함으로써 많은 싹을 틔우고 축복어린 푸르름의 확산을 통해 행복의 교회를 튼튼히 쌓아 올린다.”라고 생각한다. 하느님이 세 위격을 지니고 있으면서 하나이듯이 교회는 선(善)의 씨를 심는 분이 세 무리의 가운데에 세운 하나인 교회이다. 여성의 몸에 돋은 비늘은 일반 사회의 지위와 질서에 따라 다양하게 질서지워진 무리들을 상징한다. “신적인 사랑 안에서 무리의 형성을 위해 필요한 합법적 계명을 완수함으로써” 이들은 천상의 덕과 선의 업적을 쌓는다.
강한 인상을 주는 이 여인을 명상하면서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지혜는 힐데가르트의 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힐데가르트는 계속해서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을 비교한다. 지혜는 어리석은 사제, 어리석은 처녀, 어리석은 평신도, 어리석은 예술가와 대립된다. 힐데가르트는 어리석음과 지혜에 대한 예수의 비유를 인용한다. 자신의 노력과 생명을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은 하느님의 경고에 유의해야 한다. “오 사람아, 그대의 마음을 나에게 내줄 때 어찌하면 그 마음을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 나의 눈은 인간의 의지가 하는 말을 하나도 남김 없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서로 다른 소명들이 사회와 교회 안에서 상호연관되어 있다는 힐데가르트의 사상은 높이 살 만하다. 그녀의 명상은 지혜에 대해 쓴 글에서 절정을 이룬다. “어떤 어리석은 이는 진심으로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리석음으로 인해 지혜와 이해력이 부족한 그는 하느님을 마음으로부터 거부하였던 것이다...왜냐하면 그는 하느님을 알아 볼 수 있는 지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죄인이라 할지라도 그가 하느님의 창조적인 힘을 알고 있다면 지혜로와질 수 있다. 하느님은 “그들을 당신의 친구로서 받아들일 것이다.” 하느님은 모든 것에 생명을 주고 죄로 물든 마음에 뉘우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17
교회가 선포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계명은 “강도를 만난 여행자를 여관으로 데려간 사마리아인의 계명”이다. 자비는 궁극적인 지혜이며 공감이다.18 지혜가 마련하는 선물은 “언제나 새롭고 단순하다. 이 지혜의 선물은 오래 되면 오래 될수록 더욱 풍요로워진다.”19 에크하르트는 힐데가르트를 따라 영혼의 첫 번째 선물은 새로움 그 자체라고 한다.20 지혜는 모든 것으로 하여금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게 한다. 그러나 아무도 지혜를 소유하거나 통제하거나 자기 것으로 묶어 둘 수는 없다. “푸르름의 땅은 나의 권한에 놓여 있다. 나는 이것을 절대로 그대에게 건네주지 않았다. 오 사람아, 내가 이것을 그대에게 건네주어 그대 마음대로 하게 하였던가? 그렇지 않다. 만약 그대가 그 땅에 씨를 뿌린다면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 그대는 이슬을 내리지도 못하고 비를 보내지도 못하며 물기와 푸르름 또는 불타는 태양의 뜨거움을 측량하여 적절히 분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혜는 인류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 지혜는 우주와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인류가 우주적 자비에 참여하고 기여하도록 초대한다. 이렇게 될 때 교회는 건강해지고 쇄신될 것이다. 교회를 어머니로 표현한 이유는 교회가 모든 창조물에게 고향(故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받아들이고 탄생시켜야 한다.” 교회는 무엇을 탄생시키는가? 교회는 사람들의 창조성을 낳고 사람들은 지혜와 자비를 낳는다.
'사랑해요주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리아 시글 신부님]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행하라” (0) | 2016.09.18 |
---|---|
초록(草綠, Viriditas) - 푸르름을 만드는 힘(Greening Power) (0) | 2016.09.15 |
사파이어 푸른빛의 남자(The Man in Sapphire Blue )- 자비/비전 1 (0) | 2016.09.15 |
아들들아, 용기를 내어라!/제44장. 예수님과 마리아님과 함께 -성요셉의 말씀 (0) | 2016.09.13 |
2015년 메주고리예 국제 젊은이 기도축제- 발현증인 마리아 강의(한국말 더빙)-고해성사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0) | 2016.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