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권-47,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영혼은 예수님처럼 이 뜻의 빛으로 모든 피조물의 모든 것에 스며들 정도로 광대해질 수 있다.
창조 목적을 내면에 고스란히 보존할 적자들의 세대는 하느님에 의해 처음으로 창조된 사람들과 같을 것이다.
1924년 3월 2일
1.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생각과 말씀과 행위 등을 하실 때면, 그분의 생각이 피조물의 생각 하나하나 안으로 들어가고 말과 행위 하나하나에도 그분의 것이 들어갔다니,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걸음을 옮기시며 말씀하셨다.
2. “딸아, 그건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내게는 하느님의 영원한 뜻의 끝없는 빛을 가진 신성이 있었다. 이 빛 안에서 나는 사람들의 각 생각과 말과 심장 박동과 행위를 쉽사리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으면, 내가 지닌 빛이 내 생각을 사람들의 각 생각에 가져갔다. 내 말도, 내가 행하고 겪었던 다른 모든 것도 같은 방식으로 그들에게 가져갔다.
3. 보아라, 태양도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의 빛은 하나이지만, 그 빛이 수없이 많은 것에 스며들지 않느냐? 태양이 만약 사람의 내면 전체를 - 그 생각과 심장 박동과 애정들을 볼 수 있다면, 스스로의 빛으로 모든 사람에게 스며드는 것처럼 그 각각의 생각과 심장 박동과 애정 속으로도 그 빛을 흘려보낼 것이다.
4. 그런데 태양 빛은 내 빛의 그림자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저 높은 데서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서도 각자에게 빛과 열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무한하고 무변한 빛을 가진 나야 훨씬 더 그렇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
5. 더욱이, 내 거룩한 뜻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만치, 사람이 내 의지 안으로 들어와 내 뜻이 지닌 빛의 흐름을 열어 놓으면, 내 빛이 모든 사람에게 스며들면서 이 빛의 흐름 안에 들어온 이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그들 모두에게 가져간다. 그러니 내 뜻 안에서 사는 것보다 더 높고 더 넓고 더 거룩하고 더 신적인 것은 도무지 없다. 내 뜻의 행위에서 생성되는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다.
6. 그러나 영혼이 내 뜻과 일치하지도 내 뜻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으면, 그의 작은 순례 행위를 할 수도 내 뜻의 끝없는 빛의 흐름도 열 수도 없다. 따라서 그가 행하는 모든 것이 자기만의 개인적인 것으로 남는다. 그의 선행, 그의 기도가 실내용의 작은 등불과 같아서 집 안의 모든 헛간과 곳간을 비출 힘이 없고, 집 밖을 비출 힘은 더더구나 없다. 또 기름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 이 기름은 그의 행위들의 지속성을 말한다. - 그 작은 불마저 꺼지고 말아 어둠 속에 있게 된다.”
7. 나중에 나는 영원하고 거룩하신 의지 안에 녹아들면서 나 자신을 모든 사람의 앞자리에 두었다. 누구보다 먼저, 사람들의 모든 행위와 모든 것에 대한 보답과 그들의 사랑을 하느님의 옥좌 앞에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8. ‘수많은 세대들 뒤에 태어난 내가 어떻게 모든 사람들 앞에 갈 수 있담? 기껏해야 과거 세대들과 장차 태어날 미래 세대들의 중간에 위치해야 할 것이다. 아니 나는 그럴 자격도 없으니까 차라리 모든 사람들 뒤에 있어야 할 것이다.’
9.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거동하시며 이르셨다.
“딸아, 모든 피조물은 내 뜻을 이루도록 창조되었다. 피가 혈관을 돌며 흐르는 것처럼 그들의 생명도 내 뜻 안을 돌며 흐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내 뜻 안에서 나의 친자식으로 살 것이었고, 따라서 내게 속한 모든 것이 그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다정하고 애정 깊은 아버지가 되고 그들은 나의 다정하고 애정 깊은 자녀들이 될 것이었다.
10. 그것이 창조의 목적이었으므로 비록 다른 세대들이 앞서 있었다고 하더라도 관계없다. 그들은 뒤에 있게 될 것이다. 내 뜻이, 창조된 목적을 본래대로 온전히 유지하는 일에 충실했던 사람들과 또 충실할 사람들을 맨 첫 자리에 둘 것이다. 이런 이들은 먼저 태어났건 나중에 태어났건 간에, 하느님 앞에서 서열 첫 자리를 차지할 터이니, 창조의 목적을 유지해 온 덕분에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두드러져 보일 것이며, 찬란한 보석을 두르듯 우리 뜻의 후광에 감싸여 있는 특징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그들로 하여금 거리낌 없이 지나가서 영예로운 첫 자리를 차지하게 할 것이다.
11. 그것에 대해서 놀라워할 것은 없다. 같은 일이 이 세상에서도 일어난다. 조신들과 대신들과 백성의 대의원들과 군대에 둘러싸여 있는 임금을 상상해 보아라. 그때 어린 왕자가 왔다면, 임금 주위에 있는 이들은 모두 큰 사람들이지만, 그들 중 누가 이 작은 왕자에게 길을 내주지 않겠느냐? 왕자가 그들 사이를 거침없이 지나가서 임금인 아버지 옆의 영예로운 자리에 앉을 수 있게 하지 않겠느냐?
12. 또 누가 아들다운 친밀한 태도로 임금을 대할 수 있겠느냐? 게다가 아들이 모든 이들 중에서 가장 작은데도 가장 높이 올라 임금이신 아버지 옆에서 첫째가는 적자의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서, 누가 이 임금과 아들을 나무라겠느냐? 물론 아무도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모두가 어린 왕자의 권한을 존중할 것이다.
13. 한층 더 내려가서 한 가정을 상상해 보아라. 처음으로 아들이 태어났다. 그렇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일을 하지 않을뿐더러 공부나 연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게으름을 피우며 거의 멍청한 상태로 빈둥거리는 바람에 아버지의 마음을 심히 괴롭혔다.
14. 나중에 또 다른 아들이 태어났다. 이 아들은 형보다 어리지만 아버지의 뜻을 이루며 공부도 열심히 하여 마침내 높은 지위를 차지할 만한 교수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가정에서 어느 아들이 첫째가 되겠느냐? 누가 아버지 바로 옆의 영예로운 자리를 얻게 되겠느냐? 나중에 태어난 아들이 아니겠느냐?
15. 그런즉, 딸아, 창조의 목적을 손상하지 않고 자기 내면에 고스란히 보존한 사람들만이 나의 참된 적자가 될 것이다. 그들은 내 뜻을 이루는 것에 의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순수한 피를 그들 안에 보존하고, 아버지께서는 그들에게 당신과 비슷한 모습을 부여하실 것이기에, 누가 보아도 그들이 우리의 적자임을 쉽사리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16. 우리의 뜻은 그들을 고상하고 순수하고 참신한 사람, 자기네 창조주께 대한 사랑으로 불타는 사람으로 있게 할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의 뜻 안에 있으면서 자신들의 뜻에 생명을 준 적이 결코 없는 우리의 자녀로서, 마치 우리에 의해 처음으로 창조된 사람들 같을 것이고, 만물이 창조된 목적의 영광과 영예를 우리에게 줄 것이다.
17. 이런 연유로 세상은 아직 종말을 고할 수 없다. 우리가, 우리의 뜻 안에서 살면서 우리 사업들의 영광을 줄 자녀들의 세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녀들은 오로지 나의 뜻만을 생명으로 가질 터이니,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 그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애써 노력하지 않고서도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심장 박동과 호흡 작용과 혈액 순환처럼 말이다. 그들에게는 이 뜻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 아니라 생명이요 영예이며 시작과 끝이 될 것이다. 법은 반항하는 자들을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8. 그러므로, 딸아, 너는 오직 내 뜻만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네 예수가 모든 창조의 목적을 네 안에 이루며 네 안에 넣어 두기를 네가 원한다면, 다른 무엇에도 관심하지 말 일이다.”
16권-48, 참사랑은 사랑하는 이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못한다.
하느님의 뜻은 모든 것과 모든 고통을 담고 있는 지극히 순수한 빛이며, 창칼이나 못보다 날카롭다.
1924년 3월 13일
1.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아 죽을 맛이었다. 괴로워서 한참이나 허덕인 끝에 그분께서 나의 내면에서 나오셔서 당신의 고통을 나누게 하셨다. 그런데 그 고통들이 하도 많아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실제로 숨이 끊어질 때처럼 목에서 그르렁그르렁하는 소리도 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고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한량없는 빛 안에 있음을 느꼈는데, 이 빛이 나를 아프게 하는 고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 고통을 받고나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2. “딸아, 내가 너한테 오고 싶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많은 고통을 겪고 있었으니, 나에게 충실하고 나와 떨어질 수 없는 사람인 너에게 오면, 내 사랑이 나로 하여금 너와 이 고통들을 나누게 했다. 그런데 네가 고통받는 것을 보면, 나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기에 나도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3. “아아, 저의 예수님, 당신은 얼마나 많이 변하셨는지! 더 이상은 저와 고통을 나누고 싶지 않다, 당신께서 홀로 겪고 싶다는 것을 드러내는 말씀이 아니십니까? 아무튼, 제가 이제는 당신과 함께 고통 받을 자격이 없더라도 제발 숨어 계시지는 마십시오. 오셔서 제게 고통을 안 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사실 당신과 함께 고통을 나누지 못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날카로운 못이 되겠지만, 그래도 당신의 부재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것이니 말입니다.”
4. 내가 그렇게 말씀드리자 예수님은 “딸아, 너는 참사랑의 본성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하셨다. “참사랑은 기쁨도 괴로움도 그 무엇도 사랑하는 이에게 숨기지 못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괴로운 생각이나 심정 한 자락만 감추고 있어도 마치 그 사람과 갈라진 것 같고 안절부절못하게 찜찜한 기분이 되기에, 온 마음을 그 사람 안에 다 쏟아 넣기 전에는 안식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5. 그러니 내가 너에게 와서 내 온 마음과 내 고통과 기쁨과 사람들의 배은망덕을 털어놓지 않는 것은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일단 와 놓고 내 고통과 내 가장 깊은 비밀을 너와 나누지 않기보다는 네 영혼 깊은 곳에 숨은 듯 있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고로 네가 고통 받는 것을 보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네 안에 내 온 마음을 쏟아 넣지 않는 것보다 더 내 마음에 들 것이다.”
6. “저의 예수님, 용서해 주십시오. 그 말씀을 드린 것은, 제가 고통받는 것을 보시며 고통스러워하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 안에 있는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고통도 상관없지만, 갈라지는 일만은 결코 없기를 바란 것입니다.”
7. 예수님께서는 내 말을 들으시고 다시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딸아. 내 뜻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갈라질 수 없다. 사실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너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내 뜻의 빛이었다. 내 뜻이 극히 순수한 빛처럼 네 안으로 뚫고 들어가면서 네 심장 가장 깊은 곳의 신경 속까지 나의 고통을 가져갔던 것이다.
8. 내 뜻은 어떤 창칼보다도 날카롭다. 못이나 가시나 채찍 끝에 달린 쇳조각보다 더 날카롭다. 너무나 순수한 빛이어서 그 자신의 무한성 안에서 모든 것을 보며 둘러싸고, 따라서 모든 고통의 힘도 내포한다. 이 뜻이 그 빛을 영혼 안으로 침투시키면서 그에게 자신이 원하는 고통을 끼친다. 그런데 너의 뜻과 나의 뜻이 하나이기에 내 뜻의 빛이 너에게 내 고통을 흘려보낸 것이다.
9. 이것이 내 거룩한 뜻이 내 인성 안에서 활동한 방식이다. 내 뜻의 지극히 순수한 빛이 나의 호흡과 심장 박동과 동작 하나하나마다 내 온 존재 속으로 고통을 가져왔다. 이 뜻에게는 아무것도 가려져 있지 않았다. 아버지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피조물 편에서 할 필요가 있는 것, 혹은 그들의 죄, 혹은 그들을 구원하는 데에 필요한 - 그 모든 것이 훤히 보였다.
10. 그러므로 내 뜻은 나에게 아무것도 면해 주지 않았다. 그 지극히 순수한 빛이 나의 가장 내밀한 신경과 불타는 심장 박동을 십자가에 못 박았고, 그리하여 나를 끊임없이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자로 만들었다. 비단 손과 발만이 아니었다. 나를 샅샅이 살펴보면서 내 몸의 가장 작은 부위까지도 십자가에 못 박았다.
11. 아! 내 거룩한 뜻이 피조물에 대한 사랑 때문에 내 인성으로 하여금 무엇을 겪게 했는지를 그들이 안다면, 강력한 자석에 끌리듯 나에 대한 사랑에 마음이 끌리련마는!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그들의 입맛이 인간적인 뜻으로 천박하게 더럽혀져 있어서, 내 거룩한 뜻의 고통의 감미로운 열매 맛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인간적인 뜻의 낮은 차원에서 살고 있으므로 하느님의 뜻이 지닌 높이와 능력과 자질과 선을 이해할 수도 없다.
12. 하지만 때가 올 것이다. 지고한 뜻이 피조물 가운데에 길을 내어 자신을 더 많이 알게 하면서 이 영원한 뜻이 내 인성에게 겪게 한 고통을 나타내 보일 때 말이다. 그러므로 내 뜻의 빛이 네 안에 흘러들거든, 너를 샅샅이 살펴 네 안에서 충분하고 완전하게 그의 일을 다 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나를 자주 못 보더라도 괴로워하지 마라. 새로운 사건이, 이 가련한 세상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준비되고 있지만, 내 뜻의 빛이 너에게 모자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13. 그 후 사랑하올 예수님은 모습을 감추셨고, 나는 그분의 뜻 안에 깊이잠겨 있는 느낌이었다. 나의 하잘것없는 작음이 하느님의 크심과 높이와 무한성을 가까이 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가난이 하느님의 풍요와 접촉하고, 나의 추함이 영원한 아름다움과 접촉하는 것이었다.
14. 하느님의 뜻 안에서 나는 그분의 반사광으로 살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그분에게서 받는 한편, 모든 피조물을 찾아내어 마치 내 무릎 위에 올려놓은 듯 싸안고 영원하신 임금님의 발치에 데려갔다. 그분의 뜻 안에서 내가 한 일은 다만 하늘로 올라가고 땅으로 내려오는 것,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일이었다. 모든 세대를 데려가고 모든 이들 대신 사랑함으로써 그분께서 모든 이의 사랑을 받으시게 하기 위함이었다.
15. 내가 그러고 있을 때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시어 말씀하셨다.
“딸아, 피조물이 우리 성삼위의 뜻 안에서 살고 있음을 보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 그 사람은 우리에게서 반사되는 빛으로 산다. 이 빛으로 사는 한편, 자기 창조주의 모습을 스스로 안에 흡수한다. 그러기에 그는 아름다워지고 부유해지며, 모든 이를 싸안고 모든 것을 우리에게 가져올 정도로 넓어진다. 또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우리를 사랑할 만큼 많은 사랑을 우리에게서 끌어낸다.
16.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을 본다. 창조를 통해 발한 우리의사랑, 우리의 흐뭇함, 우리의 기쁨과 우리 사업들의 보답을 본다. 우리의 뜻 안에서 사는 그 영혼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너무나 크고 엄청난 것이어서, 우리가 본성적으로 하느님인 것처럼 그는 우리 뜻의 능력으로 신화된다. 우리는 모든 것을 그 영혼 안에 쏟아 붓는다. 그의 신경 한 가닥도 빼놓지 않고 우리의 것으로 가득 채운다. 너무나 가득 채운 나머지 그것이 밖으로 넘쳐흘러 거룩한 강과 바다를 이루며 그를 에워싸게 된 정도다.
17. 그러면 우리는 이 바다들 속으로 내려가 즐거워한다. 애정을 가지고 우리의 사업들을 찬미하면서 우리가 완전한 영광을 받고 있음을 느낀다. 딸아, 그러니 네 예수가 사람을 창조하면서 했던 이 말을 다시 하기를 네가 원한다면 모름지기 내 뜻의 지극히 순수한 빛 안에서 살아야 한다. ‘우리 뜻의 힘으로 이 영혼을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만들자.’”
16권-49,하느님 뜻의 빛은 전지하며 어디든지 들어갈 수 있다.
하느님 뜻 안의 행위들은 예수님의 생명을 증식시킨다.
1924년 3월 19일
1. 하느님 의지의 가없이 넓은 바다에 녹아들고 있노라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게 강복하시는 모습으로 나의 내면에서 나오셨다. 그러게 나를 축복하신 뒤 양팔로 내 목을 감아 두르시고 말씀하셨다.
2. “딸아, 나는 너의 마음과 심장 박동과 정감과 말과 생각을, 그리고 극히 사소한 동작까지 축복한다. 내 축복으로 너의 그 모든 것이 신적인 덕행을 입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면 네가 내 뜻 안으로 들어올 때에 너의 그것들이 내 축복으로 말미암아 신적인 덕행을 가져올 수 있고, 모든 사람 안에 퍼지면서 스스로를 내어 줄 힘과 각 사람에 대해서 나를 불어나게 할 힘을 가지게 되어, 모든 이가 내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내게 사랑과 영광을 주게 할 수 있다.
3. 그러니 내 뜻 안으로 들어와서 하늘과 땅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가거라. 내 뜻은 지극히 순수한 빛이고, 이 빛은 모든 것을 아는 전지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전지성이, 가장 은밀한 곳과 가장 깊숙이 숨어 있는 심줄까지, 또 깊디깊은 심연과 높디높은 공간 속까지 들어가게 하는 통행증이다. 그 자체로 효력을 지니고 있어서 이를 입증하는 서명이 불필요한 통행증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높은 데서 내려오는 빛이어서 아무도 그 걸음과 출입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물의 왕인지라 어디서든지 지배권을 쥐고 있다.
4. 그런즉 너의 생각과 말과 심장 박동과 고통을, 곧 너의 온 존재를 내 뜻의 순환 안에 던져 넣어라. 너 자신 안에는 아무것도 남겨 두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네가 내 뜻의 빛이라는 통행증과 나의 신적인 덕행으로 피조물의 각 행위 속에 들어갈 수 있고 그들 각자 안에 내 생명을 증식할 수 있다. 오! 피조물이 내 뜻의 힘 덕택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의 수만큼 많은 나의 생명들로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는 것을 보면 나는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5. 나는 그래서 지고하신 의지 안에 나 자신을 내맡기고 이 의지 안을 돌아다니면서 나의 생각과 말과 보속 등을 각 사람의 지성 안에, 또 인간 행위의 다른 모든 것 안에 흘러들게 하였다. 나의 그 행위들에 따라 예수님이 형성되었다. 오! 영원하신 뜻의 빛의 통행증이 통과하는 곳마다 수많은 예수님들이 보였으니, 그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한 광경이던지!
6. 나중에 나 자신 안으로 돌아와 보니 예수님께서 나의 온몸을 껴안으신 채 내 목에 꼭 붙어 계셨다. 그분께서는 내가 그분의 생명을 불어나게 한 원인이 된 것처럼, 그리하여 같은 수의 신적 생명의 영광과 영예를 그분께 드리게 된 것처럼 축제의 기쁨에 싸여 계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7. “저의 사랑이시여, 제가 보건데 당신의 생명을 불어나게 하여 같은 수의 신적 생명의 영광과 영예를 드릴 수 있었던 것이 저라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당신께서는 어디든지 계시기에 각 행위 안에 이 생명이 생겨난 것은 당신 자신의 힘 때문이지 저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언제나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8. “딸아, 네 말은 다 사실이다. 나는 어디든지 있다. 나를 어디든지 있게 하는 것은 나의 능력과 무한성과 전지성이다. 피조물이 내 뜻안에서 사랑하며 활동한다고 해서 나를 어디든지 있게 하고 또 불어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혼이 내 뜻 안에 들어오면 신적 덕행이 가득한 그의 사랑과 그의 행위들이 널리 펼쳐지며 수행되는 정도에 따라 내 생명을 형성한다.
9. 피조물이 나 자신의 것을 가지고 나에게 내 사랑과 영광과 심지어 바로 내 생명도 주는 것을 보면서 내가 축제의 기쁨에 싸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나의 이 기쁨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피조물이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에는 이해할 수 없다. 천국 본향에서 자기가 세상에서 형성한 수만큼 많은 신적 생명으로 보답을 받게 될 때 비로소 이해하게 될 것이다.
16권-50, 말씀을 받은 대로 다 써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 주시다.
자연 전체가 악에 절은 인간을 치려고 들고 일어나리라.
사람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 때 완성될 그분의 사업들.
1924년 3월 22일
1. 위에서 쓴 내용에 대하여 고해 사제에게 이야기했더니, 자기로서는 확신이 없다고 하였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세상이 바뀐 것을, 적어도 일부분은 바뀐 것을, 바로 그날 아침에 알아볼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도 확신이 서지 않았고, 더 이상은 아무것도 쓸 생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2. 그때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오셨으므로 나는 그분의 팔 안에 몸을 맡기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 고해 사제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은 놀라운 일과 기적 등을 원하고 있고 그래야 믿겠다고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를 꽉 껴안으셨는데, 그렇게 당신 가슴에 밀착시킴으로써 나를 심란하게 하는 의혹을 몰아내시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용기를 내어라. 낙담하지 마라. 네가 쓸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 내가 너에게 이 희생을 강요하다시피 했겠느냐? 너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내 뜻에 관해서 또 피조물이 내 뜻 안에서 사는 것에 관해서 내가 너에게 알려 준 그 각각의 효과와 선과 가치는 흡사 여러 가지의 맛, 미끼, 자석, 음식, 화음, 향기, 빛과도 같다. 내가 말한 각 효과가 저마다 구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4. 따라서, 네가 내 뜻 안에 모든 선과 영혼이 내 뜻 안에서 삶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나타내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을 잡을 미끼거나 매혹할 맛, 또는 그들을 끌어당길 자석이거나 배부르게 할 음식이 실종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화음과 향기가 주는 기쁨과 그 길을 인도하는 빛이 없을 터이니, 그들은 가능한 모든 선을 발견하지 못해서 - 다시 말하자면 알지 못해서 - 다른 모든 것 위에 솟아나는 큰 열망을, 곧 내 뜻 안에서 살고자 하는 큰 열망을 품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5. 게다가 네가 들었던 말을 두고 속을 끙끙 앓지도 마라. 내 엄마도 내뜻을 생명으로 가지고 계셨지만, 세상은 여전히 악의 길을 가고 있었다. 요컨대 겉보기에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그분에게서는 단 하나의 외적인 기적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 세상에서 행하지 않으신 것을 하늘에서 당신 창조주와 함께 하셨으니, 끊임없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것에 의해 말씀을 땅으로 끌어당길 자리를 당신 안에 마련하셨고, 그리하여 인류의 운명을 바꾸셨으며, 그 전이나 그 후나 다른 누구도 행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기적을 행하셨다. 오직 하나뿐인 기적을!
6. 이처럼 가장 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보다 작은 일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내 엄마가 행하고 계셨던 일을 - 피조물 가운데로 말씀이 내려오시는 어마어마한 기적 사건을 얻어 내시려고 그분께서 영원하신 분과 함께 행하고 계셨던 일을 좀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었느냐? 내가 잉태되었을 무렵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사건을 초래한 이가 내 엄마였다는 것을 알았고, 많은 사람들은 내가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을 보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7. 딸아, 나는 영혼에게 베풀고자 하는 선이 큰 것일수록, 즉, 인류의 유익을 위해 내려와서 나에게 완전한 영광을 가져오게 될 선일수록, 그 영혼을 내게 더 가까이 끌어당기고, 그와 내가 서로 함께 그 선을 푹 익히며 맛이 들게 한다. 내가 그를 모든 사람에게서 따로 떼어놓아 알려지지 않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내 뜻이 그를 어떤 사람 가까이로 끌어당기려고 하면 그로 하여금 순순히 이 희생을 치르게 하기 위해 나의 온 힘을 쏟아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너는 네 예수가 일하도록 맡겨 두고 평온한 마음으로 있어라."
8. 그럼에도 나는 “저의 예수님, 그들은 여기에 말씀들만 있을 뿐 아무런 증거도 명확한 선도 보이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하였다. “저는... 저는 사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다만 당신께서 원하시는 것을 행하는 것, 곧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을 실천하는 것과 당신과 저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우리 마음의 비밀로 해 두는 것뿐입니다.”
9. 그러자 예수님은 “아, 딸아, 내가 내 구원 사업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나를 잉태하신 사랑하올 엄마와 함께 우리끼리의 비밀로 했으면 좋았겠느냐? 그랬다면 내가 세상에 강생한 사실을 우리 외에는 아무도 몰랐을 것 아니냐? 아무리 큰 선이라고 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생명이 생겨나게 할 수도 불어나게 할 수도 없고, 사랑하게 할 수도 본받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내 구원 사업은 피조물에게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10. 딸아, 그들의 말에 개의치 말고, 일은 내가 하게 맡기고 있어라.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 외적으로 또 내적으로 행했던 모든 것을 하여라. 이 내적인 활동은 - 특히 나의 숨은 생활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고, 그것의 완전하고 바람직한 결실을 거두지도 못한 상태로 있다. 내가 행했던 모든 선에 대해 사람들은 거의 모르고 있었지만, 이것이 거룩하신 내 아버지 앞에서 훌륭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구원 사업의 열매를 준비하며 익히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11. 그렇지만 외관상의 나는 알아주는 이 없고 가난하고 비천하며 멸시를 받는 사람으로 피조물 옆에서 살았다. 그러나 이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내 아버지 앞에 있는 나는 신성을 지닌 나였고, 나의 내적 활동은 하늘과 땅 사이에 빛과 은총과 바다, 평화와 용서의 바다를 열었다.
12. 땅의 선익을 위하여 오랜 세기에 걸쳐 닫혀 있었던 하늘을 여는 것, 그리하여 내 아버지께서 사랑으로 피조물을 굽어보시는 것이 나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이 일이 일단 이루어지면 나머지는 저절로 될 것이었다. 그러니 이것이 크디큰 선이 아니었겠느냐? 크디큰 선이었다기보다 오히려 전부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구원 사업의 누룩이요 준비이며 기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13. 너도 마찬가지다. 내가 내 뜻의 누룩을 네 안에 넣고 준비 작업을 하면서 기초를 세울 필요가 있었고, 너와 나 사이, 나의 내면과 너의 내면 사이에 지고한 일치가 있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하늘을 열어 새로운 은총과 새로운 흐름이 소통되게 하고, 지고하신 임금님께서 가장 큰 은총을 허락하시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은총은 그분의 뜻이 땅에도 알려져서 하늘에서와 같이 전권을 가지고 피조물 가운데서 다스리시며 사시는 것이다.
14. 그런데 네가 이를 위해 일하는데도 땅이 아무런 유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 그건 정말 틀린 생각이다. 인류가 현기증 나는 악의 내리막길을 내닫고 있다. 누가 그들을 붙들어 주겠느냐? 누가 그들을 가로막아 지표(地表)에서 사라질 정도인 그 현기증 나는 질주에 빠지지 않게 하겠느냐?
15. 얼마 전에 바다가 땅 밑의 경계선을 부수고 온 도시들을 삼킬 듯이 넘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네가 사는 고을이 큰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누가 그 재앙을 멈추었느냐? 누가 바닷물을 멈춰 세워 그 경계 선 안으로 몰아넣었느냐?
16. 이는 바로 피조물의 현기증 나는 추악한 질주에 대응할 큰 재앙을 나타내는 것이니, 너무나 숱한 악에 넌더리가 난 자연 자체가 그의 창조주의 권한을 위해 복수를 하려고 한다. 모든 자연물이 인간과 대적하기 위해 그들 자신의 경계를 벗어나고자 한다. 바다와 불과 바람과 땅이 인류를 해치며 쳐서 대규모의 학살을 자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17. 한데 너는 인류가 이렇듯 돌이킬 수 없는 죄악 속에 빠져 있을 때에 내가 너를 불러 하늘과 땅 사이에 세우고, 나 자신의 행위와 동화시켜 내 뜻 안을 달리게 하는 것을 별것 아닌 일로 생각하느냐? 그것은 땅 위에 넘쳐흐르는 많기도 많은 악행에 반대되는 행위를 준비하기 위함이니, 그렇게 선행을 마련하면서 내 사랑으로 인간을 정복하여 그 현지증 나는 질주를 그치게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고 가장 큰 선물인 내 뜻의 빛을 주어 이 뜻을 알게 된 인간이 이를 음식으로 먹고 힘을 되찾게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러면 인간이 강해져서 분별없는 것을 그만두게 되고, 굳건한 걸음걸이를 회복하여 더 이상 악행에 떨어지지 않게 되지 않겠느냐?
18. 그러고 나서 예수님은 모습을 감추셨고, 나는 사람들의 그 현기증 나는 추악한 질주와 자연이 그들과 대적하여 일으킬 엄청난 소요 사태를 생각하며 더욱더 괴로운 마음으로 남아 있었다. 다시 기도를 드리고 있노라니, 예수님께서 이번에는 매우 가련한 상태로 나타나셨다. 마음이 불안하신 듯 탄식과 신음소리를 내셨고, 나의 내면 안에 드러누우시더니 좌우로 몸을 마구 뒤척이시는 것이었다.
19. 나는 그래서 그분께 물었다. “예수님, 저의 사랑이시여, 무슨 일이십니까? 매우 심한 고통을 겪고 계시니, 오, 제발이지 혼자 겪지 마시고 저와 함께 나누십시다. 너무 큰 고통이어서 더는 견딜 수 없음을 친히 느끼고 계시지 않습니까?”
20. 그런데 그렇게 묻고 있는 사이에 나 자신의 밖으로 나가 어느 사제의 팔에 안겨 있음을 깨달았다. 사제로 보였으니 예수님인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 음성은 예수님의 음성이었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굉장히 먼 길을 갈 것이다. 도중에 보이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아라.”
21. 그리고 우리는 땅을 밟지 않고 걸었다. 처음에는 내가 그분을 안고 갔지만, 개 한 마리가 나를 따라오면서 물려고 하는 것 같아 겁을 내자, 그 무섬증을 없애 주시려고 그분께서 나를 안고 가셨다. 그렇게 서로의 위치를 바꾸게 되자 나는 그분께 말씀드렸다.
22.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잔뜩 겁을 집어먹게 버려두셨지만, 제가 당신을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는 흡족합니다. 제가 당신 팔에 안겨 있으니, 저 녀석이 제게 아무 짓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예수님께서 나를 팔에 안고 가신다.” 를 거듭거듭 되뇌었다. 예수님께서도 “나는 예수님을 팔에 안고 간다.”를 되뇌셨다.
23. 그러나 그 개는 우리의 노정(노정) 동안 줄곧 따라왔다. 딱 한 번 내 발을 제 입 속에 넣었는데 물지는 않았다. 정말 먼 길이어서 나는 종종 “갈 길이 얼마나 남았습니까?”하고 묻곤 하였다. 그러면 그분은 “백 리 남았다.” 하셨고, 한참 가다가 또 물으면 “삼십 리 남았다.” 하셨다. 이런 식의 문답을 주고받으며 마침내 (목적지인) 도시에 도착하였다.
24. 한데 내가 그 노정을 따라 가면서 보았던 것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몇몇 지역에는 도시들이 온통 돌 더미가 되어 있었고, 다른 지역에서는 바다가, 또 다른 곳에서는 강이 범람하였고, 어떤 지역에는 갈라진 땅의 깊은 구렁에서 불길이 솟고 있었다. 자연의 모든 원소가 서로 단합하여 인류를 해치면서 이들을 매장할 무덤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25. 더욱이 그 길에서 볼 수 있었던 것 중 가장 무섭고 끔찍한 것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악행이었다. 이들에게서 나오는 것은 전부 어둠이었고, 그것도 칠흑 같이 짙은 어둠인데다 부패의 독한 악취마저 풍기고 있었다. 모든 것이 거짓이며 사기극으로 보였다. 어떤 선행을 한다고 해도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겉치레일 뿐, 그들 속에는 더없이 추악한 악덕이 우글거리고 음흉하기 그지없는 음모가 꾸며지고 있었으니, 이는 드러내 놓고 악행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주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나무뿌리까지 모조리 갉아 먹는 나무좀같이, 모든 계층의 사람들 마음 안에서 선의 뿌리를 갉아 먹고 있는 것이었다.
26. 또 다른 곳에서는 숨어 기다리며 사람들을 학살하는 혁명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본 그 모든 것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으랴? 너무나 많은 악이 만연해 있어서 보기만 해도 지겨워진 나는 거듭 묻곤 하였다. “이 먼 길은 언제가 되어야 끝날 것입니까?” 그러면 골똘히 생각에 잠기신 채 나를 안고 가시는 분께서 “좀 더 가야한다. 네가 아직 모든 것을 다 보지는 못했으니까.”하시는 것이었다.
27. 오랜 고투 끝에 마침내 나 자신 안으로 돌아와 침상에 있게 되었지만, 다정하신 예수님께서는 계속 신음소리를 내시며 대단히 괴로워하셨고, 내게 양팔을 뻗으시며 이르셨다. “딸아, 잠시 쉬게 해 다오. 더는 못 참겠다.”
28. 그리고 그분은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주무시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평온한 잠이 아니었다. 어찌 할 바를 몰라진 나는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을 상기하였다. 그분의 뜻 안에는 완전한 안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29. “저의 사랑이시여,
당신의 뜻 안에 저의 지성을 넣습니다.
당신의 창조되지 않은 지성을 찾아내어
그 안에 저의 지성을 넣고
창조된 모든 지성을 덮어 그늘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러면 당신께서 창조된 모든 정신 앞에 드리운 당신의 그늘을 보시고
당신의 거룩하신 지성을 위한 안식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30. 당신의 ‘피앗’ 안에 저의 말을 넣습니다.
인간의 모든 목소리들 앞에 그 전능하신 '피앗'의 그늘을 놓아
당신의 숨길과 입이 쉬실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저의 활동을 당신의 활동 안에 넣습니다.
피조물의 활동 앞에 당신 활동의 그늘과 거룩함을 두어
당신의 손에 안식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당신의 뜻 안에 저의 작은 사랑을 넣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 앞에
당신의 무한하신 사랑을 놓고 그 그늘 안에 계시게 하여
당신의 지치신 마음이 안식을 얻으시게 하려는 것입니다.”
31. 내가 그렇게 계속 말을 이어가자 예수님께서 평화로이 단잠에 빠지셨다. 시간이 좀 지난 뒤에 깨어나셨으나 평온해 보이셨고, 나를 껴안으시며 말씀하셨다.
“딸아, 네가 내 활동과 내 ‘피앗’과 내 사랑의 그늘로 나를 둘러쌌기에 내가 쉴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천지 만물을 창조한 뒤에 언급했던 안식이다. 사람을 맨 나중에 창조했으므로 사람 안에서 쉬고자 했던 것이다.
32. 그러나 이것은 거절당하고 말았다. 사람이 내 뜻을 따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따라서 내 뜻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낼 때까지는 내 그늘을 보지 못하기에 쉴 수가 없다. 내 뜻은 영혼 안의 내 모습을 보호하는 그늘을 만들기 때문이거니와, 내 뜻으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내 사업들을 완성할 수 없고 모든 피조물에게 신적인 마지막 붓질을 해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33. 그런 까닭에 이 땅은 정화되어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될 만큼 강력한 정화 작용으로 깨끗하게 되어야 한다. 그러니 너는 인내하여라. 그리고 언제나 내 뜻을 따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