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권-13, 하느님 뜻 안의 삶은 외관상 그지없이 평범하다.
요체는 영혼과 하느님 사이의 내적 관계에 있다.
1922년 3월 16일
1. 여느 때와 같이 있으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내가 가장 못된 인간이라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다정하신 예수님은 나에 대한 당신의 계획이 원대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2. 내 안에서 행하고 계신 일이 매우 중대한 것이어서 천사들에게도 맡기지 않고 당신께서 친히 맡아 관리하시며, 당신 자신이 행위자요 관찰자가 되기를 원하신다고 하신다. 그러나 내가 어떤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가? 그런 것은 전혀 없다. 나의 외적인 생활은 남들보다 더 하찮아 보일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없다.’
3.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생각의 흐름을 끊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이건 말이다. 네 예수가 없으면 네가 얼마나 쓸데없는 생각이나 말을 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4. 사실 내 사랑하올 엄마도 외적인 생활에서는 특별한 일을 전혀 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언뜻 보기에는 다른 이들보다 하찮은 일을 하셨다.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극히 평범한 일들을 하셨으니, 물레로 실을 잣고, 바느질하고, 청소하고, 불을 지피고... 하는 따위의 일이었다.
5. 그런 그분이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 그분의 외적 행동에는 이 사실을 귀띔해 주는 점이 도무지 없었다.
6. 그러나 그분께서 태중에 나를 가지시자, 그리하여 영원한 말씀이 그분 안에 있게 되자, 그분의 모든 동작이, 사람으로서의 모든 행위가 삼라만상의 경배를 받았다.
7. 그분에게서 생명이 왔고 그분으로 말미암아 모든 조물이 존속하게 되었으니, 태양은 그분에게 의지하며 빛과 열의 보존을 기대했고, 땅은 모든 식생(植生)의 진화를 기대했으며, 만물이 그분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그분의 몸짓 하나하나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8. 하지만 그 무엇인가를 본 사람이 있었느냐? 아무도 없었다. 그분의 위대성과 능력과 성덕 및 그분에게서 나오는 선의 끝없는 바다들은 전부 그분의 내면에 있었다. 그분의 모든 심장 박동과 숨과 생각과 말씀이 낱낱이 당신의 창조주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9. 하느님과 그분 사이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 있었고, 이는 그분께서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시는 흐름이었다. 당신 창조주의 사랑을 불러일으킴 없이 그분에게서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창조주의 사랑에 잠김 없이 나오는 것도 없었던 것이다. 이 흐름이 그분 안에 퍼져 나가면서 그분을 들어 올려 만물을 뛰어넘게 했지만, 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0. 그분의 하느님이며 아들인 나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엄마와 나 사이에도 그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 엄마의 심장 박동이 내 안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분은 내 영원한 심장 박동으로 사셨고, 나는 그분의 모성적인 심장 박동으로 살았으니, 이것이 바로 그분을 내 엄마로 알아보게 하는 점이기도 하였다.
11. 외적인 행위들은 나를 만족시키지 않는다. 이 행위들이, 그 생명으로 내가 빚어낸 사람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12. 그렇다면, 너의 외적 생활이 평범하기 그지없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겠느냐?
나는 흔히 더없이 위대한 일일수록 더없이 평범한 것들로 덮어 가린다. 아무도 그것을 주목하지 않게 하여 내가 더욱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일은 다 이룬 뒤에는 뜻밖의 순간에 만인에게 드러내어 놀라움에 잠기게 한다.
13. 내가 네 안에서 하고 있는 일은 분명히 위대한 일이다. 내가 너의 모든 행위들을 내 뜻의 흐름 안에 들어오게 하고 내 뜻의 흐름은 네 행위들 안에 들어가게 한다면, 이것이 사소한 일이겠느냐?
14. 게다가 이 흐름들은 피조물의 모든 행위들을 단 하나의 행위로 만든다. 그것은 하느님의 의지가 이들 모두에게 흘러들게 함에 의해서다. 이 의지가 각 사람의 각 행위자가 되기에,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신적 행위로, 신적이고 영원한 사랑과 보속과 영광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이것이 사소한 일이겠느냐?
인간의 뜻의 흐름이 이처럼 하느님의 뜻과 지속적인 관계 속에 있다는 것,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 안에 흘러든다는 것이?
15. 딸아, 그러므로 너에게 당부한다. 주의를 기울이며, 충실하게 나를 따라오너라.”
16. 나는 그분께, “제 사랑이시여, 요즘은 주변 사정이 복잡해선지 집중이 잘 안 됩니다.”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덧붙여 말씀하셨다.
17. “그러니까 주의를 기울이라고 하는 것이다. 네가 행하는 모든 것이 내 뜻 안에 흘러들지 않을 때에는 태양이 운행을 멈춘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또 네 마음이 흩어져 있을 때에는 태양 앞에 구름장을 만들어 가리는 셈이 되기에 네가 어둠 속에 있게 된다.
18. 하지만 주의 산만이 본의 아닌 것일 때에는, 네 뜻의 한 행위가 내 뜻 안에서 강력하고 단호하게 흘러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태양의 운행을 재개시킬 수 있다. 또한 그것이 속도가 빠른 바람처럼 구름장들을 몰아내어, 내 뜻의 태양이 전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게 할 수 있다.
14권-14, 죄는 선행을 할 수 없도록 영혼을 속박한다.
하느님과 사람이 서로에게 안식이 되는 경우.
1922년 3월 18일
1. 기도 중에 수난 고통을 겪고 계신 예수님과 함께 있노라니, 다정하신 그분께서 모습을 보여 주시며 말씀하셨다.
2. “딸아, 죄는 영혼을 사슬로 묶고 선을 행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의 정신은 죄의 사슬은 감지하면서도 선은 깨닫지 못한다. 그의 의지는 사슬이 자기를 묶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감각이 거의 마비된 상태여서, 선을 원하는 대신 악을 원한다. 그의 갈망도 사슬에 묶여 있기에 하느님께로 날아가야 할 자신의 날개가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느낀다.
3. 오, 사람이 자기 죄의 사슬에 묶여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측은한지! 수난을 통해 내가 받고자 했던 첫 번째 고통이 사슬에 묶이는 고통이 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사람을 그 자신의 사슬에서 풀어 주려고 내가 묶이기를 원했던 것이다.
4. 나를 묶은 사슬들은 내 몸에 닿자마자 사랑의 사슬로 바뀌었다. 이 사슬들이 사람의 몸에 닿으면 그의 사슬을 태워 없애고, 내 사랑의 사슬로 그를 묶을 것이었다.
5. 내 사랑은 활동적이다. 활동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원상태로 회복시키고 치유하며 새로 아름답게 하는 데에 필요한 것을 마련하였다. 모든 것을 마련했으니, 그것은 영혼으로 하여금 마음만 먹으면 그 모든 것을 즉시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이었다.
6. 나는 따라서 영혼의 사슬을 태워 없앨 내 사슬이, 죄로 인한 그의 상처들을 덮고 그를 아름답게 꾸며 줄 내 살점들이, 그에게 다시금 생명을 줄 내 피가, 요컨대 모든 것이 준비되게 하였다. 각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비축되어 있는 것이다.
7. 내 사랑은 자신을 주기를 원한다. 활동하기를 원한다. 주지 않는 상태로 있으면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 일종의 조바심이, 불가항력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겠느냐?
8.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면, 나는 내 사슬과 살점들과 피를 원하는 사람에게 몰아준다. 이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니, 내 사랑의 사슬로 그를 온통 보석들에 휩싸이게 하면서 아름답게 치장해 준다. 그리고 은총의 생명을 백 배로 불린다. 내 사랑이 스스로를 쏟아내고 진정되게 하기 위함이다.”
9.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동안 그분의 사슬과 살점들과 피가 내게로 쏟아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분은 그 모든 것을 내게 붙이며 바르시어 온통 보석에 휩싸인 듯 만드는 것이 재미있으신 모양이었다. 오, 예수님은 얼마나 인자하신지! 그분께서는 이제와 항상 찬미 받으시기를!
10. 나중에 다시 오신 그분은 이 말씀을 덧붙이셨다.
“딸아, 나는 사람이 내 안에서 쉬고 나도 사람 안에서 쉴 필요를 느낀다. 그러나 너는 아느냐?
언제 사람이 내 안에서 쉬고 내가 사람 안에 쉬게 되는지를?
11. 사람의 지성이 나에 대해 생각하며 나를 인식할 때 그는 창조주의 지혜 안에서 쉬고, 창조주의 지혜는 그 피조물의 정신 안에서 안식을 얻는다. 사람의 뜻이 하느님의 뜻과 하나가 될 때 이 두 뜻이 서로 얼싸안고 함께 쉰다.
12. 사람의 사랑이 모든 피조물을 넘어 오로지 자기 하느님만을 사랑하면, 그때에는 하느님과 사람이 감미롭기 짝이 없는 안식을 서로에게서 얻는다. 안식을 주는 이는 안식을 얻고, 나는 그의 침상이 된다. 내 팔로 꼭 껴안고 다디단 잠을 자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내 품 안으로 와서 쉬어라.”
14권-15, 만물이 받게 될 이중의 ‘피앗’인장
1922년 3월 21일
1. 평상시와 같이 지내면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의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노라니, 언제나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양팔로 나를 껴안으시고 숨을 크게 내쉬셨는데, 그 숨이 내 심장 깊숙이 파고드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 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 뜻의 딸아, 내 전능한 숨이 너에게 내 뜻의 생명을 준다. 내 뜻은 이를 행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숨을 생명으로 주기 때문이다.
3. 내 뜻이 그에게 내쉬는 숨은 그에게서 내게 속하지 않은 모든 것을 치워 없앤다. 그러므로 그는 내 뜻의 공기만을 호흡하게 된다.
4. 호홉 작용을 통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뿜고 하는 것처럼, 그런 영혼은 숨을 쉴 때마다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자신을 내게 내주곤 한다.
5. 내 뜻은 모든 피조물 위를 감돌고 있다. 내 의지가 자신의 인장을 찍어 두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피앗’을 발하며 만물을 지어 내었을 때, 내 뜻이 그 모든 것을 다스리면서 그들의 생명이 되었고 또 그들을 보존해 왔기 때문이다.
6. 이제 나의 뜻은 고귀하고 거룩한 행위들에 대한 보답을 받으려고, 모든 것이 자신 안에 감싸이기를 바라고 있다. 내 의지의 공기와 바람과 향기와 빛이 사람의 모든 행위들 위를 감돌기를, 그리하여 그 자신의 행위들이 사람의 행위들과 함께 섞여 감돌며 한데 녹아 들어 오직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7. 오직 이것만이 창조 사업의 목적이었으니, 그렇게 하나가 된 내 뜻과 사람의 뜻이 끊임없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나는 이를 원하고 요구하며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 뜻과 그 가치와 효과가 알려지게 하려고 이렇게 서두르고 있다.
8. 그것은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들의 행위가 내 뜻 안에서 끊임없이 나타나 만물 위를 감도는 공기처럼 퍼져 나가게 하려는 것이니, 그러면 그들의 행위가 내 뜻의 행위와 같이 모든 사람의 모든 행위 안에 불어나면서 모든 것을 덮어 싸게 될 것이다.
9. 창조 사업의 목적이 완성될 그때, 내 뜻은 그들 안에서 쉬면서 새로운 세대를 형성할 것이고, 만물은 내 뜻의 이중 인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창조 ‘피앗’의 인장 및 피조물 안에 되울리는 내 ‘피앗’의 인장이다.”
14권-16, 하느님 뜻 안에 사는 이는 그의 행위들로 예수님의 성사적 생명의 증식을 보완한다.
1922년 3월 24일
1. 여전히 같은 일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오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영혼은 내 뜻 안의 행위들을 함으로써 내 생명을 늘려 많아지게 한다. 내 뜻 안의 행위를 열 번 하면 내 생명을 열 배로 늘리고, 스무 번, 백 번, 천 번, 또는 그 이상으로 하면 같은 수로 내가 불어난다. 성체 축성의 순간에 성체들의 수만큼 내가 많아지는 것과 같다.
3. 다른 점이 있다면, 성체 축성의 경우에는 내가 많아지기 위해 성체 축성용 빵과 나를 축성할 사제가 필요하지만, 내 뜻의 경우에는 내 뜻이 나를 축성하여 넣을 피조물의 행위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피조물은 나를 축성하기 전의 저 빵들처럼 죽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성체다. 아니 그 이상이다. 그가 내 뜻 안에서 수행하는 각각의 행위마다 그 안에 내가 불어나 있는 것이다.
4. 따라서 내 뜻을 행하며 내 의지 안에서 사는 영혼들과 더불어 내 사랑의 완전한 발로가 이루어진다. 이들은 언제나 보상하는 사람들이다. 피조물이 내게 마땅히 해야 했으나 하지 않은 모든 행위들을 보상하고, 바로 나의 성사적 생명도 보상하기 때문이다.
5. 내 성사적 생명이 얼마나 자주 지장을 받는지! 영성체하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소수의 성체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가 하면, 나를 축성할 사제가 없을 때도 있다. 그러니 내 성사적 생명이 내가 원하는 만큼 불어나지 못할 뿐더러, 때로는 숫제 존재할 수도 없게 된다.
6. 오, 내 사랑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의 수만큼의 성체로 내 생명을 불어나게 하여, 그런 나 자신을 날마다 그들에게 주고 싶건만, 아무리 기다려도 헛일이다. 내 뜻이 효력 없는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7. 그러나 내가 결정한 것은 어김없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다른 길을 택하여 나 자신을 불어나게 하는 것이니, 피조물이 내 뜻 안에서 행하는 살아 있는 모든 행위마다 불어나서, 이들로 하여금 내 성사적 생명의 증식을 보완하게 하는 것이다.
8. 과연 그렇다.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들만이 사람들이 하지 않은 모든 영성체와 사제들이 하지 않은 모든 성체 축성을 보상할 수 있다. 그런 영혼들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 내 성사적 생명의 증식까지도 얻게 될 것이다.
9. 그런고로 너에게 다시 말한다. 너의 사명은 위대하다. 네가 이보다 더 높고, 더 고결하고 숭고하며 거룩한 사명을 위해 택함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네 안에 모든 것이 집중되게 하겠다. 내 생명의 증식마저 예외가 아니다. 일찍이 없었던 새로운 은총의 기적을 내가 일으킬 작정이니 말이다.
10. 그래서 당부한다. 주의를 기울이며 내게 충실하여라.
네 안에 내 뜻이 언제나 생명을 가지고 있게 하여라. 그러면 내가 네 안에서, 나 자신의 뜻 안에서, 내 완전한 권리와 함께 창조 사업의 완성을 보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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