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54~p67
※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나눕니다
155. 카이사리아에서 로마소녀를 고쳐주시다
1945. 5. 5.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작은 요한아, 오늘 나는 현대의 봉헌된 사람들을 위한 가르침을 너에게 쓰게 하려고 하니 나와 함께 가자. 지켜보고 기록해라.”
예수께서는 여전히 해항 카이사리아에 계신다. 그분께서는 더 이상 어제 계셨던 광장에 계시지 않고 내륙으로 더 들어간 곳에 계시는데, 여기서도 항구와 배들이 보인다. 여기에는 많은 창고들과 가게들이 있고, 이 개활지의 바닥에 다양한 상품들이 놓여 있는 거적들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아 나는 여기가 장터 부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시장이 항구와 창고들 부근에 위치해 있는 이유는 아마도 뱃사람들과 배로 운반되어온 상품들을 사기 위하여 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일 것이다.
고함소리들과 사람들이 부산떠는 소리들이 많이 들린다. 예수께서는 시몬과 그분의 사촌들과 함께 다른 제자들이 필요한 식량을 사오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몇 명의 어린이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예수를 쳐다보자 그분께서는 제자들과 말씀하시며 그들을 쓰다듬어주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이방인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너희가 싫어하는 것을 보니 나는 유감스럽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너희 세 사람과 요한만이라도 친절하도록 힘써라. 다른 사람들은 너희를 따라오고, 너희를 본받을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수 있습니까? 어쨌든 저 사람들 모두는 우리를 깔보고, 우리를 압제하고,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악덕들로 가득합니다…”
알패오의 야고보가 변명하며 말한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너는 알패오와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것을 기쁘게 생각하느냐?”
“물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께서는 왜 그것을 저에게 물으십니까?”
“그런데 만일 하느님께서 네가 잉태되기 전에 너에게 물으셨다면, 너는 네가 그들에게서 태어나기를 선택했겠느냐?”
“틀림없이요. 하지만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만일 네가 이교도에게서 태어났는데, 누군가가 네가 이교도에게서 태어나기를 원했다고 너를 비난하는 소리를 네가 듣는다면, 너는 무엇이라고 말했겠느냐?”
“저는… 저는 ‘이건 내 잘못이 아니오. 나는 내 아버지의 슬하에서 태어났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태어날 수도 있었을 거요’ 하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도 말했을 것입니다. ‘당신들이 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소. 내가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데, 당신들은 왜 나를 미워하오?’”
“정확히 그렇다. 이교도들이라는 이유로 너희가 경멸하는 이 사람들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네가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인 알패오에게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것이 네 공로는 아니다. 영원하신 아버지께서 너에게 큰 선물을 주셨으니 너는 오로지 그분께 감사드릴 수밖에 없고, 감사와 겸손의 마음으로 그러한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참 하느님께로 이끌어오도록 힘써야 한다. 사람은 친절해야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니다, 그것은 그렇지 않다. 보아라. 얘야, 너는 이리로 오너라.”
한 모퉁이에서 다른 두 명의 작은 사내아이들과 놀고 있던 여덟 살쯤 된 어린이가 다가온다. 그 아이는 머리카락은 아주 검은데 살갗은 대단히 흰 튼튼한 소년이다
“너는 누구냐?”
“저는 루치우스에요. 까이우스 마리우스의 아들 까이우스 루치우스요. 저는 로마인이고, 부상당하여 여기 남아 있게 된 수비대 10인대장의 아들이에요.”
“그럼 저 애들은 누구냐?”
“쟤들은 이사악과 토비아에요.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쟤들은 우리와 노는 게 금지되어 있어요. 우리랑 놀면, 쟤들은 유다인들한테 매 맞아요.”
“왜?”
“쟤들은 유다 아이들이고, 나는 로마 아이에요. 쟤들은 우리와 노는 게 금지되어 있어요.”
“하지만 너는 저 애들과 함께 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뭐냐?”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니까요. 우리는 항상 함께 주사위놀이나 뜀뛰기놀이를 해요. 하지만 우리는 숨어서 해야 해요.”
“그럼 너는 나를 사랑하겠니? 나도 유다인인데, 나는 아이가 아니다. 나는 선생님이다. 사제와 약간 비슷하다.”
“제가 왜 그것을 신경 써요? 만일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도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나를 사랑하니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너는 그것을 어떻게 아니?”
“왜냐하면 당신은 착하니까요. 착한 사람은 사랑해요.”
“내 벗들아, 바로 이것이다. 사랑하는 비결은 착한 것이다. 그렇다면 너희는 다른 사람들이 무슨 신앙을 가졌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어린 카이우스 루치우스의 손을 잡고, 겁이 나서 대문 뒤에 숨어 있는 유다 어린이에게로 가셔서 쓰다듬어주시며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착한 어린이들은 천사들이다. 천사들은 오로지 한 고향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천국이다. 그들은 오직 한 종교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한 분이신 하느님의 종교이다. 그들은 오로지 하나의 성전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하느님의 마음이다. 어린 천사들처럼 항상 서로 사랑해라.”
“하지만 만일 사람들이 우리를 본다면, 그들은 우리를 때려요…”
예수께서는 서글프게 머리를 흔드시지만, 대답하지는 않으신다.
키가 크고 늘씬한 여인이 루치우스를 부르자 어린이는 예수를 떠나며 말한다.
“엄마!”
그 아이는 큰 소리로 그 여인에게 말한다.
“엄마 나 어른 친구 한 명이 생겼어, 그분은 선생님이야!…”
그 여인은 자기의 아들과 함께 가지 않고 오히려 예수께 다가와 그분께 묻는다.
“안녕하세요. 당신께서는 어제 항구에서 말씀하셨던 갈릴래아 분이십니까?”
“그렇소, 나요.”
“그러시다면 잠깐만 저를 기다려주세요. 저는 금방 돌아올 테니까요.”
그 여인은 자기의 어린 아들과 함께 간다.
그 동안 마태오와 요한을 제외한 다른 제자들도 도착한다.
그들이 묻는다.
“저 여자는 누구야?”
“로마여자인가 봐.”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이 대답한다.
“그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 거야?”
“그 여자는 여기서 기다리라고 우리에게 말했어. 우리는 곧 알게 될 거야.”
그 동안 몇 명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다가와 궁금해 하며 기다리고 있다.
그 여인이 다른 로마인들과 함께 돌아온다.
“그럼 당신이 그 선생님이십니까?”
부잣집의 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묻는다.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그가 청한다.
“만일 당신께서 클라우디아 마님의 친구 분들 중 한 명의 어린 딸의 병을 고쳐주셔야 한다면, 그것이 당신께 폐가 되겠습니까? 어린이가 질식해서 죽어가고 있는데, 의사는 그 원인을 모릅니다. 그 소녀는 어제 저녁에는 건강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갑시다.”
그들이 어제 있었던 곳으로 가는 길을 따라 그들이 몇 걸음 가자 로마인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집의 대문에 이르는데, 그 대문은 활짝 열려 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그 남자가 재빨리 들어갔다가 거의 즉시 바깥을 내다보며 말한다.
“들어오십시오.”
그러나 예수께서 들어가시기도 전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은 여자 한 사람이 몹시 괴로워하며 집에서 나온다. 그 여자는 두 팔로 생후 몇 달밖에 안 된 어린 소녀를 안고 있는데, 아이는 완전히 축 늘어져 있고, 질식으로 인하여 얼굴이 납빛이다.
나는 그 소녀는 치명적인 디프테리아에 걸려서 숨넘어가기 직전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여인은 난파당한 사람이 바위에 매달리듯이 예수의 가슴에 매달린다. 그 여자는 눈물로 목이 메여 말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예수께서는 소녀를 받아 안으시는데, 이미 손톱이 퍼렇게 된 그녀의 아주 창백한 고사리 같은 손들이 경련을 일으킨다. 예수께서 그 아이를 똑바로 세우시자, 그녀의 작은 머리가 힘없이 꺾인다.
어머니는 유다인 앞에 선 로마인의 자존심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의 발 앞의 먼지 속에 털썩 주저앉아 얼굴을 들고 머리카락은 헝클어뜨린 채 팔을 내밀어 예수의 옷과 겉옷에 매달리며 흐느껴 운다. 그 여자의 뒤와 주위에 그 집의 로마인들과 마을의 유다인 여인들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오른손 검지에 침을 묻혀 헐떡이는 작은 입 속으로 집어넣으신 다음 목구멍 깊숙이 집어넣으신다.
소녀는 몸부림치고, 얼굴이 한층 더 시커멓게 된다. 소녀의 어머니가 부르짖는다.
“하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그 여자는 마치 칼에 찔리기라도 하듯 몸을 뒤튼다. 사람들은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손가락으로 더러운 점막 한 뭉치를 끄집어내신다. 소녀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고 몇 초 동안 운 다음 진정되어 순진하게 미소 짓고 손을 흔들며, 날개를 퍼덕거리며 짹짹거리면서 먹이를 기다리는 작은 새처럼 입술을 움직인다.
“이 아이를 받으시오, 부인. 이 아이에게 젖을 주시오. 이 아이는 다 나았소.”
소녀의 어머니는 몹시 어리둥절하여 아이를 받아서 여전히 먼지 속에서 무릎 꿇은 채 아이를 껴안고 애무하며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 그녀는 아이 외에는 모든 것을 망각한 듯 정신 줄을 놓아버린 것 같다.
한 로마인이 예수께 묻는다.
“당신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었습니까? 저는 총독의 주치의인데, 저도 유능합니다. 저도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애썼지만, 그것은 깊이, 너무 깊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그렇게…”
“당신은 유능하시지만, 참 하느님께서는 당신과 함께 계시지 않습니다. 그분께서는 찬미 받으시기를! 안녕히 계십시오.”
예수께서는 그곳을 떠나려고 하신다.
그런데 몇 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기들이 개입할 필요를 느낀다.
“당신은 어떻게 감히 외국인들에게 다가갔소? 저들은 타락해 있고 부정해서 저 사람들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누구든 그렇게 되오.”
그들은 세 사람인데, 예수께서는 그들을 엄한 표정으로 응시하신 다음 말씀하신다.
“당신은 하까이, 옛 우물터 근처의 상인과 거래해 보려고 지난 티쉬리 달부터 여기 와 있는 아스돗 사람이 아니오? 그리고 당신은 로마인 의사에게 진찰받으려고 여기 온 라마의 요셉이 아니오? 당신이 여기 왜 왔는지는 나와 당신 둘 다 잘 알고 있지 않소? 그렇다면? 당신들은 부정하다고 느끼지 않으시오?”
“의사는 결코 외국인이 아니오. 의사는 육체들을 치료해주는데, 모든 육체들은 비슷해요.”
“그런데 영혼들은 훨씬 더 그렇소. 결국 내가 무엇을 치료했소? 나는 한 어린이의 무죄한 육체를 고쳐주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무죄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영혼도 고쳐주기를 바라오. 그렇기에 나는 한 의사로서도, 그리고 메시아로서도 누구에게도 접근할 수 있소.”
“안 돼요. 당신은 그럴 수 없어요.”
“못한다고요, 하까이? 그런데 당신은 왜 로마인 상인과 거래하고 있소?”
“나는 상품과 돈을 통해서만 그에게 다가갑니다.”
“당신은 그의 몸을 접촉하지 않고, 그 사람의 손들이 접촉한 것만을 접촉하기 때문에 당신이 오염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로군요. 오! 당신들 모두는 얼마나 소경이고, 잔인한지!
모두들 들으시오. 바로 이 사람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예언자의 책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사제들에게 율법에 대하여 이것을 물어보아라. ‘만일 한 사람이 자기의 옷자락에 제물로 바쳐졌던 고기를 운반했는데, 그 옷이 빵이나 익힌 음식이나 포도주나 올리브기름이나 그밖에 어떤 음식이 닿았다면, 그것들이 제물처럼 거룩해지느냐’고 물어보아라. 사제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하까이가 ‘만일 한 사람이 시체와의 접촉으로 부정해진 다음에 이것 중 어느 것을 만졌다면, 그것이 부정해지느냐?’ 하고 물으니 사제들은 ‘부정해진다’고 대답했다.’(하까2,11-14)
당신들은 그처럼 교활하고, 거짓되고, 일관성이 없는 행동으로 선을 금지하고 단죄하며, 당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면서도 당신들은 의분도, 혐오감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개인적인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어떤 물건이 부정하거나 그렇지 않은지, 그것이 사람을 부정하게 만드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합니다.
거짓말쟁이들인 당신들은 성별된 고기나 다른 성별된 물건과의 접촉으로 거룩하게 된 물건은 그것이 접촉하는 물건을 거룩하게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부정한 물건을 접촉했던 것은 그것이 접촉하는 것을 부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당신들은 당신들이 당신 자신들을 속이는 자들이고, 진리의 율법의 거짓 사제들이며, 당신들이 율법을 이용하여 이익을 얻으려고 안달할 때에는 진리의 율법을 마치 그것이 대마 노끈인 양 그것을 배배 꼬아서 똑같은 그 율법을 이용하는 자들이고, 위선적인 바리사이들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까?
당신들은 종교적인 구실로 당신들의 인간적인, 전적으로 인간적인 시샘하는 악의를 쏟아내는 위선자들이고, 하느님의 것을 모독하는 자들이며, 하느님의 사자를 비방하는 자들이자 그의 원수들입니다.
내가 진실로 당신들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의 모든 행위, 모든 결론, 모든 움직임은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장치에 의하여 움직이는데, 그 기계장치의 바퀴들, 용수철들, 추들, 막대들은 당신들의 이기주의, 격정, 불성실, 증오, 타인을 압도하려는 욕망, 시샘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탐욕스럽고, 두려움에 벌벌 떨고, 악의적인 당신들은 당신네 계급에 속하지 않은 사람에게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오만한 공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들은 당신들을 놀라게 하고 화나게 하는 사람처럼 남을 놀라게 하고, 화나게 합니다.
하까이가 말하는 것처럼(하까2,16) 당신들은 곡식 스무 말 더미를 열 말 더미로 만들고, 포도주 쉰 동이를 스무 동이로 만든 다음 나머지는 가로챕니다. 당신들은 사람들을 위한 본보기를 세우고 하느님께 사랑을 드리기 위하여, 곡식과 포도주를 빼내가는 대신 배고픈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당신들의 재산 중 일부를 거기에 보태야 할 터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열풍과 곰팡이병과 우박에 의하여 당신들의 손으로 이룩한 모든 것이 황폐해지는 재앙을 당해 마땅합니다.당신들 중 나에게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당신들이 보기에는 분뇨와 쓰레기 같은 사람들, 참 하느님께서 계신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이 그분의 업적과 말씀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자기들에게 가져다주는 사람인 나에게로 옵니다. 반면 당신들은 벽감(壁龕)을 만들어 냉담하게 향과 경배를 기다리는 메마르고 차가운 우상처럼 그 안에 들어 앉아 있습니다.
또한 당신들은 자신들을 신들로 여기고 있어 마땅히 묵상해야 하는 참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을 무익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당신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간주합니다. 사실 당신들은 자신들이 우상들(idols)이고, 우상인 마귀(the Idol)의 종들이기 때문에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감히 하는 사람은 그것을 할 수 있는데, 그가 아니라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가시오! 나를 염탐하라고 당신들을 보낸 자들에게 보고하시오. 나는 돈을 받고 그 상대방에게 상품이나 조국이나 성전을 파는 것은 오염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장사꾼들을 경멸한다고요. 자신의 살과 피만을 섬기고, 그 살과 피의 병을 고치기 위한 외국인 의사와의 접촉은 오염되는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짐승들에게 나는 혐오감을 느낀다고요. 척도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고, 두 개의 척도는 없다고 그들에게 말하시오.
메시아이고, 의롭고 놀라운 조언자이고, 주님의 성령께서 당신의 일곱 가지 은혜를 가지고 오셔서 그 위에서 쉬시는 사람, 눈에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마음속의 비밀에 따라 심판할 사람, 자기 귀로 듣는 것에 따라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 안에서 자기가 듣게 될 영혼의 목소리들에 따라 단죄할 사람, 비천한 사람들의 편을 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정의로 판단할 사람, 존재하는 자(Who I am), 나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 땅에서 흙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을 이미 심판하고 있고, 치고 있습니다.
내 입김은 악한 자들을 죽이고, 그들의 소굴을 무너뜨리겠지만, 정의와 신앙을 갈망하여 주님을 아는 지식으로 배부르기 위하여 내 거룩한 산으로 오는 사람들에게는 생명과 빛, 자유와 평화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이사11,3-4) 그렇지요? 내 백성이여! 모든 것은 아담으로부터 오고, 아담은 내 아버지로부터 옵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아버지의 작품인데, 아버지를 위하여 모든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내 의무입니다.
오, 거룩하시고, 영원하시고, 전능하신 아버지, 그래서 저는 그들을 당신께로 데려옵니다. 저는 당신께서 당신의 나라와 당신의 백성을 가지시게 하기 위하여 방황하는 자녀들을 사랑의 말로 불러 모으고, 치명적인 뱀들에 대해서 모세가 들어 올렸던 지팡이처럼 제 목장(牧杖)으로 이끌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모든 사람의 깊은 곳에서 불보다 더 빛나는 한 점 즉 당신의 영원한 광채의 불꽃인 영혼을 보기 때문에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오, 나의 영원한 갈망이여! 오, 나의 불굴의 의지여!
이것이 제가 원하는 것이고, 제가 갈망하는 것입니다. 온 땅이 당신의 이름을 노래하는 것, 인류가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 모든 사람을 구원하는 구속, 모든 사람을 당신 뜻에 순종하도록 만드는 강한 의지, 끝없는 호산나로 천국을 채울 영원한 승리… 오! 수많은 하늘들(multitude of Heavens)…
보라, 나는 하느님의 미소를 봅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모든 냉혹함을 보상하는 상급입니다.”
그 세 사람은 우박처럼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도망쳐버렸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로마인들이든, 유다인들이든 모두 벌린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 젖을 배불리 먹고 나서 조용히 자고 있는 어린 딸을 품에 안고 있는 로마여인은 예수의 발 앞에 여전히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모성의 기쁨과 영적인 감동으로 울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분의 황홀경에서 번쩍이고 계시는 듯한 예수의 마지막 말씀들에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인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두 눈과 영혼을 하늘로부터 땅으로 내리시어 군중과 아기 어머니를 보신다. 그분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작별인사의 손짓을 하신 후 지나가시며 믿음을 가진 젊은 로마여자에게 강복하시려고 그 여자를 손으로 살짝 쓰다듬으신다. 그분께서 그분의 제자들과 함께 떠나가시는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감동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젊은 로마여자는 내가 그 여자를 닮은 다른 여자와 혼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칼바리아로 가는 길에 쿠자의 요안나와 함께 있었던 로마여자들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여자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것을 확신할 수 없다.)
156. 안나리아가 동정서원을 하다
1945. 5. 6.
베드로, 안드레아, 요한과 동행해 오신 예수께서 나자렛의 그분의 집 대문을 두드리신다. 그분의 어머니께서 즉시 대문을 열어주시는데, 그분의 얼굴은 예수를 보시자 아름다운 미소로 환해진다.
“어서오너라, 내 아들아! 어제부터 한 순결한 비둘기가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그 처녀는 먼 곳에서 왔는데, 그녀를 데리고 왔었던 사람은 더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그녀가 조언을 청하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그녀에게 해주었다. 그러나 내 아들아, 너만이 지혜(the Wisdom)이다. 자네들도 어서 오게. 들어와 식사하게."
“그래, 너희는 여기 있어라. 나는 지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 처녀를 만나러 가겠다.”
세 제자들은 몹시 궁금해 하는데, 그들은 그 호기심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출한다. 베드로는 마치 벽들을 투시하기를 거의 바라듯이 사방을 유심히 살핀다. 요한은 마리아의 얼굴에서 미지의 처녀의 이름을 읽기를 원하는 것 같다. 반면에 안드레아는 붉어진 얼굴로 예수를 응시하며 말없는 애원으로 그의 두 눈과 입술이 떠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그들 중 누구에게도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신다. 그 세 사람은 따뜻한 화덕 곁에서 음식을 먹으라는 마리아의 권유에 따라 부엌으로 가기로 결심하는데, 예수께서는 정원으로 나가는 출입구를 가리고 있는 커튼을 치켜드시고 정원으로 나가신다.
큰 편도나무의 꽃핀 가지들이 부드러운 햇빛으로 인하여 더 경쾌하고 몽환적으로 보인다. 텃밭의 나무들 중에서 홀로 꽃피어 있고, 가장 크며, 완전히 헐벗은 배나무, 사과나무, 무화과나무, 석류나무, 포도나무 등 모든 다른 나무들 가운데서 휘황한 연분홍 비단옷을 입고, 올리브나무들의 초라한 겸손과 대비되는 당당하게 부드럽고 밝은 베일을 쓰고 있는 이 편도나무는 하늘의 푸른 들에서 길을 잃고 있는 성긴 구름을 그 긴 가지로 붙잡아 자기를 치장한 채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봄날의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으니 식물들과 동물들아, 기뻐해라. 지금은 바람들, 벌들, 꽃들이 입 맞추는 계절이다. 오, 하느님의 작은 새들과 눈처럼 흰 양들아, 지금은 기와지붕 아래에서나 빽빽한 숲속에서 입 맞추는 시간이다. 우리 창조주 하느님의 사업을 영속시키기 위하여 오늘 우리가 입 맞추면, 내일 새끼들이 태어날 것이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두 팔을 가슴에 십자 모양으로 포개 얹으시고 햇볕을 받으며 서서 그분의 모친의 텃밭의 고요한 우아함에 미소 지으신다. 정원에는 최초의 잎들이 돋아나와 그것이 백합꽃임을 알아볼 수 있는 백합꽃 화단이 있고, 아직 헐벗은 채인 장미넝쿨들과 은빛 잎들이 나 있는 올리브나무가 있고, 막 초록빛을 띄기 시작하는 콩과 식물들과 채소들의 소박한 텃밭의 군데군데에 다른 많은 종류의 꽃나무들이 산재해 있다.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고, 보라는 듯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 텃밭은 완전한 동정성의 순결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것 같다.
“아들아, 내 방으로 오너라. 나는 그녀를 너에게 데려오겠다. 그녀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들을 듣고 안쪽으로 피해 갔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신다. 천사와의 대화를 들은 방, 오랜 세월을 두고 거기서 사시는 분과 그 안에서 자신의 여왕을 공경했던 대천사의 천사적인 거룩한 정수(essence)가 정원보다 훨씬 많이 발산되는 순결한, 지극히 순결한 작은 방이다. 그 만남은 30여 년 전에 일어난 일인가, 어제 일어난 일인가?
오늘도 거의 은빛 나는 양모사 뭉치가 실패에 부드럽게 감겨 있고, 실이 가락에 감겨 있다. 접혀 있는 자수천이 문 옆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양피지 두루마리와 잎이 무성한 꽃핀 편도나무 가지가 꽂혀 있는 구리 암포라 사이의 선반 위에 놓여 있다. 그리고 오늘도 동정녀의 방의 신비 위에 드리워진 줄무늬 커튼이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며, 한 구석에는 막 청춘기로 들어서는 소녀가 쓰는 얌전한 침대처럼 보이는 정돈된 침대가 놓여 있다. 저 작은 베개에서는 얼마나 많은 꿈이 꾸어졌고, 꾸어질 것인가?
커튼이 마리아의 손에 의하여 들린다. 문 쪽에서 등 돌리고 서서 이 순결한 거처를 바라보고 계셨던 예수께서 뒤돌아보신다.
“내 아들아, 여기 왔다. 나는 이 처녀를 너에게 데려왔다. 이 아이는 작은 어린양이다. 너는 이 아이의 착한 목자이다.”
날씬한 갈색머리의 어린 처녀의 손을 잡고 들어오셨던 마리아께서는 커튼을 내리신 다음 조용히 물러가신다. 처녀는 예수 앞에 오자 얼굴이 몹시 상기된다.
“평화가 너에게, 얘야.”
“주님… 평화…”
처녀는 몹시 감격하여 말문을 열지 못하지만 무릎 꿇고 고개를 숙여 절한다.
“일어나라. 너는 나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무서워하지 마라…”
“저는 무서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뵙기를 몹시 갈망하다가… 이렇게 당신 앞에 있게 된 지금… 당신을 뵈면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쉬울 것 같았는데… 저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습니다… 그게 뭐더라… 저는 바보입니다… 나의 주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너는 이 세상에서의 은총을 원하느냐? 너에게 기적이 필요하냐? 너는 회개시켜야 할 영혼들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라고? 그럼 무엇이냐? 크게 말해라! 너는 그토록 많은 용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자신감을 잃고 있느냐? 너는 내가 굳세게 해주는 자라는 것을 모르느냐? 안다고? 확실히 알아? 좋다. 그럼 마치 내가 네 아버지인 것처럼 말해라. 너는 어리구나. 몇 살이냐?”
“열여섯 살입니다, 나의 주님.”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예루살렘에서요.”
“이름은?”
“안나리아(Annaleah)입니다…”
“안나는 내 할머니와 이스라엘의 많은 거룩한 여인들의 소중한 이름이었고, 안나에 덧붙여진 레아는 야곱의 착하고, 충실하고, 다정하고, 온유한 아내의 이름이었다. 그것은 너에게 좋은 전조가 될 것이다. 너는 현모양처가 될 것이다. 아니라고? 너는 머리를 흔들고 있느냐? 너는 울고 있느냐? 너는 남자에게 거절당했느냐? 그것도 아니라고? 그럼 네 약혼자가 죽었느냐? 아직 아무도 너에게 청혼하지 않았느냐?”
처녀는 예수께서 물으실 때마다 머리를 흔든다. 예수께서는 한 걸음 다가가서 그녀를 쓰다듬어주시고, 그녀의 고개를 들게 하신 다음 그분을 쳐다보게 하신다. 예수의 미소가 처녀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그녀가 용기를 내서 말한다.
“나의 주님, 저는 주님 덕분에 한 아내, 행복한 아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의 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알아보지 못하십니까? 저는 당신께서 당신의 제자 요한의 청에 따라 고쳐주셨던, 폐결핵으로 죽어가고 있었던 약혼녀입니다… 당신의 은총 후에 저는… 저는 다른 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에 제가 죽어가고 있었을 때 제가 가졌던 몸을 대신하는 이 건강한 몸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낍니다… 치유된다는 기쁨,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는 결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죽어갈 때의 제 회한은 제가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만이 지속되었을 뿐입니다. 그 다음에는…”
그녀는 점점 더 솔직해진다. 그녀는 자기가 선생님과 단둘이 있게 된 흥분으로 잃어버렸던 말과 생각들을 다시 찾아낸다.
“…그 다음에 저는 제가 ‘이제 나는 행복하게 되겠구나’ 하고만 이기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고, 무언가 다른 것, 당신께 그리고 당신과 저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로 가는 무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록 작지만 제 감사를 표현하는 그 무엇을요. 저는 그 문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다음 안식일에 저의 약혼자를 만나서 그에게 말했습니다.
‘들어보세요, 사무엘. 그 기적이 없었다면 나는 몇 달 내에 죽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당신은 나를 영원히 잃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제 나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그분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기 위하여 당신과 함께 그분께 희생을 드리고 싶어요.’
그랬더니 사무엘은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즉시 말했습니다. ‘함께 성전으로 가서 희생제물을 바칩시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주님, 저는 가난하고 평범한 소녀입니다. 저는 아는 게 거의 없고, 제가 할 줄 아는 것은 제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적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병든 제 가슴에 얹으셨던 당신의 손을 통하여 무언가가 병든 제 허파들만이 아니라 제 마음에도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제 허파들에는 건강이었고, 제 마음에는 지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을… 사랑하는… 제 영혼이 원하는 제물은 어린양이 희생으로 드려지는 제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녀는 사랑의 고백 후에 얼굴을 붉히며 침묵한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해라. 네 영혼은 무엇을 원했느냐?”
“하느님의 아들이신 당신께 합당한 무언가를 희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는 그것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처럼 영적인 것 즉 제 구세주이신 당신을 위하여 제 결혼을 연기하는 희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께서도 아시겠지만, 결혼은 큰 기쁨입니다. 누군가가 사랑할 때 그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 사람은 그것을 갈망하고… 그것을 거행하기를 열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더 이상 며칠 전의 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제 결혼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무엘에게 말했고… 그도 저를 이해했습니다. 그도 결혼식 날짜로 잡았던 날, 즉 아다르 달 초이튿날부터 1년 동안 나지르 인(nazirite)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 동안에 그는 당신을 찾아 나섰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의 약혼녀를 돌려주신 분을 사랑하고 알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그리하여 그는 몇 달 후에 ‘맑은 내’에서 당신을 찾아냈습니다. 저도 갔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말씀은 제 마음의 변화를 완결했습니다. 이제 저의 과거의 맹세는 더 이상 저에게 충분치 않았습니다…
(참고- 나지르인: 서원을 통하여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 히브리어의 의미는 성별, 봉헌, 분리이다. 나지르인의 외적 표지들은 머리카락이나 털을 자르지 않고, 포도주나 다른 독주를 마시지 않고, 시체를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천주교 수도회의 유기서원처럼 일정기간 동안만 나지르인이 될 수 있었으며, 종신서원처럼 평생 동안 할 수도 있었다(민수6,1-21, 판관 13장, 1사무 1장, 루까1,15-17, 사도18,18, 21,22-26))
저기 밖에 있는 저 편도나무가 몇 달 동안 죽은 채로 있다가 점점 더 따뜻해지는 햇볕을 받아 소생하고, 그 다음에 꽃이 피고 잎이 돋아나오고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저도 더 좋은 것을 아는 지식에 있어 지속적으로 자라났습니다. 제가 저 자신과 제가 하려는 것에 확신이 생겼을 때인 지난번에 ―지난 몇 달 동안 저는 그 문제에 대하여 많이 숙고했습니다― 저는 ‘맑은 내’로 갔었습니다만, 당신께서는 더 이상 거기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당신을 몰아낸 것이었습니다.
저는 많이 울고 기도했는데,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셔서 분봉왕의 조신들에게 말하려고 티베리아스로 가려고 하는 친척 한 분과 함께 저를 이리로 보내도록 제 어머니를 설득하셨습니다. 맑은 내의 관리인이 여기 오면 당신을 만나 뵐 수 있을 것이라고 전에 저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어머니를 만나 뵙고… 그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이틀간 그 곁에 있는 동안 당신의 은총의 열매는 완전히 익었습니다.”
그녀는 마치 제대 앞에 무릎을 꿇듯 두 팔을 십자로 포개어 가슴에 얹고 무릎을 꿇고 있다.
“좋다, 그런데 너는 정확히 무엇을 바라느냐? 내가 너를 위하여 무엇을 해줄 수 있겠느냐?”
“주님, 저는… 저는 큰 것을 바랍니다. 생명과 건강을 주시는 분이신 당신만이 그것을 저에게 주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당신께서 주실 수 있는 것은 당신께서 가져가실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당신께서 저에게 주셨던 생명을 제 서원의 한 해 동안에, 그 기간이 끝나기 전에 거두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왜? 너는 네가 받은 생명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느냐?”
“저는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무한히요! 그러나 오로지 한 가지 이유로만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하느님의 은총과 당신의 기적으로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그것은 천사들처럼 사는 것입니다. 나의 주님, 당신의 어머니처럼… 당신께서 사시는 것처럼… 당신의 요한이 사는 것처럼… 나의 주님, 이분들은 세 송이 백합꽃, 세 개의 흰 불꽃, 땅의 세 지복(beatitude)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을 소유하는 것이 지복인데, 하느님께서는 순결한 사람들에게 소유되신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순결한 사람은 하느님을 그 중심에 모시고, 주위에 천사들이 있는 하늘이라고 믿습니다. 오!
나의 주님! 그것이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저는 당신, 당신의 어머니, 제자, 이사악의 말을 많이 듣지 못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말씀을 저에게 전해줄 수 있는 다른 누군가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마치 제 영혼은 항상 당신의 말씀을 듣고 있었고, 당신께서 제 영혼의 선생님이신 것처럼 느낍니다… 나의 주님, 저는 다 말씀드렸습니다…”
“안나리아야, 너는 아주 많은 것을 청하고 있고, 아주 많은 것을 주고 있다… 딸아, 너는 하느님을 이해했고, 한 사람이 지극히 순결하신 분과 비슷해지고 지극히 순결하신 분을 기쁘시게 해드리기 위하여 올라갈 수 있는 완전을 이해했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처녀의 검은 머리의 양 옆에 그분의 두 손을 대시고 그녀 위로 상체를 숙이시며 말씀하신다.
“내 사랑하는 딸아, 동정녀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백합꽃들의 무더기 위가 아니고는 자기의 거처를 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세상의 삼중의 호색(the triple lechery)을 메스꺼워한다. 아들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아시는 아버지께서 임종의 고통 중에 있는 내 영혼을 부축해주시기 위하여 다정한 도움으로 개입해주지 않으신다면, 그는 그 심한 역겨움에 짓눌려버릴 것이다.
순결한 사람들은 내 기쁨이다. 너는 세상이 그 끝없는 천박함을 통하여 나에게서 빼앗아가는 것을 나에게 돌려주고 있다. 소중한 딸아, 그로 인하여 아버지께서 찬미 받으시기를 바라며, 너도 축복받기 바란다. 기쁘게 가거라. 네 서원을 영원한 것이 되게 할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스도의 피로 얼룩진 길들에 뿌려진 백합꽃들 중의 하나가 되어라.”
“오! 나의 주님… 저는 또 한 가지를 바랍니다…”
“무엇이냐?”
“당신께서 임종하실 때 제가 살아 있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제 생명이신 분께서 돌아가시는 것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친절하게 미소 지으시며 그녀의 가무잡잡한 작은 얼굴로 흘러내리는 두 줄기 눈물을 그분의 손으로 닦아주신다.
“울지 마라. 백합꽃들은 결코 애도하지 않는다. 너는 왕관을 쓴 왕이 자기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때 너의 천사와 같은 화관의 모든 진주들과 함께 웃을 것이다. 가거라. 주님의 성령께서 내가 떨어져 있을 때에도 너를 지도해주시기를. 나는 영원한 사랑의 불로 너에게 강복한다.”
예수께서는 정원을 내다보시며 어머니를 부르신다.
“어머니! 여기 온전히 당신의 것인 어린 딸이 있습니다. 이 처녀는 지금 행복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우리가 성도에 갈 때마다 이 처녀를 어머니의 순결 속에 잠기게 하셔서 이 처녀가 어린양의 옥좌 위에 흩어지는 눈같이 흰 천상의 꽃잎이 되게 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돌아오시고, 마리아께서는 그녀를 쓰다듬어주시며 그녀와 함께 계신다.
베드로, 안드레아, 요한은 질문하는 눈으로 예수를 쳐다보는데, 그분의 환한 얼굴은 그분께서 행복하시다는 것을 그들에게 말해준다. 베드로는 기어이 묻고 만다.
“나의 선생님, 당신께서는 누구와 그렇게 오랫동안 말씀하셨습니까? 그리고 당신께서는 무슨 말씀을 들으셨기에 기쁨으로 그리도 환하게 빛나고 계십니까?”
“나는 인생의 새벽에 있는 여자와 대화했다. 그녀는 장차 올 수많은 여자들의 새벽이 될 것이다.”
“어떤 여자들이요?”
“동정녀들.”
안드레아는혼잣말로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 여자는 아니구나…”
“아니다, 그 여자는 아니다. 그러나 싫증내지 말고 기도하고, 착하고, 인내해라. 네 기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부르는 소리가 되고, 어둠속의 불빛이 되어 그 여자를 붙들어주고 인도해준다.”
“근데 제 동생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베드로야, 한 영혼, 큰 가난을 기다린다. 그는 그 가난을 큰 재산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그런데 결코 돌아다니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는 대책 없는 이 애가 그것을 어디서 발견했답니까?”
“내 길에서. 안드레아야, 나와 함께 가자. 알패오의 집으로 가서 그의 수많은 손자들 가운데 있는 그를 축복하자. 너희는 야고보와 유다의 집에서 나를 기다려라. 내 어머니께서는 하루 종일 혼자 계시기를 원하신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몇 사람은 이리로 몇 사람은 저리로 간다. 그렇게 해서 그리스도를 위하여 동정에 봉헌된 첫 번째 소녀의 기쁨이 비밀에 둘러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