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의 가르침 (21) 리옹의 이레네우스 / 노성기 신부
그리스도교 정통교리 수호 앞장
오늘은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600km 떨어진 「리옹」으로 길을 떠나보자. 우리가 만나게 될 교부는 유아세례의 필요성을 최초로 언급한 교부, 『살아있는 인간은 하느님의 영광이고, 인간의 삶은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다』(이레네우스, 「이단논박」VI. 20, 7). 『성체를 받아 모실 때…, 우리는 영원한 부활의 희망을 갖는다』(「이단논박」Ⅳ. 18, 5)라는 주옥같은 신앙고백을 남긴 리옹의 제2대 주교 이레네우스이다. 이레네우스는 소아시아의 스미르나에서 태어나서(135년과 140년 사이) 약 202년경에 순교했다. 성인의 축일은 6월 28일이다.
「이레네우스」(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라는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그는 교회의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사랑의 목자요, 영지주의에 대항하여 그리스도교 정통교리를 수호한 일치의 신학자, 수렴의 신학자였다. 그는 2세기의 호교교부들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교부이다.
폴리카르푸스의 문하생으로 동문수학했던 옛 친구 플로리누스가 로마의 사제로 있다가 몬타누스주의자가 되자, 이레네우스는 그에게 정성어린 충고를 한다.
그의 편지에는 자상하고 너그러운 그의 성품이 잘 드러난다.
『플로리누스여, 그런 내용은 한 마디로 옳은 교리가 아니네. 교회의 가르침과도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교리를 믿는 사람들을 엄청난 불경스러움 속으로 빠지게 한다네. 심지어 교회밖에 있는 이단자라도 그런 교리를 입에 담지 않네…. 어린 시절, 내가 소아시아에서 폴리카르푸스의 문하생으로 있었을 때, 그대를 만났지. 그대는 궁중에서 잘 지내고 있었으면서도, 폴리카르푸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서 무척 애를 썼었지』(에우세비우스, 「교회사」 V. 20).
이레네우스는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일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한 중재자였다.
동서방교회는 각각 다른 날짜에 부활절 축일을 지내고 있었다. 그러자 빅토르 1세 교황(Victor, 189~198)은 소아시아 교회의 부활절 축일 날짜를 금지시키면서 이를 어기면 단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문제로 동서방교회가 불화와 갈등에 휩싸였다.
이때 동서방교회의 전통을 잘 알고 있던 이레네우스는 빅토르 교황에게 두 차례 편지를 보내 폴리카르푸스와 아니체투스의 경우를 상기시키면서 각 교회의 전통을 존중하여 교회의 일치를 이루도록 호소했다.
이레네우스의 가장 큰 업적은 영지주의의 위험성과 정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하여 초대교회의 정통신앙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영지주의는 당시 유행하던 모든 사상을 자기들 편리한대로 혼합하여 만든 「짬뽕」 사상이었다. 영지주의자들은 구약성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구약의 하느님과 신약의 하느님은 서로 다르다는 이원론적 신관(神觀)을 주장하였다.
영지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사상을 전파시키면서 그리스도교의 용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영지주의의 속임수에 쉽게 넘어갔다. 그러나 당시 교회는 아직 영지주의의 위험성과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레네우스는 영지주의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단논박」(異端論駁?Adversus Haereses)을 저술했다. 이레네우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며 초대교회의 가장 귀중한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에는 영지주의 이단과 정통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대한 내용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5권으로 되어 있는 「이단논박」을 잠깐 살펴보면, 제1권은 영지주의자 발렌티누스의 학설을 자세하게 소개 논박하고, 영지주의의 각 계파의 중요한 창시자들을 소개한다.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제3권은 신구약성서를 인용하면서,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신구약성서의 저자이시라는 하느님의 유일(唯一)성을 증명하고, 그리스도의 강생을 구원사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레네우스는 「그리스도 중심의 수렴사상」을 펼치면서 역사를 신학적으로 해석한 최초의 그리스도교 저술가였다. 하늘과 땅의 모든 존재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수렴되고 그분을 머리로 하여 완성된다는 이레네우스의 그리스도 중심의 「수렴」(收斂: recapitulatio) 사상을 우리는 약 1800년 후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사상에서 다시 보게 된다.
그 외에도 그는 로마교회의 수위권을 강조하면서 모든 교회는 로마 교회와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교회 즉 전 세계에 있는 신자들은 강력한 수위권을 지닌 이 (로마)교회와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로마)교회에는 그들을 통해서 전해오는 사도전승이 항상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이단논박」III. 3, 2).
그런가 하면 이레네우스는 「불순종과 순종」, 「첫 아담과 둘째 아담(그리스도)」, 「첫 하와와 둘째 하와(마리아)」를 대비시키면서,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이 우리에게 죽음을 가져왔지만,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순종은 생명을 가져왔다 라고 설명한다.
『하와의 불순종이 그녀와 전 인류에게 죽음의 원인이 되었지만, 마리아의 순종은 그녀와 전 인류에게 구원의 원인이 되었다』(「이단논박」III. 22, 4). 『하와의 불순종의 매듭이 마리아의 순종으로 풀렸다』(「이단논박」III. 22, 4). 『우리는 아담 안에서 상실했던 「하느님을 닮은 모상」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했다』(「이단 논박」III. 18, 1).
「사도적 선포의 논증」(使徒的 宣布의 論證, Demonstratio doctrinae Apostolicae)에서 우리는 목자로서 이레네우스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이레네우스는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이단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한다. 왜냐하면 『교회가 있는 곳에 하느님의 영(성령)이 있고, 하느님의 영이 있는 곳에 교회와 모든 은총이 있기 때문이다』(「이단반론」 III. 24, 1).
끝으로 성서공부를 하는 것은 학문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순교를 준비하는 것이라던 이레네우스. 그는 자신의 말처럼, 마침내 순교의 월계관을 썼다. 오늘날 성서공부를 많이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언제쯤 신앙인으로서 이레네우스의 진면목을 그대로 드러낸 이런 신앙고백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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