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11, 순명의 힘 "너에게도 순명이 전부이기 바란다."
1900년 9월 21일
1. 내 가장 소중한 벗인 고통을 그렇게 빼앗겼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확실히, 나는 주님께서 고해사제에게 주신 순명의 힘 뿐만 아니라 이 거룩한 순명의 놀라운 권위에도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제가 순명으로 내게 십자성호를 긋자, 육신을 파괴할 만큼 심각하던 고통으로부터 내가 벗어났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고통이 없어진 것에 대해서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예수님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연민을 불어일으키기에 그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내게 오시지 않을 수 없게 할 만큼 유익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2. 그러므로 우리 주님께서 오셨을 때에 나는 이렇게 투덜거렸다.
"제 사랑이시여,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고해사제로 하여금 고통에서 저를 해방시키게 하시다니요! 그러기에 이제 저는 이 세상을 떠날 희망마저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신부님을 끌어들여 간접적으로 조처하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당신께서 친히 그렇게 하실 수도 있지 않으셨습니까? 아마도 직접 제 마음을 언짢게 하시고 싶지 않아서였겠지요?"
3. "그렇다. 딸아, 순명이 내게 전부였다는 사실을 네가 너무 빨리 잊어버렸으니까. 나는 너에게도 순명이 전부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사제를 포함시킨 것은, 네가 나 자신을 보는 것과 같이 그를 보며 존중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4. 그분께서는 이 말씀을 하신 다음, 온통 쓰라린 고통에 싸인 나를 남겨 두신 채 사라지셨다.
오, 그러니 '귀부인 순명'은 얼마나 영리한지! 이 귀부인이 참으로 누구인지를 말하려면, 잠시 동안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그녀와 사귀며 아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5. - 좋습니다. 좋습니다. '귀부인 순명'이여! 당신과 함께 있을수록 더욱더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니,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당신을 찬미하며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집니다. 그러나 당신을 싫어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 제게 짓궂은 장난을 치실 때면 말입니다. 그러니, 사랑하올 '순명'이여, 부디 저로 하여금 더욱더 고통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소서.
4권-12, 죽음의 고통을 희생으로 바칠 때마다 정말 죽은 것과 같은 공로를 입게 되다.
1900년 9월 22일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오셔서 이렇게 물으셨을 때에는 내가 퍽 무겁고 침통한 마음으로 있었을 때였다. "딸아, 어찌하여 그토록 슬픔에 잠겨 있느냐?"
2. "오, 제 사랑이시여, 당신께서 아직도 저를 데려가시고자 하지 않으시니 제가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저를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게 하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3. "오, 아니다. 나는 네가 이렇듯 침통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내가 네 안과 네 주위에 배치한 모든 것은 거룩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거룩하기에, 만약 올바르고 거룩하지 않은 사람이나 사람이 접근해 오면, 너는 거룩하지 않은 것이 풍기는 악취를 단박 감지하고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이 침통한 숨결로 내가 네 안에 배치한 것을 그늘지게 하려고 하느냐?
4. 하지만 네가 죽음(의 고통)을 희생으로 바칠 때마다 정말 다시 죽은 것과 같은 공로를 입게 해 준다는 사실을 알아 두어라. 이것이 무엇보다도 특히 나와의 일치를 더 완전하게 하는 점이니 너에게 큰 위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지상) 삶은 바로 부단한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5. 그래서 나는 "오, 주님! 제게는 죽음이 희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삶이 희생일 뿐입니다!" 하고 부르짖었다. 그리고 좀더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4권-13, 산 제물인 영혼은 예수님을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1900년 9월 29일
1. (예수님께서는) 침묵을 지키시고 (내 편에서는) 아주 조금밖에 고통을 받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났다. 예수님께서 마치 나의 참을성을 좀 시험해 보시면서 계속 나를 (산 제물의 신분으로) 있게 하시려는 것 같다. 어째서 그러냐 하면, 그분께서 오셔서, "내 사랑아, 하늘이 너를 애타고 바라고 있으며, 내가 하늘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노라." 하고 말씀하시고는 돌연한 빛이 번쩍 하듯 순식간에 사라지시기 때문이다.
2. 그리고 그분께서는 나중에 다시 오셔서 이 말씀을 거듭하시는 것이었다.
"너의 간절한 열망을 이제는 단념하려무나. 너로 하여금 끊임없이 초췌해진 내가 막 혼절할 것만 같구나!"
3. 또 다른 때에는 "너의 뜨거운 사랑, 너의 열망이 슬픔에 잠긴 내 마음에 원기를 북돋아 주는구나."
4. 그분의 그런 말씀들을 전부 옮길 수 있는 이는 아마 없으리라. 내가 보기에 그분께서는 시를 짓고자 하신 것 같고, 때로는 그 구절들을 노래로 표현하곤 하셨다. 그렇지만 내게는 입을 열 틈을 주시지 않다가 갑자기 사라지시는 것이었다.
5. 그런데 오늘 아침, 나로 하여금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을 받게 해 달라는 고해사제의 간청이 있은 후에, 여왕이신 엄마께서 눈물을 흘리시면서 예수님께 그 많은 징벌들을 세상에 내리지 말아달라고 거의 강요하다시피 간청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못해 나타나시더니, 오로지 엄마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 내가 고통받는 것에 동의해 주셨다.
6. 그런 다음 그분께서는 당신의 정의가 누그러지신 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사실 나는 세상에 벌을 내리려고 한다. 세상을 치려고 한 손에 매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네가 고해사제와 함께 열심히 기도하고 고통을 받으면 이것이 늘 세상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된다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너는 적어도 세상이 부분적으로나마 징벌을 면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에 많은 버팀목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네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 버팀목도 없는 것을 보고 사람들 위에 거침없이 나의 의노를 터뜨릴 것이다."
7. 이 말씀을 하신 뒤 그분은 사라지셨다.
4권-14, 엄마를 위로해 드리라고 하시는 예수님
1900년 9월 30일
1.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은 오늘 아침, 나는 큰 인내심을 발휘하며 그분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여느 때의 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을 힘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애쓸 정도가 되었다.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은데다 고통이 내게서 사라진 것 같으니, 침착하게 정신을 모아 (이 처지에서) 벗어날 시도를 할 일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2. 내가 그렇게 하고 있노라니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두 팔로 내 머리를 감싸안으셨다. 그렇게 그분께 몸이 닿자 나는 나 자신의 몸 안에 있지 않는 느낌이 들었고, 주님께서 세상에 대해 얼마나 노여워하고 계신지를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분의 노여움을 풀어 드리려고 했지만,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3. "지금은 내게 신경 쓰지 말고 내 엄마께 전념하기 바란다. 그분을 위로해 드려라. 내가 땅에 쏟아 부으려고 하는 더 심한 징벌들 때문에 무척 상심하고 계시니 말이다."
4. 그러니 누가 나의 고뇌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4권-15 산 제물로 있는 것은 그 자체로 항구적인 보상 행위가 된다
1900년 10월 2일
1. 나의 이 신분이 더 이상 하느님의 뜻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에 잠겨 있었을 때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셨기에 이렇게 말씀을 올렸다. "저는 저의 이 신분이 이제는 당신의 뜻이 아닐까 봐 여간 두렵지 않습니다. 저를 이 신분에 묶어 두는 두 가지 주된 것이, 곧 고통과 당신의 현존이 제게 없으니 말입니다."
2.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 딸아, 내가 너에게 오지 않고 고통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네가 이 신분으로 있기를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세상에 징벌을 내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3. 그래서 나는 다시, "그렇다면, 제가 이 신분으로 있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고 반문하였다.
4. "산 제물이 너의 처지와 나를 기다리는 너의 끊임없는 기다림이 이미 나의 노여움을 가시게 하는 것이다. 네가 나를 보지 못하는 동안에도 나는 너를 익히 볼 수 있고, 너의 탄식과 고통과 나에 대한 열망을 낱낱이 다 셀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네가 온통 내게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내게 관심이 없으며 나를 열망하지 않고 업신여기면서 악덕의 진창으로 더러워진 속된 것에 온통 정신이 쏠려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항구적인 보상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런즉, 너의 처지는 (그런 이들과 정반대이기에) 언제나 정의(의 처벌을) 멈추게 할 수 있으니, 이러한 처지에 있는 너를 가지고 있는데도 이탈리아에 유혈의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 될 정도이다."
5. "오, 주님, 그러나 고통 없이 이 처지에 있는 것이 제게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힘이 쑥 빠지는 것입니다. 이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고통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고통이 없고 당신께서 오시지도 않는 날에는 여기에서 떠나겠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그럴 때) 당신께서 언짢게 여기시지 않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6. "네가 이 신분을 떠날 때면 이탈리아에 대학살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에는 내가 그것을 너한테서 완전히 정지시키겠다."
7.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곧 일어날 맹렬한 전쟁을 보여 주셨는데, 그것은 교회를 공격할 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끼리도 맞붙을 전쟁이어서, 피가 억수로 쏟아지는 빗물처럼 땅을 뒤덮을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나의 변변찮은 마음은 고통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리고 내 고장 (코라토가) 생각나서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8. "오, 주님, 제 신분을 완전히 정지시키겠다고 하신 말씀은 이 코라토에도 자비를 베푸시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여기마저 징벌을 면하게 해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9. "죄가 일정한 수를 채우게 되면, 그리하여 산 제물인 영혼들의 유익한 공로를 받을 자격도 없을 정도가 되면, 더군다나 그런 영혼들을 (거느릴 권한을 가진) 이들이 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나는 코라토 역시 조금도 보아주지 않을 작정이다."
10. 이 말씀을 하신 다음 그분은 사라지셨으니 나는 매우 우울하고 침통한 심정이었다.
4권-16, 징벌을 내리면서도 사람들이 불쌍해서 통곡하시는 예수님
1900년 10월 9일
1. 예수님께서 한 번도 오시지 않은데다 고통도 거의 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니, 주님께서 이제는 나를 산 제물로 두기를 원하시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정 속에서도 '순명'은 굴복하려고 들지 않았다. 가슴이 터져 죽을 지경이건만 내가 줄곧 이 신분으로 머물러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2. - 주님께서는 항상 찬미를 받으소서! 거룩하고 사랑에 찬 주님의 뜻이 만물 안에 이루어지소서!
3. 그런데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늘 아침에는 너무나 가엾은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당신 지체들 안에서 고통을 받고 계시는 듯 했는데, 그분의 몸이 얼마나 갈기갈기 찢어져 있는지 그 (상처들의) 수를 다 헤아릴 수도 없었다.
4. 그때 그분은 신음 소리를 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너무 아프구나! 인간의 본성으로는 이 아픔을 표현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는 것은 내 작은 아기들의 살이니, 그 아픔이 얼마나 지독한지 나 자신의 살이 찢겨져 나가는 것만 같다."
5. 이 말씀을 하시는 동안 그분은 신음하고 또 신음하시는 것이었다.
6. 그런 상태의 그분을 뵈니 불쌍한 마음이 들기에, 나는 할 수 있는 한 위로해 드리면서 그 아픔을 내게 나누어 주시기를 간청하였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그 일부만 나누어 주셨다.
7. 나는 가까스로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릴 틈을 만들었다.
"오, 주님, 당신께서 당신 지체들 안에서 타격을 입으실 터이니 징벌을 내리시지 말라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게 가장 언짢은 것은 당신 자신의 지체들 안에서 두들겨 맞는 당신을 뵙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당신의 노염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이나 기도가 없으니 말입니다."
8. 예수님께서는 나의 이 말에는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셨다. 그분의 주의를 다른 데로 끌어당기는 중대한 무엇이 그분의 마음속에 있는 것 같았다. 과연 잠시 후에 그분께서 나를 내 몸속에서 나오게 하시더니, 대량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처참한 장소들로 데려가셨다. 오, 비통한 현장이 세상 곳곳에 너무나 많이 있었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갈가리 찢어져 흙덩어처럼 뒹굴며 발에 밟힐 뿐 땅 속에 묻히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재난과 불행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욱 나쁘게도 장차 더 끔찍한 재난과 불행이 얼마나 많이 닥칠 것인지!
9. 복되신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보시고 불쌍한 마음이 드셔서, 소리내어 심하게 울기 시작하셨다.
말릴 수 없어진 나도 통탄할 세태를 두고 그분과 함께 울었으므로 나의 눈물이 그분의 눈물과 섞이는 것이었다. 얼마 동안 그렇게 울고 난 다음에, 나는 주님 선성(善性)의 또 다른 면모를 탄복하며 바라보았다.
그분께서 내 울음을 그치게 하시려고 나한테서 얼굴을 돌리시더니 말없이 당신의 눈물을 말리신 다음,
쾌활한 표정을 지으시며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리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말이다.
"내 사랑아, 그만, 그만! 울음을 그쳐라!
네가 보는 모든 것은 나의 정의가 옳다는 것을 밝히는 일에 쓰일 것이다."
10. 그래서 나는 그분께 이렇게 여쭈었다.
"오, 주님, 그렇다면 저의 처지가 더 이상 당신의 뜻이 아닌 셈이 됩니다. 산 제물인 제가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지체들이 징벌을 받지 않게 해 줄 수 없다면, 또 세상을 수많은 징벌로부터 구해낼 수 없다면, 산 제물이라는 이 신분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1.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네 말대로가 아니다. 나도 역시 산 제물이었지만 세상을 모든 징벌로부터 구해 낼 허락은 받지 못했다. 나는 인간에게 하늘을 열어 주었고 인간을 죄에서 해방시켰으며 인간의 고통을 내가 대신 짊어졌다. 그러나 인간이 죄를 지음으로써 자초하는 징벌의 몫은 당연히 인간 스스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산 제물인 영혼들이 없다면, 인간은 징벌을 받아 육신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영혼도 멸망에 이르게 된다. 그러니 여기에 산 제물인 영혼들의 존재 이유가 있다.
즉, 그들을 활용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 왜냐하면 인간은 늘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으니까 - 누구든지 징벌로부터 면제를 받고 구원의 항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 "오, 주님, 징벌이 더 심해지지 전에 저는 이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13. "세상이 지나치게 불경스러워져서 산 제물들의 공로를 조금도 받을 자격이 없을 지경이 되면, 내가 틀림없이 너를 데리고 가마."
14. 이 말씀을 듣고 나는 다시 "주님, 그 처참한 광경들을 보지 않도록, 저를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게 해 주소서!" 하고 간청하였다.
15.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를 꾸짖으시는 듯한 어조로 이렇게 덧붙이셨다.
"너는 세상이 징벌을 면해 달라고 나에게 간구하는 대신,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말만 하는구나.
내가 나의 모든 간선자들을 데리고 가버린다면,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세상이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질 터이니, 내가 틀림없이 조금도 봐주지 않을 것이다."
16. 그 후 나는 여러 사람들을 위하여 간구하였다.
그리고 그분은 사라지셨고 나는 내 몸속에 돌아와 있었다.
4권-17, 이 글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은 영혼들에 대한 예수님의 큰 사랑이다.
영혼은 고통의 힘이거나 사랑의 힘에 의해서만 몸을 벗어날 수 있다.
1900년 10월 10일
1. 글을 쓰면서, 이 기록들 안에 큰 실수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타오르는 불 속에 던지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순명이 허락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특히 누군가가 그것을 읽을지도 모르기에 내 영혼에 일종의 장애가 느껴지는 것이다. (이 기록 중) 몇 군데에서는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위해서 상당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나는 이렇다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만큼 그분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며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냉정한 인간이니 말이다.
2. 그러므로, 사람들이 나를 실제의 됨됨이보다 더 나은 인간으로 여길지 모른다는 사실이 내게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내게 더할 수 없이 큰 희생임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순명 때문이니, 순명이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나를 변호해 주리라는 확실한 기대를 가지고, 모든 것을 순명의 손에 맡길 따름이다.
3. 그런데, 내가 이와 같이 쓰고 있노라니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나오시어 꾸짖으시면서 내가 한 말을 도로 거두어들이라고 하셨다. 그분께서는 내가 스스로의 말에 의하여 진실에서 벗어났으며, 지극히 중요한 것은 영혼이 진실의 범위를 결코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던 것이다.
4. 그러면서 그분은, "네가 나를 돕고 있지 않다니, 대체 무슨 일이냐?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느냐?
나를 위해서 고통받기를 원치 않는다는 말이냐?" 하고 말씀하셨다.
5. 나는 "아닙니다. 주님." 하면서 얼굴이 온통 홍당무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진실을 벗어났단 말이냐?"
6. 그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신 후 다른 말씀을 덧붙임 없이 나의 내부로 도로 들어가셨고, 나는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7. 그분께서 내 생각에 대하여 비로소 이렇게 대답을 주신 것은 나중에 다시 오셨을 때였다.
"확실히 이 기록들은 불에 태워질 만하다. 그러나 이 불이 어떤 불인지 너는 알고 싶으냐?
바로 내 사랑의 불이다. 왜냐하면, 이 기록에는 내가 영혼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는 곳이 단 한 페이지도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해서 말할 때건 너에 대해서 말할 때건 한가지이다. 내 사랑이 이 글들 안에서 간절한 사랑의 열망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8. 그런 다음 그분께서는 나를 내 몸 바깥으로 나오게 하셨다. 육신을 입지 않고 영혼이 홀로 있음을 깨달은 나는 이렇게 아뢰었다. "저의 사랑, 제 유일한 선이신 이여, 제가 번번이 다시 제 몸속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참으로 큰 징벌로 여겨집니다! 지금은 분명히 몸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저로선 알 수 없지만) 나중에 마치 캄캄한 감옥에 갇힌 것처럼 저의 비참한 몸속에 돌아와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되고, 이 육신 속에서는 그것을 떠났을 때에 받았던 자유를 잃고 맙니다. 그러니 이것이 제게 가장 큰 징벌이 아니겠습니까?"
9.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이는 징벌이 아니다. 또한 너 자신의 어떤 잘못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도 아니다.
실제로 영혼을 육신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은 두 가지뿐이라는 것을 너는 알아야 한다. (자연사의 경우에 일어나는 것과 같은) 고통의 힘과 또 영혼과 나 사이의 상호 사랑의 힘이다. 이 사랑이 너무 강렬해서 (나 없이는) 영혼이 견딜 수 없고 나 역시 그 영혼과 함께 있는 즐거움 없이 오래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그를 내게로 끌어당긴 다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한다. 따라서 영혼은 내가 원하는 대로 왕래하게 되는데, 이는 (전류가) 전선을 통하여 흐르는 것 이상이다. 그런즉 네가 징벌이라고 여기는 것이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랑인 것이다."
10. " 오, 주님! 생각건대 제 사랑이 풍부하고 강렬하다면, 당신 대전에 서 있을 힘이 있어서 다시 몸속으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오락가락 변화를 타는 것입니다."
11. "분명히 말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욱 큰 사랑이다. 네가 나에 대한 사랑과 네 형제들에 대한 사랑으로 너 자신을 비우고 삶의 비참 속으로 돌아가는 희생을 감수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12. 나중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나를 어느 도시로 데려가셨다. 너무나 많은 죄가 저질러지는 도시여서 악취가 나는 짙은 안개 같은 것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또 하나의 짙은 안개가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이 안개는 그 도시를 전멸시킬 징벌을 가득 품고 있는 것 같았다.
13. 나는 그분께, "주님, 여기가 어디입니까?" 하고 여쭈었다.
14. "로마다." 하고 그분은 대답하셨다. "(속인들뿐만 아니라 종교인들도) 흉측스러운 죄를 얼마나 많이 짓는지 당연히 이 안개가 그들을 눈멀게 하고 그들 자신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다."
15. 잠시 후 나는 대학살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는데, 바티칸이 다수의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그 타격의 일부는 사제들의 받은 것 같다.
16. 매우 놀란 나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당신께서 간택하신 이 도시와 당신의 수많은 사제들과 교황을 구해 주십시오. 오! 주님께서 그들을 구해 주시기만 한다면 제가 기꺼이 저 자신을 당신께 바쳐 그들의 고통을 받겠습니다!"
17. 그러자 예수님은 측은해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하고 같이 가자. 인간의 악의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보여 주마."
18. 그리고 그분께서 나를 어떤 왕의 관저 안으로 데리고 가셨다. 이 관저 속의 한 밀실에서 대여섯 명의 대표자들이 서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스도인들을 죽여 없앤 뒤에는 우리가 양보합시다!"
19. 그들은 왕을 강박하여 그리스도인들을 죽이고 이들의 재산 압수를 약속하는 칙령을 직접 쓰게 하려는 것 같았다. 일단 왕의 동의만 얻어 놓으면 즉시 시행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여건이 무르익으면 언제라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 예수님께서는 그 후 나를 다른 어떤 장소에 데리고 가셔서 죽을 운명에 처해 있는 이른바 저 지도자들 중의 한 사람을 보여 주셨다. 그는 악마와 너무도 긴밀히 결합되어 있어서 (죽음의) 순간에도 마음이 바뀔 것 같지 않았다. 마귀들에게서 온갖 힘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마귀들이 그를 충실한 친구로 여기며 함께 있는 것이었다. 나를 보자 그 마귀들은 몹시 놀라더니, 그들 가운데 한 무리는 나를 때리려고 했고 다른 패거리는 별의별 짓을 다하려고 들었다.
21. 그렇지만 (그 영혼의 구원이 내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이 무슨 훼방을 놓건 나는 개의치 않고 밀고 들어가서 그 사람에게로 갔다. 그러나, 맙소사! 마귀들보다 더 고약한,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 보였으니, 그는 너무나 통탄할 상태에 있어서 다만 딱한 정도가 아니었다. 예수님과 나를 보고서도 감동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우리를 비웃고 있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즉시 거기에서 나를 데리고 나가셨고, 나는 그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간청하기 시작하였다.
4권-18, 인간의 가장 큰 원수는 쾌락과 재산과 명예에 대한 욕망이다
1900년 10월 10일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계속 오시는 중이다. 오늘 아침 그분은 가시관을 쓰고 계셨다. 나는 그 가시관을 매우 조심스럽게 벗겨 내 머리에 쓰면서, "주님, 이 관을 눌러쓸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하였다.
2. 그러나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스스로 그렇게 해 보아라. 나는 네가 할 수 있는 바를 보고 싶고, 나에 대한 사랑으로 얼마나 고통받기를 원하는지도 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그야말로 힘껏 눌러썼다. 무엇보다도 특히, 예수님을 위하여 고통받고자 하는 내 사랑이 어느 정도로 큰지를 그분께 보여 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3. 그분은 매우 감동하셔서 나를 껴안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만 해라. 네가 이리도 큰 고통을 겪는 건 차마 못 보겠구나."
4. 그렇듯 심한 고통 속에 있는 나를 남겨 두신 채, 사랑하올 예수님께서는 오락가락하실 따름이었다.
5. 그런 다음 그분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모습으로 나타나시어 내게 그 고통을 나누어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딸아, 인간의 가장 강력한 원수는 쾌락과 재산과 명예에 대한 욕망이다. 이 원수들은 인간의 마음속에 교묘하게 파고들어 끊임없이 들볶아 대기 때문에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 인간을 괴롭히고 우울하게 만들어 모든 행복을 잃게 하는 것이다. 나는 갈바리아에서 이 세 가지 원수를 쳐 이겼다. 인간에게도 이를 정복할 수 있는 은총을 얻게 함으로써 잃어버린 행복을 되돌려 주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감사할 줄 모르는 배은망덕한 인간은 나의 이 은총을 배척하고 열광적으로 그 원수들을 사랑한다."
6. 주님께서는 영원히 찬미 받으시기를, 그리하여 모든 것이 그분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기를 빈다.
4권-19, "무죄한 이들만이 내 자비를 낚아챌 수 있고 내 노여움을 가라앉힐 수 있다."
1900년 10월 14일
1. 오늘 아침에는 너무나 얼떨떨한 상태여서 내가 어떤 인간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늘 하던 것처럼 나의 가장 큰 선이신 분을 찾아나설 수도 없었다.
2.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따금 내 안에서 나오셔서 모습을 보여 주시곤 하였다. 나를 껴안고 불쌍히 여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가엾은 딸아, 나 없이는 지낼 수 없다고 하는 네 말은 과연 옳은말이다.
네 사랑인 나 없이 네가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
3. 그분의 말씀에 감동한 나는 이렇게 외쳤다.
"오, 제 사랑이시여, 제가 당신 없이 지내야 하는 순간마다 삶이 얼마나 잔인한 순교인지 모릅니다!
제 말이 옳다고 하시면서도 당신께서는 또 저를 떠나시겠지요?"
4. 그러자 그분께서는 마치 내가 당신 말씀을 듣기를 바라지 않으시는 것처럼 슬그머니 모습을 감추셨다. 그래서 홀로 남은 나는 다시 아까처럼 얼떨떨해져서 다른 말을 도무지 할 수 없었다.
5. 내가 다신 그런 상태가 된 것을 보신 그분은 (내 안에서) 나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모든 기쁨이다. 네 마음 안에서 나는 참된 안식을 발견한다. 네 안에서 쉬면서 그지없이 즐거운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6. 다시 감동한 나는 "저에게도 당신께서 제 모든 기쁨이시기에, 다른 모든 것은 쓰디쓴 것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하고 아뢰었다.
7. 그 말씀을 드리는 동안 그분은 다시 사라지셨으므로 나는 전보다 더 얼떨떨해졌다. 이와 같이 오전 내내 계속되었으니, 그분께서 좀 농담을 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8. 그 뒤 나 자신의 몸 밖에 나와 있으면서 민간인 복장을 한 낯선 이들이 오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무서워했으며 고통에 찬 끔찍한 비명을 질렀는데 특히 어린이들이 그렇게 했다.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오면 우리는 끝장이야." 하고 말하는 소리에 이어 "소녀들을 숨겨라. 저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어린이들은 불행하다." 하는 소리도 들렸다.
9. 그때 나는 주님을 향하여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부르짖었다. "이 징벌을 거두어 주소서. 가련한 인류에게 너무 위험한 징벌이옵니다. 무죄한 이들의 눈물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소서."
10.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내 딸아, 내가 다른이들을 염두에 두는 것은 오로지 무죄한 (이들) 때문이다.
무죄한 (이들) 만이 내 자비를 낚아챌 수 있고 내 노여움을 가라앉힐 수 있다."
4권-20, 십자가에 고통을 받게 하는 것을 두고 예수님과 고해사제의 뜻이 엇갈리다.
1900년 10월 15일
1. 오늘 아침 영성체를 한 후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당신 음성을 듣게 해 주셨다.
"내 딸아, 내가 이 아침에는 고통에서 놓여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잠시 네가 내 고통을 떠안고, 나로 하여금 네 마음 안에서 좀 쉬게 해 다오."
2.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예, 저의 선이시여, 당신 고통을 느끼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해서 제가 대신 고통을 받는 동안 당신께서는 쉬시며 원기를 회복하실 기회를 온전히 가지십시오. 오직 한 가지 청하는 바는, 저 혼자 있게 될 때까지 좀 기다려 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고통받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게 하려는 것인데, 신부님이 아직 여기 계신 듯 하니 말입니다."
3. "사제가 여기 있는 것이 어떻단 말이냐? 한 사람 대신 너희 두 사람이 나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 즉, 너는 고통을 받고, 그는 나와 지향을 같이하면서 말이다."
4. 그때 나는 신부님이 내게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을 주시기를 비는 것을 보았다. 주님께서 지체 없이 곧장 그 고통을 나누어 주셨다. 그런데 내가 잠시 그 고통을 받고 나자 신부님은 순명하도록 나를 부르셨다. (곧 나 자신의 몸 안으로 돌아오게 하셨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물러가셨기에 나는 신부님의 명령을 따르려고 하였다. 바로 그 순간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어 내가 두 번째로 십자가 고통을 받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신부님은 그렇게 하기를 원치 않으셨다. 내가 예수님의 뜻에 따라 고통을 받으려고 했을 때에 그분께서 오셨거니와, 신부님은 고통받기 시작한 나를 보자 멈추라고 명령하셨으므로 예수님은 물러가시는 것이었다.
5. 나는 그분께서 물러가시는 것을 보면서 몹시 괴로웠지만, 순명하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하였다. 그리고 때때로 신부님이 그분과 함께 계시는 것이 보이기에 두 분이 이 일을 해결하시게 했다. 순명과 주님 중 어느 쪽이 이기는지 보려고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렇다. 나는 순명과 예수님 사이의 씨름을 지켜보고 있는 셈이었는데 양쪽 다 힘있고 용맹스러웠다. 그 격렬한 싸움 끝에 누가 이겼는지 보려고 하는 순간 여왕이신 엄마께서 오셨다.
6. 어머니께서 신부님에게 다가가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아들아, 이 사람이 오늘 아침에 고통을 받는 것이 예수의 바람이니, 그분 뜻대로 하시도록 하여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징벌의 일부도 면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7. 그 순간 신부님은 (예수님과의) 씨름에서 마음을 딴 데로 돌리는 것 같았고,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기셔서 나로 하여금 다시 고통을 받게 하셨는데, 얼마나 격렬하고 혹독한 임종 고통인지 그런 후에도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모를 지경이다. 이제는 죽는구나 싶어졌을 때에 순명이 다시 나를 불렀으므로 잠시 동안 나 자신의 몸속으로 돌아왔고, 복되신 예수님께서는 물러가셨던 것이다.
8. 그러나 아직 흡족하지 않으셨던 그분은 다시 오셔서 세 번째로 내게 십자가 고통을 주시려고 하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 힘을 모은 순명이 이겼고 사랑하올 예수님은 패하셨다.
9. 그럼에도 그분께서는 또 한 번의 승리를 얻으려는 생각으로 나를 쉬지 못하게 하셨기에 나는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오나, 저의 주님, 잠자코 계시면서 저를 좀 혼자 있게 해 주십시오. 순명이 빈틈없이 무장한 채 다시는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저를 세 번째로 십자가에 못박고자 하신다면, 그때에는 죽음도 함께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10. 그러자 예수님은, "알았다. 이리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11. 나는 신부님에게 이 이야기를 했지만, 나의 선이신 분께서 "루이사야, 오너라."하며 부르고 계시는데도 순명은 확고부동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부르고 계신다고 이야기해도 신부님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대답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순명은 얼마나 탁월한 위치에 있는가! 모든 것 안에서 지배자 역할을 하고자 할 뿐더러, 무엇보다도 그 자신이 관여할 문제가 아닌 것 곧 죽음의 문제에도 참견하려고 드는 것이었다. 그것도 얼마나 멋지게 참견하는지! 즉 이 가련한 인간을 죽음의 위험에 처하게 하여 영원한 행복의 항구에 접근하게 한 다음, 그가 얼마나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기 위하여 자기가 가진 힘으로 영혼을 되돌려 다시 비참한 감옥인 육신 속에 있도록 하는 것이다.
12. 그러므로 누군가가 순명이 이 모든 일을 하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처음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그가 나중에는 소리 없는 말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지배자이니 모든 것을 두루 통치한다." 그러니 사람이 이 복된 순명과 화해하려면 성인의 인내심뿐만 아니라 우리 주님의 인내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없다면 언제나 그와 사이가 나쁠 것이다. 순명은 매사를 극단적으로 행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13. 복되신 주님께서는 어쩔 수 없음을 보시고 나를 평온하게 있게 하시면서 내가 겪고 있었던 고통을 완화시켜 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사랑아, 네가 겪어 온 고통은 내가 내 정의의 격노를 체험시키려고 그 일부를 네게 쏟아 부은 데서 온 것이다. 인간이 어느 정도로 내 의노를 강요하는지, 그러므로 내 의노가 인간에 대하여 얼마나 단단히 무장하고 있는지를 네가 분명히 볼 수 있다면, 두려워 몸을 떨면서 오로지 네게 고통을 쏟아 부어 달라는 간청만 하게 될 것이다."
14. (이와 같이) 고통 중에 있는 나를 떠받치고 계신 듯한 그분께서 내 기운을 북돋아 주시려고 이렇게 물으시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기분이 나아졌다. 너는 어떠냐?"
15. "오, 주님, 누가 제 느낌을 당신께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마치 맷돌에 눌려 갈려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쇠약해진 듯 하니, 당신께서 제 안에 힘을 불어넣어 주시지 않으면 회복될 수 없을 것입니다."
16. "내 사랑아, 너는 적어도 이따금은 격심한 고통을 받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선 너 자신을 위해서이다. 아무리 좋은 쇠붙이라도 불에 달구지 않고 우래 내버려두면 언제나 좀은 녹슬기 때문이다. 둘째로 나를 위해서이다. 내 (고통의) 짐을 너에게 부리지 않고 오래도록 있으면, 나의 의노가 하도 심하게 끓어올라 세상을 참고 보아줄 수 없고 어떤 징벌도 비켜가게 할 수 없다. 그러기에 네가 내 고통을 떠안지 않으면, 징벌의 일부는 면해 주겠다고 한 내 약속마저 지킬 수 없을 것이다."
17. 그 뒤에 고해 신부님이 오셔서 돌아오라고 명하셨으므로 나 자신의 몸속으로 돌아왔다.
'★천상의 책 > 천상의책1-5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상의책 4권-31~34)교회의 수모와 병폐/연옥의 고통/예수님의 심장과 일치-자기 소멸의 경지 (0) | 2014.08.07 |
---|---|
(천상의책 4권-21~30) 슬픔에 가장 좋은 약은 하느님께 맡김/순명은 영혼을 창조된 상태로 회복시킨다 (0) | 2014.08.03 |
(천상의책 4권-1~10) 사랑의 양식인 희망/산 제물의 필요성/유혈 참사가 필요한 이유 (0) | 2014.08.01 |
(천상의책 3권-110~113) 내적인간은 동요가 없다/ 순명의 역할/역겨운 음행과 아무렇게나 해치우는 선행 (0) | 2014.08.01 |
(천상의책 3권-104~109) 무엇이든지 하느님께서 원하시기 때문에 원한다면... (0) | 2014.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