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희망의 문을 열어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20일 수요 일반알현을 통해 기도에 관한 세 번째 교리 교육을 이어갔다. 교황은 기도하는 모든 이가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리교육은 신자들의 참여 없이 교황청 사도궁 도서관에서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열 번째 교리 교육이다.
번역 김호열 신부
기도에 대한 교리 교육 3: 창조의 신비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창조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기도에 관한 교리 교육을 계속 이어갑시다. 생명, 우리가 존재한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인간의 마음을 기도로 열어줍니다.
성경의 첫 페이지는 장엄한 감사의 찬미가와 비슷합니다. 창조에 관한 이야기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선과 아름다움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후렴구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느님이 당신 말씀으로 (모든 것을) 생명으로 부르시니, 모든 것이 존재하게 됩니다. 하느님이 말씀으로 빛과 어둠을 분리하시고, 낮과 밤이 반복되게 하시며, 계절을 바뀌게 하시고, 다양한 동식물로 다채로운 세상을 여셨습니다. 혼돈을 빠르게 물리치는 이 풍요로운 숲에서, 마지막으로 인간이 등장합니다. 인간의 등장은 만족과 기쁨을 증폭시키는, 넘쳐나는 환희를 자아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좋고 아름다운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창조의 아름다움과 신비는 인간의 마음 안에 기도를 불러 일으키는 첫 번째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566항 참조). 우리가 일반알현을 시작하면서 들었던 시편 제8장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우러러 당신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당신 손가락의 작품들을 당신께서 굳건히 세우신 달과 별들을.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4-5절) 시편 저자는 자기 존재의 신비를 묵상하고,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 천체 물리학은 오늘날 우리에게 그 광대함을 보여줍니다 - 어떤 사랑의 계획이 이처럼 강력한 작품 뒤에 있어야 했는지 묻습니다. (…) ‘이 광대무변 안에서 인간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말입니다. 또 다른 시편은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가”(시편 89,48 참조)라고 말합니다. 이어 인간은 태어나고 죽는 존재이며, 매우 연약한 피조물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전체에서, 인간은 아름다움의 풍요로움을 알고있는 유일한 피조물입니다. 태어나 죽고, 오늘 있다가도 내일 사라지는 작은 존재인 인간은 이 (창조의) 아름다움을 알고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 아름다움을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도는 ‘놀라움’ 혹은 ‘경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우주의 크기와 비교하면 극히 미소합니다. 인간의 가장 큰 업적조차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입니다. (…)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인간은 기도 안에서 자비심을 강하게 체험합니다. 우연히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우주의 비밀은 누군가가 우리의 눈빛에서 만나는 자비로운 눈길 안에 있습니다. 시편은 우리가 신들보다 조금 못하게 만들어졌지만, 영광과 존귀의 관을 썼다고 말합니다(시편 8,6 참조). 하느님과의 관계가 개별 인간의 위대함입니다. 인간의 영예로움입니다. 우리는 본성상 거의 아무것도 아니고 미소하지만, 그러나 소명으로, 부르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위대한 임금의 자녀들입니다.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이 그러한 체험을 했습니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온갖 괴로움으로 인해, 때로는 우리 안에서 기도의 선물을 질식시킬 위험에 빠지게 한다 하더라도, (우리 안에) 감사의 불씨를 다시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별이 빛나는 하늘과 일몰과 꽃 (…) 등을 묵상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체험이 어쩌면 성경의 첫 페이지가 쓰여진 기초일지도 모릅니다.
창조에 관한 위대한 성경의 기록이 작성될 때만해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았습니다. 원수가 무력으로 이스라엘 땅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포로로 잡혀갔고, 메소포타미아에서 노예로 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조국도, 성전도, 사회 생활과 종교 생활 그 무엇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창조의 위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누군가는 감사의 이유를 찾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하느님을 찬미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는 희망의 첫 번째 힘입니다. 여러분이 기도하면, 희망은 커지고 이어집니다. 저는 기도가 희망의 문을 열어 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분명 희망은 존재하지만, 나의 기도로 그 문을 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도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진리들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곧, 우리 삶은 그 모든 어려움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은총으로 충만하다는 사실을 먼저 자기 자신들과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항상 지켜지고 보호받아야 합니다.
기도하는 모든 사람은 희망이 낙담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고, 비록 그 시간과 방법은 모르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도하는 모든 사람들은 얼굴에 빛의 광채를 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어두운 날에도 태양이 그치지 않고 그들을 비추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여러분을 밝혀줍니다. 여러분의 영혼을 밝혀주고, 여러분의 마음과 얼굴을 밝혀줍니다. 가장 어두운 시기에도, 가장 큰 고통의 시기에도, 기도는 여러분을 밝혀줍니다.
우리 모두는 기쁨을 가져오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생각해 보셨습니까? 여러분이 기쁨을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나쁜 소식과 여러분을 슬프게 만드는 소식을 전하고 싶은 것입니까? 우리 모두는 기쁨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삶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슬픔과 비통으로 인생을 소모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우주를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또한 우리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합시다.
“당신은 존재하십니다. 당신은 당신을 위해 우리를 이렇게 만드셨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하고 찬미하도록 이끄는 마음의 동요를 느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에서 하느님의 서명을 읽을 수 있는 위대한 임금의 자녀들이며, 창조주의 자녀들입니다. 그 피조물은 오늘날 우리가 제대로 지키고 있지 못하지만, 그 피조물 안에는 그것을 사랑으로 창조하신 하느님의 서명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이 우리로 하여금 이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시고, 우리가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는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5월 20일 2020, 14:57
바티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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